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명의 사람들을 불러 생일파티를 열어주었던 바바. 눈물 흘리는 걸 본 적도 없는 거대한 산 같던 그가 자신의 하인인 알리와의 이별에는 눈물을 흘렸으며, 총으로 위협하는 러시아 군인에게 조롱받는 한 남성의 어린 부인을 위해 “ 전쟁은 품위를 부정하는게 아니라, 평화로울 때보다 더 그것을 필요로 한다고 전하시오.” 라며 당당히 맞섰던 바바. 이제는 암환자가 되어버린 바바를 바라보는 그의 아들 아미르. 그가 떠난 뒤의 빈 공간을 떠올리며 더 깊숙히 그 공간속으로 들어가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너무 말라버린 바바를 바라보며 여러 감정이 들었을테지만 자신의 삶에서 중요한 날이 될 오늘을 위해 잠시 슬픔이나 두려움이나 먹먹함들은 보류하는 아미르에게 나는 조금 섭섭함을 느낀다. 하지만 누구도 다 헤아리지 못할 만큼의 큰 슬픔과 믿겨지지 않는 예정된 이별을 앞두었던 나의 경험이 떠올려졌다. 나 역시도 아미르처럼 냉정함을 찾고 현실을 핑계삼아 ‘아픔’을 잠시 보류 했었다. 상대를 향한 미안함과 나 자신을 향한 거북함에 마주할 순간이 분명 올 것이라는 걸 감당하면서 말이다.

그 감당 안에는 스스로가 행복에 있어 ’감히 누려도 될 만큼까지를 그어놓고 지켜야 하는 것’도 포함이다. 행복 마지노선 이라고 해야할까......

바바는 머리에 물을 묻혀 뒤로 빗어 넘겼다. 나는 그가 깨끗한 흰 셔츠로 갈아입고 넥타이를 매는 걸 도와주다가, 목깃 단추와 바바의 목 사이의 빈 공간이 2인치쯤 되는 걸 보았다. 나는 바바가 세상을 떠나면 뒤에 남게 될 빈 공간을 생각했다.
나는 다른 것에 대해 생각하려 애썼다. 그는 떠난 게 아니었다.
아직은 아니었다. 오늘은 좋은 생각을 해야 하는 날이었다. - P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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