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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할수록 지혜로워진다 - 스피노자와 함께 인생의 새 판 짜기
신승철 지음 / 사우 / 2019년 1월
평점 :
끝부분이 좀 어려워서인지 지루하긴 했지만 그래도 내가 철학에 관련된 책을 이렇게 재밌게 읽을 수 있을 줄은 몰랐다. 그것도 나에겐 그리 친숙하지 않았던 스피노자를 다룬 책이었음에도 곰곰히 이유를 생각해보니 그간 종종 보아왔던 다른 책처럼 주인공의 생각을 소개하고 그에 대한 자신의 해석을 덧붙인 형식의 구성과는 달랐기 때문이다. 자신의 삶을 먼저 기술하고 그 삶속에 스피노자의 철학이 어떻게 녹아있는지를 자연스럽게 이어서 말하고 있어 에세이집을 읽는 듯한 느낌으로 다가갈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도 언젠가는 회사원이었고 어느순간에는 동료인가 상사의 미움을 받기도 했고 연구실을 마련하고 나서는 옛친구들을 불러 새벽 3시까지 술잔을 기울이기도 하며 길고양이를 불러들여 스스로 집사가 되기도 하는 나름 평범한 우리 주변의 인물이었다. 이 책을 분명히 다 읽긴 했음에도 수번, 수십번이나 언급된 정동이라는 개념을 정의하지는 못하겠지만 이거 하나만은 느낌이 왔다. 순간순간의 감정으로 사는 것이 아니라 나로서 살기위해 노력하는 것. 배고플때 먹고, 졸릴때 자는 욕망 기계로'만' 살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라고 해야하려나. 사실 정확히 해석한 개념인지는 모르겠으나 뭐 어떠랴. 이 책을 읽고 나의 삶에 조금이라도 변화의 씨앗이 심어진다면 그게 바로 저자의 기쁨이 아닐런지.
'이기(being)'과 '되기(becoming)'의 개념도 흥미로웠다. 뉘앙스로는 이기보다는 되기의 삶을 살아야 한다며 후자가 더 높은 가치를 지닌 개념으로 소개되고 있는데 이기도 일반적으로는 좋은 의미로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네 스스로가 되어라 같은 문구들이 있잖는가. 그러고보니 이 문장도 뜯어보면 이기보단 되기에 가까우려나. 하여간 이 책에도 등장한 쉬운 이해를 위한 비교는 아이들에게 장래희망이 무엇이냐라고 물어본다면 직업의 이름들이 나오게 되지만 무엇을 할때 재미와 흥미, 보람을 느끼는가라고 물어본다면 다른 식으로의 대답이 나온다는 것이다. (쓰다보니 'OOO가 되고 싶다.' 또한 이기보단 되기에 가까운 예시라 내가 책을 제대로 이해를 못한것 같다는 생각이 또...)
이제보니 제목이 조금 아쉽다. 사랑할수록 지혜로워진다라는 제목에는 이 책의 가치가 온전히 담겨있지 않은 것 같은 느낌이랄까. 뭐 그렇다고 딱히 다른 대안이 있는건 아니지만 쉽게 감정에 휘둘리는 현대인을 타겟으로 정동이라는 개념에 대해 조금이라도 궁금증을 불러일으키게 할만한 제목이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모처럼 조금 어려워도 진득하게 읽은 철학에세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