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글쓰기 특강
강준만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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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교육 과정에서 글쓰기와 관련된 과목은 당연히 '국어'였다. 논술을 준비하지 않는 고교졸업자들은 국어적 글쓰기 지식만으로 대학에 온다. 국어적 글쓰기라는 것은 시나 수필 등의 문학에 근거한 작문을 의미한다. 노래 가사를 차용한 글쓰기도 문학적인 범주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국어교과에 논리적 글쓰기에 대한 단원도 있었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객관식 시험 체제에서 글쓰기 능력을 키우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결국 국어시간에 배운 글쓰기 능력은 수능 지문 독해를 대비해 억지로나마 읽었던 문학에 근거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대학생에게 요구되는 글쓰기는 문학과는 거리가 있다.  문제는 이를 깨닫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나 역시 대학시절 작성한 레포트들은 국어적 글쓰기법을 따른 것이었다. 

 책은 '글쓰기로 세상 보기'라는 머리말 제목으로 시작한다. 통상의 경우 '서론쓰는 법' 등 글의 전개 순서를 쫒아서 설명하는 경우가 많은데 본 서는 기술적 글쓰기 소개서와는 다르게 구성되어 있다.  자세부터 가다듬기, 다시보는 즐거움, 지뢰밭 피해가기, 대안은 있다, 응용의 즐거움이라는 5개장으로 편집되어 있다. 

각 장마다 소제목을 붙여 주의사항을 소개한다. 매우 실용적인 지적들이 많다. 특히 책 말미에는 자기소개서에 대한 충고도 덧붙이고 있다. 사실 대학생들의 사회적 글쓰기는 자기소개서로부터 시작된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중요성에 비해 자기소개서를 준비시키는 학습과정은 대학교육에서 빈곤한 편이다. 저자는 이점에 착안하여 제목에 충실한 것 같다.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생활진리가 책의 경우 더욱 적절하게 적용된다. 이 책도 독자들의 글쓰기에 대한 연습량과 관련 서적의 독서량의 정도에 따라 큰 차이가 발생할 것이다. 관련 지식이 많을 수록 책의 유용성은 매우 높은 것이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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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이론 사전
앤드류 에드거 외 엮음, 박명진 외 옮김 / 한나래 / 200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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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낱말에 다양한 의미가 내재될 수  있다. 이러한 다중적 용어사용은 우리말보다 외래어에서 빈번하게 발견되곤 한다. 영어 공부가 어려운 이유 중에 하나도 단어 쓰임새의 다양함 때문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일반적 용어인 경우에도 특정한 맥락의 범위로 편입되면 그 단어의 의미파악이 불가능하게 되는 예도 있다. 만약 맥락을 무시한 자의적 단어 해석은 '동상이몽'을 초래하게 된다. 

  '문화'라는 용어를 만나는 것이 언젠가부터 심상치 않게 여겨지게 되었다. '컬쳐'라는 정형화된 의미로는 문화이론의 이해를 위한 준비가 부족하다고 할 수 있다. 

  본 사전에서 문화는 '문화 인류학'(p.160)에 기반하여 해설을 시도하고 있다.  "인류학이란 인간 또는 인류를 연구하는 학문으로서 체질 인류학과 문화 인류학 두 가지로 대별된다. 체질 인류학은 인간 행태의 체질적 변이를 연구한다."(p.165) 문화인류학은 '적응'에 관심을 두고 있는 것이라 하겠다.  

  문화라는 용어에 대해 특징적 한계를 고려하면 이러한 사전의 이용은 매우 유용할 수 있다.  다만 보편적인 교양 또는 상식사전을 염두한 경우는 구입 전에 한번 더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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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과 사람관리
신유근 지음 / 서울대학교출판부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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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은 우리 전통과는 동떨어진 개념이라 할 수 있다. 이윤을 추구하려는 속내가 전면에 드러난 듯한 용어이기 때문이다. 동아시아에서는 '이익' 보다는 '질서'가 우선되어 왔다. 한국도 다르지 않다.

  이 책은 한국적 인사관리론 정도로 소개한다면 크게 잘못된 것이 아닐 것 같다. 경영 또는 행정학 기본서의 목차를 따르면서 조선시대와 고려시대에 걸친 인사제도와 이론적 주장을 소개하고 있다. 

독특한 내용구조를 취하고 있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대부분의 관련 서적들은 외국의 선행연구와 현재의 실무현장 및 법령분석을 통해 전개하는 방식으로 편성되어 있다. 그런데 본서에서는 근대 이전 한국에서 논의되었던 방식들을 소개하는 것을 위주로 하고 있다.   

이론서의 형식이다. 대중적 서사가 아니므로 주의해야 한다. 전공 수준의 관점에서 인사관리에 대한 한국적 견해에 관심을 갖는 경우라면 일독을 권할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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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근대사 산책 2권 - 개화기편, 개신교 입국에서 을미사변까지
강준만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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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신정변은 3일 만에 실패로 돌아갔다. 갑오개혁은 그 일로부터 10년이 지나서 발생되었다. 많은 경우 갑오개혁은 일본강제에 의해 추진된 조선근대화 프로젝트로 알고 있다. 중고등학교에서 배운 ‘국사’만으로 국사를 종료한 경우 대강 이 수준으로 머무르기 십상이다.
왜곡되고 편협한 역사지식이 평준화되어 있다는 점은 주의가 필요하다.
하원호는 갑오개혁에 대해 “자타율 한쪽을 택한 다기 보다는 내재적 발전론의 연장으로서 개혁의 성격을 인정하고 일본 강요에 의한 개혁 과정도 수용한 절충적 견해가 지배적”이라고 보았다. "갑오개혁은 1894년 7월 27일부터 12월 17일까지(군국기무처가 설치되어 폐지된 기간)를 협의적으로 보기도 하고, 1984년 7월부터 1896년 2월까지(갑오-을미년간) 조선왕조의 일본 내지 서구 지향형 근대화운동을 총칭하기도 한다(p. 199).

  갑신정변의 실패로 국외로 도피했던 개화파가 갑오개혁을 통해 국정전면으로 복귀한다. 그 중 김옥균이라는 비운적 인물의 삶이 애처롭다. 갑신정변 후 일본에서 숨어살던 그가 청나라에게 조선의 중립국 유지를 외교적으로 접근하려는 속임수에 넘어가 중국으로 갔너가 암살당한다. 그에 이러한 삶의 여정을 무척 생소하게 읽었다. 알만한 것인데 모르는 것을 아는 재미가 역사책의 묘미라 할 수 있다. 서재필 또한 우울한 인물이다.

  갑신부터 갑오까지 십년의 세월에 많은 사건들이 일어났다. 당시 개화파의 ‘잃어버린 시간’이란 평가는 지나친 점이 있다. 개화 초기 민중의 삶은 경천동지의 연속이었으리라 짐작해 본다. 
 

  그중 ‘사진사’가 흥미롭다. 서양 사진 발명이 1830년대 였고 중국과 일본은 1840년대 도입되었다. “한국에는 부산이 1880년 서울이 1882년”(p.13) 사진영업이 개시되었다. 전래된 이래 사진에 대한 유언비어가 상당했는데 특히 “사진이 수명을 단축시키고 어린아이들을 잡아다 삶아서 사진약으로 쓴다는 배외세력의 유언비어가 있었다.” 터무니 없는 내용이지만 무지한 상황에서는 무시할 수 만은 없는 일종의 첩보였던 것이다.(p.15)  


  지나친 흡연도 문제거리가 될만했다. 건강증진의 기호품으로 왜곡되어 있었던 것이다. 4-5세 아이부터 남녀구분 없이 애연을 했다. 동남아 원시부족의 한 아이가 부모의 품에 안겨 잎담배를 피우는 모습이 연상되어 거북함이 느껴졌다. 선교사들이 기독교리에 금연을 우선 얹어 놓은 것이 이해되기도 한다. 
 

  제중원 부설 국립의학교에 입학생이 없었다는 일화도 관심이 간다. 결국 관아에서 차출한 기녀들이 입학하게 되었는데 “당시 남녀구별이 삼엄한 문화에서 남자병실 출입이 자유로운 계층은 기녀들”(p. 112) 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요즘 대학의 의대 뿐만 아니라 보건계열의 입시과열 현상에 격세지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과거시험 철폐되고 대신 이용되었던 시험과목은 국문, 한문, 사자(글씨 베계 쓰기), 산술, 국내정략, 외국사정, 발책(논문) 등이었다. 특별한 기술 소유자를 추천하여 시험하는 제도도 시행되었다. 고급관리 채용은 현임 고급관리의 협의 공천으로 후보자 세명을 국왕에게 주문(奏聞)하여 그 가운데 국왕이 택일하는 칙임관과 대신이 선발하여 도찰원의 평의를 거쳐 국와의 재가를 받는 주임관제도를 두었다. 종래의 품계는 18등급이었으나 3품이하부터 정·종의 구별을 없애고 1-2품을 칙임관, 3-6품을 주임관, 7-9품은 관리관이라 했다(p. 211). 근대적 공무원 채용시험의 원형이라고 할 수 있겠다. 
 

  콜레라와 관련된 짧막한 소개에서 방역을 위해 대문에 고양이 그림을 붙여 두었던 무당의 조치가 다소 당황스럽다. 콜레라의 숙주가 쥐이므로 그림이 예방약 정도로 활용되었다는 것이다. 당시 콜레라 사망자는 약 30만명으로 추정되었다. 일본에서도 콜레라가 개항이 불러온 사회문제로 부상되고 있었다. 「일본적사회질서의 기원」(나루사와 아키라 저, 박경수 역, 도서출판 소화, 2004)에서 소개하고 있는 당시 일본의 질병예방 대책은 ‘위생환경’ 개선있었다. 개화가 실제 민중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던 것을 알 수 있다. 
 

이제 제3권으로 이어나가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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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공화국 - 프랑스 지리학자가 본 한국의 아파트
발레리 줄레조 지음, 길혜연 옮김 / 후마니타스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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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인의 대표적 주거양식은 아파트다. 이미 10년전 주택공급량의 90%이상이 아파트로 채워졌다. 현대 한국인의 90퍼센트가 아파트 또는 이와 유사한 양식에서 거주하고 있다고 추정할 수 있는 데이터라 할 수 있겠다. 일단 '아파트공화국'이라는 타이틀은 과장이 없다.  

  무심코 내 주변부에 인물들을 떠올려 보니 대다수가 아파트와 연립생활자들이라는 것을 새삼 깨닫는다. 다만 획일적 아파트가 획일적 국민정서를 조장하는데 일조하고 있다면 국가전체적으로는 부정적 현상임에 틀림없다. 다양화가 동력의 키워드인 시대에 살고 있으며 앞으로는 더욱 그렇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본 연구에서 '사회적 관계', '전통의 폐기' 등 아파트 내적의 소프트웨어적인 요소를 논의하였다. 

그러나 본 연구에서 제기하고 있는 문제의 핵심은 하드웨어적인 것에 맞춰져 있다. 도시마다 빼곡하게 들어선 콘크리트 덩어리들의 다소 암울한 미래이다. 이미 재건축이 시행된 것들도 있지만 80년대 본격적으로 구축되었던 아파트 단지들의 재건축 시기가 도래하는 향후 10년 이내에는 상당한 혼란을 예견하고 있는 것이다. 프랑스 사례에 대한 언급은 예상되는 혼란을 구체화시켜준다. 

  발레리 줄레조가 조사샘플에 지방 중소도시를 추가했다면 물리적 아파트의 문제에 몇 가지 사항들이 보태졌을 가능성이 크다. 서울 경기 이외의 지역에서 재건축은 장담할 수 없는 미래다. 현재도 재건축이 불가한 아파트가 있다. 붕괴우려 아파트에 대해 '경관파괴'라는 심미적 평가를 시도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는 아직도 사태의 심각성을 모르는 태도라 할 수 있다. 자연풍화에 맡겨져 기울어 가는 아파트는 심중한 도시 위협요소로 보는것이 옳다. 잠재적 도시재앙이라 할 수 도 있다.

  저자는 "인구 밀도가 높다고 해서 고층아파트가 필연적이라는 것은 오해"(p. 167)라고 단언한다. 서울 신공덕동 지역의 실제 데이터를 제시하면서 아파트 건설을 업자들의 이윤을 위한 "옹색한 개발 숙명론"(p.171)으로 저평가했다. 

   내가 살고 있는 곳도 아파트다. 강아지를 기르고 싶다는 생각에 잠시 마당 딸린 집을 염두해 본 적이 있지만 오래간 것은 아니었다. 언젠가 샌프란시스코 공항 인근 산마티오에 위치한 미국 중상층 가정에 마실 갔던적이 있었다. 고전 미드 "캐빈은 열 두살(wonder year)"에서 봤던 전형적인 주택가에 위치한 가옥이였는데 앞뒤 마당과 차고 그리고 실내복층 등이 근사하게 보였다. 당시에 나는 미국의 넓은 국토에 근거한 주거양식 정도로 여겼었다. 

  그런데 그 이유가 전부는 아니었던 것이다. 개화기 독립신문에서는 대한민국의 국토가 결코 좁지 않다는 것을 외국과 비교하여 홍보했다. '좁은 국토'라는 국민적 피해의식을 경계했던 애국적 취지였을 것이다. 

  한국 아파트는 도시 계획정책의 산물이지 국토와 인구 탓만은 아니었다. 이미 건축된 아파트들의 천마루 행진에 끝은 그야말로 암울하다. 도시를 고민하는 것을 업으로 하는 정책가들의 혜안이 발휘되어 아파트공화국이 캐빈동네처럼 변모되어 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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