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작에게 길을 묻다
송정림 지음, 유재형 그림 / 갤리온 / 2006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학창시절 누구나 한번쯤 읽어본 명작들이 한권의 책을 통해 다시금 우리에게 와 앉는다. 세월의 흐름 속에서도 잊혀지지 않는 훌륭한 불후의 명작들 중 55편, 이 책을 통해 닫혀 있던 나의 가슴에 안개가 피어오르듯 추억과 그리움의 감성이 찾아들어 나를 깨운다. 때 묻지 않은 순수함을 간직했던 열일곱의 소녀는 소설 속의 주인공처럼 언젠가는 가슴 아픈 사랑의 주인공이 되어 보리라. 환상에 젖어보기도 하고 한사람의 해바라기 같은 사랑을 받는 멋진 여성이 되길 꿈꾸어보기도 했었건만 꿈과 현실은 다르다는 걸 너무 일찍 알아버린 걸까.


그럼에도 책을 통해 나는 또 하나의 꿈을 꾼다. 이 책은 KBS 라디오 1FM '출발 FM과 함께'라는 코너에서 클래식마니아들에게 소개했던 명작이야기들을 한권의 책으로 담은 것이라고 한다. 가슴 시리도록 안타깝기도 하고 아름답기도 한 사랑이야기, 마르도록 아픈 삶의 과정을 꿋꿋이 견뎌내게 하는 힘과 용기, 누군가를 사랑하고 누군가를 용서해야 하는 주인공들의 이야기들이 가슴 절절히 작가의 해석을 통해 더 빛을 발하고 있는 듯하다. 무엇보다 글을 더욱 빛나게 하는 것은 각종 미술대회에서 상을 휩쓴 고등학교 2학년 학생인 유재형 군의 전문가 못지않은 삽화가 함께 실려 있어 독자들이 느끼는 감정을 더 배가시킨다.


각 명작들의 주제를 그 책을 읽어보지 못한 독자들에게도 잘 전달되게 표현하고 있는 제목들이 나의 눈과 귀를 열어준다. 이야기의 주된 초점에 맞춰져 분류한 것이리라.

『신음하는 가슴에 비수처럼 꽂힌 너』,『들고 있으면 팔이 아프고 내려놓으면 마음이 아픈』,『인생이란 페르시아 융단 같은 것』, 『패배당할 수 없다, 파멸할지언정』,『내 손을 잡아주세요』, 『내 삶의 푸른 터널』 전체적으로 여섯 가지 테마로 나뉘어 소개되고 있다.


내가 읽어본 책들도 있는 반면 아직 접하지 못한 책들도 상당수 있는데 나와 같은 이들을 위해 저자는 명작을 한편씩 소개할 때마다  등장인물들의 성격과 관계를 통해 보다 이야기의 흐름을 알기 쉽게 설명해주고 있다. 또한 주인공들의 삶을 통해 현실의 우리들에게 질문을 던지고 자신만의 해석을 풀어 놓는다. 이에 독자들은 저마다 극의 여운을 느끼게 된다.


명작들을 소개받고 이해하는데 많은 시간이 걸리진 않았다. 작가가 소개한 55편의 명작 이야기를 통해 더 많은 것을 얻고자 한다면 부족함이 있으리라 생각하지만 누군가에게 좋은 책들을 한꺼번에 소개받은 이 기분은 무어라 표현하기에도 모자람이 없다. 단 하나의 이야기로 많은 감동을 받게 되기도 하지만 55편의 이야기를 꿀꺽 내 것으로 소화한 것 같은 기분에 내 가슴이 다 벅차오르는 듯하다. 짧은 시간 많은 이야기들을 만나고 헤어졌다.


주인공들의 가슴 아픈 사랑에 가슴 저리도록 흐느끼기도 하고 우리의 삶과 엮인 무수한 관계들을 생각해 보기도 한다. 다른 그 무엇으로도 얻을 수 없는 소중함을 이 책을 통해 느끼며 앞으로 명작의 길로 나의 독서 걸음을 내딛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 도시의 냉혹한 심장으로 끌려들어간 인생이, 아무리 불충분하고 덧없고 절명적이라 할지라도 우리는 그 인생을 견뎌내야 한다. 그리고 인생이 강물은 흘러간다. 다시 바다로. 사람들을 떼어놓는 바다로. - 존 파울즈의 「프랑스 중위의 여자」 中


# 사랑은 죽음을 방해한다. 사랑은 생명이다. 모든 것. 내가 이해하고 있는 모든 것은 오직 사랑하고 있기 때문에 이해되는 것이다. 모든 것이 있고 모든 것이 존재하는 것도 다만 내가 사랑하고 있기 때문인 것이다. - 톨스토이「전쟁과 평화」


# 우리는 눈이 멀었다가 다시 보게 된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처음부터 눈이 멀었고 지금도 눈이 멀었다고 생각해요. 볼 수는 있지만 보지 않는 눈먼 사람들이라는 거죠.

- 주제 사라마구의 「눈먼 자들의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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