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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에겐 일생에 한 번 냉정해야 할 순간이 온다
한상복 지음 / 예담 / 2012년 10월
평점 :
나는 이미 결혼을 했고 아이도 있다. 그래서 이 책을 처음 받았을 때 느낌은 '결혼을 앞둔 사람들을 위한 책인데 과연 내게 도움이 될까?'였다. 책을 읽는 동안 많은 생각을 했다. 결혼 전에 우리에 대해서. 우리는 그냥 직장동료였다. 얼굴만 아는 그냥 그런 사이. 처음에 호감이 갔었는데 그가 다른 여성을 좋아하는 것 같아 지레 포기하고 지냈었는데 우연한 계기로 가까워졌고 연인이 되었다. 백일 되는 날에 결혼해달라는 프로포즈를 받았고 흔쾌히 허락했고 우리는 그로부터 두 달 뒤 결혼을 했다. 너무 빨리 결혼하는 바람에 속도위반으로 의심도 받았지만 그런 것은 아니었다. 그냥 너무 좋아서 빨리 결혼하고 싶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책에서처럼 결혼 전 망설임이라고는 전혀 없었다.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고나 할까. 남들은 6개월도 더 준비하는 결혼을 단 한 달 만에 준비하려고 하니 엄청나게 바빴다. 나는 정작 결혼식준비만 했지 결혼하면서 마음의 준비는 못했다.
P39 20분짜리, 남들한테 보여주는 결혼식에 매달려 전전긍긍했을 뿐, 40만 시간, 결혼식 이후의 우리 둘의 삶에 대해서는 막연하게만 '두 사람의 알콩달콩'을 동경해왔으니 그게 얼마나 바보짓이야? 그저 남들이 그렇다니까, 왜 그런지 생각도 제대로 안 해보고 형식적인 결혼 준비만 했던 것이지.
나도 그랬다. 결혼을 결심하고 짧은 기간 동안 결혼준비를 하느라 미처 결혼 후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물음을 나에게 던지지 못했었다.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은 것이 결혼 후 얼마가지 못해 여실히 드러났다. 의견차를 보이며 싸우기도 하고 마음이 상해 눈물을 흘리는 날도 많았다.
P42 결혼은 계속 흔들릴 것이다. 피도 눈물도 없는 적자생존 경쟁 제일주의가 삶을 옥죄어오는 가운데 여전히 맹위를 떨치는 가부장 시스템과, 낯선 가족 구성원에게 부과되는 수많은 의무 같은 삼각파도가 연인의 결혼에 동시다발적으로 닥친다. 이런 갈등 양상은 가족갈등(권력)이나 경제적 갈등(재화), 문화·정서적 갈등 등으로 심화된다.
결혼은 두 남녀만의 결합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 생각은 결혼생활을 시작하고 얼마못가서 깨어지고 말았다. 두 남녀의 뒤에 있는 가족을 고려하지 못했다. 마냥 행복할 것만 같았던 결혼 생활이 가족들 때문에 싸움으로 얼룩지고 서로에게 상처되는 말을 남기고 어쩌면 이대로 끝나는 것이 아닐까 불안감마저 들었다.
P64 결혼은 서로의 이질성을 받아들이고 섞어가며, 둘만의 새로운 것들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어느 정도 충돌과 상처는 각오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런 우여곡절을 통해 사랑하는 두 사람은 이전과 다른 '책임지는 사랑을 할 줄 아는 성인'으로 우뚝 서게 되는 것이다.
우리가 그렇게 싸운 이유는 이질성 때문일지도 모른다. 다르기 때문에 충돌이 생겼음이라. 절대 이해할 수 없을 것 같은 그의 생각을 이해해보고자 노력했고 말을 할 때도 두 번 세 번 생각하고 마음상하지 않게 하려고 애썼다. 내가 사랑이란 이름으로 그에게 상처를 줬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자 미안해졌다. 말을 안 해도 그가 알아주기를 원했는데 그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를 깨닫고는 필요한 것이나 나의 생각을 말로 하게 되었다. 신기하게도 내가 바뀌자 그도 바뀌었다. 남을 바꾸는 것보다 나를 바꾸는 것이 더 쉬운 일이며 그 것이 변화의 시작이란 것을 깨닫게 되었다. 가족에 대해서도 나도 시부모님도 같은 마음일 수는 없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시부모님께 나의 부족함을 느끼시듯 나또한 그 분들께 서운함을 느끼곤 했는데 욕심을 내려놓자 조금은 편해졌다.
P142 정말 좋은 사랑은 '운명적인 만남'만으로는 부족하니까, 서로의 부족한 점을 채워주는 '노력'으로 도와야 한다고 믿었다. 그래서 남자의 비어 있는 속에 자신감이 생겨날 수 있도록 만족과 감사의 표현을 아끼지 않았다.
행복한 결혼생활을 계속 이어가기 위해서는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노력하면 안 되는 일이 없듯이 관계에서도 노력으로 인해 좋게 유지될 수 있다. 이는 결혼생활을 안정적으로 만들고 만족하게 한다. 서로에게 긍정적 에너지를 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어쩌면 우리네들이 나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사는 게 바빠서 혹은 사랑에 빠져 결혼이라는 중요한 선택을 하는데 깊이 생각해보지 못한다. 결혼을 앞 둔 사람이라면 결혼했지만 더 나은 결혼생활을 원하는 사람이라면 꼭 한번 읽어보면 행복한 결혼생활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란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