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6월쯤이면 한국전쟁 관련 서적이 많이 출간되고, 5월이 되면 5.18민주화운동 관련 서적이 많이 출판된다. 알라딘 신간 목록을 보며, 5.18 관련 책이 많아진 것을 보고 어느덧 5월이 되었음을 느꼈다. 또 한편으로 숙연함이 동시에 따라온다. 지난달, 리뷰대회의 열풍을 타고 티머시 스나이더의 <피에 젖은 땅>이 상당한 화제의 중심이었다. <피에 젖은 땅>은 우리에게 그 수많은 사람들이 죽은 비극을 왜 기억해야 하며, 어떻게 기억해야 하는지를 알려준다. 5.18민주화운동에 대해서도 같은 메시지를 적용할 수 있다. 희생자와 희생자의 가족들이 아직 살아있으며, 아직 5.18을 둘러싼 문제들이 해결되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5.18을 기억하고 현재로 불러내는 일은 매우 중요한 일일 것이다.

5월은 한국 현대사에서 중요한 사건이 또 하나 일어났던 달이다. 바로 박정희와 육사 출신 생도들이 주도하여 일으킨 5.16군사정변이다. 올해가 군사정변이 시작된지 꼭 50년째더라. 박정희 정부는 장장 19년 동안 정권을 유지하며, 한국 사회에 부정적으로든 긍정적으로든 깊은 흔적을 남겨 놓았다. 그가 죽고, 그 정권이 무너진지 40년도 훨씬 지났지만, 여전히 그 시대를 이해하는 것은 중요하다. 

여기서는 5.18/박정희 시대 관련으로 읽어볼만한 책들을 정리해보려 한다. 



- 5.18민주화운동

김영택, <5월 18일, 광주>

노영기 <그들의 5.18>

저자 김영택은 동아일보 기자였는데, 80년에 취재차 광주로 갔다가 5.18의 시작부터 끝까지를 현장에서 직접 목격했다. 이후 그는 5.18운동 연구에만 매진했는데, 5.18 자체로 박사학위까지 받았다. 이 책은 평생에 걸친 저자의 연구 성과가 담겨 있는 책이라 할 수 있다. 5.18 민주화운동은 이 책 한 권만 읽어도 충분할 정도이다. 꼭 읽어볼 책이다.


노영기의 책도 기본적으로 5.18의 전 과정을 담고 있는데, 차이점은 보안사 등 신군부 측 자료들을 방대하게 분석한 것이 특징이다.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

소설가 황석영이 책임 주필로 참여한 책으로, 당시 광주시민들의 증언을 통해 5.18운동을 재구성하였다.

이미 85년 초판이 출간되어 지하 베스트셀러로 유명했던 이 책은 이미 고전적 반열에 올라 그 자체로 역사적 가치가 상당하지만, 직접 시민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점에서도 꼭 읽어볼 책이다.

김영택의 책에서도 당시 상황이 생생하게 전달되는데, 학술적 언어가 아니라 시민의 증언을 복원한 이 책에서는 그때의 모습이 처절할 정도로 가슴 아프게 묘사된다.







강풀, <26년>/한강, <소년이 온다>

5.18을 소재로 한 작품 중에서 강풀의 <26년>과 한강의 <소년이 온다>를 매우 인상깊게 읽었다.

강풀의 만화는 5.18 자체보다는 그 이후 희생자와 그 가족의 상처와 원한에 더 포커스를 맞춘 작품이다. 5.18로 어떤 식으로든 연결된 주인공들이 전두환(작중에서 '그 사람'이라고만 지칭됨)을 암살하려는 내용이다.

작품을 읽다 보면, 41년이 지나도 크게 달라지지 않은 '그 사람'과 현재 상황에 분노하게 된다.


한강의 이 소설은 6개의 서로 다른 6개의 시점을 통해 5.18을 재조명한다. 마지막에는 저자 자신의 자전적 이야기도 나온다. 사투리까지 구현하며 일종의 증언록과 같은 형식의 이 소설은 5.18의 상황을 그대로 복원한다기보다는 그 안에 있던 개인의 내면과 목소리에 더 집중한다. 읽기 힘들 정도로 생생한 심리묘사를 담고 있지만, 강렬한 체험을 할 수 있다.


작년에는 회고록이 주로 출판된 느낌이었다면(<호텔리어의 오월노래>, <5.18 푸른눈의 증인>), 

올해는 윤상원 열사에 초점이 맞춰진 것 같다. 윤상원 열사는 5.18 당시 시민군으로 활동했던 인물로, <투사회보>라는 소식지를 발행하여 5.18 당시 언론의 기능을 대신하기도 하였다. 진압군에 의하여 30살의 나이로 사망한 윤상원 열사의 생애를 조망한 책들이 꽤 출판되었다.



<윤상원 평전>의 저자 김상섭은 5.18 당시 윤상원과 함께 투사회보 제작과 시민군 활동에 참여했던 인물이다. 이런 저작의 이력을 보면, 이 책은 평전일 뿐 아니라 저자의 회고록이기도 할 것 같다. <윤상원 일기>는 윤상원이 직접 남긴 1차 사료라는 점에서 중요하고, 그의 아버지인 윤석동의 일기 역시 그렇다. 아직 이 책들을 읽지는 않았지만, 역시 또 하나의 의미있는 책들이 나왔다는 것은 반가운 소식이다.


참고로, <녹두서점의 오월>은 윤상원/김상집 등이 투사회보를 제작하여 배포하고, 항쟁 방향을 두고 회의하였던 거점인 녹두서점에 대한 증언록이다. 녹두서점을 운영하던 김상윤, 그의 부인 정현애, 김상윤의 남동생 김상집 이 세 가족의 증언이 담겨져 있어 이 책도 함께 읽어볼 책이다. 
















- 박정희 시대

전인권, <박정희 평전>

박정희 생애에 대한 책 중에서 가장 읽어볼 만한 책이다. 조갑제닷컴, 기파랑 등에서 나오는 박정희 전기는 너무 한쪽으로 편향되어 있는데, 전인권의 박정희 평전은 최대한 연구자의 중립적인 시선을 유지하며 박정희의 생애를 복원한다. 

강정인의 <한국 현대 정치사상과 박정희>는 박정희 정치 사상을 분석하였다.







서중석, <사진과 그림으로 보는 한국현대사>

저명한 한국현대사 연구자 서중석이 쓴 한국현대사 책이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쓴 책이고, 제목처럼 사진 자료도 많아 어려운 책은 아니다. 박정희 정부에 대한 가장 기본적인 내용들은 이 책을 참고하면 되겠다.










 정광민, <김일성과 박정희 경제전쟁>

 박정희 정부를 논할 때 가장 중요한 화두는 단연코 경제성장일 것이다. 한국의 경제성장이 박정희 덕분이었냐, 대중의 힘이었냐 같은 주제보다는 박정희 경제 정책이 어떤 것을 추구했고 어떻게 이루어졌는지에 집중한 책을 소개하겠다.

정광민의 <김일성과 박정희 경제전쟁>이다. 이 책은 김일성과 박정희의 경제발전 정책을 체제/이념 면에서 비교 연구한 책이다.


이 책과 함께 <뉴딜, 세 편의 드라마>도 읽어볼 만한 책이다. 히틀러, 무솔리니, 루즈벨트가 어떤 수사를 통해 경제정책을 운용했는지에 집중해서 읽으면, 박정희-김일성과 어떤 공통점이 보인다.



한국정치연구회 편, <박정희를 넘어서>

1. 박정희와 그 시대를 넘기 위하여 / 연구 쟁점과 평가
2. 박정희신드롬의 양상과 성격 - 정해구
3. 박정희신드롬의 정치적 기원과 그 실상 - 정상호
4. 유산된 민주화, 경쟁의 부재와 통합의 빈곤 - 정상호
5. 왜곡된 정당정치와 지역균열 - 현재호
6. `반체제운동`의 전개과정과 성격 - 이광일
7. 지역균열의 구조와 행태 - 박상훈
8. 동원된 민족주의와 전통문화정책 - 전재호
9. 개발독재는 불가피한 필요악이었나 - 김용복
10. 기회포착의 정치가와 세계체제의 `국면들` - 김동택
11. 한미관계, 종속과 갈등 - 김창수
12. 한일관계, 왜곡된 밀착 - 김용복


IMF 때 나온 책이라 조금 오래되기는 했지만, '박정희 시대 그 이후'라는 주제로 읽어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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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호랑이 2021-05-18 05:3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김민우님 좋은 책 소개 감사합니다^^:)

김민우 2021-05-18 14:25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ㅎㅎ

mini74 2021-05-18 10:2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청소년들에게 소년이 온다 나 26년은 고마운 책, 조금은 쉽게 접근할 수 있게 해 준것 같아 고마운 책들. 다른 책들도 읽어봐야겠어요. 고맙습니다 *^^*

김민우 2021-05-18 14:26   좋아요 1 | URL
저한테도 되게 고마운 책들이었죠 ㅎㅎ 다른 책들도 도움이 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