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샨보이
아사다 지로 지음, 오근영 옮김 / 북스캔(대교북스캔) / 2008년 4월
평점 :
절판


 

작가 아사다 지로의 책은 처음 접한다. 그의 이름은 이전에도 익히 들어 낯설지 않았지만 말로만 전해 듣던 그의 이야기가 실로 궁금했다. 사실 이 책이 단편인줄 모르고 읽기 시작했다. 읽다보니, 각기 다른 이야기를 짧게 전하고 있음을 알았다. 사실 단편은 그다지 즐겨 읽지 않는 터라 난감하기도 했지만 워낙 여러 면모에서 인지도 있는 작가라기에 믿어보기로 했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말하자면 참 괜찮은 이야기들을 따스한 시선으로 그려내고 있음을 알았다. 뭐 눈에 띄는 굴곡이나 큰 접점이 있는 것이 아닌 우리 주변 일상의 사람들과 삶의 모습을 잔잔히 보여주는 듯하다.




7편의 단편들에는 저마다의 사연과 삶의 과정 중에 생긴 마음의 상처, 아픔을 간직한 인물들이 등장한다. 그래, 생각해보면 우리 모두는 살아가면서 본의 아니게 나로 인해, 타인으로 인해 혹은 현실의 갖은 상황으로 인해 마음에 보이지 않는 짐을 지게 되기도 하고 이로 인해 크나큰 감정적인 아픔을 겪게 된다. 항상 행복하고 가슴 충만한 느낌만을 안고 산다면야 좋겠지만 혹여 그렇게 된다면 오히려 삶의 언저리마다 숨어 있는 고마움을 깨닫지 못하고 말 것이다. 




가슴 안에 고스란히 그 상처를 안고 살아가면서도 겉으로는 아닌 척, 타인에게는 나의 진짜 내면을 보여주지 않으려고 발버둥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아니, 사실 그렇게 살아가고 있다. 그것을 드러내버리면 마치 나의 치부가 밝혀지는 것 같아서 그저 닫아놓고 다시금 생채기를 내지 않으려고 하는 내 모습을 본다. 이 이야기들을 읽다보면 실로 나의 상처와 아픔에 대해 다시금 상기하게 된다.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아마도 이런 것이 아닐까. 누구에게나 상처 하나쯤은 가지고 있고 이를 닫아놓는 것보다는 열어 자연스럽게 치유하는 과정이 중요하다는 것을. 그래야만 우리는 좀 더 편안한 마음을 간직하며 살아갈 수 있을 테니까.




내 인생의 향방을 오로지 나의 뜻대로 정하고 앞만 보고 나아갈 수만 있다면야 얼마나 좋을까마는 매일을 살아가다보면 이는 결코 나의 의지와 다르게 어쩔 수 없이 만나게 되는 수많은 난관과 굴곡이 우리의 현실 앞에 놓여 져 있음을 알려준다. 그렇다.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창녀로의 삶을 살아야만 했던 슬픈 인생, 앞을 볼 수 없는 장애를 가진 맹인의 안타까운 사랑, 폭력을 견디다 못해 집을 뛰쳐나와야만 했던 어머니의 모정까지 구구절절 그들의 사연과 삶의 모습에 애잔한 마음만이 감돈다. 그들의 어두운 내면을 무엇으로 위로해줄 수 있단 말인가. 누군가 나의 어깨를 지그시 잡아 주었으면 하는 마음이 있듯 그들의 어깨를 그저 토닥여 주고 싶은 마음뿐이다. 조금은 쉬어가라고...




작가들은 현실을 토대로 이야기를 그려나간다. 그러하기에 독자들은 그들이 그리는 이야기를 통해 나의 모습을 보고 다시금 인생이라는 항로를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생각하게 해준다. 그래, 아직 정확한 답은 모르겠다. 그저 갈퀴에 걸려 넘어지고 아파하고 또 쓰러질지언정 오늘의 삶에 녹아있는 진한 애정과 사랑, 이를 기억하며 살아가야겠다는 생각뿐이다. 단편을 읽다보면 조금 더 마음에 와 닿는 이야기가 있을 것이다. 이 또한 독자들 저마다의 생각의 차이, 느끼는 바에 따라 다르리니.. 이것이 진정한 단편 소설의 매력이리라. 아사다 지로와의 첫 번째 만남, 그다지 나쁘지 않다. 아니 잔잔한 호수처럼 다가왔다. 그의 이전 작품을 조만간 또 찾아 만나보리라는 조심스런 다짐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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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lly 2008-05-13 02: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이 아사다 지로의 책이었군요. 이주의 리뷰 선정된 걸 축하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