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쓰지 않아도 마음산책 짧은 소설
최은영 지음, 김세희 그림 / 마음산책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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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우리는 사랑과 증오를, 선망과 열등감을, 순간과 영원을 얼마든지 뒤바꿔 느끼곤 했으니까. 심장을 줄 수도 있다고 생각한 사람에게 상처 주고 싶다는 마음이 모순처럼 느껴지지 않았으니까.p31

사람은 자기보다 조금 더 가진 사람을 질투하지 자기보다 훨씬 더 많이 가진 사람을 질투하지 않는다고 한다.p50

솔직함도 마음이 강한 사람이 지닐 수 있는 태도인 것 같아.p82

마음이란 건 하도 걸어 물집투성이가 된 발바닥 같았다. 예쁜 눈물이 흘러내리는 얼굴이 아니라.p104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외롭고 고달플 때가 많이 있지. 인간이라는 어쩔 수 없는 한계, 결코 자신이 바라는 것만큼을 이룰 수 없을 때의 어려움, 아픈 몸, 연결되고 싶은 사람들과 연결되지 못하고 잘못된 관계 속에서 상처받고 괴로울 때가 있잖아. 그것만으로도 어려운 것이 삶일 텐데, 불필요한 고통을 지어내는 세상. 세상은 온갖 방식으로 당신에게 고통을 안겼어.p124

우리에게 필요한 건 이런 것들뿐인데. 나란히 앉아서 그네를 탈 수 있는 시간, 우리가 우리의 타고난 빛으로 마음껏 빛날 수 있는 시간, 서로에게 커다란 귀가 되어줄 수 있는 시간 말이야.p127

인간이 다른 동물을 먹는다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공장식 축산 시스템은 그 어떤 부분도 자연스럽지 않았다. 결국 도살당할 생명이라고 하더라도 살아 있는 한 최소한의 삶은 누려야 한다고 그녀는 믿었다. 그런 생각을 위선이라고 지적한다고 할지라도, 적어도 지금의 방식은 옳지 않다고 말할 수 있었다.p189

사랑은 애써 증거를 찾아내야 하는 고통스러운 노동이 아니었다. 누군가의 심연 깊은 곳으로 내려가 네발로 기면서 어둠 속에서 두려워하는 일도,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야만 어렵게 받을 수 있는 보상도 아니었다. 사랑은 자연스럽고 부드러운 것이었다.p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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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편의 짧은 소설들이 담긴 단편집이다.
한편 한편이 모두 깊고 섬세해서 조금 더 길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의 글은 누군가를 보듬고 위로하는 힘이 있다. 쇼코의 미소와 내게 무해한 사람이 그랬고, 밝은 밤이 그러했다.
애틋하기도 하고, 먹먹하기도 하다.
묵직하지만 밝고, 잔잔하지만 경쾌하다.
언제나 사람의 마음을 따뜻하게 담아내는 최은영 작가가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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