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인생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34
오르한 파묵 지음, 이난아 옮김 / 민음사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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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을 읽기 전에는‘오르한 파묵’이라는 저자에 대해 내가 알고 있었던 바는 전혀 없었습니다. 작품성과 대중성, 세계성을 동시에 획득한 2006년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라니! 그에 대한 타이틀은 생각보다 크고 높았습니다. 책을 읽는 가운데 느끼는 즐거움 중 하나는 바로 이런 것이겠지요. 내가 접하지 못했던 저자의 책을 통해 새로운 문화와 배경을 알아가고 그 안에서 또 다른 주인공들을 만나는 것입니다. 그들과 함께한 여행길, 떠나볼까요?


『어느 날 한권의 책을 읽었다. 그리고 나의 인생은 송두리째 바뀌었다』책의 서두는 이렇게 시작됩니다. 우리의 길고도 짧은 여정, 바로 이 삶의 길을 걷다보면 갖가지 고초를 경험하면서 또 다른 나를 단련하게도 되고 이를 지혜롭게 이겨낸 후 희열의 기쁨도 맛보게 됩니다. 어떻게 보면 우리가 살아가는 인생 그 자체가 자아의 발견을 위한 여행길의 의미를 가진 것입니다. 나의 의지대로 살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내 자신 뿐만 아니라 타인으로 인한 선택의 갈림길에도 놓일 수 있고 예상치 못했던 삶의 방향으로 나아갈 수도 있는 것이 바로 인생입니다. 이 책속의 주인공 오스만은 한권의 책으로 말미암아 자신을 재발견해가는 새로운 길의 접점에 서게 되고 낯선 여행길에 오르게 됩니다.


이스탄불의 평범한 공대생이었던 오스만은 어느 날 아름다운 여학생 자난을 보게 되고 한눈에 반합니다. 그녀는 한권의 책을 들고 다녔는데 오스만은 이 책을 구해 읽게 되고 이전에 경험하지 못한 절대적인 힘에 사로잡히게 됩니다. 한편 자난의 연인인 메흐메트는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지게 되고 자난과 오스만은 그를 찾아 이 책과 함께 버스 여행길에 오르게 됩니다. 이전에 경험하지 못했던 낯선 곳으로의 여행길. 이 책의 배경은 1980년대 터키의 모습을 고스란히 보여줍니다. 서구의 거대한 음모의 잔해가 아직도 남아있는 것은 절대적인 평화와 안정과는 거리가 먼 그 시대의 상황이 마치 우리의 과거사와 동일시되어 견주어 보게 됩니다. 낯선 여행지에서 우연을 거듭하며 맞부딪치게 되는 상황과 그 곳에서 만나는 새로운 인연들. 우리가 살아가는 인생도 그런 것이 아닐까요.


나 혼자만이 사는 세상이 아닌, 누군가와 함께 하고 우연이든 필연이든 끊이지 않는 고리가 되어 한 세상을 살아가는 존재들이라는 것. 이 책을 중반부까지 읽어 내려가는 중에도 저자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내내 생각해야 했습니다. 재미를 추구하며 가볍게 읽어 내려가기에는 쉽지 않았습니다. 인생의 뒤안길에는 우리가 예상치 못하는 어두운 그늘이 얼마나 많은가요. 인생에 대한 해답은 알고 보면 그 어디에도 없는 것 같습니다. 나와 내 주변, 더 나아가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이 똑같이 걸어가는 삶의 모습은 저마다 다른 목적과 결과로 나타납니다. 그 어떤 객관적인 평가도 내릴 수 없는 오로지 주관적인 삶의 미학.


외롭고 힘들고 누군가에 의지하고 싶을 때 우리는 각자 마음의 평정을 찾게 도와주는 개체를 찾습니다. 책이 될 수도 있고 음악이 될 수도 있고 혹은 누군가의 품일 수도 있지요. 따뜻함과 온기로 내 자신을 추스릴 수만 있다면 얼마나 힘이 될까요. 삶이라는 것은 어떻게 보면 내가 주체가 되어 한 단계씩 발을 뻗어가는 여행입니다. 오스만이 터키 곳곳을 누비며 많은 인연들을 만나고 그 안에서 느끼는 감정들을 컨트롤해나가는 과정, 그 자체가 이 책의 제목이자 우리들이 끊임없이 추구하는 삶의 모습임을 보여줍니다. 인생의 모험 길에서 새롭다는 것은 이전에 내가 경험해 보지 못한 인식의 전환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익숙함으로 다가옵니다. 이것이 인생의 진리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생의 마지막 순간에 내 자신의 내면이 추구하는 바를 온전히 깨닫고 만족하는 사람은 과연 몇이나 될까요. 조금은 난해하고 계속적인 의문을 내 자신에게 던져주는 저자의 뜻을 전적으로 이해하기엔 어려웠지만 한권의 책을 통해서 독자들은 저마다의 의미를 풀어놓고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이기 마련이니 더 이상의 고민은 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제가 느낀 것은 오스만이 터키와 이스탄불 전역을 누비며 한 여행길은 우리가 살아가는 삶의 과정과 많이 닮아있다는 것. 그 시간 속에서 좀 더 나를 알아가기 위해 노력하고 삶이 진리를 찾고자 한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우리의 삶의 반증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좀 더 깊은 이해와 해석을 위해서는 내 삶의 성숙기에 이 책을 한번 더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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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은 옷을 입지 않는다 - 인류 최후의 에덴동산, 아마존 오디세이
정승희 지음.사진 / 사군자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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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일요일 아침이면 아버지의 지휘아래 우리 가족은 TV 앞에 모여 앉아 KBS 2TV <도전! 지구탐험대>를 시청하곤 했다. 지금은 종영되었지만 도전과 탐험이라는 주제로 매주 연예인들이 그 곳 아마존의 일상을 직접 체험하고 그들과 하나 된 모습을 생생히 보여주어 시청자들의 많은 사랑과 관심을 받아온 프로그램이다.


보통의 사람들이 우리의 의지가 아니고서는 아마존에 가볼 일이 평생에 몇 번이나 있겠는가? 방송매체를 통해 문명의 손이 닿지 않은 말 그대로 초자연적인 삶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그들을 만날 수 있는 것이다. <도전! 지구탐험대>의 촬영감독인 정승희씨가 아마존 오지에서 직접 몸으로 부딪치며 겪은 에피소드를 생생한 사진들과 함께 독자들에게 들려준다.


# 아마존, 아마존 강의 유래

스페인 정복자들은 현재 에콰도르 나포강 하류의 축축한 밀림 속에 황금이 가득 숨겨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엘도라도 마을을 찾아 나서지만 나포강이 끝나는 지점에서 바다처럼 펼쳐진 큰 강을 만나게 되고 인디오 부족들의 공격까지 받게 된다. 그 가운데 능란한 활솜씨와 용맹한 여자들로 이루어진 무리들과 처절한 전투를 치르게 되지만 엘도라도 탐험대의 대장이던 스페인군인 오레야나는 많은 부하를 잃게 되고 신화의 여전사들이 여기 있다는 기록을 본국의 여왕 앞으로 보낸다. 그로부터 남아메리카의 열대우림을 아마존, 바다같이 큰 강을 아마존 강이라 부르게 된 것이다. - p 196~197

 

그들을 지칭하는 인디오의 사전적인 의미는 폭넓게‘아메리카 인디언’좁은 의미로는‘중남미의 원주민’을 일컫는다고 한다. 저자의 말대로 우리는 돈 몇 푼이면 쌀과 반찬을 살 수가 있고 주변에 널린게 밥집과 맛집이지만 그들은 자연에서 채취하고 수렵하여 더 귀한 음식을 찾고자 스스로 희생하고 노력하여 자신들의 배를 채운다. 인디오들의 삶의 방식이 바로 자연의 이치에 따르는 것. 자연이 준 선물을 어떤 포장도 하지 않고 그대로 소중히 받아들이는 것이다. 아무것에 메이지 않고 편안하게 지내는 유유자적의 삶을 살고 있는 것이다.


오랜 시간 정글 속에서의 촬영 중 어쩔 수 없이 감내해야 하는 일들도 얼마나 많은지, 이름도 모를 바퀴벌레들과 소리 없이 다가와 맹공격을 펼치고 가는 헤헨 모기떼들. 한번 물리면 사지가 마비되는 듯 고통을 느껴야하고 별다른 처방전도 없이 피부가 곪아터져도 자연히 낫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는 와중에서도 그들의 일상을 카메라에 담아내겠다는 그의 의지와 노력에 고개가 절로 끄덕여진다. 돈을 아무리 많이 준다 한들, 집 떠나면 고생이라는데 그  누가 먹을 것 못 먹고 마음 놓고 쉴 수조차 없는 그런 기약 없는 기다림의 여정을 할까.


경비행기를 이용해 동에서 서로, 남에서 북으로 수많은 여정 길에 자신의 목숨을 내놓은 채 많은 부족들과 정면으로 맞서 양해를 구하고 도움을 요청하며 오직 그의 피와 땀의 결실로 실제 아마존 10만 인디오들의 삶을 우리는 화면을 통해 만나고 있었던 것이다.


아마존에서의 삶의 양식, 생활 의식, 규범이나 문화 등도 엿볼 수 있는데 아마존 독 개구리들의 활용법이 가히 놀랍다. 중요한 사냥을 앞둔 전날 밤 전야제 때 전사들이 유까를 삶은 물을 두어 사발 들이킨 후 심장에서 가까운 부위를 불쏘시개로 살을 지지고 그 상처에 침과 독을 섞어 집어넣는다고 한다. 그럼 어느 순간 유까 국물을 다 토해내게 되고 긴장을 풀리게 해 다음 날 놀라운 집중력을 준다는 것이 아닌가. 독을 약으로 이용하는 그들, 고통에 정면으로 맞서 이겨내고 더 강인해지기 위한 그들의 지혜가 놀랍기만 하다.


우리가 살아가는 현대에는 의학으로도 고칠 수 없는 희귀병들이 수없이 많다. 문명의 발달에 따른 피해를 어쩔 수 없이 짊어지고 가야할 것이라면, 이들은 자연의 이치에 맞게 생활하고 병들어 아파도 자연으로 치유하려 한다. 말바잎의 약초를 이용해서 촬영 중 걷지도 못할 만큼의 고통스런 관절염을 치료하고 아마존의 ‘빠소 데 빠카’의 속껍질을 우려된 물과 독주를 마시면 백혈병과 같은 현대 질병에도 효험이 있다고 알려져 많은 이들이 이곳까지 찾아온다고 한다. 자연이 준 약초에 대한 지식을 활용한 인디오 부족들의 지혜가 숨어있다.

아마존 정글에서의 약초 사용법이 알려져 세계 곳곳 문명인들이 찾아와 이를 이용한 의료행위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인디오들이 받게 되는 피해가 더 크다는 사실이 안타깝기만 하다.


문명으로 인한 그들의 상처는 그 뿐만이 아니다. 고무와 황금을 위해 인디오들을 학살하고 고문하며 노동력을 착취하고 노예로 부린 백인들. 그것도 모자라 인디오 여자들을 강간했다는 사실 그 자체가 너무 황당하고 더 이상 할말을 잃게 만든다. 자연을 거스르지 않고 순수한 삶을 사는 그들에게 문명이 준 것은 무엇인가? 오로지 지울 수 없는 상처와 아픔뿐이다.


아나콘다, 일명 악어를 손으로 때려잡아 입으로 껍질을 벗기는 용맹한 야르보 여자들의 이야기를 읽노라니 평소 겁이 많아 어떤 도전 앞에서도 뒷걸음질 친 나의 여린 모습과 견주어 보게 된다. 울창한 정글에서 우렁차고 씩씩한 웃음소리를 내며 자신들이 원하는 것을 얻고자 힘차게 뛰어다니는 그들. 무엇을 재고 기준을 맞춰보고 평가를 내리는 우리의 삶과는 확연히 다른 호탕하고 모든 일을 거리낌 없이 해나가는 모습들이 더없이 부럽기만 하다.


아마존의 또 하나의 아마존, 싱구족. 그들의 이야기가 가장 재미있고 흥미로웠다. 문명의 손이 닿은 곳이 있는가 하면 이들처럼 어떤 것에도 오염되지 않은 평화로운 삶. 사냥, 수렵, 채취를 하며 공동체의 삶을 고수하고 예술적인 영감도 뛰어나 음악도 즐긴다.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것은 죽음과 삶이 함께 공존하는 공동마당이다. 조상이 묻힌 곳에서 아이가 태어나 뛰놀고 다시 그 곳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또한 옷을 입지 않고 정글 속을 뛰돌아 다니는 자유로움이 누군가의 시선도 필요 없는 그 곳의 일상을 엿볼 수 있다.


# 옷을 벗으면 인간이 보인다. 돈을 받고 벗으면 몸매만 보이지만 자연 속에서 자연으로 벗고 있으면 ‘자연’이란 이름의 인간이 보이는 것이다. -p 275


우리의 성인식을 생각하면 장미, 초콜릿, 향수 혹은 연인의 키스를 기대하고 생각하기 쉽지만 아마존 인디오들 역시 그들 나름의 성인 의식이 있었다. 야빨로비찌 부족의 ‘히니’라는 의식은 더러운 피를 빼내고 혈액순환을 좋게 만든다는 목적이라고 한다. 호롱박 같은 단단한 나무껍질에 날카로운 피라냐 이빨을 촘촘히 박은 ‘아얍’으로 온몸을 긁어서 피를 내는 의식이다. 생각만 해도 소름이 돋는데 그들은 전혀 고통스러워하지 않은 채 담담히 의식을 치룬다. 또한 태어난지 3일만에 귀를 뚫거나 재규어의 뼈로 아이의 몸을 문지르는 의식‘뿌흐까’, 독이 있는 불개미를 넣은 장갑을 낀채로 춤을 춘다거나, 팔뚝에 서네줄을 가로로 긋는 문식을 새기는 ‘따뚜아쟁’까지.. 저마다 더 용감하고 강한 인내를 키우기 위한 의식인 것이다. 각 부족 간에도 서로 다른 의식과 생활 풍습이 전해져 내려오는 듯하다.


전 세계 모든 국가들은 저마다 각기 다른 색깔의 문화와 풍습이 전해 내려오고 우리는 그것을 내 것으로 받아들이고 적응하며 살아간다. 점점 편리함과 빠른 변화를 쫓아가지만 인디오 그들의 삶에는 느린 미학, 천천히 자연에 순응하며 사는 완벽에의 조화가 깃들어 있다.

무조건적인 개척이 아닌 자신들의 자부심으로 자연이 준 선물을 온전히 받들며 사는 것. 이것이 참다운 삶의 방식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그들이 풍토가 더없이 문명에 물들지 않기를. 자연의 숭고함과 위대함이 고스란히 깃든 삶의 풍토를 이어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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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와 아들
박목월.박동규 지음 / 대산출판사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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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의 흐름 속에 인간에게 주어진 많은 관계들도 점점 퇴색되어 갑니다. 우리의 의지와 상관없이 오직 하늘의 뜻에 따라 엮이게 되는 관계가 바로 부모와 자식이겠지요. 나를 낳아 주시고 길러주신 부모님, 그 높고 깊은 은혜를 어찌 한낱 수치로 표현할 수 있을까요. 부모와 자식 간의 연은 그 무엇으로도 끈을 수 없는 고귀한 관계입니다. 옛 우리 선조들의 삶을 바라보면 자식은 그 부모에 대한‘효’를 마땅히 다해야 하는 의무이거늘, 현 시대는 어떠한지 되돌아보게 됩니다. 하루에도 부모를 버린 자들, 부모에게 온갖 협박과 폭행을 일삼는 자들까지 정말 낯 뜨거운 소식들을 매체를 통해서 접하게 되고 놀라움을 금치 못합니다.


이런 사실을 부인하고 싶지만 안타깝게도 사실로 드러나기 마련입니다. 그럴 때마다 이런 생각을 해봅니다. 나 자신도 누군가의 든든한 자식이며 또한 사랑스러운 아이들의 부모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세월에 장사 없다’라는 말처럼 우리 자신도 언젠가는 늙은 노부모가 될 수도 있는 것인데 왜 이를 생각하지 못하는 것일까요. 이와 달리 부모에 대한 지극한 효심으로 거동조차 하기 힘든 부모의 수발을 하는 따뜻한 우리들의 이웃도 있습니다. 이들에게 더 많은 사랑과 은총, 베품이 함께 하길 늘 기도합니다. 이렇게 혈연으로 맺어진 부모와 자식, 그 중에서도 아버지와 아들에 대한 이야기가 이 한권의 책속에 담겨 있습니다.


학창시절 문학 시간을 통해 이 분의 시를 접해보지 않은 분들은 아마 없으실 겁니다. 박목월 시인, 조지훈, 박두진과 더불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청록파 시인이라는 사실은 어린 학생들도 다 아는 사실이지요. 그 분에 아는 지식이 너무 협소하여 부끄럽기도 하지만 이 책을 통해 다섯 남매의 아버지이며, 문학가로써 어떤 환경에서 얼마나 어렵게 활동을 하셨는지를 알 수 있었습니다. 지금과 더없이 힘들고 어려웠던 과거, 시인이자 문학가로 활동하신 분들의 노고를 어렴풋이나마 이해할 수 있게 됩니다. 대학 강단에서 학생들을 위한 강의와 신문에 싣는 원고료로 다섯 남매를 낳아 키우는데 경제적인 어려움이 컸을까 생각해봅니다.


그럼에도 착하고 건강하게 자라주는 아이들에 대한 일상이 잔잔히 박목월 시인의 글을 통해 전해져 옵니다. 일기를 쓰는 형식으로 그 날의 추억을 고스란히 남겨놓은 솔직하고 담백한 글들이 그 분의 성품을 느끼게 해줍니다. 독실한 기독교 집안으로 어떤 일에 앞서 늘 온 가족이 모여 감사기도를 드리고 이로 인해 화합을 이루어 나가는 모습을 바라보며 대화가 단절되거나 어떤 소통도 이루어지지 않는 현 우리 주변을 되돌아보게 하고 반성하게 합니다.


가정의 단절, 부재 이로 인해 자식들이 겪게 되는 많은 혼란과 사회적인 파장까지 우리 사회 곳곳에서 일어날 수 있는 상황들이 많습니다. 이는 가정의 소중함을 간과한 이유이겠지요. 살아가면서 현실에서 맞부딪치게 되는 일들은 수없이 많습니다. 이를 현명하고 지혜롭게 이겨낼 수 있는 힘이 온 가족 구성원의 노력으로 나타나게 됩니다. 박목월 선생님의 가족 사랑을 이 책을 통해 무한히 느끼게 됩니다. 자식을 위해 모든 것을 내어줄 수 있는 분은, 그 어떤 이들의 질타에도 나를 믿고 이해해 줄 수 있는 분은 오직 부모님 뿐 일겁니다.


아버지는 자식에게 그렇게 한없는 사랑을 마음으로 주셨고 그 사랑으로 자란 아들, 박동규 교수는 자신의 아버지를 회상하며 추억하고 그리워합니다.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부모님이 뜻을 헤아리게 되고 그 감사함에 고개를 숙이게 되는 건 왜일까요.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믿음과 사랑, 이를 통해 내 자신이 곧게 설 수 있는 나침반이 되었음을 알게 됩니다. 정말 멋진 우리의 아버지들, 현실에선 경제적인 부담을 떠안고 오로지 한 가족을 지키고자 고군분투 하는 가장입니다. 마음으로 껴안아 줄 수 있는 우리가 되면 얼마나 좋을까. 그 분의 거친 손 마디마디가 자식들의 마음을 뒤늦게 흔들어 놓습니다.


아버지와 아들, 서로를 바라보는 시각을 통해 우리에게 늘 밝을 빛을 선사하시는 부모님을 생각하게 됩니다. 인생의 삶의 끝자락에서 자신의 아버지를 이야기한다는 것은 쉽지 않았을 텐데 결과적으로 그 분에 대한 존경과 사랑의 마음이 밑바닥에 깔려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겠죠. 독자들은 우리에게 좋은 글을 선사하신 분의 아버지로써의 모습에 많이 공감하고 한량한 따뜻함을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 또한 나의 아버지를 생각하게 될 것입니다.


# 책 속의 구절 소개


1. 아버지가 자식에게 교훈을 베풀 때, 편지를 쓴다든가 하는 ‘방법’이 앞서서는 안될 것만 같다. 잘못한 놈은 제자리에서 회초리를 들어 종아리를 때려야 한다. 이 따끔하고 쓰디쓴 감각은 평생을 두고 그의 양심을 깨우쳐, 잊지 못할 교훈적인 경험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직선적인 교훈이 더욱 그의 마음에도 사무칠 것이다.


2. 내가 태어난 세상이 아무리 냉혹하다 하더라도 나의 탄생을 감사하지 않을 수 없다. 산다는 것은 즐거운 일이기 때문이다. 속된 의미의‘락’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괴롭고, 답답하고 끝없는 고난의 연속이요, 무거운 짐일지라도 고난의 연속이므로 즐겁다는 것이다.


3. 우리가 처자를 위하여 치르게 되는 오늘 하루의 괴로운 노고와 편력을 인간 생활 속에서 몽땅 떨어버리면, 우리에게 남는 것은 이기적인 향락이나 무기력하고 탄력 없는 생활일 수 있다. 부양하는 것이 무거운 짐일수록 우리의 숭고한 의무와 삶의 보람이 팽창하게 살아나는 것일 수도 있다. 그 짐이 무거우면 무거울수록 우리가 받게 되는 보답도 커지는 것이다.


4. 가정은 인간의 순수한 저이 서로 부딪쳐 그윽한 음악을 울리게 하고 모든 악함을 정화시켜 참사랑에 눈뜨게 한다. 훈훈한 훈기 속에서 신뢰를 움트게 하며, 측은한 존재로서 엷은 등을 맞대고 의지하고 위로하며 사람 된 길을 가게 하는 것의 원천이라 할 수 있다.


5. 뒤축이 절반은 무너지고 덜컥거리며 발뒤꿈치가 보일 만큼 헐렁거리는 낡은 아버지의 구두를 보는 순간 눈물이 핑 돌았다. 내가 “아버지 구두도 낡았는데요”하자 아버지는 웃으시며 “나이 먹은 이의 구두는 잘 닳지 않는다” 하셨다. 버스 안에서 내 손을 잡아주시던 그 사랑. 나는 아버지의 핏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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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력을 키우는 읽기 기술
세노오 켄이치로 지음, 김소운 옮김 / 호이테북스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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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하루에도 방대한 정보를 눈과 귀를 통해 받아들인다. 그야말로 정보의 홍수 속에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다양한 미디어를 통해 지식의 축적과 정보의 전달을 받은 우리는 타인들과 교류함으로써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기도 하고 하나의 공감대를 형성하며 이야기를 이끌어갈 수도 있는 것이다. 이때 중요한 것은 정확한 이야기의 핵심을 파악하는 것이다. 똑같은 이야기를 들어도 경청하는 사람은 저마다 다르게 반응한다.


지식 정보화 시대에 있어서 읽고 쓰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바로 사고력이다. 사고력이란 말은 사전적으로 풀이하면 생각하고 궁리하는 능력이다. 모든 사회의 흐름 자체가 보다 더 빠르게 남들보다 앞선 것을 선호하면서 어떤 주제에 대해 깊게 사고하기보다는 쉽게 흘러듣는 경향이 많아진 듯하다. 옛 선조들의 느림의 미학이 점차 퇴색되고 있는 게 아닐까.


이 책은 이런 사고력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와 중요성을 부각시켜 제시된 논의를 보다 정확하게 해석하여 그 본질을 파악하는데 중점을 두어 설명하고 있다. 이해력은 모든 것의 기본이 된다. 책을 읽는 과정에서도 글의 흐름을 파악해야 등장인물들의 성격과 내용을 알 수 있고 이야기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를 내릴 수도 있을 것이다. 무조건적으로 읽는 것만이 능사는 아닌 시대, 제대로 된 읽기 방식을 배우는데 초점이 되는 여러 가지 과정을 보여준다.


1.【정보】데이터를 해독하고, 해석하라 : 내용의 정확한 이해

2.【도표】착각의 함정에 빠지지 마라 : 복잡한 데이터의 일목요연한 정리

3.【통계】데이터 저편의 사실을 보라 : 읽고 듣고 보기의 상승효과

4.【신문】세상의 동향을 한눈에 파악하라 : 매일의 신문을 통한 정보력 흡수

5.【전문분야 책】업무에 유익한 지적영양소를 흡수하라 : 문헌 참조의 기본

6.【백과사전】정설이나 통설에서 개요를 파악하라 : 지적 탐색의 보고

7.【연표】시간축에 따라 관계를 설정한다 : 역사를 전제로 한 일련의 흐름

8.【웹사이트】읽기 전에 선택하라 : 정보의 정확한 선택

9.【학문과 이론】체계적으로 이해하는 힘을 길러라 : 확고한 지식 탐구


우리 주변에 산재해 있는 읽기의 표상물은 넘치도록 많다. 책, 신문, 인터넷 웹사이트 그 밖에도 책속에 담긴 그래프나 도표, 통계표 등도 제대로 이해해야지만 저자의 의도를 제대로 파악할 수 있는 것이다. 학창시절 수학이나 과학 시험에 수없이 등장했던 문제들에서 등장했던 도표나 그래프도 알고 보면 그냥 주어진 것이 아니라 학생들의 이해를 돕기 위한 하나의 수단이었던 것이다. 그런 의도를 제대로 간파하지 못했던 내가 어리석었을 뿐이다.


읽고 쓰는 것을 제대로 하려면 제대로 해석하고 표현하는 방법을 알아야 한다. 이것은 비단 학생에게만 결부되는 것이 아니라 사회생활을 하는 직장인들에게도 프리젠테이션이나 기획서 작성 시 혹은 외부 인사들에 대한 중요한 공문을 보낼 때에도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위에 제시된 9가지의 읽기 기술을 통해 자신의 사고력을 배양시킬 수 있을 것이다.


다양한 미디어의 올바른 활용방법을 아는 것만으로도 놓치기 쉬운 지식과 지혜를 우리의 것으로 만들 수 있다. 저마다의 방법으로 읽고 쓰기를 하고 있는 중에도 나의 사고력, 자체에 1%로 부족한 허기짐과 배고픔을 느꼈다면 올바른 읽기 기술을 통해 자신만의 해법을 찾아나가길 바란다. 전적인 답이 될 순 없겠지만 하나의 실마리는 되어주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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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작에게 길을 묻다
송정림 지음, 유재형 그림 / 갤리온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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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학창시절 누구나 한번쯤 읽어본 명작들이 한권의 책을 통해 다시금 우리에게 와 앉는다. 세월의 흐름 속에서도 잊혀지지 않는 훌륭한 불후의 명작들 중 55편, 이 책을 통해 닫혀 있던 나의 가슴에 안개가 피어오르듯 추억과 그리움의 감성이 찾아들어 나를 깨운다. 때 묻지 않은 순수함을 간직했던 열일곱의 소녀는 소설 속의 주인공처럼 언젠가는 가슴 아픈 사랑의 주인공이 되어 보리라. 환상에 젖어보기도 하고 한사람의 해바라기 같은 사랑을 받는 멋진 여성이 되길 꿈꾸어보기도 했었건만 꿈과 현실은 다르다는 걸 너무 일찍 알아버린 걸까.


그럼에도 책을 통해 나는 또 하나의 꿈을 꾼다. 이 책은 KBS 라디오 1FM '출발 FM과 함께'라는 코너에서 클래식마니아들에게 소개했던 명작이야기들을 한권의 책으로 담은 것이라고 한다. 가슴 시리도록 안타깝기도 하고 아름답기도 한 사랑이야기, 마르도록 아픈 삶의 과정을 꿋꿋이 견뎌내게 하는 힘과 용기, 누군가를 사랑하고 누군가를 용서해야 하는 주인공들의 이야기들이 가슴 절절히 작가의 해석을 통해 더 빛을 발하고 있는 듯하다. 무엇보다 글을 더욱 빛나게 하는 것은 각종 미술대회에서 상을 휩쓴 고등학교 2학년 학생인 유재형 군의 전문가 못지않은 삽화가 함께 실려 있어 독자들이 느끼는 감정을 더 배가시킨다.


각 명작들의 주제를 그 책을 읽어보지 못한 독자들에게도 잘 전달되게 표현하고 있는 제목들이 나의 눈과 귀를 열어준다. 이야기의 주된 초점에 맞춰져 분류한 것이리라.

『신음하는 가슴에 비수처럼 꽂힌 너』,『들고 있으면 팔이 아프고 내려놓으면 마음이 아픈』,『인생이란 페르시아 융단 같은 것』, 『패배당할 수 없다, 파멸할지언정』,『내 손을 잡아주세요』, 『내 삶의 푸른 터널』 전체적으로 여섯 가지 테마로 나뉘어 소개되고 있다.


내가 읽어본 책들도 있는 반면 아직 접하지 못한 책들도 상당수 있는데 나와 같은 이들을 위해 저자는 명작을 한편씩 소개할 때마다  등장인물들의 성격과 관계를 통해 보다 이야기의 흐름을 알기 쉽게 설명해주고 있다. 또한 주인공들의 삶을 통해 현실의 우리들에게 질문을 던지고 자신만의 해석을 풀어 놓는다. 이에 독자들은 저마다 극의 여운을 느끼게 된다.


명작들을 소개받고 이해하는데 많은 시간이 걸리진 않았다. 작가가 소개한 55편의 명작 이야기를 통해 더 많은 것을 얻고자 한다면 부족함이 있으리라 생각하지만 누군가에게 좋은 책들을 한꺼번에 소개받은 이 기분은 무어라 표현하기에도 모자람이 없다. 단 하나의 이야기로 많은 감동을 받게 되기도 하지만 55편의 이야기를 꿀꺽 내 것으로 소화한 것 같은 기분에 내 가슴이 다 벅차오르는 듯하다. 짧은 시간 많은 이야기들을 만나고 헤어졌다.


주인공들의 가슴 아픈 사랑에 가슴 저리도록 흐느끼기도 하고 우리의 삶과 엮인 무수한 관계들을 생각해 보기도 한다. 다른 그 무엇으로도 얻을 수 없는 소중함을 이 책을 통해 느끼며 앞으로 명작의 길로 나의 독서 걸음을 내딛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 도시의 냉혹한 심장으로 끌려들어간 인생이, 아무리 불충분하고 덧없고 절명적이라 할지라도 우리는 그 인생을 견뎌내야 한다. 그리고 인생이 강물은 흘러간다. 다시 바다로. 사람들을 떼어놓는 바다로. - 존 파울즈의 「프랑스 중위의 여자」 中


# 사랑은 죽음을 방해한다. 사랑은 생명이다. 모든 것. 내가 이해하고 있는 모든 것은 오직 사랑하고 있기 때문에 이해되는 것이다. 모든 것이 있고 모든 것이 존재하는 것도 다만 내가 사랑하고 있기 때문인 것이다. - 톨스토이「전쟁과 평화」


# 우리는 눈이 멀었다가 다시 보게 된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처음부터 눈이 멀었고 지금도 눈이 멀었다고 생각해요. 볼 수는 있지만 보지 않는 눈먼 사람들이라는 거죠.

- 주제 사라마구의 「눈먼 자들의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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