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흐르지 않는다 - 우리의 직관 너머 물리학의 눈으로 본 우주의 시간
카를로 로벨리 지음, 이중원 옮김 / 쌤앤파커스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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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내용을 다 이해했다고 말할 수 없어 뭐라 글쓰기 조심스럽지만 어쨌건 일독했으니 끄적. 저자는 양자중력이론이라는, 말만들어도 어려워보이는 분야의 전문가로서 그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시간이야기를 담고 있는 책이었다. 인터스텔라 영화 속에서 잠깐 블랙홀을 지나쳐온 사이에 주인공 일행은 그대로지만 남아있던 동료가 확 늙어버린 장면을 떠올려보자. 그 이유가 영화에서도 잠깐 언급되는데 중력이 아주 센 물질 주변에서는 시간이 느리게 흐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이 책의 관점에서라면 이말도 잘못되었다. 느리게 흐른다는건 기준이 있는 것이고 여기서 '느리게'의 기준은 우주선에 남아있는 동료를 기준으로 자신은 정상적으로 수십년을 기다렸지만 자기가 보기에 주인공 일행 두명이 느리게 시간을 보낸 것(산 것)이며 주인공 일행은 슬로우 모션이 아니라 정상적으로 행성을 탐험하고 빈손으로 돌아와보니 남아있던 동료의 시간이 '빨리'흘러버린 것이다. 


그러니까 책의 제목에서 말하는 시간이라는건 흐르는 것이 아니고 누구나 각기 다른 시간을 살고 있을 뿐 그 기준이라는건 없다는 말이다. 이를 조금 확대하면 상대에게 지금 뭐하니라고 묻는 것조차 의미없는 질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상대가 수광년 떨어져있다면 그 지금이라는게 어떤 지금을 말하는지조차 알수 없기 때문. 뭐 하다못해 한창 게임을 하고있다가도 그 질문을 받는 순간 책을 펴들었다면 '지금'은 독서중이라고 말할 수 도 있는것과 같다. 시간이 그 자체에 대해 현대과학 관점에서 바라보는 저자의 해석과 동시에 과학책인지 철학책인지 모를 질문들과 더불어 애매하게 재밌었던 책이었다. 당신과 나 사이에는 아무것도 없는 것인가 공기로 가득차 있는 것인가, 존재한다라는 것은 무엇인가, 달리는 기차속에서 어머니가 아이에게 가만히 있어라고 한다면 기차에서 뛰어내려 땅 위의 그 위치에서 가만히 있어야 하는 것인가 등.


책 끄트머리쯤에 실린 데카르트의 인용문도 흥미로웠는데 이 부분은 기회가 되면 철학 재구성의 두번째 행보라는게 무슨 말인지 찾아봐야겠다고 생각했다.


'Cogito ergo sum.(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은 데카르트 철학 재구성의 첫 번째가 아닌 두 번째 행보였다. 첫걸음은 Dubito ergo cogito.(나는 의심한다. 고로 생각한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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