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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쪽 시야결손. 오른쪽은 바른쪽이기도, 익숙한 쪽이기도 하다. 바른쪽 시야결손, 익숙한 쪽 시야결손. 여자 없는 남자의 삶이란 가치의 파손, 생활의 결손일 터이다. 그러면 남자들은 그걸 미리 알고 어떤 행동이나
할 수 있을까. 시야결손 이후 여성 운전기사를 고용하지만 그녀가 있는 쪽은 남자의 오른쪽(일본은 운전석이 오른쪽)이다. 운전솜씨에
감탄하고 속내를 터놓기도 했지만, 결손된 오른쪽 시야가 상징하는 세 번째 진실은 여자 운전기사 또한
그에게 결손으로 남게 된다는 의미 아닐까. 곁에 ‘있음’에 대한 감각은 ‘없음’ 이후에나
감지 가능하다. 곁에 있을 때는 흔히 무시되는 감각. 반복되는
어리석음에 대한 멜랑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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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달은 언제나 두께가 이십 센티미터. 아침이 와서 해가 뜨면 언제나 녹아버려.’ 얼음달은 순수함, 귀한 느낌이지만, 이십 센티미터짜리 라는 건. ‘백 퍼센트의 여자아이’에 비해 너무 야박한 말이지만… 남자의 순정이란 거, 남녀의 사랑이란 거, 녹았다가 다시 떠오르는 이십 센티미터짜리 얼음달 같은 거 아니냐는 말이라면 나는 백 퍼센트에서 이 퍼센트쯤
빼고.. 끄덕거리게 된다.
흔들리는 불완전한 한 존재가 설사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하더라도, 좀
덜 흔들릴 순 있겠지만 여전히 흔들리는 불완전한 한 존재일 수 밖에 없다는 것. 셸 실버스타인의 <어디로 갔을까, 나의 한쪽은>의
제목을 유심히 바라본다. 이제 보니 반쪽이 아니라 ‘한’쪽이다. 한쪽이 채워지더라도 여전히 빈 부분이 남아있다는 의미로, 새롭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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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여자 없인 엉망이기 십상인 남자들. 그럼에도 여자 없는 남자가
될 운명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