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속 내장 깊숙이 빨려 들어가 대장내시경 촬영을 하는 것만 같다. 그러다가는 구절양장의 가파른 비탈길이 머리핀처럼 급격히 돌아간다.

-알라딘 eBook <나의 인생만사 답사기> (유홍준 지음) 중에서 - P23

육백마지기 정상 못 미쳐 한쪽 산비탈에 계란프라이 꽃이라는 애칭이 있는 샤스타데이지 꽃이 떼판으로 피어난 것이 장관이었다.

-알라딘 eBook <나의 인생만사 답사기> (유홍준 지음) 중에서 - P23

태초에 이 땅에 주인으로 태어나 잡초라는 이름으로 짓밟히고, 뽑혀도 그 질긴 생명력으로 생채기 난 흙을 품고 보듬어 생명에 터전을 치유하는 위대함을 기리고자 이 비를 세우다.

-알라딘 eBook <나의 인생만사 답사기> (유홍준 지음) 중에서 - P25

잡초는 지구의 살갗이다.

-알라딘 eBook <나의 인생만사 답사기> (유홍준 지음) 중에서 - P25

물 가까이 살다
물을 만나도
아무렇지도 않은
풀 되리라

아버지 날 공부시켜
편한 사람 되어도
나 다시 공부해서
풀 되리라

-알라딘 eBook <나의 인생만사 답사기> (유홍준 지음) 중에서 - P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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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우주에는 은하집단 5억 개, 대형 은하 100억 개, 왜소 은하 1000억 개, 항성 2조×10억 개가 있다(폭이 약 150억 광년인 이 우주는 우리가 아직 볼 수 없는 아주 큰 전체 우주에서 작은 점 하나에 불과할 수 있다). - <무의식은 어떻게 나를 설계하는가>, 데이비드 이글먼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242c63516274117 - P32

헤르바르트는 생각이 고립된 상태에서 의식 속으로 떠오르는 것이 아니라, 이미 의식 속에 있는 다른 아이디어 복합체와 동화되었을 때에만 의식에 들어올 수 있다는 주장을 표현하기 위해 ‘통각統覺 집합체apperceptive mass’라는 용어를 만들어냈다. 이렇게 해서 헤르바르트는 핵심적인 개념 하나를 세상에 소개했다. 의식적인 생각과 무의식적인 생각 사이에 경계선이 존재하며,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는 생각도 있다는 개념이었다. - <무의식은 어떻게 나를 설계하는가>, 데이비드 이글먼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242c63516274117 - P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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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금 그와 같은 말을 한다.
여기 내가 있다.
소설이라는 변장과 꾸밈과 책략에서 나와 여기에 있다.
여기 내가 있다.
날랜 손재주를 빼앗기고 그간 내가 소설 작가로서 누린 상상의 자유를 부여하던 그 모든 가면을 벗어버리고 여기에 있다. - P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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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장교수들에게 스토너의 이름은 그들을 기다리는 종말을 일깨워주는 역할을 하고, 젊은 교수들에게는 과거에 대해 아무것도 일깨워주지 않고 동질감을 느낄 구석도 전혀 없는 단순한 이름에 불과할 뿐이다. - <스토너 - 이동진 에디션>, 존 윌리엄스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5707b503536f4d16 - P13

마부가 떠나고 몇 분 동안 스토너는 꼼짝 않고 서서 건물들을 빤히 바라보았다. 이렇게 위풍당당한 광경은 지금껏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널찍한 초록색 들판에 빨간 벽돌 건물들이 하늘을 향해 뻗어 있었다. 그리고 들판 곳곳에는 돌로 포장된 통행로와 작은 꽃밭이 있었다. 놀라움과 감탄 속에서 문득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안정감과 평온함이 느껴졌다. 늦은 시간이었지만 그는 오랫동안 캠퍼스 주위를 걸어 다녔다. 하지만 그곳에 들어갈 권리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처럼 그저 건물들을 보기만 할 따름이었다. - <스토너 - 이동진 에디션>, 존 윌리엄스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5707b503536f4d16 - P20

그에게 배정된 2층 방은 예전에 창고로 쓰던 곳이었다. 가구라고는 힘을 잃고 늘어진 틀 위에 얄팍한 깃털 매트리스가 놓인 검은색 철제 침대, 등유 램프를 놓아둔 망가진 탁자 하나, 수평이 잘 맞지 않는 딱딱한 의자 하나, 책상 역할을 하는 커다란 상자 하나가 고작이었다. 겨울에는 바닥을 통해 조금씩 올라오는 아래층의 온기가 전부라서 그는 해진 퀼트 이불과 담요로 몸을 감싸고 자칫 책장이 찢어지지 않게 곱은 손을 후후 불어가며 책장을 넘겼다. - <스토너 - 이동진 에디션>, 존 윌리엄스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5707b503536f4d16 - P24

그는 대학 도서관의 서가들 속에서 수천 권의 책들 사이를 돌아다니며 가죽, 천, 종이로 된 책들의 퀴퀴한 냄새를 들이마시기도 했다. 마치 이국적인 향 냄새를 들이마시는 것 같았다. 그러다 때때로 걸음을 멈추고 책을 한 권 꺼내서 커다란 손에 잠시 들고 있었다. 아직 낯선 책등과 표지의 느낌, 그의 손길에 전혀 반항하지 않는 종이의 느낌에 손이 찌릿찌릿했다. 그러고는 책을 뒤적이며 여기저기에서 한 문단씩 읽어보았다. 책장을 넘기는 뻣뻣한 손가락은 이토록 수고스럽게 펼친 책을 서투르게 다루다가 찢어버릴지도 모른다는 듯이 조심스레 움직였다. - <스토너 - 이동진 에디션>, 존 윌리엄스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5707b503536f4d16 - P37

과거가 어둠 속에서 빠져나와 한데 모이고, 죽은 자들이 그의 앞에 되살아났다. 그렇게 과거와 망자가 현재의 살아 있는 사람들 사이로 흘러 들어오면 그는 순간적으로 아주 강렬한 환상을 보았다. 자신을 압축해서 집어삼킨 그 환상 속에서 그는 도망칠 길도, 도망칠 생각도 없었다. - <스토너 - 이동진 에디션>, 존 윌리엄스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5707b503536f4d16 - P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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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엄 스토너는 1910년, 열아홉의 나이로 미주리 대학에 입학했다. 8년 뒤, 제1차 세계대전이 한창일 때 그는 박사학위를 받고 같은 대학의 강사가 되어 1956년 세상을 떠날 때까지 강단에 섰다. 그는 조교수 이상 올라가지 못했으며, 그의 강의를 들은 학생들 중에도 그를 조금이라도 선명하게 기억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가 세상을 떠나자 동료들이 그를 추모하는 뜻에서 중세 문헌을 대학 도서관에 기증했다. 이 문헌은 지금도 희귀서적관에 보관되어 있는데, 명판에는 다음과 같이 적혀 있다. "영문과 교수 윌리엄 스토너를 추모하는 뜻에서 그의 동료들이 미주리 대학 도서관에 기증." - <스토너 - 이동진 에디션>, 존 윌리엄스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5707b503536f4d16 - P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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