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앤 아버스 - 금지된 세계에 매혹된 사진가
퍼트리샤 보스워스 지음, 김현경 옮김 / 세미콜론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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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사진은 우리의 지난 시간을 포착해내고 지난 추억을 다시금 떠올려볼 수 있게 한다. 이런 이유 때문일까. 언젠가부터인지 카메라가 담아내는 매력적인 사진의 색감, 느낌을 좋아하는 이들이 많아지면서 이제는 디지털카메라 하나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이 없을 정도다. 지나치기 쉬운 순간순간의 기억들이 셔터 한번으로 나의 가슴에 영원히 남게 되는 것이다.


이런 일을 업으로 삼고 있는 이들은 얼마나 행복할까. 다이앤 아버스는 평생을 사진을 위해 살았고 사진을 통해 많은 이들의 갖가지 표정과 모습을 담아냈다. 훗날 누군가에 의해 기억되고 조명 받는 이들의 삶은 왜 이토록 평탄치 않은 걸까. 표지에서와 같이 출중한 외모로 남부러울 것 없이 부유한 유태인 가정에서 태어나 성장한 그녀의 삶은 의외로 고단함의 연속이었다. 그녀는 열여덟의 어린 나이에 앨런 아버스와 부모의 반대를 무릎 쓰고 결혼을 하지만 그 생활은 평탄치 못한 시간들의 연속이었다. 어느 순간부터 서로에 대한 이상이 다름을 알게 된 이들은 곧 파경하게 되고 이후, 다이앤은 스스로 주체할 수 없을 만큼의 감정적 변화를 경험하게 된다.


앨런과의 파경 이후, 극심한 불안과 우울을 경험하면서도 사진은 그녀가 살아가야 하는 하나의 방편이 되었는지 모른다. 관심 밖의 인물들을 작품의 테마로 삼아 카메라에 담아 자신의 숨겨진 내면적 진실과 마주하고 싶었던 것일까. 타인이 기피하는 이들의 모습을 줄곧 카메라에 담으며 그 과정 자체를 즐기고 이에 남다른 전율을 느끼며 열의를 보였다는 다이앤은 이후 탁월한 재능과 솜씨로 패션 사진 분야에서 큰 주목을 받게 된다. 뉴욕에서 전시회를 가지며 자신만의 독창적인 작품을 선보인 그녀에게 사람들은 많은 관심을 보이며 수많은 평가를 내리게 되고 무수한 호평과 악평 속에서 진정 훌륭한 예술가가 탄생하게 되는 것이다.


사진은 나를 표현하는 하나의 도구가 된다. 심혈을 기울여 찍게 되는 사진 한 장도 큰 의미가 있겠지만 어느 순간 누군가에 의해 찍힌 순간의 포착, 그것이 진정 인위적인 감정과 표정이 아닌 지극히 자연스러운 나의 모습이 아닐런지. 다른 이들이 외면하고 시선을 주지 않는 곳에 눈길을 두고 이를 작품화한 것은 그녀의 숨겨진 내면을 말하려고 한 것은 아닐까. 거침없이 무언가에 몰두하고 그 안에서 만족을 느낄 수 있다면 그게 바로 행복인 것이다. 그녀는 자신만의 세계를 카메라를 통해 그려나갔고 이 과정에는 많은 이들의 도움이 있었다. 그녀의 생애와 더불어 책에는 그녀 주변부 인물들이 말하는 다이앤의 기록을 볼 수 있다.


자신의 생을 안타깝게도 자살로 끝내려했던 그녀. 행복을 누릴 수 있을 만큼 절대적인 조건들을 소유했지만 그녀의 내면은 아픈 이들의 상처와 흔적으로 가득 차 있었던 것 같다. 외곽지대에 놓인 이들을 작품화 하면서 그녀가 말하고자 했던 바는 무엇일지 그녀가 생전에 없는 지금, 우리는 지레짐작 할 수밖에 없다. 단순히 그녀가 살아온 삶의 과정 자체만 집중 조명된 듯하다. 그녀가 직접 담아낸 작품 사진들도 함께 삽입했더라면 아는 아쉬움이 남는다. 전형적이고 획일화된 형식을 벗어나 자신의 마음을 생각을 거침없이 표현할 수 있었던 그녀의 당당함과 용기에 박수를 보내며 한 예술가의 짧았지만 또렷한 생애를 훗날의 우리들은 영원히 기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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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앉아 금琴을 타고 샘터 우리문화 톺아보기 2
이지양 지음 / 샘터사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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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시절 매주 한 두 시간씩 찾아오는 음악시간은 가장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시간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공부에 얽매이는 이들에게 잠깐의 휴식을 선사하는 시간, 그래서일까. 바쁘고 메마른 일상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음악은 하나의 활력소로 작용한다. 어떤 이들은 어딘가를 오고갈 때에도 귀에 이어폰을 꽂은 채 저마다 좋아하는 음악을 감상하고 하물며 나조차도 컴퓨터를 할 때마다 귀로는 내가 좋아하는 장르의 음악을 선별하여 틀어놓는다. 


우리가 흔히 듣는 대중가요, 팝송, 클래식을 제외하고 정작 우리나라의 음악에 대해 관심을 가져본 적이 있었던가 하니, 머릿속이 까만 백지상태처럼 되어버린다. 참 부끄럽기 짝이 없는 일 아닌가. 이 책은 우리의 고전 음악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이들에게 좀 더 쉽고 가볍게 우리만의 음악을 접할 수 있도록 독자들의 마음을 살포시 이끌어준다. 이전에 단순히 음악을 듣고 마는 수준에 머물렀다면 이제부터는 좀 더 객관적으로 내가 듣는 음악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그 배경에 초점을 맞추어 깊이 있는 배움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준다.


사전 지식이 전혀 없어서인지 저자가 설명하는 바를 내 것으로 소화하기는 쉽지 않지만 음악에 대한 하나의 교양서이니 부담 갖지 말고 누군가 고전 음악의 탄생에 대해 이야기해준다고 생각하며 읽어보면 좋을 듯하다. 우리 조상들의 삶과 문화가 반영되어 있는 고전 음악들의 탄생과정과 그 시대 선비들은 어떤 음악을 들었는지 이해하게 되는 과정 자체가 참 흥미롭다.


타인의 음악을 대부분 표절하고 컨셉을 모방하고 자기 것인 양 어떠한 거리낌도 없이 대중들에게 선보이는 일부 가수들의 음악성에 비하면, 우리 선조들이 그들만의 풍류와 내면을 녹여낸 우리만의 음악이 가장 아름다운 것임을 새삼 느끼게 된다. 언제가도 정겹고 따스한 우리들의 고향처럼 음악도 흔들리는 누군가의 마음을 붙들어줄 수 있는 의지처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내 자신이 가장 힘들고 지칠 때 찾게 되는 것 또한 음악이니, 음악은 우리의 삶의 동반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우리들의 고전음악은 입으로만 불리어지는 것이 아니라 한 사람의 마음에서 누군가의 마음에까지 전해지는 듯하다. 눈과 귀만으로 우리를 즐겁게 하는 대중가요와 달리 입으로 흥얼거리는 음악을 통해 누군가를 떠올리고 그리워하며 온전한 감성을 느낄 수 있다는 데에 특별함이 있다. 그런 이유에서라도 우리의 고전음악을 사랑하고 또 많은 이들에게 접할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


우리의 고전음악과 예술가들의 면모를 저자의 입담을 통해 새롭게 이해할 수 있다. 어려워하지 말고 지루하고 난해하다는 편견을 버리고 오늘, 이 시간 정갈한 우리 음악에 흠뻑 취해보는 건 어떨까. 가장 한국인다운 것이 가장 아름다운 것이라는 진리를 또 한 번 가슴 깊이 새기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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튤슈를 사랑한다는 것은 - 사랑의 여섯 가지 이름
아지즈 네신 지음, 이난아 옮김 / 푸른숲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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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삶을 보다 풍요롭게 살 수 있는 이유는 사랑이라는 지고지순하고 샘물처럼 맑은 감성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사랑이라는 감정은 서로에 대한 믿음과 배려를 근본으로 하며 메마른 땅에 생명력을 불어 넣는 것과 같은 신비로운 작용을 한다. 사랑이라는 것은 우리에게 이토록 큰 열망으로 자리하고 있고 이것이 우리들의 진정한 삶의 목적이 아닐까. 한없이 아름답고 투명한 사랑의 감정은 안타깝게도 이 세상의 누군가에게는 닿을 수 없는 저 먼 거리에 있으며 마치 허공에 손을 뻗는 것과 같은 공허함과 상실감을 준다.


터키 작가 아지즈 네신은 서로를 사랑하면서도 맞닿을 수 없는 거리에 있는 이들의 모습을 세밀하고도 은유적인 표현법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사랑을 하면서도 더 많은 것을 요구하고 실제적인 조건들을 제시하고 그것이 최상의 선택인 것처럼 판단해버리는 우리 인간들의 표상을 살아있는 생명체인 동물과 식물들을 통해 풍자하고 있는 듯하다. 어린 시절의 우화를 읽는 것처럼 쉽게 읽히지만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절대 가볍지 않은 느낌이다.


『우리에게 사랑이란 잠시 왔다가 사라지는 바람과 같은 게 아니야. 한철에만 반짝 솟아오르는 갈망도 아니고. 너에 대한 나의 사랑은 봄여름은 물론 가을과 겨울에도 파릇파릇한 내 잎사귀들처럼 오랫동안 계속 될 거야. 사랑의 힘을 믿고 그 힘으로 자라는 동안에는 하나의 잎사귀가 떨어지면 그 자리에서 서너 개의 잎사귀가 동시에 나와. 이처럼 나의 사랑은 한번 시작되면 죽을 때까지 변치 않는 영원한 감정이야. - p89 』


왜 우리는 온전히 사랑할 수 없는 것일까. 우리의 부모님들이 자식들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희생하면서까지 내어주시는 무조건적인 사랑, 그 어떤 대가도 바라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인정하고 보듬어 안아주는 사랑은 점점 사라지고 있다. 사랑이라는 감정은 조건이 결부되면 그 순간 본래의 의미는 사라지는 것이며 영원성을 잃게 된다. 쉽게 만나고 쉽게 헤어지는 이들의 하는 사랑이 바로 그렇다. 온전한 사랑만이 그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고 영원할 수 있는 것이다.


『세상에 존재하는 사실을 단지 자신만 아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거죠. 누군가가 이 세상에 존재하고 있다면, 숨을 쉬고 살아가고 있다면 그 사실을 다른 사람들도 알아야 합니다. 그 사람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이 많을수록 존재이유는 커지죠. 저의 존재 이유는 튤슈를 사랑하는 것입니다. 저는 튤슈를 사랑하면서 그리고 그녀를 사랑한다는 것을 세상 사람들에게 알리면서 이 세상에 존재하고 있습니다. - p187』


이처럼 사랑의 보편적인 모습들을 통해 이 봄, 사랑을 하고 있는 많은 연인들과 사랑을 갈망하고 있는 이들에게 진정한 사랑의 가치와 진리를 되새길 기회를 제공해 줄 것이다. 사랑의 시작은 단순히 나의 의지만으로 가능한 것이 아니지 않은가. 나의 가치를 알아주는 소중한 사람과 같은 선상에서 한 방향을 바라볼 수 있을 때 시작되는 것이다. 튤슈가 사랑하는 그녀는 누굴까? 그녀의 존재를 보다 많은 이들에게 알리고 이로써 자신이 살아갈 이유가 된다고 말하는 그의 모습이 참 아름답다. 인간의 본성을 감각적이고 내밀하게 통찰하고 있는 여섯 편의 단편들, 이를 통해 잠자고 있던 당신의 감수성을 일깨울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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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이게 무슨 영어야?! - 맨날맨날 틀리는 그 영어만 고치면 영어가 된다!
Chris Woo.Soo Kim 지음 / GenBook(젠북)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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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지식 정보화 사회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다른 이들이 차별화된 나만의 전문적인 지식을 바탕으로 경험을 쌓아나가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세계화라는 흐름에 발맞추어 가는데 있어서 중요한 것은 다름 아닌 언어다. 학생의 신분을 벗어나 사회생활을 할 때에도 가장 먼저 요구하는 것이 다름 아닌 세계 공용어로 자리 잡은 영어 아닌가.


최근에야 나의 의지와 열정만 있다면 언제 어디서든 영어를 쉽고 재미있게 배울 수 있지만 과거에는 오로지 학교 교과서에 따른 획일화된 암기위주의 학습이 전부였기에 영어를 수년간 갈고닦은 많은 이들이 사회에서도 흡족할만한 성과와 효율을 기대하기 어려웠으리라.


생활에서 꼭 필요한 표현과 우리가 잘못 인지하고 있는 부분들을 족집게처럼 콕 집어 옳은 표현법과 의미를 일깨울 수 있도록 저자는 알기 쉽게 설명하고 있다. 아무리 많은 단어를 달달 외우고 공부했더라도 뒤돌아서면 이 단어를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몰랐던 당신이라면 꼭 필요한 부분들만 찾아 읽어봐도 될 만큼 술술 읽어볼 수 있도록 호기심을 자극한다. 학창시절, 초보적인 수준의 영어를 배울 때 내가 상대방에게 어떻게 효과적으로 의미전달을 할 수 있는지 각 장소와 상황에 맞는 사례들을 통해 배운 경험이 있을 것이다.


각 나라마다 언어가 표현되는 기본 방식은 있기 마련이니, 이를 기준으로 한층 더 다양한 표현법을 익히고 올바르게 사용할 수 있을 때 비로소 만족할 수 있는 법! 일명 콩글리시라 불리는 많은 단어와 표현들을 되짚어보고 실제 외국인들이 사용하고 있는 영어를 재미있게 소개하고 있으니 이를 바로 알아갈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국내 유명 영어강사들을 보면 실제 외국에서의 생활을 한 번도 하지 않고도 누구나가 인정하는 어학의 명사들이 얼마나 많은가. 또 영화나 드라마를 통해 혹은 그 밖의 문화양식을 통해 우리는 외국의 문화들을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다.


이 책에서는 우리가 궁금했던 미국인들의 문화와 생활도 살짝 엿볼 기회를 제공해준다. 요즘의 젊은 세대들은 동호회를 통해 혹은 영화나 드라마를 눈과 귀로 시청하며 이른바 1석 2조의 효과도 누릴 수 있다. 영어 공부도 보다 센스 있게 즐기는 시대. 그간 지루하고 딱딱한 책으로 별다른 효과를 얻지 못했다면 가볍게 이 책으로 흥미와 재미를 느껴보시길.. 앞으로 나는 두고두고 이 책을 필요할 때마다 꺼내 보려고 한다. 정말 즐겁게 들춰볼 수 있는 영어실용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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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부마을 이야기 1
제임스 캐넌 지음, 이경아 옮김 / 뿔(웅진)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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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부마을 이야기 1, 2권] 

우리가 살아 숨 쉬고 있는 시공간, 이 세계는 불특정다수의 남자와 여자로 이루어져 있다. 참 절묘하지 않은가. 한없이 나약한 인간 군상들을 이 세상에 창조하신 하느님의 놀라운 신비에 오늘날의 나는 과연 감사하며 살아가고 있는지 되묻게 된다. 우리의 손이 차마 닿지 못하는 미지의 공간에서도 남자와 여자는 저마다의 역할을 찾아 충실히 임하며 살아가고 있고 이것은 어느새 불변의 법칙처럼 당연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런데 이 곳 콜롬비아의 산간 마을 마리키타에는 전혀 상상치 못했던 일이 벌어지고 만다. 작게는 한 마을을 포함해서 넓게는 국가 전체적으로 막대한 피해와 악영향을 양산하고 마는 현실이 눈앞에 펼쳐진 것이다. 본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오로지 강요에 의한 이끌림에 마리키타의 남자들은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게릴라 전투에 참전하게 되고 그로 인해 마을에는 오로지 여자들만이 남게 된 것이다.


매일의 삶을 함께 영위해온 내 가족의 빈자리는 마리키타 여성들에게는 삶의 무게중심을 잃은 것처럼 허망하고 슬픈 일이요, 눈앞에 놓인 현실을 어떻게 극복해야 할지가 최대 난관으로 봉착하게 된다. 사랑과 믿음을 바탕으로 구성된 가족이라는 울타리는 우리 삶에 있어서 얼마나 중요한 부분인가. 한치 앞도 알 수 없는 게 우리들의 삶이라고는 하지만 그런 존재감을 한순간 잃어버린 여성들의 마음은 상실감과 허탈감으로 가득 차게 될 것이다.


눈앞에 떨어진 불을 가만히 두고 볼 수많은 없지 않은가. 이내 마을에는 파티뇨 경사의 부인인 과부 로살바가 치안판사로 임명되고 곳곳에 산재한 문제들을 하나씩 해결해 가기 위해 새로운 규율과 법을 정립하기 시작한다. 여성 지도자의 대한 신임이 부족했던 탓에 마을 여자들의 반발은 계속되지만 초반의 어려움이 점차 사라지면서 이곳에도 희망의 빛이 되살아나게 된다. 허나 예상치 못한 또 하나의 난관은 다름 아닌 이 마을을 지켜갈 젊은이가 없다는 것이다.


마을을 이끌어온 과부들은 점차 세월의 흔적에 따라 노쇠해가고 마을의 미래를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판단이요, 신의 뜻이라 자명하며 라파엘 신부는 셀 수 없이 많은 여성들과의 잠자리를 하게 된다. 이는 성직자의 신분에서는 절대로 허용될 수 없는 일이자 추악하기 그지  없는 일 아닌가. 이런 설정은 소설의 한 장치일 뿐이지만 가톨릭 신자요, 독자인 나의 입장에서도 전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는 부분이었다.


오로지 여자들로만 이루어진 세상, 평화롭고 안정된 삶의 향유가 가득할 것 같은 마을에서는 자신의 신분을 이용한 파렴치하고 사악한 행위가 자행되고 있으며 미래에 대한 어떠한 기약도 희망도 꿈꿀 수 없다는 그 자체가 절망이요, 아픔인 것이다. 혼자서만은 살아갈 수 없는 이 생(生)에서 남자와 여자의 존재 의미는 되새기게 된다. 누군가에 의한 무력과 탄압이 버젓히 자행되고 있는 세상에서 누군가의 희생을 강요하고 낯선 삶의 소용돌이에 휩쓸리지 않기 위해 발버둥치는 여성들의 모습이 눈앞에 보이는 듯하다.


남자들의 보호아래에서 온순한 양처럼 살아야할 여인들은 온전히 그들만의 생활 방식 안에서 새로운 틀을 만들어 독립적으로 당당히 살아나간다. 현실에 맞는 여건을 고스란히 받아들이고 적응해가면서 그녀들 마음속의 상처들도 아물어 갈 것이다. 여성들의 삶에 초점히 맞춰져 있는 이 이야기들은 전 세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보이지 않는 과거의 아픈 상처와 기억을 떠올리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를 기반으로 더 나은 미래, 새 희망의 날갯짓을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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