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아름다운 날들
정지아 지음 / 은행나무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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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욕 가는 날>
읽는 내내 남 얘기 같지가 않았다. 
읽는 동안 가슴이 먹먹했다. 


서울에 사는 여동생과 엄마 옆에 사는 언니. 언니는 시댁이라는 이유를 대서 엄마를 모시고 목욕을 못가니 동생보고 내려와서 엄마를 모시고 목욕을 가라고 한다. 동생은 어쩔 수 없이 내려와서 엄마랑 언니랑 셋이서 처음으로 목욕탕을 간다.


우리집뿐만이 아니라 대부분의 집은 작은 딸 보다 큰 딸이 엄마랑 친하다. 하지만 언니가 아닌 엄마는 나랑 목욕탕을 다녔다. 
코로나 이후로 목욕탕을 못가고 있는데 다음에 목욕탕을 간다면 나는 분명 알게 될 것이다. 엄마가 많이 노쇠해지셨다고. 물론 아직은 우리 엄마는 건강한 편이시지만 <목욕 가는 날> 의 ‘엄마‘는 멀지 않은 모습일 것이다.

정지아 작가의 소설은 내 마음을 후빈다.


<봄날 오후, 과부 셋>
2년전 남편이 죽어 오락가락하는 하루코.
남편상을 막 치룬 사다코
첩의 다리를 베게 삼아 눕고 있다가 나이 마흔도 못넘기고 죽은 남편을 둔 에이코.

일제시대 보통학교를 같이 다녔던 80넘의 세 과부의 학창시절과 현재의 이야기.


<천국의 열쇠>
중풍으로 쓰러진 술주정뱅이 아버지와 중증장애인 아들. 그리고 옆집 길호에게 매일 맞고사는 베트남 새댁 호야. 어머니 살아생전에 사랑을 받고 자란 아들. 몸이 불편한데도 어머니에게 받은 사랑을 본인이 본인에게 사랑을 주고 있다. 어머니의 말씀을 아로 새기면서. 아버지의 알콜중독을 치료하기 위한 철조망 안 3천평의 헛개나무 밭이 그의 천국이다. 그 천국의 문의 열쇠를 호야에게도 준다.

자기부터 자기를 대접해야 남한테도 대접을 받는 법이야.(P.75)


<브라보, 럭키 라이프>
사십줄에 낳은 ‘행운의 사나이‘ 막둥이 ‘경우‘.
경우는 부모에게 살갑게 하는 효자였으나 교통사고로 식물인간이었다가 8년만에 눈을 뜬 ‘행운의 사나이‘ 이다.
그 후 또 다시 의료진의 의견을 무시하고 행운을 바라며 논밭을 다 팔며 아들을 간병한지 15년. 도합 23년.

<운수 좋은 날>처럼 ‘행운의 사나이‘ 인가.


<핏줄>
조선족 며느리,태국 며느리, 필리핀 며느리에 이어 마지막으로 베트남 며느리까지. 베트남 며느리에게 28대손 손주를 얻었지만 바라고 바랐던 한국인 처럼 생긴 손주가 아니라 며느리와 똑닮은 ‘까만 아기‘가 태어났다. 

요즘의 아니 근 몇 십년 동안의 농촌이 이러한 상황이지 않았을까 싶다.


<나의 아름다운 날들>
가난은 사람을 그악스럽고 간사하게 만드는 법이란다.(P.290)

나의 아름다운 날들의 가족 처럼 살아가는 사람이 주변에 없는 지극히 서민인 나. ㅋㅋ

우리네야 오른 가스비니 전기세니 피부에 와 닿으니 얘기하지만 돈 많은 연예인이나 부자들은 연료비 걱정조차 안하겠지. 서민들은 연료비 괸리비 걱정으로 큰평수로 가는것도 주저하지 않는가.



정지아 작가의 소설은 주로 우리 주위에 둘러보면 겪는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정지아의 소설은 한국소설의 맛을, 국어 표현을 느낄 수 있어 좋다. 이 맛에 한국소설을 읽는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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