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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포트 피크닉
김민서 지음 / 노블마인 / 2011년 7월
평점 :
품절
작은섬나라 아이슬란드에서 화산폭발이 일어나 화산재가 하늘을 뒤덮었던 사건을 기억한다. 그로 인해 하늘길이 막혀 수 많은 유럽발, 유럽행 항공기들의 잇단 결항사태가 이어져 항공대란이 일어났고, 항공계에는 막대한손실이 발생했다. 여러 국제회의들이 취소되기도 했고, 여행자들은 가야 할 곳으로 가지 못하고 발이 묶여서 아주 혼란스러웠던 상황들의 연속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얼른 화산재가 걷히고 이 사태가 진정되기를 바랐던 그때. <에어포트 피크닉>은 바로 여기에서 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아시아의 인천국제공항에도 이 어쩔수 없는 상황들에 휘말려 공항 라운지에서 약 일주일간의 시간을 보내야만 했던 사람들이 있었다. 어릴 때 영국으로 입양되어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 많았던 제임스, 영화흥행 실패로 파산직전이 된 프랑스 괴수영화 감독 기욤과 낙천적인 아내 헤더 그리고 쓰디쓴 이별을 맛본 딸 줄리엣, 세계적인 모델이 되고 싶어하는 크리스티나, 미국으로 건너가 성공한 한인여성 엘리자베스, 한국전쟁에 참전했던 해리, 그리고 라운지의 그들을 도와주던 한국인 직원 호주까지 각기 다른 인물들이 한곳에 모이게 되었다.
떠남과 도착, 오고 가는 자들이 교차하는 공항에서 국적도 오게 된 사연들도 모두 다른 이들은 짐을 풀게된다.언뜻 보면 난민캠프장을 방불케 하지만 시간이 지날 수록 그들을 한 가족처럼 느껴지게 하던 그 곳에는 서로에 대한 따뜻한 관심과 이해, 유쾌함과 즐거움, 사랑이 있었다. 그리고 그 속에서 자신들의 마음속에 있던 아픔과 여러 고민들을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와 소통을 통해 치유해 나간다. 외로움을 덜고, 다시 일어날 힘을 얻기도 하고, 따뜻한 마음들에 감동하기도 하면서 그렇게 또 다른 내일을 바라보게 된다. 이렇게 다른 듯 또 같은 그들의 이야기들이 조화롭고 다채롭게 흘러가서 참 마음에 들었다.
의도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들은 저마다의 짧은 에어포트 피크닉을 마치고 본래의 자리로 돌아갔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조금은 홀가분해 진 마음과 더불어 조금 더 성숙한 자신을 안고 돌아 갔다는 것. 이렇게 특수한 상황에서 주어진 잠깐의 시간동안 사람들을 통해 위로받고, 공감하고, 헤어짐을 아쉬워 하며 따뜻한 포옹한번을 나눌 수 있다면 한번 쯤 에어포트 피크닉을 해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싶다. 내 인생에 선물이 될 만한 무언가를 한정된 시간과 공간속에서 잔뜩 얻어올 수 있을테니 말이다.
기사를 검색하다 보니 아이슬란드의 또다른 화산이 곧 폭발할지도 모른다고 하던데, 또 이런 문제와 혼란들이 시작되게 되는 걸까? 그러면 또 여느 공항에는 책속의 제임스, 기욤, 크리스티나, 엘리자베스가 있고, 기쁜 마음으로 인생에서 단 한번이 될지도 모르는 에어포트 피크닉을 즐기는 사람들도 있겠지..큰 불편과 손실이 따르겠지만 괜히 책 속에서 보았던 광경이 어딘가에서 펼쳐질 것만 같아 괜히 마음이 설레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