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동된 새끼양 다리로 남편을 살해한 후 여자는 경찰들에게 그 양고기를 먹여서 ‘흉기’를 감쪽같이 처리하지. 달의 이 아이디어가 썩 그럴싸하다면서도, 램비에이스는 의문을 제기했어. 과연 전업주부가 작품에 묘사된 방식으로 양 다리를 훌륭하게 요리할 수 있겠냐고. 해동도 시즈닝도 마리네이드도 안 하고 말이다. 그래 갖고서야 어디는 타고 어디는 설익은 질긴 고기가 되지 않겠어? 요리는(범죄도) 내 알 바 아니지만, 그렇게 꼬치꼬치 따지고 들면 전체 이야기가 흐트러지지. 어쨌든 이런 의구심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이 최종 목록에 선정된 이유가 있어. 내가 아는 어떤 여자애가 달의 작품 『제임스와 슈퍼 복숭아』를 아주 좋아했거든.

-알라딘 eBook <섬에 있는 서점> (개브리얼 제빈 지음, 엄일녀 옮김) 중에서 - P11

하이애니스1에서 앨리스 섬으로 가는 페리 안, 어밀리아 로먼은 손톱에 노란색 매니큐어를 바르고 칠이 마르기를 기다리면서 전임자의 메모를 훑어본다.

-알라딘 eBook <섬에 있는 서점> (개브리얼 제빈 지음, 엄일녀 옮김) 중에서 - P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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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천 개의 말로도 내 진짜 감정 하나를 붙잡지 못할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그림은 나에게 말이 아니라 ‘느낌’으로 다가섭니다. 그림 앞에 서면 나의 내면이 그 어느 때보다 솔직하게 드러나는 이유입니다.
결과적으로 그림은 스트레스를 풀어주고 마음을 편안하게 합니다.
이는 그림을 감상하는 사람들의 달라진 뇌파로도 확인되지요. 내 몸과 마음이 최상의 리듬을 찾게 되는 것입니다. - <그림의 힘>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80044 - P11

‘일-사람 관계-부와 재물-시간 관리-나 자신’
삶에서 가장 스트레스를 받고 또 가장 향상시키고픈 다섯 가지 영역입니다. 이 책에 실린 작품들은 오랜 기간 임상 현장에서 효과가 좋았던 명화들 중에서 엄선하여 구성했습니다.
사람들 사이의 관계에서 압박을 느끼던 이가 먼저 마음의 빗장을 열고, 온갖 스트레스로 머리가 복잡하던 직장인들은 평안과 자신감을 얻게 됩니다. 또한, 그림은 시간과 돈의 한계를 넘어 한 차원 높은 시선으로 나 자신을 바라보게 만들어줍니다. - <그림의 힘>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80044 - P13

원은 시작과 끝이 없는 선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점에서 ‘영원’을 상징하고, 공간을 둘러싸 그 안에 있는 것들을 보호하는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 원을 색칠하면서 사람들은 내면으로의 회귀와 만남을 충족시키는 것입니다. 만다라를 그리는 미술 치료는 임산부와 중년 주부, 직장인의 우울 등 여러 방면에 효과가 있음이 밝혀졌는데, 그만큼 원은 우리의 무의식에 깊이 닿아 있는 형태라고 하겠습니다. - <그림의 힘>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80044 - P29

이처럼 빨간색은 사람을 ‘업’시키는 효과가 있습니다. 눈으로 받아들인 광선이 시신경 자극을 통해 아드레날린을 분비시켜 혈액순환을 높이고, 혈압과 체온을 상승시키고, 신경조직을 자극합니다. 그래서 우울증 치료제를 일부러 빨간색으로 만들기도 합니다. - <그림의 힘>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80044 - P31

눈 먼 자를 위한 이 그림의 힘이라고 하면 세 가지가 있겠습니다.
먼저 한 가지에 매몰된 시선을 잠시 그림으로 돌려 코르티솔 수치를 낮추는 힘, 노랗고 붉은 난색 계열을 통해서 신체 에너지를 선사하는 힘, 그리고 한 가지 더, 작은 조력자의 존재를 통해 정서적 위안을 주는 힘이 있습니다. - <그림의 힘>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80044 - P43

아름답다고 평가했을 때는 뇌 전두엽 중에서도 보상계인 내측안와전두엽이 활성화되는 것이 관찰됐습니다. 보상계란 도파민dopamine 같은 신경전달물질을 통해 즐거움과 쾌락을 느끼는 뇌의 영역입니다. 시각으로 인지된 그림이 사람의 감정이나 심리 상태를 좌우하는 뇌에도 영향을 미쳐, 행복감을 불러일으킨다는 얘기입니다. - <그림의 힘>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80044 - P97

대인관계에 원만함을 보이는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색으로 주황을 많이 꼽지요. 빨간색처럼 강하지는 않으면서 우리에게 에너지를 주고, 노란색처럼 쾌활하면서 그보다는 편안함을 주기 때문입니다. - <그림의 힘>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80044 - P110

자꾸 사람들 사이에 내가 겉도는 것 같다면, 다른 사람들에게서 문제를 찾기 전에 먼저 나의 모습을 돌이켜보는 것은 어떨까요. 그들이 손 내밀기 어려운 철벽 같은 갑옷을 입고 있을지 모릅니다. - <그림의 힘>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80044 - P115

그림을 감상하며 마음이 편한 음악을 함께 들으면 더 효과가 좋습니다. 제가 추천하는 음악은 슈베르트Franz Schubert의 즉흥곡 2번 내림 A장조인데, 어떤 심상이 떠오르기보다는 투명한 음 자체를 즐길 수 있어서 그렇습니다. - <그림의 힘>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80044 - P120

미술창작과 감상에 관한 한 논문에 의하면, 예술가가 지닌 자아의 ‘리비도libido’는 자기 작품 속의 등장인물과 예술가 자신의 동일화를 이루게 합니다. - <그림의 힘>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80044 - P130

‘리비도’란 인간의 모든 행동 속에 숨어 있는 근원적 욕망을 뜻하는데, 그 리비도가 작품에서 사랑의 대상을 선택하고 발견하는 즐기기를 한다는 것입니다. - <그림의 힘>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80044 - P131

리비도의 추구와 전이라는 무의식적인 기능 하에서, 화가가 작품 속에 빠져들었듯이 우리도 무도회에서 행복해 하는 사람들과 합체되어 공감대를 형성하게 됩니다. 이것이 사람과 함께하고 싶어 하는 우리의 본능을 충족시켜주는 이 그림의 비밀이라고 하겠습니다. - <그림의 힘>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80044 - P131

우리는 돈에 대한 이해관계나 인간적 배신에 의해 참 많이 부대끼고 스트레스를 받기도 합니다. 사람에게 염증을 느낀다고 하죠. 하지만 이런 숭고한 사랑이야기를 접하게 될 때면, 또다시 사람을 믿어보고자 하는 마음이 고개를 드는 것 같습니다. - <그림의 힘>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80044 - P141

미워하는 일도 에너지 소모이기에 그렇습니다. 내게 불쾌감을 준 이미지를 몰아내기 위해 나의 몸은 포도당의 일부를 아드레날린 생산으로 돌립니다. 그 전까지는 몽땅 엔도르핀(즐겁게 웃을 때 몸에서 나오는 호르몬)을 생산하는 데 썼던 포도당이 줄어드니, 당연히 그만큼 불행해지죠. 그리고 그렇게 생산된 아드레날린을 소모하기 위해 소리를 지릅니다. 자기도 모르게 벌컥
화를 내고 이내 머리를 감싸는 것은 그래서입니다.
나는 화를 냄으로써 아드레날린을 발산하고 불쾌감을 해소했지만, 이제 상대방이 나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키우게 되죠. 미움의 악순환입니다. - <그림의 힘>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80044 - P152

돈과 행복의 관계를 조사한 『월스트리트저널Wall Street Journal』의 기사에 따르면 물건을 구매하기(소유)보다 무언가를 하는 편(경험)이 훨씬 더 큰 만족감을 주고, 수입과 상관없이 타인을 위해 돈을 쓸 때 더 큰 행복을 느낀다는 결과가 나타났다고 합니다. - <그림의 힘>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80044 - P187

아버지도 가장이라고 권위를 내세우거나 바깥일에 정신이 팔려 있지 않습니다. 편하게 앉아서 자기 아이들과 눈을 맞추고 옛날이야기를 읊어주고 있죠. 아이들도 아버지의 이야기에 푹 빠져 듣고 있고요. 아내가 둘러쓴 붉은 천과 주황색 죽이 따뜻한 분위기를 돋구어냅니다. ‘밖에서 돈을 벌어오는 집안의 기둥’이라는 부담스러운 타이틀이 아닌, - <그림의 힘>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80044 - P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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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결핍 이론이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이 이론을 지지한다.
이 이론에 따르면 우리가 서로 잘 지내지 못하는 이유는 관계 맺는 방법을 모르기 때문이다. 즉 인간관계에서 생기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필요한 기술이 부족하기 때문에 우리가 싸운다는 것이다. 우리는 자라면서 읽기, 쓰기, 셈하기를 배웠다. 그러나 인간관계에서 생기는 문제를 어떻게 푸는지, 어떻게 서로 소통하는지 가르쳐주는 수업은 전혀 받지 못했다. - <관계 수업>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7358337 - P7

다른 전문가들은 사실은 우리가 잘 지내려는 마음이 없기 때문에 잘 지내지 못한다고 말한다. 이것이 동기 부여 이론이다. 달리 말하면, 불편한 상대방과 좀더 친밀해지려는 동기가 없기 때문에 우리가 싸운다는 것이다. 싸우고 나면 뭐라도 남기 때문에, 우리는 적대감과 대립 관계로 끝나고 만다. 싸우는 것이 차라리 일정한 반응을 불러오므로, 결국 우리는 그 사람과 적대하고 갈등하는 관계에 빠지게 된다. - <관계 수업>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7358337 - P7

한편 이 분야의 이론 중에서는 남성과 여성이 천성적으로 다르다는 점에서 인간관계 갈등의 원인을 찾기도 한다. 이 이론은 데보라 태넌이 쓴 책 《남자를 화나게 하는 말 여자를 토라지게 하는 말》과 존 그레이가 쓴 책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 덕택에 유명해졌다. 두 저자들은 남성과 여성의 말이 근본적으로 다르기 때문에 서로 소통하지 못한다고 주장한다. 여성의 언어는 감정을 표현하는 데 주안점이 있는 반면에 남성의 언어는 문제 해결에 초점을 둔다는 것이다. - <관계 수업>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7358337 - P9

인지 이론에서 가장 흥미로운 점은 분노 혹은 관계에서 빚어지는 갈등이 궁극적으로는 정신적인 허상 때문에 일어난다는 입장이다. 달리 말해서, 우리가 누군가 싸움을 벌일 때 우리는 실제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것을 스스로 주입한다. 그렇지만 우리는 이렇게 자신을 속인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한다. 왜곡된 생각들이 자기충족적 예언self-fulfilling prophecies(미래에 대한 개인의 기대가 그 미래의 결과에 영향을 주는 경향성)으로 작용해서 아주 타당하게 여겨지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우리가 짜증을 느끼는 사람에게 일단 멍청이라고 낙인을 찍으면 그 사람을 멍청이로서 대한다. 그리하여 자기 생각이 옳았다고 믿으며, 그 사람은 실제로 멍청이가 되는 것이다. - <관계 수업>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7358337 - P10

일부 전문가들은 자존감 부족이 인간관계 문제를 일으키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즉 자신을 아끼고 존중하지 않으면 남을 사랑하는 일도 힘겨울 수밖에 없다고 한다. 자신에게서만 얻을 수 있는 것을 남에게 얻으려 하기 때문이다. 인지이론가들 중에도 이런 논리를 펴는 사람들이 매우 많다. 아이가 자존감을 키우며 자라면 그만큼 남에게 따뜻하고 믿음이 넘치는 관계를 발전시킬 수 있으며 성인이 되어서도 폭력, 범죄, 조직범죄 따위에 휩쓸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 <관계 수업>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7358337 - P11

한편 또 다른 전문가들은 인간관계 스트레스가 ‘관계 소진relation burnout’이라 불리는 또 다른 문제에서 생겨난다고 믿는다. 누군가와 관계가 불편할 때 부정적 측면은 언제나 더 악화되기 일쑤다. 가령 배우자끼리 헐뜯는 일이 심해지면 연애 때의 즐거운 유희는 중단하게 된다. 이윽고 결혼생활 자체가 골칫거리, 짜증, 외로움의 근원이 되고, 한때 느꼈던 기쁨과 애정은 사라지고 만다. 이쯤 되면 차라리 별거를 하거나 이혼을 하는 것이 바람직한 대안으로 여겨진다. - <관계 수업>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7358337 - P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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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죽음을 인지하게 되면서, 그 죽는다는 사실이 주는 두려움을 넘어서고자 인간은 행복과 의미를 추구하려는 갈망을 가지게 된다. 자신의 유한성과 죽음에 대해 인식하는 것은 중요하다. 관계에서의 불필요한 집착, 그럴듯해 보이는 그러나 허울뿐인 명예와 권력에의 집착, 그리고 진실이 부재한 가식적 관계의 감옥으로부터 자신을 끄집어내게 하기 때문이다. - <질문 빈곤 사회>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50204 - P290

그러나 궁극적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과의 관계’다. 그렇다. 행복의 추구는 인간으로서 필요한 보편적 차원의 조건들이 마련되는 것뿐 아니라, 궁극적으로 가장 중요한 조건인 함께 삶을 나누는 ‘사람과의 관계’에 수렴된다. 삶을 동반하는 사람과의 관계에서 진정한 나눔의 기쁨이 있는 삶이, 궁극적으로 중요한 행복의 조건이다. - <질문 빈곤 사회>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50204 - P293

나는 행복한가. 무엇이 나를 행복하게 하는가. 이 유한한 삶에서 나에게 행복의 경험과 의미를 주는 소중한 그리고 진정한 관계를 가꾸고 있는가. 이러한 물음과 씨름하면서 불필요한 집착과 욕망, 또는 진정성과 진실을 외면하는 가식적 삶의 감옥에서 조금씩 발을 빼는 연습을 과감히 해야 할 것이다.
- <질문 빈곤 사회>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50204 - P294

우리 모두 죽음을 향해 가는 존재다. 이 삶을 매듭짓기 직전에 진정한 행복을 외면해 온 삶을 후회하는 것은 이미 너무나 늦은 치명적 손해가 아닌가. - <질문 빈곤 사회>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50204 - P295

보이는 또는 보이지 않는 무수한 사람들의 손길에 의해서 우리의 일상적 삶이 유지되었다는 사실이 새삼스럽게 보이는 것이었다. 우리는 뉴노멀의 일상을 보내면서 그동안 당연하게 받아들이며 그 의미조차 생각하지 못했던 소중한 가치를 다시 찾아내고 놓치지 말아야 한다. - <질문 빈곤 사회>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50204 - P299

첫째, 존중의 가치다. 존중의 가치란 내가 만나는 무수한 타자들을 나와 평등한 동료 인간으로 생각하며 존중하는 것이다. - <질문 빈곤 사회>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50204 - P299

둘째, 인내의 가치다. 인내란 기다려주는 것을 의미한다. 타자들과 만나고, 대화하고, 개입하면서 우리는 종종 나 자신의 기대나 방식과 다른 것을 경험한다. 그러면 즉각적으로 실망을 표현한다. 타자만이 아니다. 자신에 대한 무수한 실망은 좌절감으로 이어진다. 자신과 타자에게 인내하는 것은 기다려주고, 새로운 관계 형성을 위한 노력을 포기하지 않는 것이다. - <질문 빈곤 사회>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50204 - P300

셋째, 정직의 가치다. 팬데믹의 위기를 거치면서 우리는 코로나19 때문에 야기되는 불안감만이 아니라, 내면 세계에 도사리고 있는 다층적인 감정들과 씨름해야 했다. 두려움, 불안감, 슬픔, 비탄과 상실 등은 인간 보편의 감정들이다. 표면적으로 보면 모든 것을 다 갖추어서 마냥 행복할 것 같은 사람들도 사실상 내면에는 이러한 감정과 힘들게 씨름해야 한다. 또한 늘 행복하고 아무 문제가 없는 것처럼 자신을 설정하는 ‘가식의 삶’으로부터 벗어나는 연습을 해야 한다. 동시에 자신과 연결된 타자들의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정직의 가치를 실천하는 연습을 해야 한다. - <질문 빈곤 사회>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50204 - P301

넷째, 친절의 가치다. 우리의 인간됨을 실천하는 것은 거창한 명제나 행동만이 아니다. 친절과 같이 아주 사소한 것 같은 것에서 시작된다. 그렇다고 해서 백화점 직원들이 손님에게 보이는 인위적 감정노동으로서의 친절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한 인간으로 다른 인간에게 가지는 배려이며, 우리 주변에 존재하는 무수한 타자들을 향한 고마움의 미소와 몸짓이다. - <질문 빈곤 사회>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50204 - P301

다섯째, 연민의 가치다. 연민이란 동정과 다르다. 동정은 ‘불쌍하게 여김’의 감정이다. 물론 누군가를 불쌍하게 여기는 것에 잘못된 것은 없다. 그러나 그 감정은 동정하는 사람과 받는 사람 사이에 윤리적 위계를 의식적·무의식적으로 형성한다. 동정받는 사람은 ‘어쨌든’ 존재의 사다리에서 아래에 있는 사람이다. 그러나 연민은 ‘함께 고통함’의 감정이다. 어려움 속에 있는 사람의 아픔과 상실에 함께하고, 그 고통의 원인에 ‘왜’를 물으면서 연대하게 된다. 연민의 가치는 모든 인간을 평등하게 보는 인식에 토대를 두고 있다. 그래서 그 어떤 종류의 윤리적 위계도 존재하지 않는다. 누군가가 겪은 아픔이나 어려움이 ‘왜’ 생기는가에 관심을 갖고 그들이 겪는 어려움을 함께 넘어서기 위하여 다층적으로 연대하는 것이다. - <질문 빈곤 사회>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50204 - P302

종교는 가식의 삶을 영적으로 포장하고, 소셜 미디어는 장밋빛 이미지들로 포장하여 전시한다. - <질문 빈곤 사회>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50204 - P306

포장·전시하는 가식의 삶은 존재의 병이다. 그렇기에 그 병이 들면 ‘마음의 심장’은 서서히 파괴된다. 포장·전시하는 삶을 던져버리고, "나는 잘 지내고 있지 못해(아이 엠 낫 파인/ I am NOT fine)"를 받아들이고, 새로운 삶을 구상하는 용기를 작동시키기 시작할 때, 그때 비로소 치유가 시작된다. - <질문 빈곤 사회>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50204 - P310

‘나’의 생존과 행복한 삶이 무수한 ‘너’의 삶과 분리될 수 없다. 그런데 이렇게 현대 세계의 가장 중요한 과제인 ‘함께-살아감’을 위해서 우리에게 우선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자크 데리다에 따르면 ‘연민’이다. 연민이야말로 ‘함께 살아감’의 가장 근원적 존재방식이다. - <질문 빈곤 사회>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50204 - P313

‘연민’의 영어 compassion은 ‘함께 고통한다’를 의미한다. 즉 연민이란 나의 존재는 타자의 존재와 분리할 수 없으며, 타자의 고통에 함께하는 것은 나의 고통에 타자가 함께함을 나타내기도 한다. - <질문 빈곤 사회>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50204 - P313

반면 연민은 동정과는 달리 공평성, 정의 그리고 상호의존성의 가치들에 근거해 있다. - <질문 빈곤 사회>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50204 - P314

데리다는 ‘함께 살아감’에 있어서 가장 근원적인 방식으로서의 연민이란, 타자의 고통에 함께함으로써 정의가 무엇인지 말할 수 있게 되며, ‘연대’로 이어지는 구체적인 효과가 있다고 본다. 연민과 연대가 분리불가능한 이유이다. - <질문 빈곤 사회>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50204 - P314

따라서 생명이 생명 되게 하기 위해 필요한 다양한 삶의 조건에 관심을 두는 것이 진정한 생명돌봄이라고 규정할 때, 생명돌봄이란 종교·정치·경제·사회·문화 등 다양한 차원의 문제들에 관심을 둬야 한다는 것이다. - <질문 빈곤 사회>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50204 - P323

크리스마스 전통은 네 가지 중요한 보편 가치를 담고 있다. 희망, 평화, 기쁨 그리고 사랑이다. 예수가 추구하고, 가르치고, 실천하고자 한 가치들이다. - <질문 빈곤 사회>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50204 - P332

크리스마스라는 절기가 상징하는 ‘사랑’의 가치는 희망, 평화 그리고 기쁨의 가치와 연결되어 그 정점을 이룬다. 이 세계와 인간에 대한 사랑을 이루기 위해 신이 스스로 인간이 되어 예수로 태어났다는 것을 상징하는 크리스마스의 의미는, 포괄적인 ‘사랑’의 메시지이다. - <질문 빈곤 사회>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50204 - P336

희망, 평화, 기쁨 그리고 사랑이라는 가치는 서로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으며, 분리해서 생각해서는 안 된다. 크리스마스는 이러한 소중한 가치를 ‘예수의 탄생’이라는 상징과 함께 재조명하고, 재창출하는 절기다. 결국 나의 삶이란 무수한 너의 삶과 연결되어 있다. 크리스마스를 축하하고자 한다면 코로나 위기 한가운데서 희망이 아닌 절망, 평화가 아닌 폭력과 차별, 기쁨이 아닌 비통함과 고통, 그리고 사랑이 아닌 혐오를 경험하고 있는 이들이 누구인지 둘러보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코로나 크리스마스’를 넘어서서 진정한 크리스마스를 맞이하게 하는 백신이란 희망, 평화, 기쁨 그리고 사랑의 구체적 제도화와 실천을 통해서일 뿐이다. - <질문 빈곤 사회>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50204 - P337

1942년에 나온 사실주의 화가 에드워드 호퍼Edward Hopper의 〈밤을 지새우는 사람들(Nighthawks)〉은 인간이 느끼는 외로움과 고립의 감정을 담담하게 담아내고 있다. - <질문 빈곤 사회>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50204 - P338

외로움과 고독의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 외로움은 세상이나 주변 사람들뿐 아니라 자신으로부터도 소외되는 것이다. 반면 고독이란 ‘자기 자신과 함께 있음’의 상태이다. 동시에 이 세계와 타자와의 관계를 유지한다. 모든 사유는 바로 고독의 공간에서만이 가능하다. 고독은 ‘나와 나 자신과의 대화’를 가능하게 하며, 그 대화가 바로 사유의 시작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고독의 공간에서의 사유란 왜 중요한가. - <질문 빈곤 사회>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50204 - P342

그 사유를 통해서 올바른 판단을 하고, 그 판단을 통해 개인적 또는 사회적 행동을 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유-판단-행동’의 사이클을 가능하게 하는 기본적인 자리는 바로 ‘고독’의 시공간을 확보하는 것이다. - <질문 빈곤 사회>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50204 - P343

알베르 카뮈Albert Camus는 그의 저서 《시시포스의 신화》에서 "자살이야말로 가장 진지한 철학적 주제"라고 한다. 카뮈에 따르면 인간 대부분은 자신의 삶을 ‘내일을 향한 희망’ 위에 구축한다. 그러나 다가오는 ‘내일’이란 결국 ‘죽음’에 우리를 더 가깝게 가져가게 할 뿐이다. 모든 것이 불확실성 속에 있지만, 유일한 확실성을 담보하는 것은 우리가 모두 ‘죽음을 향한 존재’라는 것이다. - <질문 빈곤 사회>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50204 - P346

나의 거실에 있는 이 포스터에 나오는 〈라헬 반하겐의 일기〉(1810년 3월 11일) 중 한 구절은, 내게 이러한 용기와 치열성의 소중함을 상기시키곤 한다.
 
당신은 무엇을 하는가?
나는 삶이 비처럼 나 자신에게 쏟아지게 하련다. - <질문 빈곤 사회>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50204 - P351

타자들의 죽음은 ‘나’의 죽음을 품고 있다. 그래서 그러한 죽음들이 ‘나’를 이 삶으로 소환하는 것이다. 그 죽음들을 기억하고 애도한다는 것은, ‘문제없는 삶’에 대한 동경과 기다림이 아니다. 오히려 ‘어떠한’ 문제들과 씨름하면서 나의 삶을 살 것인가, 라는 근원적 물음들을 용감하게, 그리고 단호하게 마주하는 것이기도 하다. ‘나’는 어떠한 문제들과 씨름하며 살 것인가. 이 근원적 물음과 매일 대면하는 것은, 우리의 살아있음의 과제이다. - <질문 빈곤 사회>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50204 - P351

매년 달력을 새롭게 바꾸는 존재는 이 세계에서 인간뿐이다. 인간이 동물과 다른 점 중의 하나는 시간 개념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과거, 현재, 미래라는 인식을 통해서 인간은 자신의 죽음성을 인식하게 되었고 철학과 종교의 출현을 가능하게 했다. - <질문 빈곤 사회>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50204 - P353

많은 철학자가 인간의 ‘죽음성(mortality)’을 중요한 철학적 주제로 삼은 반면, 한나 아렌트는 ‘탄생성(natality)’을 중요한 개념으로 삼는다. 아렌트는 탄생성을 ‘사실적(factual) 탄생성’, ‘정치적(political) 탄생성’, ‘이론적(theoretical) 탄생성’으로 나눈다. 여기에서 사실적 탄생성은 생물학적 탄생을 의미하며 인간이든 동물이든 생명을 지닌 존재들에게 일어나는 현상이다. 그런데 인간을 동물과 다르게 만드는 것은 정치적 탄생성과 이론적 탄생성이다. - <질문 빈곤 사회>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50204 - P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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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여러 분야의 인문학이 지향하고자 하는 가치가 있다면 그것은 다양한 젠더, 인종, 종교, 장애, 나이, 국적, 성적 지향을 지닌 ‘모든’ 사람이 평등한 존재로 존중받는 세계를 가능하게 하는 ‘다양성의 존중’이다. - <질문 빈곤 사회>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50204 - P276

한국 사회의 가장 치명적인 사회적 질병은 다양성의 가치를 포용하지 못하고, 동질성의 가치를 절대화하는 것이다. 나와 ‘다름’은 곧 ‘나쁜 것’으로 간주하면서 내 편-네 편, 또는 정상-비정상의 이분화된 이데올로기가 공기처럼 사회 곳곳에 퍼져있다. - <질문 빈곤 사회>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50204 - P277

민주주의를 보호하는 장치인 표현의 자유가, 오히려 민주주의의 뿌리를 공격하는 ‘자가면역의 딜레마’를 경험하게 되었다. 자가면역성은 스스로를 보호하기도 하지만, 오히려 자신에게 해를 가하기도 하는 상충적 기능을 지닌다. - <질문 빈곤 사회>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50204 - P278

자크 데리다는 "함께-잘-살아감(living-well-together)"이라고 한다. 너무나 당연해서 상투적으로 들릴 수 있다. 그런데 이 당연한 듯한 말이 구체적인 현실 세계에 들어오면 복잡하고 심오한 의미를 지닌다. - <질문 빈곤 사회>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50204 - P280

1999년 유대인인 바렌보임과 팔레스타인 출신 학자이자 뉴욕 컬럼비아 대학교의 영문학 교수였던 에드워드 사이드Edward Said는 이집트, 이란, 이스라엘, 요르단, 레바논, 팔레스타인, 시리아 그리고 스페인 배경을 가진 청년들을 단원으로 하는 오케스트라를 함께 창단했다. 사이드는 학자로서만이 아니라 행동하는 지성인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음악 평론가이기도 하며 콘서트 피아니스트를 꿈꿨던 사람이다. 바렌보임과 사이드는 오케스트라의 이름을 괴테의 시에 등장하는 구절을 따서 <웨스트-이스턴 디반 오케스트라(West-Eastern Divan Orchestra)>로 명명했다. - <질문 빈곤 사회>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50204 - P283

이러한 소수의 존재가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상이한 입장을 지닌 이들의 평화로운 공존을 가능하게 한다. ‘일치’란 모두가 똑같이 행동하고, 똑같이 생각하는 ‘동질성의 늪’으로 빠지는 것이 아니다. ‘진정한 일치’란 서로가 지닌 상이한 입장을 인내심 있게 듣고, 토론하고, 차이를 좁혀나가는 지난한 노력을 포기하지 않고 그 긴장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포용과 포괄의 원을 확장하는 ‘목적’에 동조하는 ‘일치’다. - <질문 빈곤 사회>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50204 - P285

인류의 역사는 ‘불가능한 질문’과 씨름하던 소수에 의해서 새로운 장을 열었다. - <질문 빈곤 사회>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50204 - P2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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