튤슈를 사랑한다는 것은 - 사랑의 여섯 가지 이름
아지즈 네신 지음, 이난아 옮김 / 푸른숲 / 2007년 3월
평점 :
품절


 

이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삶을 보다 풍요롭게 살 수 있는 이유는 사랑이라는 지고지순하고 샘물처럼 맑은 감성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사랑이라는 감정은 서로에 대한 믿음과 배려를 근본으로 하며 메마른 땅에 생명력을 불어 넣는 것과 같은 신비로운 작용을 한다. 사랑이라는 것은 우리에게 이토록 큰 열망으로 자리하고 있고 이것이 우리들의 진정한 삶의 목적이 아닐까. 한없이 아름답고 투명한 사랑의 감정은 안타깝게도 이 세상의 누군가에게는 닿을 수 없는 저 먼 거리에 있으며 마치 허공에 손을 뻗는 것과 같은 공허함과 상실감을 준다.


터키 작가 아지즈 네신은 서로를 사랑하면서도 맞닿을 수 없는 거리에 있는 이들의 모습을 세밀하고도 은유적인 표현법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사랑을 하면서도 더 많은 것을 요구하고 실제적인 조건들을 제시하고 그것이 최상의 선택인 것처럼 판단해버리는 우리 인간들의 표상을 살아있는 생명체인 동물과 식물들을 통해 풍자하고 있는 듯하다. 어린 시절의 우화를 읽는 것처럼 쉽게 읽히지만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절대 가볍지 않은 느낌이다.


『우리에게 사랑이란 잠시 왔다가 사라지는 바람과 같은 게 아니야. 한철에만 반짝 솟아오르는 갈망도 아니고. 너에 대한 나의 사랑은 봄여름은 물론 가을과 겨울에도 파릇파릇한 내 잎사귀들처럼 오랫동안 계속 될 거야. 사랑의 힘을 믿고 그 힘으로 자라는 동안에는 하나의 잎사귀가 떨어지면 그 자리에서 서너 개의 잎사귀가 동시에 나와. 이처럼 나의 사랑은 한번 시작되면 죽을 때까지 변치 않는 영원한 감정이야. - p89 』


왜 우리는 온전히 사랑할 수 없는 것일까. 우리의 부모님들이 자식들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희생하면서까지 내어주시는 무조건적인 사랑, 그 어떤 대가도 바라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인정하고 보듬어 안아주는 사랑은 점점 사라지고 있다. 사랑이라는 감정은 조건이 결부되면 그 순간 본래의 의미는 사라지는 것이며 영원성을 잃게 된다. 쉽게 만나고 쉽게 헤어지는 이들의 하는 사랑이 바로 그렇다. 온전한 사랑만이 그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고 영원할 수 있는 것이다.


『세상에 존재하는 사실을 단지 자신만 아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거죠. 누군가가 이 세상에 존재하고 있다면, 숨을 쉬고 살아가고 있다면 그 사실을 다른 사람들도 알아야 합니다. 그 사람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이 많을수록 존재이유는 커지죠. 저의 존재 이유는 튤슈를 사랑하는 것입니다. 저는 튤슈를 사랑하면서 그리고 그녀를 사랑한다는 것을 세상 사람들에게 알리면서 이 세상에 존재하고 있습니다. - p187』


이처럼 사랑의 보편적인 모습들을 통해 이 봄, 사랑을 하고 있는 많은 연인들과 사랑을 갈망하고 있는 이들에게 진정한 사랑의 가치와 진리를 되새길 기회를 제공해 줄 것이다. 사랑의 시작은 단순히 나의 의지만으로 가능한 것이 아니지 않은가. 나의 가치를 알아주는 소중한 사람과 같은 선상에서 한 방향을 바라볼 수 있을 때 시작되는 것이다. 튤슈가 사랑하는 그녀는 누굴까? 그녀의 존재를 보다 많은 이들에게 알리고 이로써 자신이 살아갈 이유가 된다고 말하는 그의 모습이 참 아름답다. 인간의 본성을 감각적이고 내밀하게 통찰하고 있는 여섯 편의 단편들, 이를 통해 잠자고 있던 당신의 감수성을 일깨울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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