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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 중년, 산티아고에서 길을 묻다 - 잠시 인생의 길을 잃은 나에게 나타난 산티아고
이기황 지음 / 이담북스 / 2020년 8월
평점 :
한국인들에게도 산티아고 순례길이 유명해졌어요. 저의 지인들 중에서도 이 길을 걷고 온 사람들이 있네요.
회사 생활에 지쳤거나, 회사에서 은퇴했거나, 성인이 된 첫 도전이거나, 종교적 이유이거나......
다양한 나이의 사람들이 다양한 이유로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습니다.
저는 순례길에 다녀온 적이 없지만, 관련된 책이 나오면 관심을 가지고 읽어 봅니다.
이번 책은 ‘50대 중년, 산티아고에서 길을 묻다’입니다.
“미안합니다. 그동안 수고 많으셨습니다.”
이기황씨의 30년 직장 생활이 끝났습니다. 아직 건강하게 일할 수 있는 50대 중년의 나이에!
이기황씨는 호텔리어 출신으로 10년간 인터파크의 국내 여행사업을 이끌었다고 합니다.
한 회사에서 10년 동안 열심히 일 했는데 참 허무하게 은퇴를 하신 것 같아요.
저 같으면 이렇게 화를 냈겠죠.
“내가 얼마나 열심히 일했는데!! 으으..”
그러나 이기황씨는 원망과 미움을 떨쳐내고 새로운 도전을 합니다. 그것이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는 일이었죠.
사실 별 기대 없이 이 책을 열었습니다. 은퇴 후에 책을 내신 걸 읽어보면 내용이 산만하고 중복도 많고... 그냥 자신의 일기장을 기념으로 낸 것 같은 분들이 많거든요.
그런 책을 쓰신 것도 대단하게 생각하지만, 굳이 사서 읽고 싶지는 않는데.. 이기황씨의 이번 책은 저의 편견을 깨주었습니다.
이 책의 장점 세 가지!
1. 아름다운 사진
작가가 직접 사진을 찍었는데, 사진 전문가처럼 잘 찍으셨어요.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감탄했습니다.
2. 중년의 솔직한 도전 과정
저는 아직 중년 나이는 아니지만, 중년의 삶과 생각을 들여다 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글도 솔직하게 쓰셔서 친근감이 느껴졌어요.
3. 여행업 전문가의 시선
호텔리어 출신이고 여행업이 오래 근무해서 산티아고 순례길에 대한 다른 책들과 다르게 숙소에 대한 묘사와 평가가 특별합니다. 여행자들에게 유용한 도움을 줍니다.
책에 이 시대의 중년은 죽도록 일하다가 느닷없이 쉬게 된다는 표현이 등장하는데요. 그 말이 가슴 아프고 공감 가더라고요.
저도 중년 즈음에는 이 길을 걷게 될까요? ㅎ
마음이 지쳐서 신에게 물을 질문조차 떠오르지 않을 때, 아니면 무언가 깨달음을 얻고자 기대심을 품을 때, 순례길에 도전할 것 같아요.
이 책을 읽으며 조금이나마 산티아고 순례길을 함께 걷는 기분이 들었어요.
숙소를 구하지 못해서 방황하고, 당이 떨어져서 사탕을 얻어먹고, 스마트폰 유심 설정을 못해서 도움을 받고..
이런 과정이 꾸밈 없는 솔직한 여행 과정이라서 읽는 재미가 있었어요.
역시 우리는 혼자서는 살 수 없는 존재입니다. 누군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부끄러운 일이 아니고, 내가 누군가를 도와줄 수 있음도 기억해야죠.
부제를 ‘산티에고 알베르게 투어’로 붙여도 될만큼 숙소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데요. 이 내용들이 다른 도전자들에게 유익하네요.
가장 인상 깊었던 숙소는 엠마우스 성당이었어요. 여기서는 전날 도네이션으로 모인 금액으로 다음날 투숙객의 식사가 차려진다고 해요.
어떤 숙소에서는 카드를 뽑고 그림과 관련된 자신의 이야기를 낯선 이들에게 털어놓더라고요. 이런 과정도 치유와 회복의 과정이죠.
순례길을 걷는 일정이 30일이 넘는데, 매일 다양한 숙소를 만나는 것이 흥미롭네요. 또한 매일 새로운 길을 걷는 일도 두근거릴 것 같아요. 여러 나라의 사람들과 만나서 생기는 일들은 보너쓰~
치유와 영적 깨달음의 길..
이 길을 다 걷고 나서 힘들었던 것에 대한 명확한 해답을 얻지 못할 수도 있어요.
기대했던 것보다 인상적이지 않고, 오히려 후회의 기억으로 남을 수도 있어요.
어떤 시선으로 보느냐에 따라서!
남들과 똑같은 길을 걸어도 생각은 참 다양하다는 것을 느끼게 해준 책이었습니다. 저도 언젠가는 이 길을 걷고 제가 느낀 것을 기록할 날을 기대합니다.^^
멋지게 나이들고 싶은 분들께 추천하고 싶은 책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