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장난이 아니다. 진지하게 다루어야 한다.

그렇다고 너무 진지해지지는 말라.

벼랑 끝에서 두 손이 결박되거나

커다란 안경을 끼고 흰 작업복 차림으로

실험실에서 일하다가 잡혀가지 않도록

너는 다른 사람을 살리려고 죽을 것이다.

얼굴조차 본 적 없는 사람들을 살리기 위해서

그리고 죽음의 순간에 깨달으리라.

삶보다 아름답고

진실한 건 없다는 사실을."

- 나짐 히크메트 - - <나의 페르시아어 수업>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824756 - P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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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보이지 않는 도시
임우진 지음 / 을유문화사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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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도 이제 몇 일이 채 남지 않았다.
점심산책 겸 광화문 교보문고에 종종 들르는데, 지난 번 갔을때 우연히 눈여겨 본 책이 있다. 임우진 건축가의 <보이지 않는 도시> 이다. 건축을 전공하고, 파리 거주 20년 경험을 바탕으로 길, 건물, 공간, 도시와 그 속의 사람들을 문화 비교 측면에서 새롭게 바라 보는 흥미로운 책이다.
이 책은 총 2부 10장으로 구성되어 있고, 1부(보이지 않는 공간)와 2부(보이지 않는 도시)는 각각 5장으로 되어 있다. 작가는 여행에 빗대어 낯설다는 것이 익숙해지고 익숙한 것이 낯설어지는 경험을 설명하며 이 책을 이끌어간다.

여행은 자신이 가진 절대가치를 내려놓게 되는 여정이기도 하다. 일단 익숙한 환경을 떠나 언어도 문화도 다른 곳에 이르면, 전에는 당연하고 상식적이라고 여겼던 것들이 아무런 의미가 없어지는 기괴한 경험을 하게 된다. 그러면서 대면하게 되는 이해되지 않는 상황과 어색한 환경에 당황하고 힘들어하지만, 그것 또한 어느 순간 익숙해지고 결국 왜 그런지 이해할 때 즈음 비로소 진짜 신비한 경험을 하게 된다. 거짓말처럼 예전에 살던 익숙한 것들을 다시 돌아보게 되고 전에는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이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에 놀라게 되는 것이다. 여행이 주는 최고의 선물은 그래서 자신의 원래 모습을 남처럼 타자화他者化해 볼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하지 않는가. - 11p. <보이지 않는 도시> 중에서

우리 전통 가옥의 친근함과 ‘응답하라’ 시리즈 드라마처럼 불과 얼마전까지의 우리 동네 모습은 '인간은 원래 선하다'가 바로 우리네 현실 모습이었구나 싶다.

전통 한옥의 창문이나 방문에는 대체로 밖에서 문을 잠그는 장치가 없다는 사실을 눈여겨본 사람은 드물다. 집을 나설 때 문을 잠글 필요가 없었다는 의미다. 오래된 한옥이나 산사의 담장은 고개를 들면 집 안이 다 들여다보일 정도로 낮다. 제주도 등에 아직도 남아 있는 옛 민가에는 대문에 나무 막대만 걸쳐 놓고 주인이 있고 없음을 알렸다. 이런 예들은 한국의 전통 사회가 얼마나 더불어 사는 이웃들을 신뢰하고 있었는지 잘 보여 준다. - 23p. 같은 책

흰쥐를 특정 크기 공간에 가둬두는 실험과 유럽과 우리 국회의사당 현실을 비교하면서 고함치고 졸면서 딴짓하는 우리 의원님(?)들의 모습이 아~ 그렇구나 무릎을 치게 한다. 그렇다고 흰쥐처럼 그들을 좁은 공간에 둘 수도 없고... 또한 우리네 묘가 그동안 추모만 끝나면 아무도 찾지 않는 멀고 두려운 곳이었다면, 유럽(프랑스 파리)의 묘는 가족이 공원처럼 나들이 삼아 편히 올 수 있는 그런 곳으로 정부가 앞장서서 장례문화의 개선을 가져온 사례가 부럽기만 하다. 이제 매장이 아닌 화장 90%가 넘는 현실에서 이른 바 추모공원(이라 쓰고 납골당이라 부르고)의 미래는 과연 어때야 하는지 곰곰히 생각하게 된다.

장례 건축 미학architecture funéraire이라 불리는 이 특별한 개념은 다양한 양식과 형태의 건물로 가득한 도심지처럼 묘지도 다양하고 활력 넘치는 '살아 있는 도시의 축소판’처럼 보이게 한다. 묘지에 설치될 예술품이나 미니어처 건축물은 가족이 가장 신뢰하는 조각가와 건축가에게 맡기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내가 무언지 모르고 받았던 그 설계 의뢰는 앞으로 자신의 가족이 영원히 머물게 될 그 고객의 마지막 집에 대한 것이었다. 그가 떠나면 살아 있는 가족과 자손은 죽은 자의 무덤이 아닌, 가족의 집에 들르게 될 것이다. 그들에게 묘지는 죽은 자들이 아닌 살아 있는 자들을 위한 도시의 일부다. - 98p. 같은 책

우리 전통한옥에서 중요시 하지 않던 방향은 풍수지리와의 레버리지(맞바꿈)를 위해 새롭게 등장한다. 남향 남향 남향...
그것은 예전 한옥의 구조와 지금 천편일률적인 고층아파트의 구조적인 차이에서 그 이유를 쉽게 찾게 된다. 남향으로 위치한 큰 거실과 큰 안방이 정작 북쪽에 위치하게 된 주방과 아이들방보다 그 이용 효율이 낮다는 것은 참 아이러니 하다. 여기에 서구의 건물에 비해 건물의 손 보아 오래 사용하기 어렵게 한 이유가 아파트의 벽식구조와 온돌난방 방식이라면, 환경적 측면에서 예전 방식의 난방을 아파트에 적용하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 모습인가 싶다.

근대에 들어 배산임수를 찾는 수요는 많은데 공급은 턱없이 부족하자 전통적 풍수지리설에는 강조되지 않던 보완적 개념이 등장한다. 바로 '향’이다. 혹독한 겨울에 북풍을 정면으로 맞을 수는 없으니 북쪽을 등지는 것은 당연하지만, 지붕 처마가 길게 나오는 한옥 건물에서는 바람에 비해 향은 크게 중요한 요소가 아니었다. 서향이 여름 오후에 덥긴 해도 지붕 처마가 가려 주니 실내 공간에 크게 문제가 될 정도는 아니었고, 한옥의 모든 방은 직사광선이 아니라 마당에서 반사되는 간접광에 의지하는 구조였으므로 한옥은 향에 강하게 구속되는 집이 아니었다. 따라서 남향에 대한 집착도 없었다. - 112p. 같은 책
예전의 한옥은 가운데 마당에 비치는 자연광이 반사되어 모든 방에 빛이 골고루 퍼지는 구조였다. 동향이나 서향이라도 모든 방에 간접광이 비치니 별 상관없었다. 집을 굳이 'ㄱ’자나 'ㄷ’자로 만들었던 이유이자, 우리가 지금도 한옥의 툇마루에 앉았을 때 마음이 편해지는 진짜 이유다. - 118p. 같은 책
빛이 들지 않는 침침한 북쪽 공간으로 밀려난 사람은 하필이면 약자인 주부와 아이들이었고, 항시 밝은 남향 빛의 혜택을 입는 것은 사람이 아니라 커다란 티브이와 소파 그리고 킹사이즈 더블 침대였다. - 119p. 같은 책
물론 건물을 고쳐 쓰는 것을 어렵게 만드는 더 직접적인 원인은 실내를 바꿀 수 없는 벽식 구조 방식 때문이지만, 바닥 온돌도 톡톡히 한몫을 한다. 재건축으로 더 큰 집을 얻게 될 몇몇의 조합원과 일거리를 보장받을 건설 업체에게는 좋은 소식일지 몰라도 건물을 30년마다 부수고 새로 짓는 것은 비경제적일 뿐 아니라 무책임한 짓이다. 건축은 자연 자원을 오직 고갈시키기만 하는 소모적인 행위다. 우리 나라 건축 산업의 재활용 비율은 1퍼센트도 되지 않는다. - 139p. 같은 책

공간을 지나 도시로 들어가 보자. 서양의 도시엔 광장이 있다. 거기서 사람들이 모이고 민주주의가 꽃핀 것이다.
여기에 전제가 몇 가지 있다. 이면도로/골목길에서 차와 사람의 구획을 명확히 나눈것이다. 반면 우리네 길은 때론 주차의 공간으로 때론 동네 골목 평상과 같이 휴식의 공간으로 여겨졌던 것이 사실이다. 이것은 예나 지금이나 별반 큰 차이 없다. 유럽의 광장 문화와 한국의 광장이 사뭇 다르게 다가오는 이유가 여기 있다.

역사라는 것은 논리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지금은 민주주의와 소통의 장소로 인식되는 광장은, 바로 권력이 그 자신의 필요에 의해 건설한 장소라는 것이 바로 이 역사의 진짜 모습이다. - 174p. 같은 책
보차步車분리를 철저히 하고 도로 시스템을 발전시켜 통행과 도시 서비스를 최적화한 서구의 도로에 비해, 한국의 도로는 통행은 물론이고 상업, 휴식, 오락 등의 여러 기능이 공존하는 일종의 '도시적 공터’가 된 것이다. - 187p. 같은 책

우리네 거주 문화가 벽과 담장이라고 했는데, 담장 밖 세상보다는 담장 안 식솔을 먼저 챙기려는 '자기 내향형' 건축 방식을 낳은 것이다. 모든 일상을 광장보단 사뭇 폐쇄된 공간(방)에서 하는 게 마음이 편한것 이다. 물론 이에 따른 부작용은 짐작하는 바 일것이다. 무조건 방 문화를 없앤다기 보다 오픈된 광장문화와 어떻게 균형있게 자리잡게 할지가 필요한 것이다.

노래방, PC방, 비디오방, 찜질방처럼 '방’으로 끝나는 공간은 방으로 구획됐거나 최소한 옆자리와 칸막이로 구분된 경우가 많다. 그래서 좀 더 사적 공간의 느낌을 준다. 실제로 외부와 단절된 밀폐된 곳에 굳이 함께 들어가려면 이미 '우리’라는 공동체 의식이 있어야 한다. 문이 닫히고 같은 행위를 '함께하면서 그들은 비로소 문밖에 있는 타인과 구분되는 공동체가 된다. - 255p. 같은 책

한국적 대단위 아파트 단지가 1970~80년대 우후죽순 격으로 확장 확장하여 우리의 거주문화를 바꿔버린데는 국가, 기업, 그리고 우리의 삼각 공조의 결과물이다. 여기서 '우리만'이라는 '자기 내향성'은 그 모습을 대단위 아파트 단지의 폐쇄적인 모습에서 쉽게 볼 수 있다. 단지내 길 마저도 사유지 탓에 빙 돌아가게 하는 집단 이기주의 모습이 이웃과 사람간의 관계의 단절을 가져오는 것이다.

국가는 도로를 만들고 공원을 조성하고 택지 개발하느라 드는 비싼 비용과 골치 아픈 관리 책임 없이도 낙후된 지역을 쉽게 개발할 수 있는 편리함에 만족했고, 기업들은 건물을 짓기도 전에 도면과 모델 하우스만 보고 선금을 지불하는 맘씨 좋은 소비자 덕에 똑같은 아파트를 양산하기만 하면 돈을 버는 편안한 장사에 행복해 했다. 그리고 비싸도 일단 청약에만 성공하면 몇 년 후 몇 배는 오를 집값에 소비자 또한 환호하는, 모두가 즐거운 '마법의 잔치’를 즐겼다. - 291p. 같은 책
가족적 내內집단의 결속감에 기초한, 유난히도 내·외를 구분하는 우리의 부족적 공동체 문화는 '집’ 내부에서는 유기적으로 연결되고, 외부와는 단절을 택한 '울타리’ 건축 문화로 형상화돼 왔다. 그리고 그 자기중심적 건축은 다시 우리의 소小집단식 공동체 문화를 공고히 하는 역할을 해 왔다. 그러나 서로 단절된 그 소집단들을 어떻게 연결시키고 관계시킬 것인가 하는 문제는 이른바 공공의 문제, 즉 '도시’의 문제였다. - 300p. 같은 책

방을 어지러 뜨리는 아이들과 아빠, 그리고 그것을 늘 따라다니며 잔소리하는 엄마. 서로 다른 방식으로 각각의 편안함을 만족시키기 위해 '공간 주도권' 행사하려는 결과는 늘 가족 구성원간의 갈등요소이기도 하다. 이것은 바깥 활동이 많은 구성원이 느끼는 집은 사회 원심적 공간이지만, 주로 집에 머무르는 구성원이 느끼는 것은 정 반대인 사회 구심적 공간이기 때문이다. 편한함을 느끼는 정도가 다른 것이다. 이것을 어떻게 균형적으로 만들 수 있을지 우리 공간에 던지는 또 하나의 과제이다.

서로 자신의 공간이라고 생각하는데, 그 생각의 방식이 서로 다르다는 게 이 '분쟁’의 핵심 원인이다. 아이를 키우고 살림을 도맡아 온 엄마의 경우(맞벌이를 넘어 남편이 육아하는 경우도 많은 요즘 부부들은 다를 수 있다), 집 구석구석의 사용은 물론이고 (청소를 포함한) 모든 관리 책임도 자신에게 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다. - 306p. 같은 책
거대 아파트 단지에 입주한 21세기 한국인들은 철저하게 그것을 만들고 파는 사람이 지배하는 도시 구조에 종속되면서, 도시에 대한 주도권을 잃고 자신도 모르게 무기력하고 수동적인 (건설 시장의 소비자라는 이름으로) 사용자가 되어 간다. 공간 소유에 무기력해지기 때문에 이웃과 관계 맺기나 자신을 둘러싼 환경을 향상하려는 의지나 공간 감수성 같은 건 애초부터 품지 못한다. 현대 도시에 사는 우리는 집에서도 길에서도 도시에서도 공간 주도권을 빼앗겼다. 심지어 원래는 우리 것이었다는 사실조차도 망각할 정도가 되었다. - 332p. 같은 책

마지막으로 공공임대주택의 실패와 성공사례를 우리와 해외의 사례에서 살펴본다. 결국 그 성패의 갈림길은 입주자의 심리적인 면과 인간적인 면까지 어떻게 살펴서 공간과 건축에 담아낼 수 있는지 이다. 빈민 주택에 오래 천착한 칠레의 건축가 알레한드로 아라베나가 한정된 재원으로 어떻게 입주민의 마음을 얻고 임대주택의 성공사례를 가져왔는지 우리에겐 반드시 참고가 되었으면 싶다.

건축가는 주어진 예산으로 건설 가능한 40제곱미터의 공간뿐 아니라 차후에 증축할 수 있는 또 다른 40제곱미터의 빈 공간을 함께 분양하자는 기발한 제안을 한다. 비어 있는 절반을 꼭 지어야 할 의무는 없었으나 자신이 노력만 하면 지금 집보다 두 배로 큰 집을 가질 수 있다는 희망과 목표가 생긴 입주자들은 다른 사회 주택 입주자와는 다르게 변해 갔다. 누가 시키지 않았는데도 기꺼이 주말에도 일했으며 돈이 모일 때마다 조금씩 집의 반쪽을 자신의 힘으로 완성해 나가는 게 아닌가. 건축가는 절반의 필요와 절반의 희망을 같이 판 것이다. - 368p. 같은 책
수십 년 동안 세계에서 아름답고 값비싸며 작품성 있는 건물을 지어 온 서구 선진국의 건축가에게 주어져 온 건축의 노벨상 프리츠커상Pritzker Architecture Prize은 2016년 가장 값싸고 가장 볼품없는 건물을 지어 온 남미 조그만 나라의 이 건축가에게 깊은 감사와 존경의 뜻으로 수상 소식을 전했다. 반쪽 집은 전 세계 많은 건축가와 주택 당국자의 영감을 자극해 가나, 남아공, 태국, 멕시코의 사회 주택에 적용되고 있고, 계속 확산되고 있다. - 371p. 같은 책

예전에 읽었던 유현준교수의 <어디서 살 것인가>와 비슷하면서도 또 다른 소재의 책인듯 하지만, 모처럼 몰두해서 읽을 만한 가치는 충분했다. 프랑스를 가게 된다면 그들의 길, 공간, 건축, 그리고 도시를 여느 관광객과는 새삼 다르게 볼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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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에 책을 읽지 않는 사람은 시간적으로도 자기만의 세계에 감금되어 있다. 그 생활은 판에 박힌 형태에 빠지고 만다. 그 사람이 접촉하고 함께 이야기하는 것은 극히 적은 수효의 친구나 또는 나를 아는 사람들뿐이요, 그 사람이 보고 듣는 것은 거의 모두가 자기 신변의 조그만 일에 한정되어 있다. 그 감금에서 피할 길이 없다. 그러나 한 번 책을 손에 잡게 되면 사람은 그 즉시로 세계 제일류의 이야기꾼의 한 사람과 대면하는 것이 된다. 이 이야기꾼은 독자를 유인해서 멀고 먼 별세계나, 또는 먼 옛날로 데리고 간다. 그래서 여기에서 그의 마음속의 번뇌를 가볍게 해주기도 하고, 또는 독자 자신이 일찍이 알지 못하던 인생의 모든 문제를 가르쳐 주기도 한다. - <격몽요결>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360264 - P94

고전은 옛 선현들과 독자를 서로 만나게 해주어서, 책을 점점 읽어가는 도중에 이 책을 쓴 저자는 어떻게 생긴 사람이었으며, 어떠한 형의 인물이었을까 하고 상상하기 시작한다.

맹자나 중국의 대역사가 사마천도 이 같은 말을 한 적이 있다.

"하루에 두 시간만이라도 다른 세계에 살아서 그날 그날의 번뇌를 끊어 버릴 수가 있다면 그것은 말할 것도 없이 육체적 감옥에 갇혀 있는 사람들로부터 남이 부러워하는 특권을 얻은 것이 된다."

이러한 환경의 변화를 심리적 효과로 말한다면 그것은 여행하는 것과 조금도 다른 것이 없는 것이다. - <격몽요결>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360264 - P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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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디 앨런은 우리에게 이렇게 알려주었다. "우리는 제각기 혼자서 우주를 떠다니며 좌절과 고통에 못 이겨 서로 괴물 같은 폭력을 행사하는 존재들이다." 농담이 아니다. "역사가 증명했듯이, 사랑은 영원해." 라이데커는 총을 들어 사랑하는 사람을 살해하려는 한심한 시도를 하기 직전에 그렇게 말한다. - <문학은 어떻게 내 삶을 구했는가>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7191744 - P74

그녀의 침착하지 못한 손글씨가, 자줏빛 잉크가, 멜로드라마 같은 이 일 전체가 좋았다. 내 존재의 모든 측면을 나 자신에게 혹평 당하는 대신 다른 누군가에게 칭찬받는다는 것은 너무나도 놀랍고 중독적인 휴식이었다. 그녀는 이렇게 썼다. "D.를 사랑하는 것처럼 누군가를 진정으로 사랑한 적은 한 번도 없다. 이처럼 완전하고 완벽하면서도 집착 없이 순수했던 적도 없다. 가끔은 그를 황금빛 물처럼 마셔버리고 싶을 정도다." 당신이라면 자신에 대한 이런 글을 읽은 뒤에 중간고사 공부를 하며 밀턴에 집중할 수 있겠는가. - <문학은 어떻게 내 삶을 구했는가>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7191744 - P79

일기에서 그녀는 평생 이런 키스를 받아본 적이 없다고, 나를 보고 난 뒤에는 늘 잠들기가 어렵다고 썼다. 나는 그녀의 가운 허리띠를 잡아당기면서 이불 밑으로 이끌었지만, 그녀는 거부했다. 내가 그녀 안으로 들어가면 자기 눈이 멀어버릴까 봐 걱정된다고, 정말로 그렇게 말했다. 그나저나 그녀는 이런 표현을 대체 어디서 배웠을까? - <문학은 어떻게 내 삶을 구했는가>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7191744 - P80

딜라일러는 여성이 된다는 것에 대한 세간의 각축하는 정의들에 대해 청취자들이 느끼는 양가감정을 몸소 체현한 존재 같다. 목소리는 일면 짓궂으면서도 일면 곰살궂다. 외모도 그렇다. 어찌 보면 왕년의 섹시한 미녀 같으면서도, 어찌 보면 올해의 어머니로 뽑힐 사람 같다. - <문학은 어떻게 내 삶을 구했는가>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7191744 - P88

요컨대, 세상은 아름답지만 남자들은 그 사실을 모르고 알 가망도 없다. <딜라일러>는 그에 대한 위안으로서 이상적인 연인을 그린 낭만적인 발라드, 아이를 천사로 묘사한 이야기, 아버지 주님을 찬송하는 노래를 제공한다. - <문학은 어떻게 내 삶을 구했는가>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7191744 - P90

숱이 약간 줄어가는 염색한 빨강머리를 깐깐한 사서처럼 목덜미에서 묶든, 풀어서 어깨에 닿을락 말락 늘어뜨리든, 그녀는 언제나 편안해 보인다. 그녀는 고지식하고 고상해서, 아니면 그저 대단히 영국적이어서 주로 폴리에스테르 원피스와 맞춤형 치마 정장을 입는데, 그런 수수한 옷이 오히려 바비 인형 같은 각선미를 돋보이게 만든다. - <문학은 어떻게 내 삶을 구했는가>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7191744 - P92

두 사람은 비가 새는 여행용 트레일러에서 성난 하룻밤을 보내고, 그 밤은 더 많은 행복한 밤으로 이어진다. 그는 (삶의) 가속을 밟고, 그녀는 (죽음의) 제동을 건다. 그는 이보다 더 행복했던 적이 없다. 영화의 처음부터 끝까지 따라붙는 질문은 이렇다. 때이른 죽음의 목전에 다다른 사람에게 섹스는 어떻게 느껴지는가? - <문학은 어떻게 내 삶을 구했는가>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7191744 - P94

오르가슴 옆에 놓인 괄호 속에는 무엇이 도사리고 있는가? 그녀는 결국 손으로 쓴 편지로 그를 차버린다. "사랑하는 월터, 잔인한 짓인 줄은 알지만……" 아마네세. 오스쿠레세. - <문학은 어떻게 내 삶을 구했는가>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7191744 - P95

월터와 릴라의 사랑은 그녀가 죽음을 목전에 두었다는 바로 그 사실 때문에 불가능하기도 하고 가능하기도 하다. 오래된 연인이 겪기 마련인 실현 불가능성은 이 커플에게 문제가 되지 않지만, 다른 사람들 대부분에게는 중요한 문제다. 그러니까 우리가 마침내 서로 지겨워졌는데도 여전히 붙어 있을 때는, 죽음이라는 미래가 너무나도 먼 것처럼 느껴진다. 그것은 가 닿을 수 없는 새로운 꿈이 된다. - <문학은 어떻게 내 삶을 구했는가>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7191744 - P95

어째서 당신이 미스 누드 유에스에이 지역 결선에 올랐는지 알겠군요. 길고 매끄럽고 검푸른 머리카락은 아름답고, 뾰족 내민 입술은 완벽하고, 몸매는 끝내주네요. 당신이 말했던 사진들, 모피, 가죽, 란제리, 가터벨트, 하이힐 차림으로 찍은 컬러 사진들을 보내주세요. 고맙습니다. 요금은 동봉합니다. - <문학은 어떻게 내 삶을 구했는가>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7191744 - P96

우리는 차이를 혐오하면서도 차이에 흥분한다. 자우이는 타자성을 다양한 방식으로 바라본다. - <문학은 어떻게 내 삶을 구했는가>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7191744 - P97

내가 경계할 대상은 나 자신이다. 나는 늘 내 인생에 존재하지 않는 사람을 성애화하기 때문이다. 그녀가 내 인생에 들어오면, 그 순간 그녀는 자기 자신에게만큼이나 내게도 놀랍지 않은 존재가 되어버린다. 그리스어 ‘에로스’는 ‘부족’ ‘결핍’ ‘없는 것에 대한 욕망’을 뜻한다. 연인은 자신에게 없는 것을 원한다. 그가 원하는 것을 갖게 되기란 정의상 불가능하다. 왜냐하면 그것을 갖게 되는 순간 그것은 더이상 원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 <문학은 어떻게 내 삶을 구했는가>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7191744 - P97

<타인의 취향>은, 영상이 한 장면도 나오지 않았는데 재잘거리며 떠드는 소리부터 들리면서 시작된다. 마치 우리에게 보이지 않는 방에서 파티가 벌어지고 있는 것 같다. 정확히 엿들을 수 없어서 더 솔깃한 것들. 카메라는 영화 내내 표면상의 주인공으로부터 시선을 돌려서 새로운 사람, 새로운 관심의 대상을 쫓는다. 현실에서, 사랑에서 타자성은 섹시하지만 결코 메울 수 없는 간극이다. 예술—문학, 연극, 시각 예술, 오페라, 음악—은 우리에게 타자성을 고찰하고 최소한 그것과 거리를 좁히는 것을 상상하도록 해주는 틀을 제공한다. - <문학은 어떻게 내 삶을 구했는가>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7191744 - P98

포르노그래피는, 내 경험과 견해에 따르면 친밀성의 대체물이 못 된다. 포르노는 거리를 즐기는 것이다. - <문학은 어떻게 내 삶을 구했는가>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7191744 - P98

"우리 관계를 지속하고 싶다는 네 기분은 알겠어. 하지만 내 삶은 벌써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어. 나는 다른 계획이 있고, 내 입장에서는 우리 관계를 지속할 동기가 없어. 너도 새로운 일들을 눈앞에 두고 있지. 우리 사이에는 두고두고 기억할 만한 멋진 일들이 있었고, 우리는 앞으로도 그걸 기억할 거야. 우리 관계는 둘 모두에게 상처도 입혔지. 네가 거기서 얻은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걸 알아. 나도 나대로 풀어야 할 문제가 있어. 요컨대, 우리 관계는 행복한 관계는 아니었어. 나는 내 문제를 풀면서 내 인생을 살 계획이니까, 너도 그런 태도를 취했으면 해. 행운을 빌어." - <문학은 어떻게 내 삶을 구했는가>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7191744 - P99

내 인생에서 성적으로 가장 드라마틱했던 경험은 인생의 철학을, 혹은 적어도 침실에서의 태도를 야한 여성 잡지의 섹스 칼럼에서 배운 것처럼 보이는 여자와 일 년간 사귄 것이었다. - <문학은 어떻게 내 삶을 구했는가>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7191744 - P100

그녀의 목표는 내 망막에 자신의 모습을 영원히 새겨 넣는 것인 듯했다. 그렇다면 임무는 완수되었다. 그녀의 뛰어난 연기에 진실된 감정이 얼마나 섞여 있었는지는 영영 알 수 없을 테지만, 아무튼 나는 이십오 년도 더 전에 벌어졌던 일들에 대한 감각적 기억을 아직도 상당히 세세하게 품고 있다. 무릇 인간이란 현실을 그다지 잘 견디지 못한다. - <문학은 어떻게 내 삶을 구했는가>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7191744 - P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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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내가 왜 이러는지 모른다. 왜 거리를 두는 것에 이렇게 익숙한지, 왜 모든 것이 멀게만 느껴지는지, 왜 삶이 뜬소문처럼 느껴지는지." - <문학은 어떻게 내 삶을 구했는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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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비평은 일종의 자서전이다.

나는 시인 벤 러너Ben Lerner를 만난 적이 한 번도 없다. 우리가 서로의 글에 관심이 있기 때문에 이따금 이메일을 주고받기는 하지만 말이다. 내 경우 ‘관심이 있다’는 표현은 약간 축소해서 말한 것이다. 나는 그가 후세대에 나타난 내 도플갱어라도 되는 양 집착한다. 우리는 둘 다 브라운 대학을 다녔고, 스페인에서 산 적이 있고, 유대인이다. 나는 그처럼 토피카*에서 태어나진 않았지만, 캘리포니아 북부 교외 지역에서 자라는 것도 캔자스 주에서 자라는 것 못지않게 오즈와는 동떨어진 것처럼 느껴졌다. 우리는 둘 다 작가이자 ‘비평가’이다. 우리는 둘 다 재주가 많은 어머니와 그보다 좀더 몽상적인 아버지를 갖고 있거나 가졌다. 무엇보다도 우리는 둘 다 ‘언어와 경험의 통약불가능성’과 우리 자신의 감정에 대해서 느끼는 괴리 때문에 괴로워한다. - <문학은 어떻게 내 삶을 구했는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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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책은—무릇 진지한 책은 다 그런 법 아닌가?—진정한 절망의 소산이다. 애덤/벤은 자신의 시가 "하고많은 자살 유언장"에 불과한 게 아닐까 싶어서 고민한다. 현실이 영원히 예술을 대체한다면, 그는 수면제를 병째 삼키고 말리라. 그가 시를 믿을 수 없다면, 그는 영업을 접으리라. 자네도 나도 그래야겠지, 친구. - <문학은 어떻게 내 삶을 구했는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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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토차 역을 떠나며》는 "우리 시대의 풍토병, 즉 감정을 느끼는 것의 어려움을 기록한 책"인데, 이 완벽한 표현은 예전에 어느 비평가가 내 완벽하지 않은 책에 대해서 했던 말이다. - <문학은 어떻게 내 삶을 구했는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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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딴 사람의 시각에서 자기 자신을 보면 어떨지 끊임없이 궁금해하며, "나는 자기를 내려다보는 나 자신을 올려다보는 나를 바라볼 수 있는 방관자"라고 상상한다. - <문학은 어떻게 내 삶을 구했는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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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경험이 언어, 기술, 약물, 예술에 의해 늘 매개되는 마당에, 현실이란 과연 무엇인가? 시는 필수적인 예술 형식인가, 아니면 그저 독자의 생각이 투사되는 스크린인가?
이 두 문장은 러너의 책 날개에 적힌 광고 문구에서 가져왔다(틀림없이 러너가 썼을 것이다). - <문학은 어떻게 내 삶을 구했는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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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영어로 말할 때 좀처럼 적당한 단어를 선택하지 못하고, 스페인어는 알아듣지 못하며, 오역은 모든 잘못된 소통에 대한 한없이 풍성한 은유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즐겁게 여긴다. - <문학은 어떻게 내 삶을 구했는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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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더듬증의 불행한 점은—내가 지금 벤의 나이 때 낸 자전 소설 《죽은 언어》의 소재가 말더듬증이었다—그것 때문에 내가 사랑, 미움, 기쁨, 깊은 고통처럼 전통적이고 진정코 중요한 감정을 표현할 때조차 자의식을 완전히 떨칠 수 없다는 사실이다. 항상 있는 그대로의 감정을 먼저 인식하는 게 아니라 그 감정을 더듬지 않고 표현할 최선의 방법부터 생각하다 보니, 내게 감정이란 남들에게나 속하는 것, 세상의 행복한 소유물일 뿐 나로서는 솔직하지 않은 우회로를 거치지 않고는 소유할 수 없는 것이 되었다. - <문학은 어떻게 내 삶을 구했는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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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4년 가을, 나는 샌프란시스코 만을 떠나 로드아일랜드 주의 프로비던스에 있는 대학으로 진학했다. 나는 프로비던스가 말 그대로 프로비던스, 즉 신의 섭리와 같은 곳, 천사 같은 영혼들이 북적이는 천국 같은 도시일 것이라고 상상했다. 로드아일랜드는 말 그대로 섬일 것이라고, 동부 해안의 이국적인 끄트머리일 것이라고 상상했다. 브라운 대학은 폐쇄된 낙원일 것이라고, 그곳에서는 강인한 남자아이들이 눈밭에서 럭비를 하고 그 후에는 너무 오래되어 문을 닫을 수도 없는 대리석 도서관에서 가스등에 비추어 러스킨을 읽을 것이라고 상상했다. 새카맣고 풍성한 머리카락, 멋진 몸매, 뛰어난 정신을 소유한 여자아이들이 아침 식사 자리에서 괴테를 (나는 ‘고에스’라고 발음하는 줄 알았다) 논할 것이라고 상상했다. - <문학은 어떻게 내 삶을 구했는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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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애시버리의 시는 우리에게 안 보이는 곳에 감춰져 있는 것 같다. 시는 거울의 반대쪽 면에 쓰여 있고, 우리는 그 반사된 상만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우리가 읽는 상을 반사함으로써, 애시버리의 시는 우리로 하여금 주의를 기울이는 것 자체에 주의하게 하고, 자신의 경험을 경험하게 하고, 그럼으로써 기묘한 형태로 존재한다. 이것은 시가 가지고 있을지도 모르는 가능성들을 손상시키지 않고 간직할 수 있도록 해주는 존재다. 왜냐하면 진짜 시는 여전히 우리가 닿을 수 없는 곳, 거울의 반대편에 새겨져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것을 갖고 있지만 갖지 못한다. / 우리는 그것을 아쉬워하고, 그것은 우리를 아쉬워한다. / 우리는 서로를 아쉬워한다.’" - <문학은 어떻게 내 삶을 구했는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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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은 물 밑에 쓰인다. 벤은 아무것도 할 말이 없고, 작은 전화기에다 대고 아무 할 말도 없다고 말한다. 그는 왜 거울과 거울 사이에서 태어났을까? 그보다 스물세 살 더 먹은 나도 정확히 그렇게 엉망진창이다. 내가 이 책에서 묻고 싶은 질문은 이렇다. 내가 벗어날 길이 있을까? - <문학은 어떻게 내 삶을 구했는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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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주 어려서부터 작가가 되고 싶다는 걸 깨달았다. 여섯 살인가 일곱 살에는 춤추는 핫도그가 등장하는 이야기를 몇 편 썼다(프로이트 박사를 호출해야……). 고등학교 때는 작가란 곧 저널리스트라고 생각했는데, 다만 프리랜서 저널리스트였던 부모님은 오히려 반면교사였다. 나는 부모님을 ‘좌절한 작가’들이라고 여겼다. 희망이 유예되면 마음이 병드는 법. 부모님 또한 스스로를 그렇게 여겼다. 부모님은 그다지 쓰고 싶지 않은 기사를 꾸역꾸역 씀으로써, 이런 표현이 옳을지 모르겠지만, 입에 근근이 풀칠을 했다. 부모님은 ‘진짜배기 작가’, 즉 책을 쓰는 이들을 숭배했다. 헨리 로스Henry Roth. 호텐스 칼리셔Hortense Calisher. 저지 코진스키. 릴리언 헬먼. 나는 책을 쓰고 싶었고, 숭배 받고 싶었다. - <문학은 어떻게 내 삶을 구했는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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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의 유효한 주제는 하나뿐이다. 인생이 당신을 실망시킬 것이라는 사실." _ 로리 무어 - <문학은 어떻게 내 삶을 구했는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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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콧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 포드 매독스 포드의 《훌륭한 군인The Good Soldier》, 귄터 그라스의 《고양이와 쥐》, 존 놀스의 《분리된 평화》를 떠올려보라. 나는 내가 행동하는 인간형이 아니라 작가인 것이 좋으면서도 싫다. 그래서 나는 언어에 사로잡힌 반쪽짜리 인생을 찬양하다가 결국 모독하고 마는 글들을 쓴다. - <문학은 어떻게 내 삶을 구했는가>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7191744 - P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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