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랭, 라몽, 샤를, 칼리방.. 캐릭터들 가운데 한 명이, 우리를 만들어 낸 주인이라며 작품 바깥 화자를 슬쩍 들춰낸다. 샤를은
인형극 공연을 위한 작품을 꿈꾸는데, 실은 이 소설 자체가 인형극 공연을 위한 작품이다. 그러니 등장인물들은 각각이 인형인 거지. 인형극이다. 아이들은 환호하고 어른들도 무방비로 빠져드는 놀이(공연). 체코는 마리오네트로 유명한 곳. 밀란 쿤데라가 인형극의 형식을
말년에 취했다는 것은 그래서 눈에 띄는 일.
오에 겐자부로도 줄리언 반스도 마르케스도, 말년에 들어서면서 형식에
중점을 두는 작품들을 내놓는 경향. 과즙, 육즙 냄새가 진동하는
아찔한 작품들은 초기작에 많고, 이렇게 저렇게 때려도 부서지지 않고 건드려도 잠시 흔들거릴 뿐 다시
제자리를 찾고 마는 단단한 플롯은 말년의 일이다. 작가가 『느림』, 『향수』, 『정체성』 등의 작품에 비해 편한 형식을 취했다는 사실이 한편으론 안도의 한숨을 내쉬게 했지만 또 한편으로
걱정이 되기도 한다.
소설 내용은 뭐. 어차피 읽어들 보실 거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