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공화국 - 프랑스 지리학자가 본 한국의 아파트
발레리 줄레조 지음, 길혜연 옮김 / 후마니타스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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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인의 대표적 주거양식은 아파트다. 이미 10년전 주택공급량의 90%이상이 아파트로 채워졌다. 현대 한국인의 90퍼센트가 아파트 또는 이와 유사한 양식에서 거주하고 있다고 추정할 수 있는 데이터라 할 수 있겠다. 일단 '아파트공화국'이라는 타이틀은 과장이 없다.  

  무심코 내 주변부에 인물들을 떠올려 보니 대다수가 아파트와 연립생활자들이라는 것을 새삼 깨닫는다. 다만 획일적 아파트가 획일적 국민정서를 조장하는데 일조하고 있다면 국가전체적으로는 부정적 현상임에 틀림없다. 다양화가 동력의 키워드인 시대에 살고 있으며 앞으로는 더욱 그렇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본 연구에서 '사회적 관계', '전통의 폐기' 등 아파트 내적의 소프트웨어적인 요소를 논의하였다. 

그러나 본 연구에서 제기하고 있는 문제의 핵심은 하드웨어적인 것에 맞춰져 있다. 도시마다 빼곡하게 들어선 콘크리트 덩어리들의 다소 암울한 미래이다. 이미 재건축이 시행된 것들도 있지만 80년대 본격적으로 구축되었던 아파트 단지들의 재건축 시기가 도래하는 향후 10년 이내에는 상당한 혼란을 예견하고 있는 것이다. 프랑스 사례에 대한 언급은 예상되는 혼란을 구체화시켜준다. 

  발레리 줄레조가 조사샘플에 지방 중소도시를 추가했다면 물리적 아파트의 문제에 몇 가지 사항들이 보태졌을 가능성이 크다. 서울 경기 이외의 지역에서 재건축은 장담할 수 없는 미래다. 현재도 재건축이 불가한 아파트가 있다. 붕괴우려 아파트에 대해 '경관파괴'라는 심미적 평가를 시도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는 아직도 사태의 심각성을 모르는 태도라 할 수 있다. 자연풍화에 맡겨져 기울어 가는 아파트는 심중한 도시 위협요소로 보는것이 옳다. 잠재적 도시재앙이라 할 수 도 있다.

  저자는 "인구 밀도가 높다고 해서 고층아파트가 필연적이라는 것은 오해"(p. 167)라고 단언한다. 서울 신공덕동 지역의 실제 데이터를 제시하면서 아파트 건설을 업자들의 이윤을 위한 "옹색한 개발 숙명론"(p.171)으로 저평가했다. 

   내가 살고 있는 곳도 아파트다. 강아지를 기르고 싶다는 생각에 잠시 마당 딸린 집을 염두해 본 적이 있지만 오래간 것은 아니었다. 언젠가 샌프란시스코 공항 인근 산마티오에 위치한 미국 중상층 가정에 마실 갔던적이 있었다. 고전 미드 "캐빈은 열 두살(wonder year)"에서 봤던 전형적인 주택가에 위치한 가옥이였는데 앞뒤 마당과 차고 그리고 실내복층 등이 근사하게 보였다. 당시에 나는 미국의 넓은 국토에 근거한 주거양식 정도로 여겼었다. 

  그런데 그 이유가 전부는 아니었던 것이다. 개화기 독립신문에서는 대한민국의 국토가 결코 좁지 않다는 것을 외국과 비교하여 홍보했다. '좁은 국토'라는 국민적 피해의식을 경계했던 애국적 취지였을 것이다. 

  한국 아파트는 도시 계획정책의 산물이지 국토와 인구 탓만은 아니었다. 이미 건축된 아파트들의 천마루 행진에 끝은 그야말로 암울하다. 도시를 고민하는 것을 업으로 하는 정책가들의 혜안이 발휘되어 아파트공화국이 캐빈동네처럼 변모되어 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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