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씨의 입문
황정은 지음 / 창비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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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환기의 추상화를 과천현대미술관에서 처음 보았던 날, 유독 그것만 기억에 남았다. 2주 전 갤러리현대에 들러 구상화에서 추상화까지, 그의 작품들을 다시 보고 나서, 역시 추상화. 나는 역시 그의 추상화에 끌렸다.

 

둥글고 네모난 것들. 캔버스 아래 위 중간에 무의식적인 자리에 흩어져 나란히 나란히. 띄엄띄엄 돌다리 같기도 하고 베네치아 곤돌라를 묶어두는 기둥 같기도 하고 흔들흔들 거리며 앞사람을 따라가는 가족들이라거나 탁탁탁 소리를 내며 뛰어가는 아이 같기도 한, 그 귀퉁이가 동그란 네모난 것들. 안은 빨강 밖은 청색 회색으로 칠해져 있는 것들을 보며 기분 좋은 생동감, 약동하는 기운을 느꼈다.

 

황정은은 책. . . 시계소리, . . . . 하고 냉장고가, 유라. . 유라. , 부디. 부디. 대니 드비토, . . . . 펼치고 접고 펼치고 접고, 똥꼬 똥꼬라니 똥꼬 같은 매너, 살살 쓰면 되지 살살 쓰세요, 로베르따 어쩌고 이태리 메이커에, 디디. 도도, 킥킥킥 같은 말의 리듬으로 생동감, 약동하는 기운을 만들어 낸다. 사각형 한 페이지에 색깔을 흔들림을 만들어 낸다.

 

. 그런데, 황정은의 귀퉁이가 동글고 네모난 것들은. 외롭고 두렵고 슬프고,

... 김환기의 그것들도 그랬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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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2-02-05 19: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래전에 '알랭 마방쿠'의 소설 [아프리카 술집 외상은 어림없지]의 한 리뷰를 본 적이 있는데요, 그 리뷰는 행간을 띄지않고 씌어져 있었어요. 이 리뷰는 이 책을 읽은 사람만이 쓸 수있고 읽은 사람만이 행간을 띄어달라는 요청을 하지 않을수 있겠구나, 하고 생각했는데요, 드림아웃님의 황정은 리뷰가 딱 그런 생각이 드는 리뷰네요. 황정은의 이 책을 읽어야만 나올 수 있는 리뷰라는. 전 살살 쓰세요, 이 말이 참 좋더라구요. 훗

dreamout 2012-02-05 22:07   좋아요 0 | URL
아주 정겨운 장면이었죠.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