-
-
높은 성의 사내 ㅣ 필립 K. 딕 걸작선 4
필립 K. 딕 지음, 남명성 옮김 / 폴라북스(현대문학) / 2011년 9월
평점 :
PKD 그가 치르고 있는 유명세와 그것에 어느 정도 동조했다가 간간히 실망도 해왔던
사람으로서, 그의 대표작인 <높은 성의 사내>는 간짜장 위의 메추리알 같은 존재였다.
두어 번 정도 시도한 적도 있었지만 세상 모든 일은 때가 있는 법이라 했던가?
계속 되는 재채기 때문에 혹은 바쁜 일정 때문에 그와의 만남은 계속 미루어져 왔었다.
이렇게 서두가 거창한 이유는 이 작품을 읽음으로서 드디어 PKD에 대한 평가에
나 또한 수긍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 소설은 역경의 원리에 의해 쓰여 졌다. 이 말을 그대로 주어 섬기긴 쉽지만 진정 이 문장의 의미를 이해하려면 <역경>을 읽어보기를 권한다. 아니 최소한 <도덕경>이라도 읽어보기를-
그러기에 서양인의 관점에서 바라본 어설픈 동양문화가 아니라서 좋았다.
이제까지 서양인이 동양문화에 대해서 작품에서 이야기 하면 오리엔탈리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원래 6일쯤으로 나누어서 보려고 했는데 읽다보니 이틀 만에 다 읽고 말았다. 더 읽고 싶은
마음을 멈출 수가없었다.
작가가 펼치는 여행을 함께 마치고 며칠 있다 다시 돌아보니, 결국 이야기는 없다.
모두 음양의 변화를 이야기한 것 일 뿐. 모든 것은 거울에 비쳐진 현실일 뿐
일본인 같은 미국인, 미국인 같은 일본인, 결국 모두가 의미 없는 일을 위해 순간을
발버둥 치며 살아갈 뿐이다. 그럼에도 퇴폐적인 허무함은 남지 않는 묘한 소설이다.
더불어 <제3제국의 흥망>을 다시 도전해 볼 계기가 되어 주었다.
소설속 <메뚜기..> 의 문체도 너무나 매력적이다. 마치 독일 낭만주의 작품을 보는듯한데
이 작품만 따로 외전으로 내주었어도 좋았을 거 같은데 아쉬움이 남는다
책속 메뚜기들처럼 세상을 바꾸고 싶었던, 자기 자신을 변화시키고 싶었던 작가의 마음이
느껴졌다. 또한 그가 이 작품을 쓰고 느꼈을 자부심에 수긍이 간다.
이 정도 작품을 1~2개만 더 남겼더라면 그의 인생은 달라지지 않았을까?
이 선집이 처음이신 분은 부록의 작가의 일대기도 꼭 읽어보길 바란다.
웬만한 이야기 못지않게 흥미롭다.
PS. 아니 소설 읽는데 그런 거 까지 봐야 해? 하시는 분들에게 첨언하자면 그래야 이 작품의 진미를 더 잘 알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싶다.
어느 분의 리뷰에 보니 무는 그냥 없다는 뜻인데 거기서 뭐가 생겨난다고 해석한다고 서양인이라 동양문명을 제대로 이해 못해서 과대해석이라고 오해 하는걸 보았는데 사실은 그분이 오도 하신 거죠.
역경, 넓게는 도의 원리라는 건 유에서 무, 무에서 유가 나오고 어느 상태는 고정된 게 아닌 변화를 내포한 상태입니다.
이런 원리를 모르니 오히려 작가가 모르고 있다고 하시는데 마음이 아프더군요.
모르는 건 죄가 아니지만 모르면서 남까지 욕하는걸 보니 답답함이 밀려오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