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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하다는 착각
마이클 샌델 지음, 함규진 옮김 / 와이즈베리 / 2020년 12월
평점 :
저자인 마이클 샌댈이 몇달전 차이나는 클라스에서 랜선특강이라며 2주간 출연하여 화상강의를 진행, 이를 보았던 기억이 난다. 사실 책이 나온건 알고는 있었는데 정의란 무엇인가도 워낙 말이 많아서 보긴 했지만 아주 얕게밖에 이해하지 못했던 터라 선뜻 손을 못대고 있었다. 그런와중에 마침 전자책으로 나왔길래 일독. 강연 이후 책을 봐서 그런지 상당 부분 수월하게 읽을 수 있었다. 물론 하이에크의 개념과 연결짓는 부분같은 어려운 부분은 설렁설렁 보기도 했지만 전체적으로는 그래서 무슨말을 하고 싶은건지 이해는 얼추 가능했다는 말.
- 그 방송에서 본건지는 모르겠는데 가장 유명한 그림이 있다. 야구장인가를 담넘어로 세명이 보려고 하는데 각기 키가 달라서 한명은 발받침이 없이 가능하고 다른 한명은 발받침이 하나만 있으면 가능, 또 다른 한명은 두개가 있어야 가능한 경우 공평하게 하나씩만 주어서는 안되고 없어도 되는 사람대신 키가 작은 사람에게 두개를 주어야 모두가 경기를 담넘어로 볼수 있다는 그림. 나는 공평과 공정의 차이는 잘 모른다. 하지만 이런 경우 보편적인 양심이 있다고 믿는 사람이라면 그 양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후자가 양심에 따르는 행동이라고 보지 않을까.
- 서구권에서도 금수저 흙수저 의미를 담은 단어가 있는지 모르겠다. 인생의 성공이 이런 외부변수에 의해 좌우되는가라는 질문에 그렇다라고 답한 비율이 우리나라가 74%, 미국이 40% 정도였다고 한다. 아마도 이 1-비율을 사회가 얼마나 공정하다고 생각하느냐의 비율로 볼 수 있지 않을까.
- 초등학교때 성적순으로 앉았던 기억이 난다. 남자1등과 여자1등이 1분단 제일 앞줄, 남자2등과 여자2등이 2분단 제일 앞줄에 짝을 지어 앉는 방식. 그때는 어려서인지 이게 어떤 문제가 있는지도 몰랐던것 같다. 오히려 키순으로 앉는게 아니라 시험볼때마다 자리가 바뀌었으니 어느정도 나의 의지에 따라 짝을 바꿀 수 있는건가 싶어서 조금은 자율성이 있는게 아닐까라고도 생각하기도.
- 미드 슈츠에 여주인공인 레이첼이 머리도 좋고 열심히 준비해서 하버드 로스쿨에 지원했지만 떨어지는 에피소드가 있다. 처음에는 외적인 요인으로 떨어진줄 알고 입학사정관을 찾아가 확인해보는데 쌓여있던 수많은 지원서를 우연히 살펴보며 다들 엄청난 스펙을 자랑하고 있어 레이첼 또한 이들과 다르지 않다고, 사적인 감정으로 떨어뜨리면 안되지 않느냐고 하자 입학사정관이 하는 말. 그거 다 불합격이력서라고. 책에서도 예일대 입학사정관의 비슷한 경험을 담고 있다. 수천명의 지원서를 계단 아래로 던져버리고 랜덤하게 골라도 여전히 훌륭한 학생들일 것이라고.
- 사회적 이동성은 돈이 돈을 벌기 시작한때부터, 누가 그랬더라. 자본소득이 노동소득을 능가하기 시작한 시점부터 경직되기 시작한듯 보인다. 요즘 글로벌 인기를 모으는 오징어 게임을 최근 재밌게 봤는데 한동네 사는 모두가 현질 정도에 따라, 자동사냥 기기 여부에 따라 등급이 나뉘는 모바일 게임이 아니라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같은 게임을 다시 즐겁게 할 수 있는 날이 다시 올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