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책의 제목은 ‘두 번째 살인자3’가 아닙니다. 당신과 전에 이야기를 나눴을 때 내가 염두에 뒀던 제목은 그게 아니었어요. 글을 쓰는 동안 가제로 삼기는 했지만 마음에 들지 않았죠. 크노프 부인은 마음에 들어 했지만. 그 이름으로 공고가 됐는지도 몰랐습니다. 최종 원고를 넘기자 제목이 전혀 추리소설 같지 않다고 출판사에서 악마처럼 울부짖더군요. 하지만 결국 그들이 포기했답니다. 곧 알게 될 테죠. 나는 그 제목이 이득이 되리라 생각해요. 출판사에서는 손해라고 생각하고. 우리 중 하나가 틀리겠죠. 그 사람들은 사업가니까, 틀리는 건 나여야겠죠. 그런데 나는 지금껏 편집자나 출판사들, 연극이나 영화 제작자들이 대중의 취향을 파악하는 능력을 별로 믿어 본 적이 없습니다. 기록을 보자면 전부 그 반대죠. 나는 항상 최종 소비자인 독자 입장에서 생각하고, 중개자는 무시하려고 하는 편입니다. 나는 이 나라에 교육을 잘 받은 사람들, 그리고 살면서 교양을 쌓은 사람들이 있고, 그 사람들은 내가 좋아하는 것을 좋아할 거라고 생각해요. 물론 진짜 문제는, 책을 전혀 사지 않는 수많은 사람들 역시 내 작품을 읽을 수 있다는 거죠.

-알라딘 eBook <나는 어떻게 글을 쓰게 되었나> (레이먼드 챈들러 지음, 안현주 옮김) 중에서 - P95

수년간 나를 기운 빠지게 해 온 부비강염 증세를 없애려고 노력하는 중이죠. 딱히 기대하지는 않지만 한번 해 봐야겠다 싶어서요

-알라딘 eBook <나는 어떻게 글을 쓰게 되었나> (레이먼드 챈들러 지음, 안현주 옮김) 중에서 - P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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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 때마다 목사님의 눈을 빤히, 아주 빤히 쳐다보는 거야.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걸 잘 견디지 못해. 다들 불안해하지. 네가 누군가에게서 뭔가를 얻어 내고 싶으면 느닷없이 그 사람의 눈을 빤히 쳐다보도록 해.

데미안 | 헤르만 헤세, 김인순 저

리디북스에서 자세히 보기: https://ridibooks.com/books/1242000796 - P119

구세주의 수난과 죽음에 대한 성서의 보고는 아주 어린 시절부터 내게 깊은 인상을 주었다. 어린 소년 시절에 이따금, 이를테면 성금요일에 아버지가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사를 낭독하시고 나면, 나는 마음 깊이 감동받아서 그 비통하고 아름답고 창백하고 으스스하면서도 무척 생생한 세계에서, 겟세마네 동산과 골고다 언덕에서 살았다. 그리고 바흐의 「마태 수난곡」을 들으면, 온갖 신비로운 전율에 몸을 부르르 떨며 그 비밀스러운 세계의 음울하고 강렬한 수난의 광채에 휩싸이곤 했다. 나는 그 음악과 「죽음의 칸타타」를 지금도 모든 시와 모든 예술적 표현의 정수라고 생각한다.

데미안 | 헤르만 헤세, 김인순 저

리디북스에서 자세히 보기: https://ridibooks.com/books/1242000796 - P122

다만 나는 여기가 이 종교의 결함이 극명하게 드러나는 부분들 가운데 하나라는 말을 하고 싶을 뿐이야. 구약과 신약의 하느님이 비범한 형상이긴 하지만, 하느님이 본래 보여 줘야 할 모습은 아니라는 거지. 하느님은 선이고 고귀함이고 아버지 같은 분이고 아름답고 숭고한 존재이고 감상적인 존재이셔. 백번 맞는 말이야! 하지만 세상은 다른 것들로도 이루어져 있어. 그런데 그것들은 모조리 악마의 것으로 떠넘겨지고 있어. 세상의 이 부분, 이 절반이 은폐되고 묵살되고 있어. 하느님을 모든 생명의 아버지라고 찬양하지만, 정작 생명의 토대를 이루는 성생활은 아예 묵살하고 악마의 일, 죄악이라고 선언하고 있다니까! 나는 이 야훼 하느님을 숭배하는 것을 반대하지 않아. 조금도 반대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우리가 모든 것을 숭상하고 신성하게 여겨야 한다고 생각해. 이처럼 인위적으로 떼어 내어 공식적으로 인정한 절반이 아니라 세계 전체를 말이지! 그러니까 우리는 하느님에 대한 예배와 더불어 악마에 대한 예배도 드려야 해. 나는 그게 옳다고 봐. 아니면 악마까지 포함하는 하느님을 만들어 내든지. 그러면 그 하느님 앞에서는 이 세상의 더없이 자연스러운 일들이 일어날 때 두 눈을 감지 않아도 될 거야.

데미안 | 헤르만 헤세, 김인순 저

리디북스에서 자세히 보기: https://ridibooks.com/books/1242000796 - P125

데미안이 하느님과 악마, 공식적으로 인정된 신적 세계와 묵살된 악마적 세계에 대해 한 말은 바로 나 자신의 생각, 나 자신의 신화, 밝은 세계와 어두운 세계라는 두 세계 혹은 두 반쪽 세계에 대한 생각과 정확히 일치했다. 내 문제가 모든 인간의 문제이고 모든 삶과 사유의 문제라는 깨달음이 성스러운 그림자처럼 불현듯 나를 스쳤다. 나는 나 자신의 극히 독자적이고 개인적인 삶과 의견이 거대한 사상의 영원한 흐름에 얼마나 깊이 동참하는지 불현듯 느끼고 깨달으면서 두려움과 경외감에 휩싸였다. 그 깨달음이 어떤 식으로든 확증과 행복을 선사했는데도, 나는 기쁘지 않았다. 이제 어린아이로 머물러서는 안 되며 홀로 서야 한다는 책임감의 여운이 담겨 있었던 탓에, 그 깨달음은 가혹했고 알알한 맛을 남겼다.

데미안 | 헤르만 헤세, 김인순 저

리디북스에서 자세히 보기: https://ridibooks.com/books/1242000796 - P126

그가 전에 없이 더욱 주의 깊게 내 말에 귀를 기울이고 내 눈을 들여다보아서, 나는 눈길을 다른 데로 돌릴 수밖에 없었다. 그의 눈에서 다시 짐승처럼 시간을 초월한 듯한 그 기이한 눈빛, 그 예측할 수 없는 나이를 보았기 때문이다.

데미안 | 헤르만 헤세, 김인순 저

리디북스에서 자세히 보기: https://ridibooks.com/books/1242000796 - P127

우리가 삶으로 실천하는 생각만이 가치가 있어. 너의 〈허용된〉 세계가 단지 반쪽 세계에 지나지 않는다는 걸 너는 알고 있었어. 그리고 목사님이나 선생님처럼 나머지 반쪽 세계를 숨기려 했지. 그걸 숨길 수는 없어! 누구든 일단 생각을 하게 되면 절대 숨길 수 없어

데미안 | 헤르만 헤세, 김인순 저

리디북스에서 자세히 보기: https://ridibooks.com/books/1242000796 - P128

예를 들어 대략 1년 전부터 너는 네 안에서 다른 모든 충동들보다 더 강하게 치미는 충동을 느낄 거야. 그리고 그 충동은 〈금지된〉 것으로 간주되고 있어. 그런데 그리스 사람들과 다른 많은 민족들은 그 충동을 오히려 신적인 것으로 높이 사고 성대한 축제를 열어 숭상했어. 그러니까 영원히 〈금지된〉 것은 없어. 언제든 바뀔 수 있지. 오늘날에도 어떤 남자든 여자와 함께 목사님을 찾아가 결혼만 하면 그 여자와 잠을 자도 돼. 다른 민족들의 경우에는 그렇지 않아. 오늘날에도 그래. 그러니까 우리는 제각기 무엇이 허용된 것이고 무엇이 금지된 것인지, 자신에게 금지된 것인지 스스로 알아내야 해. 결코 금지된 것을 하지 않는데도 무도한 악당일 수 있어. 그리고 그 반대의 경우도 있지. 그건 사실 안일함의 문제일 뿐이야! 너무 안일해서 스스로 생각하고 스스로 판단할 수 없는 사람은 기왕지사 있는 그대로의 금기에 순응하지. 그게 맘 편하거든. 그와는 달리 자기 안에서 스스로 계율을 느끼는 사람들이 있어. 그런 사람들에게는 모든 정직한 사람들이 날마다 하는 일들이 금지되기도 하고, 흔히 금기시되는 다른 일들이 허용되기도 해. 제각기 스스로 알아서 해야 해

데미안 | 헤르만 헤세, 김인순 저

리디북스에서 자세히 보기: https://ridibooks.com/books/1242000796 - P130

「그렇게 똑똑한 말들은 아무 가치가 없어. 아무 가치도 없다고. 다만 자기 자신에게서 멀어질 뿐이야. 자신에게서 멀어지는 것은 죄악이야. 거북이처럼 완전히 자기 자신 속으로 기어 들어갈 수 있어야 해.

데미안 | 헤르만 헤세, 김인순 저

리디북스에서 자세히 보기: https://ridibooks.com/books/1242000796 - P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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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의지는 어떻게 되는 거야?」 나는 물었다. 「너는 인간에게 자유 의지가 없다고 말했어. 그래 놓고는 인간이 뭔가에 힘껏 의지를 집중하기만 하면 뜻을 이룰 수 있다니. 앞뒤가 안 맞잖아! 내가 내 의지를 다스리지 못한다면, 어떻게 내 맘대로 내 의지를 여기저기에 집중할 수 있겠어.」

데미안 | 헤르만 헤세, 김인순 저

리디북스에서 자세히 보기: https://ridibooks.com/books/1242000796 - P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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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냐.」 그는 말했다. 「그건 할 수 없어. 목사님은 인간에게 자유 의지가 있다고 주장하시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거든. 상대방 스스로도 자신이 원하는 걸 생각할 수 없고, 나도 상대방에게 내가 원하는 걸 생각하게 할 수 없어. 하지만 누군가를 잘 관찰할 수는 있어. 그러면 그가 무엇을 생각하거나 느끼는지 종종 상당히 정확하게 맞출 수 있어. 그러면 그가 다음 순간에 무엇을 할 것인지도 대개는 예측할 수 있지. 그건 아주 간단한 일이야. 다만 사람들이 모를 뿐이라고. 물론 훈련이 필요하긴 해.

데미안 | 헤르만 헤세, 김인순 저

리디북스에서 자세히 보기: https://ridibooks.com/books/1242000796 - P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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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자리에서 내 쪽을 한번 흘낏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나로 하여금 특이한 이야기나 기이한 격언에 주목하게 하는 데 충분했다. 또 데미안이 보내는 다른 눈길, 아주 특별한 눈길 하나만으로도 내게 경고하고 내 안에서 비판과 의혹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데미안 | 헤르만 헤세, 김인순 저

리디북스에서 자세히 보기: https://ridibooks.com/books/1242000796 - P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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