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생활에서 재료라는 말을 듣게 되는 경우가 언제일까. 음식재료? 건축재료? 정도가 아닐런지. 이 책은 맛이나 시각, 질감에 영향을 주는 재료가 아니라 인류의 생활을 바꾼 재료를 12가지를 선정해 해당 재료의 발견, 또는 합성에 성공하기 까지의 이야기에 대해, 그 영향력에 대해 알려주고 있는 책이었다.
표지에 정답이 나와있긴 하지만 이 책에서 다룬 세계사를 바꾼 12가지 신소재(재료)를 꼽아보라고 하면 어떤 응답들이 나올까 궁금해진다. 아마도 이 책에서 다루는 챕터와 겹치는 소재는 거의 없을것 같은데 정답은 골드, 세라믹(도자기), 철, 셀룰로오스(종이), 탄산칼슘, 콜라겐, 고무, 자석, 알루미늄, 실크, 실리콘, 플라스틱까지 12개이다. 개인별로 동의하는 정도가 다를 수 도 있을것 같다. 나같은 경우 실크나 탄산칼슘은 좀 여기끼기 약하지 않나 싶은데 막상 이걸 빼고 무엇을 넣을 수 있을까 생각해보면 마땅한게 없어보인다.
이 책이 내게 흔한 교양서가 아닌 이유는 금이나 철, 고무 이야기가 아니라 존재는 알고 있었지만 그 배경이나 영향력에 대해서 제대로 알지 못했던 부분, 그러니까 셀룰로스나 알루미늄, 플라스틱에 대해 조금은 더 제대로 알게 만들어준 기회를 주었기 때문이다. 종이, 중국, 채륜, 파피루스 정도만 알고있었 내게 종이의 대중화로 인해 종교개혁의 촉진 같은 세계사에 미친 영향을 메타학문적인 시각에서 알려주었기 때문이다. 플라스틱 같은 경우에도 너무 흔해져서 지금은 너무도 아무렇지 않게 일생생활에 녹아들어있지만 이게 얼마나 편리한 재료인지, 얼마나 다양한 형태, 성질을 갖도록 만들수 있는지, 심지어 2차 세계대전에서 연합군이 승기를 잡는데 얼마나 큰 기여를 했는지까지 알게된 것 만으로도 이 책을 읽은 가치는 충분했다.
재료를 다루는 기초과학의 육성,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요원한 일이다. 일본이 아무리 장기불황이니 뭐니 해도 기초과학 분야에서 월등한 세계적 수준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고 당장 돈이 되는 일에 집중할 수 밖에 없는, 혹 전문 경영인이라면 더욱 당장의 성과에 연연할수 밖에 없는 상황도 이해가 안되는바 아니지만 일본인 저자가 중간중간 해당 재료의 실용화에 기여한 자국의 과학자를 언급한 부분들이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걸 보면서는 아무래도 조금 부럽기도 하더라는. 그러고보니 우리나라는 종이파트에서 일본에 종이를 전래한 유래를 설명하며 고구려의 승려 담징이 등장하는 것이 유일하다.
그러고보니 아무래도 일본인 저자가 기본적인 독자를 일본인으로 상정해서인지 해당 재료와 일본과의 접점을 언급하는 부분도 종종 등장하긴 하는데 읽는데 큰 거부감을 주는 요소까지는 아니었고 재료기반 과학 교양서로써 충분히 읽어볼만한 가치가 있는 책이었다. 이런 내용을 다루는 강의가 재료공학 신입생들을 대상으로 제공되었다면 내 인생은 달라졌으려나? 하는 생각이 들었을 정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