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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든아워 2 - 생과 사의 경계, 중증외상센터의 기록 2013-2020 ㅣ 골든아워 2
이국종 지음 / 흐름출판 / 2021년 10월
평점 :
생명이 아닌 온갖 이해관계와 돈으로 얽혀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고 길에서, 노동현장에서, 생명을 잃는 수 많은 사람들을 위한 의료정책과 의료인들은 부재가 읽는 내내 한숨 짓게 한다.
치료조차 시도해보지 못하고 허망하게 잃은 환자와 소중한 생명들 속에 외과 의사의 삶의 무게가 얼마나 무거운지에 대해 감히 상상할 수조차 없는 좌절과 아픔이 담겨있다.
죽지 않아도 될 환자를 죽지 않게 하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필요했고, 그 의지를 실현시킬 '정책'이 필요했으며, 관련된 자들의 '합의'가 필요했지만,(p152) 모든 것에 제약이 따랐고, 어떤 누구도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던 가혹한 현실에 분노하게 한다.
우리가 알지 못했던 의료현장의 가장 밑바닥이 담겨있는 골든아워에는 수익, 이익 모든 것을 돈으로 결부짓는 더럽고 추악한 인간의 모습들과 그들의 행태가 가감없이 적나라하게 담겨있다.
나아가는 꿈조차 허락되지 않는 폐쇄된 집단 속에서 이국종 교수는 깨끗하게 잘라내지도, 온전히 거두지도 못하는, 오로지 홍보와 지원금을 받기 위해 이용당하는 피해자였다.
그들은 추악한 욕망과 이기심이 외상외과 의사라는 이국종 교수의 존재의 가치를 퇴색시켰다.
이국종 교수는 무력감에 수없이 좌절과 포기를 거듭하고, 희망없이 버티던 가운데 환자의 삶에 희망을 바라며 스스로를 다독이고, 어딘지도 모르고 버텨나가야 하는 형벌같은 삶을 살았다고말한다.
생명을 살리고자 한 마음이, 병원내 더러운 정치 싸움에 휘말리지 않고 올곧게 자신의 길을 간 것이, 환자를 위해 아낌없이 쓴 병원 비품이나 약품들이 그를 자부심이 있는 의사가 아닌 죄인으로 만들었다.
외상외과, 중증외상센터의 특수성을 헤어려주지 않는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이국종교수와 그의 팀은 정말 최선을 다했다. 몸이 부서져라 일했고, 쓰러질때까지 환자를 위해 노력했다. 벽을 넘고 싶어 고독한 싸움을 계속 해야한 의료 선구자였고, 한 사람이라도 더 살리기 위해 치열한 삶을 살았지만, 결국 내부고발자라는 꼬리표를 달고 바다위를 표류하는 의료인이 되었다.(지금은 해군에서 배를 타며 몇개월씩 바다에서 지내신다고...)
그럼에도 그의 의사로써의 자긍심과 팀원을 한치의 의심없이 믿었던 그의 올곧은 마음이 여전해서 참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오랜 시간에 걸쳐 읽었다.
읽는 내내 착잡하고 안타깝고, 의료현실에 분노했다.
각자의 사정과 병원내 사정은 있을 수 있겠지만, 적어도 생명을 수익과 결부짓는 추잡한 일은 병원에서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여담이지만, 강연회에서 만난 이국종 교수님은 무척이나 외골수 같았다.
그 외골수같은 면이, 환자와 보호자의 절실함에 얼마나 큰 믿음을 주는지 어렴풋이 짐작하게 한다.
매체에서 보던 모습보다 해군에서 일하는 지금이 더 밝고, 얼굴도 좋아지신것 같아 다행이란 생각도 들었지만, 개인적인 바람은 위급한 환자들을 한명이라도 더 치료하고 살리는 큰 병원에서 일하셨으면 좋겠다는 생각!
반기시며 사인해주시고, 웃으시며 사진을 함께 찍었던 그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모쪼록, 어디서든 평안하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