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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근대사 산책 2권 - 개화기편, 개신교 입국에서 을미사변까지
강준만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07년 11월
평점 :
갑신정변은 3일 만에 실패로 돌아갔다. 갑오개혁은 그 일로부터 10년이 지나서 발생되었다. 많은 경우 갑오개혁은 일본강제에 의해 추진된 조선근대화 프로젝트로 알고 있다. 중고등학교에서 배운 ‘국사’만으로 국사를 종료한 경우 대강 이 수준으로 머무르기 십상이다.
왜곡되고 편협한 역사지식이 평준화되어 있다는 점은 주의가 필요하다.
하원호는 갑오개혁에 대해 “자타율 한쪽을 택한 다기 보다는 내재적 발전론의 연장으로서 개혁의 성격을 인정하고 일본 강요에 의한 개혁 과정도 수용한 절충적 견해가 지배적”이라고 보았다. "갑오개혁은 1894년 7월 27일부터 12월 17일까지(군국기무처가 설치되어 폐지된 기간)를 협의적으로 보기도 하고, 1984년 7월부터 1896년 2월까지(갑오-을미년간) 조선왕조의 일본 내지 서구 지향형 근대화운동을 총칭하기도 한다(p. 199).
갑신정변의 실패로 국외로 도피했던 개화파가 갑오개혁을 통해 국정전면으로 복귀한다. 그 중 김옥균이라는 비운적 인물의 삶이 애처롭다. 갑신정변 후 일본에서 숨어살던 그가 청나라에게 조선의 중립국 유지를 외교적으로 접근하려는 속임수에 넘어가 중국으로 갔너가 암살당한다. 그에 이러한 삶의 여정을 무척 생소하게 읽었다. 알만한 것인데 모르는 것을 아는 재미가 역사책의 묘미라 할 수 있다. 서재필 또한 우울한 인물이다.
갑신부터 갑오까지 십년의 세월에 많은 사건들이 일어났다. 당시 개화파의 ‘잃어버린 시간’이란 평가는 지나친 점이 있다. 개화 초기 민중의 삶은 경천동지의 연속이었으리라 짐작해 본다.
그중 ‘사진사’가 흥미롭다. 서양 사진 발명이 1830년대 였고 중국과 일본은 1840년대 도입되었다. “한국에는 부산이 1880년 서울이 1882년”(p.13) 사진영업이 개시되었다. 전래된 이래 사진에 대한 유언비어가 상당했는데 특히 “사진이 수명을 단축시키고 어린아이들을 잡아다 삶아서 사진약으로 쓴다는 배외세력의 유언비어가 있었다.” 터무니 없는 내용이지만 무지한 상황에서는 무시할 수 만은 없는 일종의 첩보였던 것이다.(p.15)
지나친 흡연도 문제거리가 될만했다. 건강증진의 기호품으로 왜곡되어 있었던 것이다. 4-5세 아이부터 남녀구분 없이 애연을 했다. 동남아 원시부족의 한 아이가 부모의 품에 안겨 잎담배를 피우는 모습이 연상되어 거북함이 느껴졌다. 선교사들이 기독교리에 금연을 우선 얹어 놓은 것이 이해되기도 한다.
제중원 부설 국립의학교에 입학생이 없었다는 일화도 관심이 간다. 결국 관아에서 차출한 기녀들이 입학하게 되었는데 “당시 남녀구별이 삼엄한 문화에서 남자병실 출입이 자유로운 계층은 기녀들”(p. 112) 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요즘 대학의 의대 뿐만 아니라 보건계열의 입시과열 현상에 격세지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과거시험 철폐되고 대신 이용되었던 시험과목은 국문, 한문, 사자(글씨 베계 쓰기), 산술, 국내정략, 외국사정, 발책(논문) 등이었다. 특별한 기술 소유자를 추천하여 시험하는 제도도 시행되었다. 고급관리 채용은 현임 고급관리의 협의 공천으로 후보자 세명을 국왕에게 주문(奏聞)하여 그 가운데 국왕이 택일하는 칙임관과 대신이 선발하여 도찰원의 평의를 거쳐 국와의 재가를 받는 주임관제도를 두었다. 종래의 품계는 18등급이었으나 3품이하부터 정·종의 구별을 없애고 1-2품을 칙임관, 3-6품을 주임관, 7-9품은 관리관이라 했다(p. 211). 근대적 공무원 채용시험의 원형이라고 할 수 있겠다.
콜레라와 관련된 짧막한 소개에서 방역을 위해 대문에 고양이 그림을 붙여 두었던 무당의 조치가 다소 당황스럽다. 콜레라의 숙주가 쥐이므로 그림이 예방약 정도로 활용되었다는 것이다. 당시 콜레라 사망자는 약 30만명으로 추정되었다. 일본에서도 콜레라가 개항이 불러온 사회문제로 부상되고 있었다. 「일본적사회질서의 기원」(나루사와 아키라 저, 박경수 역, 도서출판 소화, 2004)에서 소개하고 있는 당시 일본의 질병예방 대책은 ‘위생환경’ 개선있었다. 개화가 실제 민중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던 것을 알 수 있다.
이제 제3권으로 이어나가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