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 도어 프라이즈
M. O. 월시 지음, 송섬별 옮김 / 작가정신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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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는 잘할 수 있겠지. 가치 있는 모든 일이 늘 그렇듯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 결국은 잘하게 될 것이다.p187

단순한 진실 안에는 너무 많은 진실이 담겨 있다p3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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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마을 디어필드 한 식료품점에 2달러를 넣고 면봉으로 볼 안쪽을 문지른 후 넣으면 DNA를 판독해 이루어졌을지도 모를 가능한 신분 즉 인생의 가능성을 알려주는 기계가 등장한다. 사람들은 줄을 서 가며 어쩌면 자신이 됐을지도 모를 모습들을 결과로 확인하고, 조금씩 변화한 모습으로 살아가기 시작한다.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던 교사 더글라스는 아내의 변화가 기계의 결과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쌍둥이 형을 사고로 잃은 더글라스의 제자 제이컵, 죽은 쌍둥이 형의 여자친구, 피트 신부, 사진사 등 주변의 다양한 인물들이 이 기계를 통해 저마다의 이야기들을 다채롭게 풀어간다.
수영선수라는 가능성에 누군가는 정원에 수영장을 공사를 시작하고,교장은 목수라는 결과에 학교를 그만두고, 시장은 카우보이 결과지에 카우보이 모자를 쓰고 올가미 던지는 연습을 하고, 재즈뮤지션은 갑자기 마술사가 되기 위해 노력한다.
사람들의 변화에도 더글라스는 소신있게 자신의 일상을 그대로 지켜가며 아이들을 가르치고, 취미로 시작한 트럼본 연습을 계속한다.

결과지를 통해 사람들은 지금과는 전혀 다른 결과에 당황하지만 전과는 다른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하고 변화한다. 때론 긍정적으로 또 때론 야망과 욕심을 보이기도 하며 다양한 인간군상을 담아냈다.

결국 사람들은 2달러로, 그리고 기계로 자신의 운명이나 삶을 바꿀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고, 자신의 가진 트라우마와 상처, 아픔은 서로를 통해 그리고 자신의 노력을 통해 치유된다는 것을 깨닫게 되며,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하고, 또 화해하며 기쁨과 행복, 보람을 느끼게 된다.

자신의 지금의 모습에 만족하지 못하고, 내가 지금보다는 더 나은 삶을 살고 있을거란 착각과 욕심은, 가장 중요한것은 지금의 자신의 삶이며, 가장 소중한것은 지금의 나라는 것을 깨닫게 한다.

애플TV에서 드라마 제작중이며 2023년 상반기 방영된다고 하니, 책과는 또 어떻게 풀었을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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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쓰지 않아도 마음산책 짧은 소설
최은영 지음, 김세희 그림 / 마음산책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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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우리는 사랑과 증오를, 선망과 열등감을, 순간과 영원을 얼마든지 뒤바꿔 느끼곤 했으니까. 심장을 줄 수도 있다고 생각한 사람에게 상처 주고 싶다는 마음이 모순처럼 느껴지지 않았으니까.p31

사람은 자기보다 조금 더 가진 사람을 질투하지 자기보다 훨씬 더 많이 가진 사람을 질투하지 않는다고 한다.p50

솔직함도 마음이 강한 사람이 지닐 수 있는 태도인 것 같아.p82

마음이란 건 하도 걸어 물집투성이가 된 발바닥 같았다. 예쁜 눈물이 흘러내리는 얼굴이 아니라.p104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외롭고 고달플 때가 많이 있지. 인간이라는 어쩔 수 없는 한계, 결코 자신이 바라는 것만큼을 이룰 수 없을 때의 어려움, 아픈 몸, 연결되고 싶은 사람들과 연결되지 못하고 잘못된 관계 속에서 상처받고 괴로울 때가 있잖아. 그것만으로도 어려운 것이 삶일 텐데, 불필요한 고통을 지어내는 세상. 세상은 온갖 방식으로 당신에게 고통을 안겼어.p124

우리에게 필요한 건 이런 것들뿐인데. 나란히 앉아서 그네를 탈 수 있는 시간, 우리가 우리의 타고난 빛으로 마음껏 빛날 수 있는 시간, 서로에게 커다란 귀가 되어줄 수 있는 시간 말이야.p127

인간이 다른 동물을 먹는다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공장식 축산 시스템은 그 어떤 부분도 자연스럽지 않았다. 결국 도살당할 생명이라고 하더라도 살아 있는 한 최소한의 삶은 누려야 한다고 그녀는 믿었다. 그런 생각을 위선이라고 지적한다고 할지라도, 적어도 지금의 방식은 옳지 않다고 말할 수 있었다.p189

사랑은 애써 증거를 찾아내야 하는 고통스러운 노동이 아니었다. 누군가의 심연 깊은 곳으로 내려가 네발로 기면서 어둠 속에서 두려워하는 일도,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야만 어렵게 받을 수 있는 보상도 아니었다. 사랑은 자연스럽고 부드러운 것이었다.p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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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편의 짧은 소설들이 담긴 단편집이다.
한편 한편이 모두 깊고 섬세해서 조금 더 길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의 글은 누군가를 보듬고 위로하는 힘이 있다. 쇼코의 미소와 내게 무해한 사람이 그랬고, 밝은 밤이 그러했다.
애틋하기도 하고, 먹먹하기도 하다.
묵직하지만 밝고, 잔잔하지만 경쾌하다.
언제나 사람의 마음을 따뜻하게 담아내는 최은영 작가가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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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세우스의 배 그래비티 픽션 Gravity Fiction, GF 시리즈 9
이경희 지음 / 그래비티북스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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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사람이 대체 뭔데? 의식? 육체? 아니면 기억? 인간을 살아있게 하는 본질이 뭔지도 모르면서, 어떻게 그 사람이 죽지 않았다고 확신할 수 있어? "p30

"원본을 복제한다고 해서 가짜가 생겨나는 것은 아니야. 진짜가 둘이 되는 것 뿐이지."p203

지금 이 순간 저 사람의 영혼은 어디에 있을지 궁금했다. 신의 곁에 잘 머무르고 있는 걸까? 아니면 미련을 버리지 못해 구천을 떠도는 걸까. 무언가를 느끼거나 생각할 수는 있을까? 만약 그의 몸이 되살아난다면 신은 그의 영혼을 다시 제자리로 되돌려놓을까? 아니면 깨끗한 새 영혼을 집어넣을까.p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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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렴풋이 정신을 차린 주인공은 자신이 누구인지, 이 곳이 어디인지 알 수 없어 혼란스러워하고, 그때 갑자기 총성과 폭발음이 들리고 아군인지 적군인지 모를 누군가가 다리를 들고 뛰어들온다. 그는 설명할 시간이 없다며 들고 있던 다리를 혼란스러워하는 그의 몸통에 이어 붙이고 재부팅 시킨다.
극심한 고통을 뒤로하고 정신을 차렸을때 자신의 얼굴 빼고 모든게 기계라는 사실에 충격을 받는다.
그리고 곧 사고로 뇌를 제외한 모든 신체기능을 잃어 로봇에 뇌를 이식한것을 알게 되고, 자신이 인공 신체 조직을 만드는 회사 대표인 석진환이라는 것 역시 기억하게 된다.

쫓기는 신세가 된 석진환이 자신의 집으로 돌아가자 자신과 똑같은 복제 석진환이 자신의 행세를 하며 살고 있다.
신체 일부를 배양해 죽은 사람을 살리려는 끔찍한 사업을 진행하려는 이복여동생 석미진이 오빠 석진환의 신체를 배양해 새로운 복제인간을 만들어 낸 것!
석진환의 뇌를 가지고 기계 몸이 된 '석진환1`과 석진환의 기억은 없으나 육체에서 만들어진 DNA 복제인간 '석진환2', 그리고 기억이 복제된 '석진환3'.
각기 다른 형태로 존재하는 세명의 석진환 중 누군가를 진짜로 인정해야하는가에 대한 물음이 계속된다.
게다가 스스로도 자신의 정체성과 진짜에 대해 의심하고 고민한다.
하지만 경영권을 빼앗으려는 이복 여동생을 막기 위해 세명의 석진환은 함께 하기로 결정한다.

테세우스의 배는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유명한 역설이라고 한다.
테세우스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사람들은 그의 배를 수백년간 보존했으나, 오랜 세월이 지나 배가 망가지고 나무가 썩자, 사람들은 오래된 나무판자를 모두 떼어 내고 새 것으로 교체한다. 모든 것을 교체한 이 배를 과연 '테세우스의 배'로 부를 수 있는지에 대한 역설을 이야기에 담아냈다.

클리셰들이 많지만, 그럼에도 기술의 발달과 정체성에 대한 고민들과 하나지만 하나가 아닌, 같지만 같지 않은 3명의 존재들을 만들어 신화와 접목한 이야기가 읽는내내 흥미롭게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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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든아워 2 - 생과 사의 경계, 중증외상센터의 기록 2013-2020 골든아워 2
이국종 지음 / 흐름출판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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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이 아닌 온갖 이해관계와 돈으로 얽혀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고 길에서, 노동현장에서, 생명을 잃는 수 많은 사람들을 위한 의료정책과 의료인들은 부재가 읽는 내내 한숨 짓게 한다.
치료조차 시도해보지 못하고 허망하게 잃은 환자와 소중한 생명들 속에 외과 의사의 삶의 무게가 얼마나 무거운지에 대해 감히 상상할 수조차 없는 좌절과 아픔이 담겨있다.

죽지 않아도 될 환자를 죽지 않게 하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필요했고, 그 의지를 실현시킬 '정책'이 필요했으며, 관련된 자들의 '합의'가 필요했지만,(p152) 모든 것에 제약이 따랐고, 어떤 누구도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던 가혹한 현실에 분노하게 한다.

우리가 알지 못했던 의료현장의 가장 밑바닥이 담겨있는 골든아워에는 수익, 이익 모든 것을 돈으로 결부짓는 더럽고 추악한 인간의 모습들과 그들의 행태가 가감없이 적나라하게 담겨있다.

나아가는 꿈조차 허락되지 않는 폐쇄된 집단 속에서 이국종 교수는 깨끗하게 잘라내지도, 온전히 거두지도 못하는, 오로지 홍보와 지원금을 받기 위해 이용당하는 피해자였다.
그들은 추악한 욕망과 이기심이 외상외과 의사라는 이국종 교수의 존재의 가치를 퇴색시켰다.

이국종 교수는 무력감에 수없이 좌절과 포기를 거듭하고, 희망없이 버티던 가운데 환자의 삶에 희망을 바라며 스스로를 다독이고, 어딘지도 모르고 버텨나가야 하는 형벌같은 삶을 살았다고말한다.
생명을 살리고자 한 마음이, 병원내 더러운 정치 싸움에 휘말리지 않고 올곧게 자신의 길을 간 것이, 환자를 위해 아낌없이 쓴 병원 비품이나 약품들이 그를 자부심이 있는 의사가 아닌 죄인으로 만들었다.

외상외과, 중증외상센터의 특수성을 헤어려주지 않는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이국종교수와 그의 팀은 정말 최선을 다했다. 몸이 부서져라 일했고, 쓰러질때까지 환자를 위해 노력했다. 벽을 넘고 싶어 고독한 싸움을 계속 해야한 의료 선구자였고, 한 사람이라도 더 살리기 위해 치열한 삶을 살았지만, 결국 내부고발자라는 꼬리표를 달고 바다위를 표류하는 의료인이 되었다.(지금은 해군에서 배를 타며 몇개월씩 바다에서 지내신다고...)
그럼에도 그의 의사로써의 자긍심과 팀원을 한치의 의심없이 믿었던 그의 올곧은 마음이 여전해서 참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오랜 시간에 걸쳐 읽었다.
읽는 내내 착잡하고 안타깝고, 의료현실에 분노했다.
각자의 사정과 병원내 사정은 있을 수 있겠지만, 적어도 생명을 수익과 결부짓는 추잡한 일은 병원에서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여담이지만, 강연회에서 만난 이국종 교수님은 무척이나 외골수 같았다.
그 외골수같은 면이, 환자와 보호자의 절실함에 얼마나 큰 믿음을 주는지 어렴풋이 짐작하게 한다.
매체에서 보던 모습보다 해군에서 일하는 지금이 더 밝고, 얼굴도 좋아지신것 같아 다행이란 생각도 들었지만, 개인적인 바람은 위급한 환자들을 한명이라도 더 치료하고 살리는 큰 병원에서 일하셨으면 좋겠다는 생각!

반기시며 사인해주시고, 웃으시며 사진을 함께 찍었던 그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모쪼록, 어디서든 평안하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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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든아워 1 - 생과 사의 경계, 중증외상센터의 기록 2002-2013 골든아워 1
이국종 지음 / 흐름출판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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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이 아닌 온갖 이해관계와 돈으로 얽혀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고 길에서, 노동현장에서, 생명을 잃는 수 많은 사람들을 위한 의료정책과 의료인들은 부재가 읽는 내내 한숨 짓게 한다.
치료조차 시도해보지 못하고 허망하게 잃은 환자와 소중한 생명들 속에 외과 의사의 삶의 무게가 얼마나 무거운지에 대해 감히 상상할 수조차 없는 좌절과 아픔이 담겨있다.

죽지 않아도 될 환자를 죽지 않게 하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필요했고, 그 의지를 실현시킬 '정책'이 필요했으며, 관련된 자들의 '합의'가 필요했지만,(p152) 모든 것에 제약이 따랐고, 어떤 누구도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던 가혹한 현실에 분노하게 한다.

우리가 알지 못했던 의료현장의 가장 밑바닥이 담겨있는 골든아워에는 수익, 이익 모든 것을 돈으로 결부짓는 더럽고 추악한 인간의 모습들과 그들의 행태가 가감없이 적나라하게 담겨있다.

나아가는 꿈조차 허락되지 않는 폐쇄된 집단 속에서 이국종 교수는 깨끗하게 잘라내지도, 온전히 거두지도 못하는, 오로지 홍보와 지원금을 받기 위해 이용당하는 피해자였다.
그들은 추악한 욕망과 이기심이 외상외과 의사라는 이국종 교수의 존재의 가치를 퇴색시켰다.

이국종 교수는 무력감에 수없이 좌절과 포기를 거듭하고, 희망없이 버티던 가운데 환자의 삶에 희망을 바라며 스스로를 다독이고, 어딘지도 모르고 버텨나가야 하는 형벌같은 삶을 살았다고말한다.
생명을 살리고자 한 마음이, 병원내 더러운 정치 싸움에 휘말리지 않고 올곧게 자신의 길을 간 것이, 환자를 위해 아낌없이 쓴 병원 비품이나 약품들이 그를 자부심이 있는 의사가 아닌 죄인으로 만들었다.

외상외과, 중증외상센터의 특수성을 헤어려주지 않는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이국종교수와 그의 팀은 정말 최선을 다했다. 몸이 부서져라 일했고, 쓰러질때까지 환자를 위해 노력했다. 벽을 넘고 싶어 고독한 싸움을 계속 해야한 의료 선구자였고, 한 사람이라도 더 살리기 위해 치열한 삶을 살았지만, 결국 내부고발자라는 꼬리표를 달고 바다위를 표류하는 의료인이 되었다.(지금은 해군에서 배를 타며 몇개월씩 바다에서 지내신다고...)
그럼에도 그의 의사로써의 자긍심과 팀원을 한치의 의심없이 믿었던 그의 올곧은 마음이 여전해서 참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오랜 시간에 걸쳐 읽었다.
읽는 내내 착잡하고 안타깝고, 의료현실에 분노했다.
각자의 사정과 병원내 사정은 있을 수 있겠지만, 적어도 생명을 수익과 결부짓는 추잡한 일은 병원에서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여담이지만, 강연회에서 만난 이국종 교수님은 무척이나 외골수 같았다.
그 외골수같은 면이, 환자와 보호자의 절실함에 얼마나 큰 믿음을 주는지 어렴풋이 짐작하게 한다.
매체에서 보던 모습보다 해군에서 일하는 지금이 더 밝고, 얼굴도 좋아지신것 같아 다행이란 생각도 들었지만, 개인적인 바람은 위급한 환자들을 한명이라도 더 치료하고 살리는 큰 병원에서 일하셨으면 좋겠다는 생각!

반기시며 사인해주시고, 웃으시며 사진을 함께 찍었던 그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모쪼록, 어디서든 평안하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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