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물거리는 것은 퇴색 때문은 아니라고, 살바도르의 〈기억의 영속〉에서처럼 시간이란 게 기억을 늘어지게 하는 것만은 아니라고, 살아간다는 것이 팔랑거리던 나비의 꽁무니를 쫓아 초록 들판 위를 뛰어다니던 어릴 적 장난질과 다를 바 없는 것이라고 애써 위안한다. - <뉴욕읽기, 뉴욕일기>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56366 - P65

모마에 전시되어 있는 살바도르 달리의 작품 〈기억의 영속〉은 기억이란 것과 삶에 대해, 그리고 그것의 영속에 대해 풀 수 없을 것 같은 질문을 던진다. 그 답을 대충 더듬거려 얼버무리자니 스스로의 얕은 지식이 드러날 것 같아 부끄럽기 그지없다. - <뉴욕읽기, 뉴욕일기>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56366 - P66

알려진 바와 같이 맨해튼은 1811년 기존의 도로와 주택을 철거하면서 남에서 북으로 잇는 길인 애비뉴(Avenue)와 동에서 서로 잇는 길인 스트리트(Street)를 중심으로 구획을 나누어 개발한 계획도시이다. - <뉴욕읽기, 뉴욕일기>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56366 - P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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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블로 피카소와 더불어 20세기 최고의 화가라는 칭송을 받고 있는 샤갈의 그림 중에 김춘수 님 시의 모티브가 된 작품은 〈비테브스크에서(Over Vitebsk)〉이다. 샤갈은 이 제목의 작품을 몇 가지 버전으로 남겼는데 그중에서 뉴욕현대미술관(MoMA)이 소장하고 있는 작품이 가장 완성도가 높다고 알려져 있다. - <뉴욕읽기, 뉴욕일기>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56366 - P53

클로이스터는 라틴어의 claustrum이 어원으로 영어에서는 인클로저(enclosure)를 뜻하는 단어이다. 사전적 의미에서의 인클로저는 ‘안전상의 목적으로 판자나 봉을 이용해 어떤 범위를 격리하는 구조물’을 뜻한다. 또한 역사적으로는 15세기 중엽 이후 영국의 지주계급에서 자행된 개방지나 공유지, 심지어 가난한 서민의 땅 중에서 소유권이 분명치 않은 땅에 돌이나 나무로 경계를 둘러싸서 자신들의 사유지로 만들어 버리는 탐욕적인 행위를 일컫는 단어이기도 하다. - <뉴욕읽기, 뉴욕일기>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56366 - P60

라틴어 어원인 claustrum은 독일어에서 수도원(monastery)의 환유적인 이름(metonymic name)으로 사용되고 있는데 여기에서 환유란 어떤 사물에 대해 그것의 속성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다른 낱말을 빌려서 표현하는 것을 뜻한다. - <뉴욕읽기, 뉴욕일기>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56366 - P60

클로이스터라는 말이 지닌 ‘수도원’의 의미에서는 세상의 위험으로부터 안전과 신앙을 지키는 구조물이란 긍정적 의미와 중세 시기에 가난한 대중의 땅을 약탈하는 힘 있는 자들의 행위에 대한 부정적 의미를 함께 찾아볼 수 있다. 따라서 클로이스터는 대중과 신앙을 보호하려는 수도원이 되기도 하고 대중을 약탈하고 자신만의 벽을 쌓아 올린 종교 집단과 권력자의 힘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 - <뉴욕읽기, 뉴욕일기>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56366 - P60

뉴욕현대미술관(MoMA)을 즐기는 것은 뉴욕을 살아가는 이에게 주어진 신성한 의무이자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절대적인 특권이다. - <뉴욕읽기, 뉴욕일기>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56366 - P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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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어 ‘미카사 수카사Mi casa es su casa’는 ‘이 집은 너의 집과 다름없어. 네 집처럼 편안하게 놀면서 즐겨도 돼’라는 의미다. 영어로 ‘Make yourself at home’ 또는 ‘My house is your house’의 의미와 유사하다. 자기 집에 누군가를 초대할 때 ‘이 집은 내 집이야. 절대 네 집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적당히 지내다 가라’라고 말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 <울다가 웃었다>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60109 - P44

물론 너무 부풀리면 상대가 어색해하거나 불편해할 수 있으니, 적당한 선을 지키는 건 필요하다. ‘적당한 선을 지킨 농담’을 나는 ‘매너와 위트를 갖춘 침소봉대’라 부른다. 생각해보자. 살짝 부풀려 생각하고 말할 때 인생이 즐거워지지 않나? 조금 부풀려진 귀여운 농담 속에 일상을 회복하는 힘이 있다고 믿는다. - <울다가 웃었다>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60109 - P56

칭찬에 반응해주는 건 칭찬해주는 사람에 대한 예의다. 그래도 적당한 겸손은 필요하다. - <울다가 웃었다>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60109 - P63

나는 ‘투 머치 하다’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무언가를 하면 꾸준히, 성실히 하고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를 좋아한다. 도중에 그만두는 법이 없다. - <울다가 웃었다>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60109 - P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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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측면에서 보았을 때 고골을 비롯해 러시아인들에게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작품이 푸시킨의 「청동 기마상」(1833)이다. 18세기를 지나는 동안 거의 언제나 상트페테르부르크는 적대적인 자연을 정복하고, 질서 정연하며, 안정되고 아름다운 도시를 건설한 인간 정신의 독창성과 표트르 대제의 비전을 기리는 기념비로 찬양됐다. - <코·외투·광인일기·감찰관>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3070075 - P30

군대에 입소한 신병이라면 전 세계 어디서나 복무 첫날 배우는 것, 즉 상사의 계급을 존경하는 것이지 계급을 단 사람을 존경하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지 못한다. 왕이나 장군이 된다는 것은 계급 그 자체가 되어 인간으로서 존재하기를 그치게 될 위험을 내포한다. 바로 이것이 포프리신의 무시무시한 발견이며 고골이 초기에 쓴 미완성 희곡에 담긴 광기의 정의이기도 하다.* 따라서 우리는 계급이 「외투」에서 아카키 아카키예비치의 외투가 기능하는 것과 같은 작용을 한다고 말할 수 있다. 외투나 계급은 곧 두 번째 자아로서, 이것을 잃어버리면 첫 번째 자아를 인식할 수 없고 그것은 결국 존재하지 않는 상태가 된다. 외투를 갖게 된 아카키 아카키예비치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를 놀리고 못 살게 굴던 동료들과 대등한 위치에 선다. 외투는 그가 타인을 막 대하거나 생색내도록 하는 물건이라기보다 인간으로서의 권위를 부여해 주는 힘을 상징한다. 그러나 그가 자신과 같은 초라한 필경사를 만났을 때 그의 동료들이 그에게 했던 것과 같은 행동을 안 한다는 보장은 없다. - <코·외투·광인일기·감찰관>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3070075 - P37

고골이 작가로 첫발을 내디뎠을 때는 유럽과 러시아의 지성사 또는 문화사에서 ‘리얼리즘’이 발달하던 시기와 맞물린다. 그전에는 감상주의와 낭만주의 영향 아래 내면을 향해 침잠해 들어갔다면 리얼리즘은 시선을 바깥으로 돌리려는 열망에 부응해 탄생했다. 그래서 세상을 있는 그대로, 가능한 한 상세히 기록하고자 했다. 고골은 일찌감치 이 같은 새로운 요구에 부응한 러시아 작가 중 하나였다. - <코·외투·광인일기·감찰관>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3070075 - P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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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미래의 꿈 이야기를 나누거나 매일 밤 꿈을 꾸는 것을 좋아한다. - <울다가 웃었다>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60109 - P20

"왜 울어?"라고 딸이 물으니, 엄마가 "이제 나이가 들어 길도 잘 못 찾겠다"라고 말했다. 이 사연을 읽는 순간, 그때 생각이 나서 오열했다. - <울다가 웃었다>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60109 - P24

그때부터 기다림을 배웠는지도 모르겠다. 달이랑 친해진 것도 그때쯤이었다. 일주일 중 하루 엄마를 꼭 껴안고 잠들었다가 일요일에 엄마랑 긴 하루를 보내고 난 뒤 저녁 8시 막차를 탔다. 기차 맨 끝 칸에 앉아 창밖에서 손을 흔드는 엄마를 보면서 눈물을 쏟아냈다. 식당을 운영한 지 1년이 지나고 엄마는 울산으로 돌아왔지만, 엄마와 떨어져 지냈던 그 시간을 나는 아직도 생생히 기억한다. - <울다가 웃었다>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60109 - P25

엄마는 스물두 살에 결혼했고 쉰세 살에 이혼했다. 그리고 그다음 해에 큰형을 하늘로 떠나보냈다. 결혼 후 남편과 함께 산 만큼의 시간이 이혼 이후 흘렀다. 30년을 함께 지냈던 큰형과 헤어진 지도 다시 30년이 지났고, 그 시간만큼이나 큰 그리움이 엄마의 가슴속에 자리 잡고 있을 것이다. 이 두 번의 큰 이별을 엄마가 어떻게 이겨냈을지 생각하면 뭉클하다. - <울다가 웃었다>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60109 - P27

"영철 씨, 낭중지추囊中之錐! 웃고 나서도 찝찝한 독설 막말 개그 안 하고, 무더기무더기 누구 라인이라 말하며 편 짜서 출연 안 하고, 얼굴과 입담만으로 정직한 웃음을 주던 영철 씨가 비주류와 비호감이라는 화살을 받으며 무시당할 때 무척 슬펐는데, 요즘 내가 영철 씨의 오래된 팬이라는 게 행복하네." - <울다가 웃었다>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60109 - P31

행복은 ‘강도’가 아니라 ‘빈도’다. 기분이 좋지 않고, 짜증이 나고, 덜 행복한 것 같아도 일단 그냥 행복하다고 말해보면 어떨까. 그럼 행복해질 일이 생길지 누가 알겠는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앨리스는 남에게 휘둘리지 않고 자기의 길을 간다. 《빨간 머리 앤》에서 앤은 모퉁이를 돌면 어떤 일이 펼쳐질지 몰라도 희망을 잃지 않는다. 이렇게 긍정적으로 살아가는 주인공의 이야기를 생각하면 행복해진다. 나는 라디오 방송에서 앤의 말을 소개하면서 ‘난 하루 종일 모퉁이가 있는 길을 걸을 테야!’라고 생각했다. 매사에 좋은 일이 생길 거라 믿고 행복하다고 여기며 하루를 보낸다면 즐겁지 않겠는가. - <울다가 웃었다>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60109 - P36

행복한 순간에도 아주 소량의 슬픔이 함께 있다는 것. 나는 옥시모론oxymoron(양립할 수 없는 말을 사용하여 강조 효과를 내는 수사법)을 좋아한다. 예를 들면 작은 거인, 찬란한 슬픔, 사랑의 증오… ‘슬픈 행복’ ‘행복한 슬픔’도 그러하다. - <울다가 웃었다>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60109 - P38

요즘 새벽에 여러 번 잠에서 깬다. 얼마 전까지는 비교적 잠을 잘 잤다. 요즘에도 금요일과 토요일은 마음 편히 푹 잔다. 물을 많이 마시고 자는 습관 때문인지, 소변이 마려워서 한두 차례 일어나는 정도다. 기상 시간까지 두세 시간이 남은 걸 보면, 쾌재를 부르며 다시 잠을 청하곤 한다. 깨고 나서 바로 다시 잠드는 건 큰 복이다. - <울다가 웃었다>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60109 - P39

무서운 거라면 애잔하고 귀찮은 거라면 서글프다. 성실하고 부지런한 내가 미루는 걸 보니 나도 모르는 내 속마음이 있는 듯하다. - <울다가 웃었다>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60109 - P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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