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살면 혼자 갈 수 있는 가게를 찾게 되지. 나. 많이 돌아다녀도 의외로 마음에 맞는 가게 별로 찾진 못했어. 아직 서울은 가족과 커플들을 위한 시스템이라는 거. 돌아다닐 때마다 느껴. 가면 기분 업 되고 마음의 통풍이 시원스레 되는 곳들 만나면 반갑지 정말. 그런데 그런 곳을 떠올리려고 하니까 내 마음 속에 젤 먼저 떠오르는 곳이 광화문 스타벅스 라는 거. 웃기지 않아? 일요일 오전에 아직 손님들이 많지 않을 때 교보 방향도 좋고 현대해상이 옆으로 보이는 자리도 좋아. 거기 앉아 있으면 생각이 들끓지 않고 잠잠해 지는 것 같아. 책도 잘 읽히고 뭘 하고 있어도 마음에 거리낄 게 없어지는 느낌이야.
또 다른 곳은 조명이 따뜻한 곳. 아이 같은 인테리어 말고 좀 어른스럽게 무심한 듯 하지만 포인트 조명은 따뜻한 곳. 클럽 에반스 같은 곳. 맥주 두어 병 마시면서 바로 앞에서 라이브 음악 들으면 그 곡이 무엇이건 상관없이 기분 좋아져. 무대의 조명과 어둠이 적절하게 믹스되고 사람들의 들숨과 날숨이 마치 영혼의 좋은 일부분을 서로에게 나눠주는 듯한 기분이 들거든..
나. 만두 좋아한다는 얘기 했었나? 그러고 보니 우리 모임 만두집에 가본적은 없는 것 같다. 시청 뒤편에 조그만 마당이 있는 한옥 한 채가 찾기 어려운 곳에 자리잡고 있는데, 리북 손만두라고. 여기 만두는 리북식일텐데 그래서 전에 외할머니가 만들어주신 만두랑은 모양이 다를 텐데… 나, 이상하게 여기 만두 먹을 때 외할머니가 만들어준 만두가 생각나. 먹는 족족 만두 속 알갱이들이 잘게 잘려진 만두피의 조각들이 힘 없이 축 늘어진 세포 하나하나에 직접 흡수되는 것처럼, 그러면 금세 기운이 생겨. 든든하게 말이지.
어제는 홍대에서 파스타를 먹었어. 처음 가보는 곳이었는데 나쁘진 않았지만 내가 좋아하는 제니스 카페만큼은 아니었어. 제니스 카페의 파스타가 특별히 더 맛있다고 생각하진 않아. 더 맛있는 곳도 아니까. 거기 특유의 편한 분위기. 계단 같은 거 밟고 올라갈 필요 없이 평지에서 곧장 들어가도 되는 일층. 전면에 오픈식 주방이 보이고 식탁은 편하고 간격 넓게. 가게가 아니라 약간은 누구네 부엌에 온 기분이 들거든.. 파스타 같은 거 혼자 먹을 수 있었던 게 모두 여기 덕택이지. 편하다는 느낌 말이야. 장소가 주는 가장 큰 위안이라는 생각이 들어. 가게들은 저마다 손님들의 욕망을 부채질 하기에 바쁘잖아. 물론 그런 게 또 필요하기도 하지만..
아무 의도 없이 그냥 자연스러운 흐름에 따라 시간 보내고 거리를 돌아다니고 가게들 들르고 그렇게 해. 그래도… 하나도 줄어들지 않을지 모르지만 너만의 대답 같은 거 찾게 될 때가 오겠지. 그렇게 될 거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