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칠뻔했던 고품격 다큐였다. 이비에스를 워낙 좋아하던 나였지만 요즘처럼 바쁘고 정신없을 땐 그 멋진 다큐멘터리들도 못 보고 지나쳤다. 그러나 명의는 소문을 익히 들어 꼭 봐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책으로 묶여나와서 냉큼 집어들었다. 다큐멘터리 안에 있는 정보, 감동, 내러티브가 다 책으로 잘 엮여있어서 생각보다 읽고 뿌듯함까지 들었던 책. 의사라는 직업에 대해 인간적으로 혹은 존경의 눈으로 본 적은 한번도 없었지만 이 책에 있는 의사들은 저마다 프로의식과 열정을 가지고 생명에 대한 경의를 가진 것 같아 새로운 시각을 갖게 한 책이다. 당뇨, 암, 치매 등의 정말 흔한 큰 병도 작은 생활습관에서 시작될 수 있다는 명의건강법도 꽤 유익했다. 건강이 최고다. 최고인 건강을 위해 꼭 집안에 하나 정도는 들어놓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설 선물용으로 이 명의 보약책 세트 좋겠군.
정조어찰이 발견된 작년, 학계에서는 엄청난 논란이 일었다. 그동안 알고 있던 사료와 너무 다른 내용이 있었고 왕이 이렇게 사적인 내용까지 담아놓았던 비밀스런 편지를 한 신하에게 보냈다는 것 자체가 놀라웠기 때문이다. 정조의 비밀편지는 한 신하에게 보낸 수많은 편지를 그 신하가 모아 놓은 것인데. 정조는 모두 없애버리라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신하는 그 편지를 대대로 보관하고 말았다. 정조는 하루에도 다섯번까지도 어찰을 보냈다. 문자메시지를 보내듯 자신의 감정이나 심경, 몸상태까지 좋아하는 신하에게 어찰로 썼다. 마음에 안 드는 다른 신하들의 뒷담화도 하고 껄껄이라고 한문으로 적어가며 자신의 주변인의 자제를 합격시키라는 편지도 있어 놀랍다. 정조독살설에 대해서 안대회 저자는 이 어찰들의 내용을 볼 때 원래 몸이 좋지 않았고 지병이 있던 정조였기 때문에 독살을 할 필요도 없었던 것으로 판단한다. 정조와 그 주변, 노론소론 분당정치, 독살설, 그 당시 조선의 시국을 정조의 비밀편지라는 사료로 재미있게 둘러볼 수 있는 특이한 책이다. 서사가 있어 소설을 읽는 듯한 기분도 든다. 재밌게 읽고 나서 유식해지기도 하니 이게 바로 인문학의 즐거움이 아니겠는가. 껄껄(정조가 이 웃음으로 쓰던 한문이 뭐더라....ㅋ)
김병종의 그림을 집에 걸어놓으면 좋은 일이 생긴다고 한다. 우울증도 없어지고 심지어는 돈도 들어온다는 소문이 돈다. 그래서인지 김화백의 그림은 엄청나게 비싸다. 그런데 책을 보면서 느낀 감정은 아, 이런 그림이 집에 있으면 진짜 분위기가 화사해지겠구나하는 것이었다. 글도 마찬가지다. 마음이 혼란스러울 떄 이 책을 선물받았다. 요즘 교회도 가지 않고 마음이 혼란스러웠는데 이 책을 읽고 너무 좋았다. 화려한 그림이 아니라도 김병종 작가의 차분한 글솜씨와 자분자분한 문체가 나를 토닥여주는 느낌이었다. 빨간꽃이 콕박혀 따뜻한 마음을 자아내던 이 책. 그림처럼 포근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