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파더

오! 파더
이사카 고타로 지음, 권영주 옮김 / 북홀릭(bookholic) / 2011년 7월

만약 가족의 구성원 중에서 한명씩 존재하는 아버지가 한명이 아니라 네명이라면 어떨까? 아마 아주 혼란스럽고 당혹스러운 상황이 벌어지지 않을까 생각된다. 첫번째, 누가 진짜 나의 아버지인지 의심하게 될 것이고 두번째, 이런 상황을 만든 어머니가 조금은 원망스러울테고 세번째, 누군가에게 가족을 소개해야 할 때가 오게되면 이런 상황을 적절히 설명하기가 어려울것이다. 이 외에도 여러가지 문제들이 있긴 하겠지만 4명의 아버지는 역시 상식밖의 일, 하지만 <오!파더>에는 아버지가 아닌 네명의 아버지'들'을 가진 소년 유키오가 있다.

고2 소년 유키오는 남들것 별 다를 것 없는 고등학생 이지만 단 한가지, 아주 특별한 가족들을 가지고 있다. 어머니와 함께 도박과 내기를 좋아하는 타카, 이성적이고 박학다식한 사토루, 스포츠에 일가견이 있는 건장한 체격의 중학교 교사 이사오, 여자들에게 매력을 풍기며 무한한 관심을 쏟는 아오이까지 너무나 다른 4명의 아버지와 한 집에서 함께 살아가고 있다. 타카와 도그레이스에 갔다가 가방이 바꿔치기 당하는 장면을 목격하기도 하고, 친구 마쓰지와 코미야마 때문에 뜻하지 않는 위험에 빠지기도 하며 다사다난한 하루하루를 보내게 된다.

 일상의 이야기들 속에서 유키오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주위 사람들 때문에 미스테리하기도 하고 신변에 위협을 느끼기도 하는 이런 저런 일들에 엮이게 되면서 이야기는 지루할 틈 없이 아주 흥미롭게 펼쳐진다. 그리고 주위인물들이 하나같이 개성있는 캐릭터라서 예측할 수 없는 그들을 보는 재미도 쏠쏠했다. 특히나 그 중에서도 빼놓을 수 없는 4명의 아버지가 있어 유키오와 아버지들의 일상 이야기들이 왠지 더 특별하게 느껴지는 것 같았다. 4명의 아버지들끼리도 어머니에 대한 한결같은 사랑과 함께 살아온 날들만큼 돈독한 우정을 과시한다.

아버지들은 철없고 조금은 막무가내 같긴 해도 다른 평범한 아버지들처럼 아들 유키오에 대한 사랑이 넘쳐난다. 아들과 닮을 곳을 찾아내고 싶어하고, 둘이서만 같이 어디가는 것을 좋아하고, 유키오가 위험에 처하면 똘똘 뭉쳐서 지켜주고 구해준다. 다함께 마작하는 것을 즐기고 유키오에 대한 일에 대해서는 함께 가족회의를 하고..그런 모습들을 보고 있으니 왠지 마음이 너무나 따스해 지는 것 같아서 괜스레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유키오는 알게모르게 그렇게 아버지들의 좋은 장점들과 가치관들을 물려받고 4배의 사랑을 받고 자라난 것이다.

비정상적으로 보이는 관계의 틀 속에서 그와는 반대로 너무나 조화롭고 정상적인 가족의 모습을 이루고 있는 유키오와 아버지들. 그들에겐 서로간의 시기질투나 다툼없이 그들만이 느낄 수 있는 끈끈한 정과 사랑이, 유쾌함이, 감동과 따스함이 잘 배여 있었다. 가족수에서 아버지의 수가 조금 더 늘어난 것 뿐이라는 대수롭지 않은 반응을, 네명의 아버지가 있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라는 생각을 한번 쯤 하게 해 준 재미있는 소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