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죽음을 인지하게 되면서, 그 죽는다는 사실이 주는 두려움을 넘어서고자 인간은 행복과 의미를 추구하려는 갈망을 가지게 된다. 자신의 유한성과 죽음에 대해 인식하는 것은 중요하다. 관계에서의 불필요한 집착, 그럴듯해 보이는 그러나 허울뿐인 명예와 권력에의 집착, 그리고 진실이 부재한 가식적 관계의 감옥으로부터 자신을 끄집어내게 하기 때문이다. - <질문 빈곤 사회>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50204 - P290
그러나 궁극적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과의 관계’다. 그렇다. 행복의 추구는 인간으로서 필요한 보편적 차원의 조건들이 마련되는 것뿐 아니라, 궁극적으로 가장 중요한 조건인 함께 삶을 나누는 ‘사람과의 관계’에 수렴된다. 삶을 동반하는 사람과의 관계에서 진정한 나눔의 기쁨이 있는 삶이, 궁극적으로 중요한 행복의 조건이다. - <질문 빈곤 사회>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50204 - P293
나는 행복한가. 무엇이 나를 행복하게 하는가. 이 유한한 삶에서 나에게 행복의 경험과 의미를 주는 소중한 그리고 진정한 관계를 가꾸고 있는가. 이러한 물음과 씨름하면서 불필요한 집착과 욕망, 또는 진정성과 진실을 외면하는 가식적 삶의 감옥에서 조금씩 발을 빼는 연습을 과감히 해야 할 것이다. - <질문 빈곤 사회>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50204 - P294
우리 모두 죽음을 향해 가는 존재다. 이 삶을 매듭짓기 직전에 진정한 행복을 외면해 온 삶을 후회하는 것은 이미 너무나 늦은 치명적 손해가 아닌가. - <질문 빈곤 사회>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50204 - P295
보이는 또는 보이지 않는 무수한 사람들의 손길에 의해서 우리의 일상적 삶이 유지되었다는 사실이 새삼스럽게 보이는 것이었다. 우리는 뉴노멀의 일상을 보내면서 그동안 당연하게 받아들이며 그 의미조차 생각하지 못했던 소중한 가치를 다시 찾아내고 놓치지 말아야 한다. - <질문 빈곤 사회>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50204 - P299
첫째, 존중의 가치다. 존중의 가치란 내가 만나는 무수한 타자들을 나와 평등한 동료 인간으로 생각하며 존중하는 것이다. - <질문 빈곤 사회>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50204 - P299
둘째, 인내의 가치다. 인내란 기다려주는 것을 의미한다. 타자들과 만나고, 대화하고, 개입하면서 우리는 종종 나 자신의 기대나 방식과 다른 것을 경험한다. 그러면 즉각적으로 실망을 표현한다. 타자만이 아니다. 자신에 대한 무수한 실망은 좌절감으로 이어진다. 자신과 타자에게 인내하는 것은 기다려주고, 새로운 관계 형성을 위한 노력을 포기하지 않는 것이다. - <질문 빈곤 사회>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50204 - P300
셋째, 정직의 가치다. 팬데믹의 위기를 거치면서 우리는 코로나19 때문에 야기되는 불안감만이 아니라, 내면 세계에 도사리고 있는 다층적인 감정들과 씨름해야 했다. 두려움, 불안감, 슬픔, 비탄과 상실 등은 인간 보편의 감정들이다. 표면적으로 보면 모든 것을 다 갖추어서 마냥 행복할 것 같은 사람들도 사실상 내면에는 이러한 감정과 힘들게 씨름해야 한다. 또한 늘 행복하고 아무 문제가 없는 것처럼 자신을 설정하는 ‘가식의 삶’으로부터 벗어나는 연습을 해야 한다. 동시에 자신과 연결된 타자들의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정직의 가치를 실천하는 연습을 해야 한다. - <질문 빈곤 사회>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50204 - P301
넷째, 친절의 가치다. 우리의 인간됨을 실천하는 것은 거창한 명제나 행동만이 아니다. 친절과 같이 아주 사소한 것 같은 것에서 시작된다. 그렇다고 해서 백화점 직원들이 손님에게 보이는 인위적 감정노동으로서의 친절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한 인간으로 다른 인간에게 가지는 배려이며, 우리 주변에 존재하는 무수한 타자들을 향한 고마움의 미소와 몸짓이다. - <질문 빈곤 사회>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50204 - P301
다섯째, 연민의 가치다. 연민이란 동정과 다르다. 동정은 ‘불쌍하게 여김’의 감정이다. 물론 누군가를 불쌍하게 여기는 것에 잘못된 것은 없다. 그러나 그 감정은 동정하는 사람과 받는 사람 사이에 윤리적 위계를 의식적·무의식적으로 형성한다. 동정받는 사람은 ‘어쨌든’ 존재의 사다리에서 아래에 있는 사람이다. 그러나 연민은 ‘함께 고통함’의 감정이다. 어려움 속에 있는 사람의 아픔과 상실에 함께하고, 그 고통의 원인에 ‘왜’를 물으면서 연대하게 된다. 연민의 가치는 모든 인간을 평등하게 보는 인식에 토대를 두고 있다. 그래서 그 어떤 종류의 윤리적 위계도 존재하지 않는다. 누군가가 겪은 아픔이나 어려움이 ‘왜’ 생기는가에 관심을 갖고 그들이 겪는 어려움을 함께 넘어서기 위하여 다층적으로 연대하는 것이다. - <질문 빈곤 사회>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50204 - P302
종교는 가식의 삶을 영적으로 포장하고, 소셜 미디어는 장밋빛 이미지들로 포장하여 전시한다. - <질문 빈곤 사회>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50204 - P306
포장·전시하는 가식의 삶은 존재의 병이다. 그렇기에 그 병이 들면 ‘마음의 심장’은 서서히 파괴된다. 포장·전시하는 삶을 던져버리고, "나는 잘 지내고 있지 못해(아이 엠 낫 파인/ I am NOT fine)"를 받아들이고, 새로운 삶을 구상하는 용기를 작동시키기 시작할 때, 그때 비로소 치유가 시작된다. - <질문 빈곤 사회>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50204 - P310
‘나’의 생존과 행복한 삶이 무수한 ‘너’의 삶과 분리될 수 없다. 그런데 이렇게 현대 세계의 가장 중요한 과제인 ‘함께-살아감’을 위해서 우리에게 우선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자크 데리다에 따르면 ‘연민’이다. 연민이야말로 ‘함께 살아감’의 가장 근원적 존재방식이다. - <질문 빈곤 사회>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50204 - P313
‘연민’의 영어 compassion은 ‘함께 고통한다’를 의미한다. 즉 연민이란 나의 존재는 타자의 존재와 분리할 수 없으며, 타자의 고통에 함께하는 것은 나의 고통에 타자가 함께함을 나타내기도 한다. - <질문 빈곤 사회>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50204 - P313
반면 연민은 동정과는 달리 공평성, 정의 그리고 상호의존성의 가치들에 근거해 있다. - <질문 빈곤 사회>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50204 - P314
데리다는 ‘함께 살아감’에 있어서 가장 근원적인 방식으로서의 연민이란, 타자의 고통에 함께함으로써 정의가 무엇인지 말할 수 있게 되며, ‘연대’로 이어지는 구체적인 효과가 있다고 본다. 연민과 연대가 분리불가능한 이유이다. - <질문 빈곤 사회>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50204 - P314
따라서 생명이 생명 되게 하기 위해 필요한 다양한 삶의 조건에 관심을 두는 것이 진정한 생명돌봄이라고 규정할 때, 생명돌봄이란 종교·정치·경제·사회·문화 등 다양한 차원의 문제들에 관심을 둬야 한다는 것이다. - <질문 빈곤 사회>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50204 - P323
크리스마스 전통은 네 가지 중요한 보편 가치를 담고 있다. 희망, 평화, 기쁨 그리고 사랑이다. 예수가 추구하고, 가르치고, 실천하고자 한 가치들이다. - <질문 빈곤 사회>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50204 - P332
크리스마스라는 절기가 상징하는 ‘사랑’의 가치는 희망, 평화 그리고 기쁨의 가치와 연결되어 그 정점을 이룬다. 이 세계와 인간에 대한 사랑을 이루기 위해 신이 스스로 인간이 되어 예수로 태어났다는 것을 상징하는 크리스마스의 의미는, 포괄적인 ‘사랑’의 메시지이다. - <질문 빈곤 사회>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50204 - P336
희망, 평화, 기쁨 그리고 사랑이라는 가치는 서로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으며, 분리해서 생각해서는 안 된다. 크리스마스는 이러한 소중한 가치를 ‘예수의 탄생’이라는 상징과 함께 재조명하고, 재창출하는 절기다. 결국 나의 삶이란 무수한 너의 삶과 연결되어 있다. 크리스마스를 축하하고자 한다면 코로나 위기 한가운데서 희망이 아닌 절망, 평화가 아닌 폭력과 차별, 기쁨이 아닌 비통함과 고통, 그리고 사랑이 아닌 혐오를 경험하고 있는 이들이 누구인지 둘러보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코로나 크리스마스’를 넘어서서 진정한 크리스마스를 맞이하게 하는 백신이란 희망, 평화, 기쁨 그리고 사랑의 구체적 제도화와 실천을 통해서일 뿐이다. - <질문 빈곤 사회>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50204 - P337
1942년에 나온 사실주의 화가 에드워드 호퍼Edward Hopper의 〈밤을 지새우는 사람들(Nighthawks)〉은 인간이 느끼는 외로움과 고립의 감정을 담담하게 담아내고 있다. - <질문 빈곤 사회>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50204 - P338
외로움과 고독의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 외로움은 세상이나 주변 사람들뿐 아니라 자신으로부터도 소외되는 것이다. 반면 고독이란 ‘자기 자신과 함께 있음’의 상태이다. 동시에 이 세계와 타자와의 관계를 유지한다. 모든 사유는 바로 고독의 공간에서만이 가능하다. 고독은 ‘나와 나 자신과의 대화’를 가능하게 하며, 그 대화가 바로 사유의 시작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고독의 공간에서의 사유란 왜 중요한가. - <질문 빈곤 사회>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50204 - P342
그 사유를 통해서 올바른 판단을 하고, 그 판단을 통해 개인적 또는 사회적 행동을 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유-판단-행동’의 사이클을 가능하게 하는 기본적인 자리는 바로 ‘고독’의 시공간을 확보하는 것이다. - <질문 빈곤 사회>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50204 - P343
알베르 카뮈Albert Camus는 그의 저서 《시시포스의 신화》에서 "자살이야말로 가장 진지한 철학적 주제"라고 한다. 카뮈에 따르면 인간 대부분은 자신의 삶을 ‘내일을 향한 희망’ 위에 구축한다. 그러나 다가오는 ‘내일’이란 결국 ‘죽음’에 우리를 더 가깝게 가져가게 할 뿐이다. 모든 것이 불확실성 속에 있지만, 유일한 확실성을 담보하는 것은 우리가 모두 ‘죽음을 향한 존재’라는 것이다. - <질문 빈곤 사회>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50204 - P346
나의 거실에 있는 이 포스터에 나오는 〈라헬 반하겐의 일기〉(1810년 3월 11일) 중 한 구절은, 내게 이러한 용기와 치열성의 소중함을 상기시키곤 한다. 당신은 무엇을 하는가? 나는 삶이 비처럼 나 자신에게 쏟아지게 하련다. - <질문 빈곤 사회>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50204 - P351
타자들의 죽음은 ‘나’의 죽음을 품고 있다. 그래서 그러한 죽음들이 ‘나’를 이 삶으로 소환하는 것이다. 그 죽음들을 기억하고 애도한다는 것은, ‘문제없는 삶’에 대한 동경과 기다림이 아니다. 오히려 ‘어떠한’ 문제들과 씨름하면서 나의 삶을 살 것인가, 라는 근원적 물음들을 용감하게, 그리고 단호하게 마주하는 것이기도 하다. ‘나’는 어떠한 문제들과 씨름하며 살 것인가. 이 근원적 물음과 매일 대면하는 것은, 우리의 살아있음의 과제이다. - <질문 빈곤 사회>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50204 - P351
매년 달력을 새롭게 바꾸는 존재는 이 세계에서 인간뿐이다. 인간이 동물과 다른 점 중의 하나는 시간 개념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과거, 현재, 미래라는 인식을 통해서 인간은 자신의 죽음성을 인식하게 되었고 철학과 종교의 출현을 가능하게 했다. - <질문 빈곤 사회>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50204 - P353
많은 철학자가 인간의 ‘죽음성(mortality)’을 중요한 철학적 주제로 삼은 반면, 한나 아렌트는 ‘탄생성(natality)’을 중요한 개념으로 삼는다. 아렌트는 탄생성을 ‘사실적(factual) 탄생성’, ‘정치적(political) 탄생성’, ‘이론적(theoretical) 탄생성’으로 나눈다. 여기에서 사실적 탄생성은 생물학적 탄생을 의미하며 인간이든 동물이든 생명을 지닌 존재들에게 일어나는 현상이다. 그런데 인간을 동물과 다르게 만드는 것은 정치적 탄생성과 이론적 탄생성이다. - <질문 빈곤 사회>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50204 - P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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