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측면에서 보았을 때 고골을 비롯해 러시아인들에게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작품이 푸시킨의 「청동 기마상」(1833)이다. 18세기를 지나는 동안 거의 언제나 상트페테르부르크는 적대적인 자연을 정복하고, 질서 정연하며, 안정되고 아름다운 도시를 건설한 인간 정신의 독창성과 표트르 대제의 비전을 기리는 기념비로 찬양됐다. - <코·외투·광인일기·감찰관>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3070075 - P30
군대에 입소한 신병이라면 전 세계 어디서나 복무 첫날 배우는 것, 즉 상사의 계급을 존경하는 것이지 계급을 단 사람을 존경하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지 못한다. 왕이나 장군이 된다는 것은 계급 그 자체가 되어 인간으로서 존재하기를 그치게 될 위험을 내포한다. 바로 이것이 포프리신의 무시무시한 발견이며 고골이 초기에 쓴 미완성 희곡에 담긴 광기의 정의이기도 하다.* 따라서 우리는 계급이 「외투」에서 아카키 아카키예비치의 외투가 기능하는 것과 같은 작용을 한다고 말할 수 있다. 외투나 계급은 곧 두 번째 자아로서, 이것을 잃어버리면 첫 번째 자아를 인식할 수 없고 그것은 결국 존재하지 않는 상태가 된다. 외투를 갖게 된 아카키 아카키예비치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를 놀리고 못 살게 굴던 동료들과 대등한 위치에 선다. 외투는 그가 타인을 막 대하거나 생색내도록 하는 물건이라기보다 인간으로서의 권위를 부여해 주는 힘을 상징한다. 그러나 그가 자신과 같은 초라한 필경사를 만났을 때 그의 동료들이 그에게 했던 것과 같은 행동을 안 한다는 보장은 없다. - <코·외투·광인일기·감찰관>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3070075 - P37
고골이 작가로 첫발을 내디뎠을 때는 유럽과 러시아의 지성사 또는 문화사에서 ‘리얼리즘’이 발달하던 시기와 맞물린다. 그전에는 감상주의와 낭만주의 영향 아래 내면을 향해 침잠해 들어갔다면 리얼리즘은 시선을 바깥으로 돌리려는 열망에 부응해 탄생했다. 그래서 세상을 있는 그대로, 가능한 한 상세히 기록하고자 했다. 고골은 일찌감치 이 같은 새로운 요구에 부응한 러시아 작가 중 하나였다. - <코·외투·광인일기·감찰관>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3070075 - P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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