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말해줘

사랑을 말해줘
요시다 슈이치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09년 1월

어떤 관계로의 만남이든지 사람과 사람이 조우함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소통이다. 너와 내가 함께 살아가는 이 시공간에서 서로를 마음 깊이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매개체. 이것은 단연 연인들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닌 인간관계 모두에게 있어서의 숙제다.‘요시다 슈이치’의 소설은 몇 편 읽어보지 못했지만 섬세한 필치로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는 작가이기에 이번 연애소설에서 남녀 사이에 들리는 듯 들리지 않게 존재하게 되는 고독을 어떻게 표현하였을지 무척 궁금하였다. 인간은 모두가 하나의 인격체로 존재하고 같지 않기에 서로에게 끌리게 된다. 누군가를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되는 과정 또한 이러하리라. 

청각 장애를 가진 여자 교코와 방송국에서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고 있는 남자 하야카와. 이 둘의 결코 평범하지 않은, 조금은 특별한 사랑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평범한 이들끼리 만나도 시간이 지나면 처음의 그 순애보적인 사랑도 주변 환경과 여건에 따라 변하게 마련인데 이들에겐 하나의 벽이 버티고 있다. 서로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마음을 표현하고 그러면서 사랑의 감정은 깊어지기 마련인데 이들에겐 그마저도 힘겹다. 이로 인해 조금씩 마음이 멀어지고 소통의 부재로 인한 어려움에 직면하게 된다. 상대에 대한 단순한 호기심과 관심 그 이면엔 교코에 대한 연민과 동정어린 마음 또한 함께 가지게 되지 않았을까.  

서로의 마음을 알고 있으면서도 어느 순간 서로의 감정이 격해지면 우리는 그마저도 모른 척하려한다. 내 마음이면서도 어찌할 수 없는 순간에 직면하기도 하고 그로 인해 처절한 아픔을 겪기도 한다. 그의 입장에서는 교코의 입장을 전적으로 이해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며 교코 또한 세상의 단절된 흐름 속에 혼자 놓여 있는 기분일 것이다. 독자의 한사람으로써 그들의 내면세계를 다 인지할 수 있는 것은 아니나 감정의 흐름은 느낄 수 있다. 

사랑은 함께 하는 것이다. 누군가 혼자 제 발걸음만 내고 제 감정만 앞세우고 상대를 이해하려하지 않는다면 그 관계는 오래가기 어렵다. 끝에 다다라서야 사람들은 내가 만났던 상대에 대해 자신이 조금 더 이해해주지 못하고 귀 기울여 주지 못했음에 후회하고 아파한다. 둘이 소통했다고 여겨지는 부분들 또한 뒤돌아보면 나 혼자만의 착각일 뿐이었던 것이다. 제 속도만 내느라 상대를 돌아다봐주지 못한 것에 대한 자책만이 남게 될 뿐. 이들 역시 서로가 서로에게 그런 소통의 부재를 느끼게 되는 것이다. 작가는 단지 사랑이라는 소재만을 치장하는 것이 아닌 이들 관계에서 오는 고독과 연민, 감정의 오고감을 섬세하게 그려내고 있다.  

나 역시 그렇다. 나의 진심을 담아 상대에게 전하려 한들, 그것이 내 마음과 같지 않게 가 닿지 못할 때에 오는 그 씁쓸함은 이루 표현할 수가 없다. 서로에 대한 한계를 오롯이 인정하고 겉으로 드러난 감정적 의도를 면밀히 잘 받아들일 수만 있다면 관계에서 오는 갈등의 씨앗은 사라질 것이다. 마음을 전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직접적인 말과 행동, 속마음을 담은 편지 등. 그 의미의 특수성까지 껴안아 누군가에게 진심어린 소통을 할 수만 있다면 더 없이 좋겠다. 현대인의 삶에 있어서 소통은 관계를 이루어나가는 가장 중요한 도구이듯, 일방적인 통행이 아닌  누구에게나 양방향으로 서로 오고가는 마음이길 진심으로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