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은 옷을 입지 않는다 - 인류 최후의 에덴동산, 아마존 오디세이
정승희 지음.사진 / 사군자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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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일요일 아침이면 아버지의 지휘아래 우리 가족은 TV 앞에 모여 앉아 KBS 2TV <도전! 지구탐험대>를 시청하곤 했다. 지금은 종영되었지만 도전과 탐험이라는 주제로 매주 연예인들이 그 곳 아마존의 일상을 직접 체험하고 그들과 하나 된 모습을 생생히 보여주어 시청자들의 많은 사랑과 관심을 받아온 프로그램이다.


보통의 사람들이 우리의 의지가 아니고서는 아마존에 가볼 일이 평생에 몇 번이나 있겠는가? 방송매체를 통해 문명의 손이 닿지 않은 말 그대로 초자연적인 삶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그들을 만날 수 있는 것이다. <도전! 지구탐험대>의 촬영감독인 정승희씨가 아마존 오지에서 직접 몸으로 부딪치며 겪은 에피소드를 생생한 사진들과 함께 독자들에게 들려준다.


# 아마존, 아마존 강의 유래

스페인 정복자들은 현재 에콰도르 나포강 하류의 축축한 밀림 속에 황금이 가득 숨겨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엘도라도 마을을 찾아 나서지만 나포강이 끝나는 지점에서 바다처럼 펼쳐진 큰 강을 만나게 되고 인디오 부족들의 공격까지 받게 된다. 그 가운데 능란한 활솜씨와 용맹한 여자들로 이루어진 무리들과 처절한 전투를 치르게 되지만 엘도라도 탐험대의 대장이던 스페인군인 오레야나는 많은 부하를 잃게 되고 신화의 여전사들이 여기 있다는 기록을 본국의 여왕 앞으로 보낸다. 그로부터 남아메리카의 열대우림을 아마존, 바다같이 큰 강을 아마존 강이라 부르게 된 것이다. - p 196~197

 

그들을 지칭하는 인디오의 사전적인 의미는 폭넓게‘아메리카 인디언’좁은 의미로는‘중남미의 원주민’을 일컫는다고 한다. 저자의 말대로 우리는 돈 몇 푼이면 쌀과 반찬을 살 수가 있고 주변에 널린게 밥집과 맛집이지만 그들은 자연에서 채취하고 수렵하여 더 귀한 음식을 찾고자 스스로 희생하고 노력하여 자신들의 배를 채운다. 인디오들의 삶의 방식이 바로 자연의 이치에 따르는 것. 자연이 준 선물을 어떤 포장도 하지 않고 그대로 소중히 받아들이는 것이다. 아무것에 메이지 않고 편안하게 지내는 유유자적의 삶을 살고 있는 것이다.


오랜 시간 정글 속에서의 촬영 중 어쩔 수 없이 감내해야 하는 일들도 얼마나 많은지, 이름도 모를 바퀴벌레들과 소리 없이 다가와 맹공격을 펼치고 가는 헤헨 모기떼들. 한번 물리면 사지가 마비되는 듯 고통을 느껴야하고 별다른 처방전도 없이 피부가 곪아터져도 자연히 낫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는 와중에서도 그들의 일상을 카메라에 담아내겠다는 그의 의지와 노력에 고개가 절로 끄덕여진다. 돈을 아무리 많이 준다 한들, 집 떠나면 고생이라는데 그  누가 먹을 것 못 먹고 마음 놓고 쉴 수조차 없는 그런 기약 없는 기다림의 여정을 할까.


경비행기를 이용해 동에서 서로, 남에서 북으로 수많은 여정 길에 자신의 목숨을 내놓은 채 많은 부족들과 정면으로 맞서 양해를 구하고 도움을 요청하며 오직 그의 피와 땀의 결실로 실제 아마존 10만 인디오들의 삶을 우리는 화면을 통해 만나고 있었던 것이다.


아마존에서의 삶의 양식, 생활 의식, 규범이나 문화 등도 엿볼 수 있는데 아마존 독 개구리들의 활용법이 가히 놀랍다. 중요한 사냥을 앞둔 전날 밤 전야제 때 전사들이 유까를 삶은 물을 두어 사발 들이킨 후 심장에서 가까운 부위를 불쏘시개로 살을 지지고 그 상처에 침과 독을 섞어 집어넣는다고 한다. 그럼 어느 순간 유까 국물을 다 토해내게 되고 긴장을 풀리게 해 다음 날 놀라운 집중력을 준다는 것이 아닌가. 독을 약으로 이용하는 그들, 고통에 정면으로 맞서 이겨내고 더 강인해지기 위한 그들의 지혜가 놀랍기만 하다.


우리가 살아가는 현대에는 의학으로도 고칠 수 없는 희귀병들이 수없이 많다. 문명의 발달에 따른 피해를 어쩔 수 없이 짊어지고 가야할 것이라면, 이들은 자연의 이치에 맞게 생활하고 병들어 아파도 자연으로 치유하려 한다. 말바잎의 약초를 이용해서 촬영 중 걷지도 못할 만큼의 고통스런 관절염을 치료하고 아마존의 ‘빠소 데 빠카’의 속껍질을 우려된 물과 독주를 마시면 백혈병과 같은 현대 질병에도 효험이 있다고 알려져 많은 이들이 이곳까지 찾아온다고 한다. 자연이 준 약초에 대한 지식을 활용한 인디오 부족들의 지혜가 숨어있다.

아마존 정글에서의 약초 사용법이 알려져 세계 곳곳 문명인들이 찾아와 이를 이용한 의료행위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인디오들이 받게 되는 피해가 더 크다는 사실이 안타깝기만 하다.


문명으로 인한 그들의 상처는 그 뿐만이 아니다. 고무와 황금을 위해 인디오들을 학살하고 고문하며 노동력을 착취하고 노예로 부린 백인들. 그것도 모자라 인디오 여자들을 강간했다는 사실 그 자체가 너무 황당하고 더 이상 할말을 잃게 만든다. 자연을 거스르지 않고 순수한 삶을 사는 그들에게 문명이 준 것은 무엇인가? 오로지 지울 수 없는 상처와 아픔뿐이다.


아나콘다, 일명 악어를 손으로 때려잡아 입으로 껍질을 벗기는 용맹한 야르보 여자들의 이야기를 읽노라니 평소 겁이 많아 어떤 도전 앞에서도 뒷걸음질 친 나의 여린 모습과 견주어 보게 된다. 울창한 정글에서 우렁차고 씩씩한 웃음소리를 내며 자신들이 원하는 것을 얻고자 힘차게 뛰어다니는 그들. 무엇을 재고 기준을 맞춰보고 평가를 내리는 우리의 삶과는 확연히 다른 호탕하고 모든 일을 거리낌 없이 해나가는 모습들이 더없이 부럽기만 하다.


아마존의 또 하나의 아마존, 싱구족. 그들의 이야기가 가장 재미있고 흥미로웠다. 문명의 손이 닿은 곳이 있는가 하면 이들처럼 어떤 것에도 오염되지 않은 평화로운 삶. 사냥, 수렵, 채취를 하며 공동체의 삶을 고수하고 예술적인 영감도 뛰어나 음악도 즐긴다.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것은 죽음과 삶이 함께 공존하는 공동마당이다. 조상이 묻힌 곳에서 아이가 태어나 뛰놀고 다시 그 곳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또한 옷을 입지 않고 정글 속을 뛰돌아 다니는 자유로움이 누군가의 시선도 필요 없는 그 곳의 일상을 엿볼 수 있다.


# 옷을 벗으면 인간이 보인다. 돈을 받고 벗으면 몸매만 보이지만 자연 속에서 자연으로 벗고 있으면 ‘자연’이란 이름의 인간이 보이는 것이다. -p 275


우리의 성인식을 생각하면 장미, 초콜릿, 향수 혹은 연인의 키스를 기대하고 생각하기 쉽지만 아마존 인디오들 역시 그들 나름의 성인 의식이 있었다. 야빨로비찌 부족의 ‘히니’라는 의식은 더러운 피를 빼내고 혈액순환을 좋게 만든다는 목적이라고 한다. 호롱박 같은 단단한 나무껍질에 날카로운 피라냐 이빨을 촘촘히 박은 ‘아얍’으로 온몸을 긁어서 피를 내는 의식이다. 생각만 해도 소름이 돋는데 그들은 전혀 고통스러워하지 않은 채 담담히 의식을 치룬다. 또한 태어난지 3일만에 귀를 뚫거나 재규어의 뼈로 아이의 몸을 문지르는 의식‘뿌흐까’, 독이 있는 불개미를 넣은 장갑을 낀채로 춤을 춘다거나, 팔뚝에 서네줄을 가로로 긋는 문식을 새기는 ‘따뚜아쟁’까지.. 저마다 더 용감하고 강한 인내를 키우기 위한 의식인 것이다. 각 부족 간에도 서로 다른 의식과 생활 풍습이 전해져 내려오는 듯하다.


전 세계 모든 국가들은 저마다 각기 다른 색깔의 문화와 풍습이 전해 내려오고 우리는 그것을 내 것으로 받아들이고 적응하며 살아간다. 점점 편리함과 빠른 변화를 쫓아가지만 인디오 그들의 삶에는 느린 미학, 천천히 자연에 순응하며 사는 완벽에의 조화가 깃들어 있다.

무조건적인 개척이 아닌 자신들의 자부심으로 자연이 준 선물을 온전히 받들며 사는 것. 이것이 참다운 삶의 방식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그들이 풍토가 더없이 문명에 물들지 않기를. 자연의 숭고함과 위대함이 고스란히 깃든 삶의 풍토를 이어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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