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필리아


모든 사랑은 익사의 기억을 가지고 있다
흰 종이배처럼
붉은 물 위를 흘러가며
나는 그것을 배웠다

해변으로 떠내려간 심장들이
뜨거운 모래 위에 부드러운 점자로 솟아난다
어느 눈먼 자의 젖은 손가락을 위해

텅 빈 강바닥을 서성이던 사람들이
내게로 와서 먹을 것을 사간다
유리와 밀을 절반씩 빻아 만든 빵

-알라딘 eBook <훔쳐가는 노래> (진은영 지음) 중에서 - P1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러자 정말로 더워졌다. 공기는 두텁고 축축하며 습기로 가득 차 있었으며 활짝 핀 열대란(蘭)의 지긋지긋한 냄새가 잔뜩 진동하고 있었다. 유리벽과 지붕에는 짙은 김이 서려 있었고 굵은 물방울이 식물들 위에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빛은 수족관 탱크를 살짝 통과한 것같이 비현실적인 초록색을 띠었다. 식물들이 여기저기를 채워 숲을 이루고 있었으며, 역겨운 고기 같은 이파리와 줄기가 시체의 갓 씻은 손가락처럼 널려 있었다. 거기에서는 담요 밑에서 알코올을 끓이는 것 같은 강렬한 냄새가 났다.

-알라딘 eBook <빅 슬립 (필립 말로 시리즈 1)> (레이먼드 챈들러 지음, 박현주 옮김) 중에서 - P1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기억은 믿을 수 없지만 기록은 믿을 수 있다. 그렇게 꼬박꼬박 적어 온 노트에 의지해 살아 왔다. - <너를 찾아서>, 박산호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79231 - P4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때부터 노트와 펜을 가지고 다니기 시작했다. 과거의 기억이 모래알처럼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건 잡을 수 없다 쳐도, 현재까지 머릿속에 구멍이 난 것처럼 기억을 줄줄 흘리고 다닐 수는 없으니까. 거기다 몸이 좋지 않을 때는 바로 어제 일도 기억나지 않는 일이 몇 번 생기자 두려워졌다. 이 세상에 내가, 나란 인간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아무도 모르는 상황에서 나까지 나를 잊어버릴까 봐 겁이 났다. - <너를 찾아서>, 박산호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79231 - P4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 여자가 셔츠 단추를 끄르고 꺼낸 하얀 젖가슴을 아이의 입에 댔다. 아이는 잠시 버둥거리면서 뻗대다 젖꼭지를 물고 금방 눈을 감았다. 젖을 쪽쪽 빠는 아이를 보며 그 사람이 웃었다. 순간 그 얼굴에 환하게 불이 켜진 것 같았다. 지난번 집 앞에서 봤을 때와 영 딴판이었다. 소녀 같은 얼굴이었다. 그는 아기를 안고 부드럽게 등을 토닥이면서 계속 입을 놀리고 있었다. 자장가를 불러 주는 모양이었다. - <너를 찾아서>, 박산호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79231 - P3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