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vs. 뉴욕, 바랑 뮈라티앙

 

책을 펴면 왼쪽 페이지는 파리, 오른쪽 페이지는 뉴욕을 상징하는 이미지들이 나타난다. 예를 들어, 파리는 에스프레소 뉴욕은 아메리카노, 파리는 바게트 뉴욕은 베이글. 뭐 이런 아주 평범한 것들도 종종 있지만, 파리에서의 휴식을 pause라고 정의 내리며 담배 피는 이미지를 올리고 뉴욕의 휴식은 go라고 정의 내리며 이어폰을 꽂고 조깅하는 이미지를 올린 것 등등은 상큼하다. 그랑 팔레와 그랜드 센트럴을, 아멜리에와 캐리를, 마카롱과 컵케이크를, 프랑수아 트뤼포와 마틴 스코시즈를, 비즈(la bise)와 악수(shake), 롤랑 가르소와 US Open, 카지모도와 킹콩을, 미트볼과 버거를, 고다르와 우디 앨런을, 모나리자와 아비뇽의 처녀들을, 뤽상부르와 센트럴 파크를, 퐁피두와 구겐하임을, 카르티에와 티파니를, 샤넬과 캘빈 클라인을, 샹들리에와 5번가를, 보르도와 코스모폴리탄(칵테일), 샤를 드골과 존 에프 케네디 공항 등등을 컬러풀 한 이미지로 대비시킨다. 가보지 못한 두 도시에 대해 내가 이렇게나 많이 알고 있었다는 게 놀랍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르는게 이렇게나 또 많다는 것이 놀라웠다.

 

 

내 곁의 키치, 오창섭

 

밀란 쿤데라는 다른 차원의 키치를 바라보았다. 그가 주목했던 것은 키치에 내재한 심리, 키치를 키치로 만드는 심리였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이라는 책에서 그는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키치는 나란히 흘러내리는 두 줄기 감동의 눈물을 나오게끔 한다. 첫 번째 줄기의 눈물이 말한다. 하지만 잔디밭 위를 달리는 아이들이 얼마나 아름다운가! 하고, 두 번째 줄기의 눈물이 말한다. 하지만 온 인류와 함께 모두 다 같이 잔디밭 위를 달리는 아이들을 보고 감동된다는 것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하고. 두 번째 눈물이 비로소 키치를 키치로 만든다.

 

키치에 대한 밀란 쿤데라의 설명은 다소 혼란스럽게 들린다. 그럼에도 그의 견해는 단순히 참된 문화의 물을 흐리는 산물로 키치를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삶에 자리하는 심리, 혹은 일종의 행위로 키치를 바라보고 있다는 점에서 새롭다. 쿤데라의 이야기에서 키치를 키치로 만드는 것은 두 번째 눈물이다. 그 눈물은 감동을 전유하는 감동이다. 이 두 번째 감동은 어떤 아름다운 대상이 만들어내는 첫 번째 감동과 다르다. 그것은 아름다운 대상이 불러일으키는 감동을 흉내 내는 움직임에 가깝다. 이는 키치가 어떤 것의 본질이 아닌, 효과에 대한 관심으로부터 유래하는 것임을 드러내는 것이다.   (Page 140~142)

 

 

무의식적으로 키치를 무시했었다. 하지만, 그건 틀렸어. 라는 목소리가 내 안에서 울려 나왔다. 그래서 키치에 대해 좀 알아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키치는 그 사물보다 그 사물을 소비하는, 만들어내는 사람들’. 바로 그들(나를 포함한)의 욕망과 소외에 대해 더 많은 이야기들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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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2-08-13 1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파리 vs. 뉴욕 을 보관함에 또 넣어두어야 겠네요. 전 뉴욕에 아주 관심이 많거든요.

dreamout 2012-08-13 12:10   좋아요 0 | URL
저도 뉴욕이 관심있어서 봤어요. ^^

... 2012-08-13 1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드림아웃님 두 도시 이야기요, 좀 책이 널널하지 않나요?
전 원서 속 내용이 떠도는 거 스크랩해두긴 했는데 거기에 없는 내용이 더 많이 있는건지.. 떠도는 내용이 전부라면 책값이 좀 아깝지 않을까 싶고. -.-

다락방님 제 텀블러에 스크랩해둔거 있어요 ㅋ 미리 보기용 ㅋㅋ 내용은 굉장히 흥미로워요. 보자마자 반해서 바로 스크랩했다능

dreamout 2012-08-13 12:14   좋아요 0 | URL
네. 책으로선 좀 부족한 점이 있는거 같아요. 그래도 아깝진 않았어요.나중에 두 도시 가게되면 도움될거 같아요. 요약정리본 같아요. ㅎㅎ

Jeanne_Hebuterne 2012-08-26 2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파리 vs. 뉴욕, 드림아웃님의 소개로 홈페이지를 찾아보았는데 디자인과 발상이 재미있는 책인 듯 해요. 책장은 금방 넘어가지만 이 사람은 분명 자신의 관점을 어떻게 하면 잘 소개하는지, 그 방법을 아는 사람일 듯 합니다. 좋은 책 추천 고마워요 :)

dreamout 2012-08-27 21:22   좋아요 0 | URL
네. 재미있는 비교가 많았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