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에게 필요한 11가지 약 이야기
정승규 지음 / 반니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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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가 인간의 병을 치료 또는 예방하기 위해 만든 약의 종류는 얼마나 될까 궁금하다. 병원에 입원한 적이 없는 보통의 사람이 태어나서 지금까지 먹어온 약의 종류를 아는 사람은 또 얼마나 있을까도. 저자의 전작인 '인류를 구한 12가지 약 이야기'에 이어 나온 책인데 제목 워딩에서 주는 차이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전작이 인류를 구하기 위해 '충분조건'에 해당하는 책이었다면 이 책은 '필요조건'에 해당하는 책이라고 보면 되려나 했는데 그런것도 아닌것 같고... 그냥 2권으로 보아도 될듯. 


1권에서는 항생제, 진통제, 마취제, 비타민B 등을 다루고 있다면 이번 책에서는 피임약, 항우울제, 뇌질환 치료제, 당뇨약, 유전자치료제 등을 다루고 있다. 아마 저자 또는 출판편집자에게 목차를 모두 합해서 이를 두권으로 나눠서 내기로 했다면 분류가 다시되고 제목도 조금 다르게 지어지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아무튼 그렇다고 책이 재미가 없었다는 말은 아니고 전작과 마찬가지로 약의 역사라는 주제가 흔히 접하는 이야기가 아니어서인지 같은 방식으로 쓰여있어도 흥미롭게 읽혀졌다. 예를 들면 이런 이야기들.


- 가는 곳마다 승리하며 로마제국의 상징이 된 시저였지만, 그에게는 대머리라는 콤플렉스가 있었다. (중략) 그의 초상화에 많이 나오는 월계관은 높은 지위를 상징하는 장식품 같지만 실제로는 탈모를 가리기 위한 수단이었다. (중략) 전립선 비대증과 탈모를 치료하는 약 성분은 피나스테라이드로 같지만 치료에 필요한 용량은 다르다. 전립선 비대증 치료에는 5mg, 탈모 치료에는 1mg이 필요하다. 1mg으로 나온 탈모 치료제가 프로페시아다.


- 1920년대 활명수의 가격은 당시 설렁탕 두 그릇 값인 50전이나 되었다. 비싸게 팔아 남긴 이익은 독립운동의 자금줄이 되었다. 서울 중구에 위치한 동화약품 본사는 당시 '서울 연통부'로 상해 임시정부의 연락책이었다. 덕분에 민병호 선생의 아들이었던 민강 사장은 독립운동에 연루돼 두차례나 옥고를 치러야 했다.


- 고집이 세고 괴팍한 성격을 가진 고흐는 친구 고갱과 크게 싸우고 면도칼로 자신의 귀를 잘랐다. 흥분, 환각, 망상 증세로 정신병원에 입원한 그는 3일간 독방에 감금되었다. 고흐는 고갱과 다투고 자신의 귀를 자른 사실을 기억하지 못했다. 뇌전증으로 진단받은 그는 브롬화칼륨을 복용하고 3일 만에 진정되었다.


간혹 어떤 약의 발전단계를 설명하면서 수많은 약이름이나 성분이 등장하는 페이지가 일부 있긴 한데 대부분은 이런 식으로 단순한 약의 개발성공기가 아니라 말그대로 그 약에 연관된 인물(개발자를 포함한), 그리고 관련한 역사적 스토리와 더불어 자투리시간을 유익하게 채워준 책이었다. 아, 우리나라 제약회사에서 만든 신약 이야기도 나오는데 신약을 개발하는데 있어 엄청난 시간과 자금이 들어가야 하기에 글로벌 제약회사가 아니면 힘든상황에서 보기 드문 힘든케이스였으나 개발자가 누군지 주목해주지 않아 안타깝다는 이야기도 나오는데 상당히 공감이 갔다. 황우석 박사가 아니라 이런 사람을 인정해주는 사회가 되어야 저자 말마따나 그 뒤를 잇는 사람들이 많아 질 것이기 때문이다. 


ps. 문득 무슨약이었나 싶어 다시 찾아보니 뇌전증 신약으로 SK바이오팜에서 개발한 엑스코프리라는 약인데 기사를 찾아보니 작년 11월 21일에 미국 FDA로부터 최종 시판허가 승인을 받았고 올해 2분기부터 판매예정이라던데 이 글을 쓰는 현재 출시되었다는 기사는 없는듯. 나랑은 전혀 관계없지만 부디 성공적으로 글로벌 시장에 안착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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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의 쓸모 - 불확실한 미래에서 보통 사람들도 답을 얻는 방법 쓸모 시리즈 1
닉 폴슨.제임스 스콧 지음, 노태복 옮김 / 더퀘스트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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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시카고대와 텍사스대의 통계학 교수 두명이 함께 쓴 책이다. 서문에도 나와있듯이 주제상 수학공식을 안쓸수는 없고 기본적인 사칙연산외에는 전혀 사용하지 않아 쉽게 읽을 수 있다고 되어있는데 정말이었다. 다만 아쉬웠던건 저자의 전공을 보면 짐작할 수 있겠지만 대부분의 사례들이 확률통계에 관련된 것들로만 이루어졌다는 점인데 책의 제목을 '수학의 쓸모'가 아니라 '확률 통계의 쓸모'라고 해야 더 맞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을 정도. 물론 그렇게 했다면 판매량은 훨씬 떨어졌겠지만.


추락한 전투기의 총알자국 분석오류와 넷플릭스의 추천 알고리즘을 바탕으로 조건부 확률을 이야기하는 1장부터 흥미로웠는데 조건부 확률이라는게 일반적인 추천시스템에서 적용해야 하는게 당연한거 아닌가 싶으면서도 쉽지 않은 일이었구나 싶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수학이라는게 점점 발전하는 것이겠지. 뒤에 나오는 베이즈 규칙인가 하는걸 그 연장선에서 볼 수 있을 것이고. 찾아보진 않았지만 베이즈 규칙이라는게 오래전 재밌게 보았던 미드 '넘버스'에서 등장한 베이지안 추론인가 하는 것과 같아 보이는데 책에 등장하는 잠수함 찾기 뿐만 아니라 개인차원에서는 뭔가 심리학적인 지식과 더불어 상대의 선택지를 미리 추론하는데 있어서도 활용가능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도 해보게 된다.


보통 이런 책은 뒤로 갈수록 덜 흥미로운 사례가 많아 살짝 지겨워지기 쉬운데 이번에는 예상에서 벗어난 이유가 마지막 장에 실린 나이팅게일과 구글 이야기였다. 나이팅게일의 일생과 수학에 대한 관심은 잘 몰랐던 역사적 상식이었고 널리 알려진 구글 독감트렌드 검색 정보가 이제 더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그간 알고 있던 정보에 새로운 이야기를 덮어씌우는 이야기였기 때문. 그 이유 중 하나가 소비자들에게 더 편리함을 제공하기 위한 추천검색어 기능이라는 점이 아이러니하기도 했다.


현대 프로그래밍의 기본을 닦았다고 평가받는 그레이스 호퍼의 이야기는 그... 베네딕트 컴버비치가 암호해독가로 나온 영화처럼(제목이...) 언젠가 영화화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확률통계 관련한 이야기에서 빠지지 않는 동전던지기나 질병진단키트(임신테스트기까지 포함)의 정확성, 야구 연속게임 안타이야기까지 적당히 아는 이야기들과 더불어 수학을 조금은 더 친근하게 느끼게 만들어준, 말그대로 수학의 쓸모를 사회차원에서, 그리고 개인차원에서 느끼게 만들어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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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흐르지 않는다 - 우리의 직관 너머 물리학의 눈으로 본 우주의 시간
카를로 로벨리 지음, 이중원 옮김 / 쌤앤파커스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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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내용을 다 이해했다고 말할 수 없어 뭐라 글쓰기 조심스럽지만 어쨌건 일독했으니 끄적. 저자는 양자중력이론이라는, 말만들어도 어려워보이는 분야의 전문가로서 그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시간이야기를 담고 있는 책이었다. 인터스텔라 영화 속에서 잠깐 블랙홀을 지나쳐온 사이에 주인공 일행은 그대로지만 남아있던 동료가 확 늙어버린 장면을 떠올려보자. 그 이유가 영화에서도 잠깐 언급되는데 중력이 아주 센 물질 주변에서는 시간이 느리게 흐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이 책의 관점에서라면 이말도 잘못되었다. 느리게 흐른다는건 기준이 있는 것이고 여기서 '느리게'의 기준은 우주선에 남아있는 동료를 기준으로 자신은 정상적으로 수십년을 기다렸지만 자기가 보기에 주인공 일행 두명이 느리게 시간을 보낸 것(산 것)이며 주인공 일행은 슬로우 모션이 아니라 정상적으로 행성을 탐험하고 빈손으로 돌아와보니 남아있던 동료의 시간이 '빨리'흘러버린 것이다. 


그러니까 책의 제목에서 말하는 시간이라는건 흐르는 것이 아니고 누구나 각기 다른 시간을 살고 있을 뿐 그 기준이라는건 없다는 말이다. 이를 조금 확대하면 상대에게 지금 뭐하니라고 묻는 것조차 의미없는 질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상대가 수광년 떨어져있다면 그 지금이라는게 어떤 지금을 말하는지조차 알수 없기 때문. 뭐 하다못해 한창 게임을 하고있다가도 그 질문을 받는 순간 책을 펴들었다면 '지금'은 독서중이라고 말할 수 도 있는것과 같다. 시간이 그 자체에 대해 현대과학 관점에서 바라보는 저자의 해석과 동시에 과학책인지 철학책인지 모를 질문들과 더불어 애매하게 재밌었던 책이었다. 당신과 나 사이에는 아무것도 없는 것인가 공기로 가득차 있는 것인가, 존재한다라는 것은 무엇인가, 달리는 기차속에서 어머니가 아이에게 가만히 있어라고 한다면 기차에서 뛰어내려 땅 위의 그 위치에서 가만히 있어야 하는 것인가 등.


책 끄트머리쯤에 실린 데카르트의 인용문도 흥미로웠는데 이 부분은 기회가 되면 철학 재구성의 두번째 행보라는게 무슨 말인지 찾아봐야겠다고 생각했다.


'Cogito ergo sum.(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은 데카르트 철학 재구성의 첫 번째가 아닌 두 번째 행보였다. 첫걸음은 Dubito ergo cogito.(나는 의심한다. 고로 생각한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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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농담으로 과학을 말한다 - 무심코 읽었다가 쓸데없이 똑똑해지는 책
오후 지음 / 웨일북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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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에 저자의 다른 책을 재미있게 본 적이 있어 하나 더 찾아읽게 되었는데 역시나 만족스러웠다. 문체가 뭐라해야 하나. 팟캐스트 같은 느낌. 옆에서 담담히 해당 주제에 대해 설명해주고 있는데 전문적인 용어를 남발하는 것도 아니고 어디서 찾아들은 듯한 정보를 자신의 생각을 담아 재전달해주는 듯한 뉘앙스라 다루는 주제가 딱딱할 수 있지만 그렇게 딱딱하지만은 않았기 때문이다. 간간히 등장하는 저자의 위트있는 멘트는 그 정점. 그러고보면 제목을 참 잘지은듯. 나는 농담으로 과학을 말한다. 아무튼 이를테면 도입부부터 이 책은 나를 사로잡았다.


'당신이 역사에 이름을 아는 사람을 모드 적어보라. 당신이 쓴 이름의 90%는 왕, 혹은 그에 맞먹는 귀족, 그리고 그들을 떠받친 사상가와 종교 지도자일 것다. 10%는 기술자나 과학자, 예술가겠지만, 그조차도 대부분 르네상스 이후 사람일 가능성이 높다. (중략) ... 인터넷은 누가 개발했는지, 세계 인구가 지금처럼 많아질 수 있게 해준 화학 비료는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여성을 가정에서 해방했다는 세탁기는 누가 개발했고, 소독약은 언제 처음 쓰였는지, 에어컨, 컴퓨터, 기차는 누가 현실화 했는지 전혀 알지 못한다.'


또 읽으면서 저자의 식견에 감탄했던 부분은 아래와 같다.


'(일부 축약) 알파고도 인간이 둔 수많은 기보를 통해 바둑을 익혔다. 인간이라면 천년 이상 수련해야 할 내용을 단기간에 처리했을 뿐, 인간과 다른 방식을 사용했다고 보긴 힘들다. 알파고 제로도 기보없이 자신들끼리 대련시켜 수준을 높였다지만 어쨌건 인간이 수련한 방식이라는 점에서는 똑같다. 천년을 수련했으면 이세돌이 아무리 천재라도 알파고가 이기는 것은 당연하고 심지어 정의로운 일이기도 하다.'


옮기면서 생각해보니 뭔가 반박하고픈 마음이 살짝드는데 그러고보니 이 사례는 단순히 결과가 중요한게 아니라 바둑이라는게 경우의 수가 많기는 하지만 결국 기계식 학습으로서 접근이 가능한 영역이라는 사실, 그러니까 이 책에서도 등장하는 기상예측 분야에서 슈퍼컴퓨터가 만들어지기 전까지는 내일 날씨를 예측하는데 24시간이 더걸려 '예보'라는게 존재할 수 없었으나 이제는 계산능력의 증가로 며칠앞까지는 가능하게 되었다는 차원에서 같이 보면 될듯 하다. 오호, 바둑에서의 경우의 수와 날씨 예측에서의 경우의 수를 빗대어 본 내가 괜히 뿌듯.


이거 말고도 러시아 우주비행사들이 성과급을 받기 위해 일부러(없던 고장도 많들어?) 자동이 아닌 수동도킹을 자주 시도했다는 사실이나 성형외과 기술의 발달이 참호전과 연관되어 있다는 사실은(참호전에서는 고개를 빼꼼 들었다가 피격당하는 경우가 다수였기에) 웃픈 스토리였고 에스페란토어에 관한 이야기에서 네이버의 파파고가 에스페란토어로 '앵무새'라는 뜻이라는 정보 등은 (버블티 체인점 아마스 빈Amas Vin은 당신을 사랑합니다라는 뜻이며 프로축구팀 FC안영 엠블럼에도 시민Civitano, 낙원Paradizo, 행복Feliĉo라고 적혀있다고) 유익했던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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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픽 - 복잡한 머릿속에서 단 하나의 메시지를 집어내는 기술
전철웅 지음 / 혜화동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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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전문적인 프레젠테이션 제작 대행(?) 및 강사로 활동하고 있는 분인듯 한데 기회가 된다면 강의를한번 들어보고 싶을 정도로 책의 내용이 충실하고 잘 읽혔던 책이었다. 다양한 책에서 인용한 멘트들이 과하지 않아보였고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 또한 원픽이라는 제목에 걸맞게 단순함에도 뻔해보이지 않아보였는데 이유는 저자가 실제 경험한 사례들을 베이스로 하고 있기 때문이었다.(때문이었을 것이다라고 썼다가 고쳤는데 '~것이다'라는 식의 종결어미를 스스로 너무 자주 사용하는 것으로 느껴졌기 때문.)


코어슬라이드란 전체 컨셉을 한번에 보여주는 장표를 말한다고 한다. 단순한 텍스트 중심의 서머리가 아니라 전달하고자 하는 주제의 철학이 담겨있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레이저포인트로 하나하나 짚어주지 않아도 이해가 되는 장표인 것이다. 어떤 목적의 프레젠테이션이던간에 설명이 아닌 설득이 목적이라면 이 장표를 어떻게 만들까에 대한 고민을 전체 리소스 중 절반이상을(90%라고 말했던것 같기도) 할애해야 한다고 말하는데 저자는 초보자일수록 프레젠테이션 제작을 시작할때 이러한 고민과 제작에 투입되는 시간의 비율이 반대라고 말하고 있었다.


인터넷에서 밈으로까지 만들어져 돌아다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손가락 3개를 펴보이며 말하는 영상이 킬링메시지 사례로 나와서 신선했고(원 메시지가 뭐였는지 나도 이제서야 알았다는), 저자가 천안 해외차 딜러사 선정프레젠테이션에서 호두과자 접시를 비치하고 첫 화면에 호두과자 사진을 넣어 임팩트있는 메시지를 전달하는데 성공(?)했다는 사례 또한 어디서도 볼 수 없었던 저자만의 이야기이기에 재밌게 볼 수 있었던, 여러 자료와 더불어 단순한 실용서라기 보다는 교양서라고도 볼 수 있었던 책이었다. 실제 저자가 작성한 피티 이미지를 보여줄 수 있었더라면 하는(몇개는 흐릿하게 나온다.) 아쉬움이 있긴 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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