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없는 자들의 도시
주제 사라마구 지음, 송필환 옮김 / 해냄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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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까지 그의 작품 하나 읽어본 적이 없으면서 주제 사라마구라는 작가의 이름이 낯설지만은 않다. 왜일까. 지난 한해 많은 사람들의 입소문을 통해 전작에 대한 일말의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나보다 한발 앞서 주제 사라마구라는 작가의 책을 읽은 사람이라면 더욱이 그게 무엇이든 좋은 느낌을 받았다면 후속 작품에 대한 기대도 생기기 마련일 터, 무엇보다 노벨문학상 수상작가라는 이 크다면 큰 타이틀이 많은 독자들의 관심을 끄는데 한 몫 하리라 생각한다. 나 또한 무엇이 이 작가의 면면을 부각시켰을지 궁금했으니까.




이 책의 주인공은 중앙호적등기소에서 근무하는 말단 직원 쥬제씨다. 보통의 이들이 그러하듯 회사와 집을 오가며 생활하는 평범한 50대의 그는 유명 인사들에 대한 자료를 보관하고 수집하는 일을 하고 있는데 어느 날 문득 발견한 평범한 여자에 대한 서류 하나를 발견하면서 꼬리에 꼬리를 무는 호기심을 가지게 된다. 도대체 어디서 이 여자에 대한 자료가 흘러나온 것일까라는 기본 물음에 대한 해답을 찾으려고 하나 그 실마리를 찾기는 쉽지가 않다.

그냥 아무렇지 않은 척 무덤덤하게 자신에게 맡겨진 소명만을 이루며 살아가도 될 터인데 왜 그는 누가 시키지도 않은 한 여자에 대한 실증적인 뭔가를 찾으려 하는 것일까.




이에 대해 독자들은(나또한) 하나의 의문을 갖게 될 것이다. 실제로 우리 눈앞에 존재하는 여자인 것일까 아니면 그저 잃어버렸던 하나의 흔적을 찾으려고 하는 것인지 읽으면서도 조금 의아한 기분이 들었다. 실상 하나의 형태로 존재하는 것과 그저 지난 기억 속에 하나의 흔적으로 남아 있는 것, 이 사이에는 분명 크나큰 차이가 존재하리라. 알 듯 모를 듯 이 소설은 이 처럼 우리 인간의 실상에서 매 순간 맞닥뜨리게 되는 존재에 대한 물음을 던진다. 생각해보면 절대적으로 가볍지만도 않은 주제를 작가는 너무나도 담담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어떤 것에 대한 열망이 있으면 우리는 주변 사람들이 누가 뭐라 해도 그 말은 귀에 들리지 않고 오직 자신이 얻고자 하는 것에 대하여 모든 것을 쏟아낸다. 쥬제씨 또한 한 번도 만나본 적 없는 한 여인을 찾아야겠다는 일념 하나로 자신이 해서는 안 될 일을 과도하게 일삼게 되기도 한다. 과연 그는 그 여인을 찾아냈을까? 이에 대한 해답은 이미 우리 자신이 알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살아가면서 내가 혹은 타인이 절실히 갈망했던 그 바람 또한 뒤돌아봤을 때 흔적조차 남아있지 않은 하나의 허상에 불과했었던 순간이 분명 있었으리라. 




실재한다고 믿었던 대상에 대한 허무함 또한 어쩌면 우리가 살아가는 매순간에도 미리 받아들여야 하는 진실 아닌 진실이 아닐까. 꼭 존재하리라 믿었던 한 여인의 존재감이 현실에서는 실로 그에게 하나의 허망함으로 남았을지도 모르겠다. 한 사람에 대한 존재의 여부, 그 에 대한 명확한 선을 긋기에는 사람마다 혹은 사회, 종교학적으로도 보이지 않는 시각의 차이가 분명 있을 것이다. 다만 한 사람에 대한 생과 사에 대한 인식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한 사람의 존재 자체를 기껏 서류 한 장으로 대변해도 되는 것인지, 그게 타당한 것인지에 대해서도.   




여하튼, 우리는 그러한 삶을 살고 있다. 나의 존재 자체가 하나의 서류 자체로 증명되기도 하고 어디에서건 나의 실명을 거론하지만 타인에게 비춰지는 나는 이를 모를 한 사람일 뿐일지도 모른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그 누구도 정해진 이름이 없다. 그저 자신의 본분에 맞는 누구누구로 명명될 뿐이다. 생각해보면 결코 가벼운 주제는 아니다. 또한 인간 내면의 심리를 꿰뚫어 보는 작가의 시각이 참으로 신선했고 한편으론 어렵게도 느껴졌지만 실로 존재하는 것에 대한 의미와 나의 가치관으로 인해 인식되는 그 무엇에 대한 접근, 그 이야기가 많은 생각을 던지게 한다. 삶과 죽음 그 안의 시간들 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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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멈춰선 파리의 고서점 - 셰익스피어 & 컴퍼니
제레미 머서 지음, 조동섭 옮김 / 시공사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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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익스피어 & 컴퍼니는 서점이름이란다. 부끄럽게도 내겐 너무나도 낯설고 생소한 곳으로 여겨지지만 프랑스 파리에 자리한 이곳은 전 세계 많은 이들이 한번쯤은 가보고 싶은 곳이라고 한다. 책과 가까이하게 되면서 점차 나의 무지함을 책 속의 이야기 혹은 내포된 지식 안에서 새롭게 깨닫게도 되고 무엇보다 오래전에 출간된 책, 그러니까 지금은 쉽게 찾을 수도 없는 고서적을(일명 보석이라 부른다.) 헌책방에서 발견하게 되는 기분이란 해보지 않은 사람들은 모를 것이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헌책방의 매력을 더 잘 알 수 있으리라




많은 헌책방을 둘러본 것은 아니지만 내게도 작은 소망 하나가 생겼다. 언젠가는 많은 사람들의 발길이 닿는 많은 이들의 손때가 묻어서 더욱 소박하고 정감 있는 헌책방 내지는 책도 읽고 많은 것을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장소, 특별한 공간을 마련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보게 되었고 이내 미소가 머금어진다. 매일 새 것을 찾아 나서고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 옛 정취가 묻어나는 장소 혹은 물건 등 그 밖의 많은 것들에 더욱 간절한 마음이 생겨난다. 셰익스피어&컴퍼니 또한 이처럼 많은 이들의 기억 속에 하나의 쉼터이자 그 이상의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는 곳이었으리라 생각된다. 




캐나다의 한 신문사에서 기자생활을 하며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던 작가는 자신이 집필한 범죄 서적으로 인해 그와 관계된 한 사건의 범인으로부터 목숨까지 위협받는 협박을 받게 되고 그로 인해 모든 것을 내려놓은 채 파리로 떠나는 도망자 신세가 되고 만다. 아무것도 가진 게 없었던 그에게 우연보다 더 기막힌 운명처럼 이 고서점은 하나의 새로운 안식처로 자리하게 된다. 책에 대한 무한한 애정을 가진 이 곳 서점 주인의 특별한 마인드는 가진 것 없고 그 흔한 안식처 없는 이들에게 하나의 또 기회제공을 하는 셈인 것이다.




모든 이들에게 마음을 열게 하고 마음 편히 책을 보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그야말로 휴식의 공간을 제공하는 곳이 바로 셰익스피어&컴퍼니인 것이다. 상상만으로도 멋지지 않은가. 우리나라에서는 이처럼 휴식의 개념이 깃든 곳을 찾아보기란 쉽지 않다. 더구나 무료로 모든 이에게 개방되어 있는 곳은. 우리 모두는 저마다의 꿈을 가지고 있다. 현실 안에서는 그 꿈이 손을 뻗어도 잡을 수 없는 그저 허망한 대상이 되어버리기도 하고 좌절과 슬픔의 대상이 되기도 하지만 이 서점을 방문하는 많은 이들은 그 한정된 장소 안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며 그 안에서 즐기는 삶을 상상하며 마음속에 소망을 한가득 품고 있다.




이 고서점은 실비아 비치에 의해 처음 문을 열었고 우리가 익히 이름만 들어도 알고 있을 그 시대 많은 유명 작가들 또한 이곳을 드나들며 책을 보고 글을 쓰고 큰 사랑을 받았다고 한다. 이처럼 백여 년의 역사를 가진 오래된 고서점의 매력과 이를 이어가려는 이들의 마음가짐이 그저 부럽기만 하다. 한 나라의 한 도시의 자리한 이 서점은 이제는 역사 속에 한 의미로 자리하고 있을 터, 아직도 이 고서점을 찾는 이들의 발걸음은 계속되고 있으리라.




다채로운 사연을 가지고 그 곳을 찾은 많은 이들의 이야기가 서점 주인인 조지라는 인물, 즉 작가의 시점에서 기록되어 쓰여져 있다.  나 역시 언젠가 그 곳을 방문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 우리나라에도 이런 고서점이 있다면 얼마나 좋으랴마는, 길가다 가끔 들르는 대형 서점에서도 오랜 시간 서서 책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주변 눈치를 살피게 되더라. 왜 인지는 모르겠다. 단지, 이 고서점에서 느껴지는 안락하고 온전히 개방되어 다시금 찾게 만드는 매력만은 그저 부러울 뿐이다. 이 곳 말고도 전 세계 많은 나라에도 이처럼 낡고 오래되었지만 많은 이들의 손때 묻은 책과 정겨움이 묻어나는 서점은 존재할 테지. 오랜만에 헌책방 나들이가 하고 싶어진다. 아주 유유자적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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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콜릿을 만드는 여인들
카트린느 벨르 지음, 허지은 옮김 / 작가정신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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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에 수녀님들의 종신서원식에 다녀온 적이 있다. 가톨릭 믿음을 가지고 계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종신 서원식이란 말의 의미는 이렇다. 일생을 마칠 때까지 하느님에게 자신을 온전히 바치기로 서원하는 일, 결과적으로 길고 긴 수련기간을 지나 정식으로 수도자가 되는 것이다. 오랫동안 가톨릭 신자로 살아왔음에도 불구하고 종신서원을 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은 처음이었고 뭔지 모를 가슴 뭉클함과 함께 마음 가득히 충만한 느낌이 들기도 했다.




이 책의 스토리가 무엇보다 흥미롭게 느껴졌던 것은 한 수녀원을 배경으로 한 수녀님들의 이야기이기 때문이었다. 더군다나 프랑스 소설이란다. 그간 여타의 일본 소설은 많이 읽어보았지만 프랑스 소설의 참 매력은 아직 느껴보지 못했기에 기대를 한가득 품은 채 읽어 내려갔다. 그런데 이게 웬일?! 초반의 기대에 부응이라고 하듯 흡입력이 있어 술술 읽혀지더라. 일반 사람들이 생각했을 때 수녀님들은 매일 기도만 하실 것 같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하느님을 섬기고 그 분을 위해 일생을 봉헌하시는 것은 맞지만 각자 개개인이 가지고 있는 재능 또한 특별하고 놀라울 만큼 다재다능하시다.




『수도자들의 생활은 명상의 생활이죠. 침묵은 하느님의 말씀을 잘 듣기 위함이고 자신의 내면에 집중하는 것은 남에게 나를 더 잘 열어주려는 것입니다. 또한 소박한 일상을 기쁘게 채워가는 것도 중요합니다. 하루하루의 노동도 빼놓을 수 없는 수녀원의 일부이지요.‘제 손으로 노동하는 자들이야말로 진정한 수도자’라는 말이 있습니다. 생 줄리앙 수녀원을 존속시켜주는 노동은 단연 초콜릿 제조라 할 수 있지요. -p112』




이야기의 배경이 되는 곳은 생 줄리앙 수녀원으로 이야기의 서두는 황금 카카오 대회에서 이 곳 수녀원이 세상에서 가장 맛있고 달콤한 초콜릿을 만들어내는 곳으로 인정받는 순간, 즉 이 대회에서 1등을 하게 되면서 시작된다. 허나 현실적으로 이 곳 수녀원은 몇 년째 재정악화로 인해 초콜릿의 원료가 되는 카카오를 구하지 못하는 급박한 상황에 처해있다. 수녀원을 살리기 위한 방법은 오직 한 가지 뿐! 최고의 원료인 남미 콜롬비아에서 재배되는 카카오를 구해오는 것이다. 그 낯설고 기나긴 초행길에 두 명의 수녀가 총대를 메고 떠나게 되는 것이니, 어찌하여 두 어깨가 무겁지 아니할 수 있을까. 이들의 길이 결코 쉽지만은 않다는 예감은 수녀원의 초콜릿 비법을 알아내려는 대기업의 음모가 있기 때문이리라.




『노동으로 자급자족하지 못하는 수녀원은 죽은 수녀원입니다. 오늘, 하늘에서 우리에게 징표를 보낸 거예요. 우리의 마음에서 개인적인 고뇌를 없애야 합니다. 우리의 욕망과 이기적인 두려움까지도. (중략) 명심하세요. 이 사명이야말로 수녀님이 생을 보내기로 선택한 수녀원의 마지막 기회라는 것을. 신에게 생을 바치는 것이 수녀님의 진정한 소명이라 해도, 만일 수녀원이 사라진다면 수녀님은 또다시 갈 곳을 잃겠죠? -p62~63』




두 수녀가 함께 하는 콜롬비아 여행길은 결코 만만치 않다. 수도생활만 해온 그녀들이 세상에 발을 내딛은 순간 새롭게 만나게 되는 이들과의 갖가지 사건 사고들은 하나같이 모험이자 놀라움의 연속인 것이다. 조금은 과장된 표현과 에피소드들에 멋쩍은 마음도 들긴 하지만 어차피 소설이니까 무슨 일이든 그려 보일 수 있는 것 아니겠는가 싶어 이내 안쓰럽고 또 한편으론 유쾌하기도 했다. 현실 속 수녀님들에게 허용되지 않은 로맨스와 서로 다른 매력을 가진 두 수녀의 알콩 달콩한 모습들이 하나의 매력으로 다가와 신선한 양념역할을 한다. 비록 허구적인 성격이 강하지만 그 안에서 그녀들의 참 신앙생활과 수녀로써의 삶, 자신의 소명을 다하려는 면면들이 마음을 따스하게 적신다. 아! 벌써 그리워진다. 안나와 자스민 그리고 생 줄리앙 수녀원의 수녀님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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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시커 1 - 별을 쫓는 아이
팀 보울러 지음, 김은경 옮김 / 놀(다산북스)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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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를 잃어본 사람은 안다. 그 상실감의 깊이가 얼마나 깊고 얕은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마음과 마음이 나누었던 교류의 상대가 어느 한 순간 사라져버린 순간 우리는 본래의 자신의 모습을 이전처럼 쉽게 지켜낼 수 없고 돛대 없는 배가 홀연히 바다 위를 떠다니는 것처럼 가슴 쓸쓸하고 허망한 일이라는 것을. 더구나 이 생이라는 현실에 내가 설 수 있는 삶의 뿌리인 부모를 잃은 상실감은 그 어떠한 말로도 표현하기 힘든 상처를 남긴다. 이 이야기의 주인공‘루크’ 역시 아버지를 잃은 후 그 누구에게도 마음을 열어 보이지 않는다.



그런 아버지의 빈자리를 채워줄 또 다른 이는 분명 엄마지만 그런 엄마에게도 새로운 애인이 생겼다는 사실이 어린 루크에게는 그저 믿기 힘든 현실일 뿐이요, 받아들이기 힘든 사실이다. 딱 사춘기에 접어든 십대들의 눈으로 작가는 이야기를 이끌어 나간다. 알면서도 누군가에 대한 단순한 반항심에 진실을 외면하려하고 평범한 한계선 내에서 자신을 여타의 다른 좁고 어두운 통로 한가운데로 끌어내려하고 세상에 대한 불신과 아픔만이 마음에 자리하고 있는 어린 소년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하기에 더욱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우리는 누구나 미성숙한 자아를 가지고 현실과 부딪치며 원했든 원하지 않았든 간에 또 다른 관계를 이루며 새로운 삶을 살아가고 그 안에서 온전히 성숙한 인간이 되어 가는 것이다.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에는 루크가 바라보는 세상에 대한 편협한 시각은 너무나 좁았으며 상처를 극복해가면서 이전보다는 조금 더 쉽게 자신을 드러낼 수 있었으리라. 시간이 지나면 모든 것은 평정을 찾게 되어 있다는 단순한 진리, 이는 루크가 변해가는 모습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 결단코 이겨내지 못할 아픔과 상처는 우리 생애에 없는 것이니 어떤 계기로든 나를 올곧게 세울 화해의 소통 창구는 언제 어디서든 기다리고 있다.




루크에게는 음악이 세상에 다시금 발을 내딛을 수 있게 해주는 하나의 다리와 같다. 남이 가지지 못한 뛰어난 재능은 그의 삶에 있어서 새로운 나침반 역할을 해주며 새로운 삶에의 희열을 느끼게 해준다. 또래들과의 관계에서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며 받았던 상처, 엄마에게서 느꼈을 원망과 소외감 이 모든 감정을 빗나가지 않게 잘 치유할 수 있었던 것에는 사람의 잠든 감성도 깨운다는 음악이라는 소재의 절묘한 등장이 이야기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더 없이 잘 살리고 있는 듯하다. 성장소설이지만 단순히 어느 한 나이 대에 국한되지 않게 어른들이 읽으면 더 없이 좋을 작품으로 작가‘팀 보울러’는 따스하게 그려내고 있다.




누구에게나 상처가 있다. 그것이 관계의 고립에서 오는 것이든, 누군가를 잃은 상실감으로 오는 것이든 어차피 인생이라는 기나긴 길을 가면서 우리는 끊임없이 상처를 받고 누군가에게 본의 아니게 상처를 입히기도 하면서 살아간다. 이 이야기에 등장하는 루크는 많은 이들의 표상이다. 이미 씻어버린 과거의 내 모습일 수도 있고 이미 어른이 되었지만 온전히 성숙하지 못한 현재의 나를 축소시켜 표현된 또 다른 어린 내 모습일 수도 있을 것이다. 다만 살아가면서 우리가 얼마나 사근사근하게 그 아픈 상처를 담담히 받아들이고 이겨낼 수 있는지 거기에 해답이 있을 터이다. 세상에 대해 삶에 대해 아직 모든 것이 정립되지 않은 어린 십대들의 마음을 이토록 따스하게 보듬어 줄 수 있는 작가가 얼마나 될까. 팀 보울러는 그런 면에서 놀라운 능력을 가지고 있는 작가다. 마음을 촉촉이 적시는 성장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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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 슬립 - 전2권
오기와라 히로시 지음, 이수경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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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한밤중 꾸는 꿈의 세계에서는 일상생활에서 실로 일어날 수 없는 획기적인 일 혹은 전혀 관련되지 않은 이들과의 소통을 실로 생생하게 경험하기도 한다. 그야말로 현실을 벗어난 미지의 세계라고나 할까. 말 그대로 꿈인 것이다. 오로지 상상 속에만 존재하는 조금은 우스꽝스럽고 어처구니없는 일들이 너무나 리얼하게 펼쳐져 가끔은 꿈을 깬 후에도 이것이 단지 꿈에 불과한 일일까? 라는 미묘한 생각에 빠지게도 된다. 다른 날과 똑같이 자고 일어나 두 눈을 떴는데 만약 전혀 다른 새로운 세계에 자신이 와 있다면 어떠할까. 어느 정도의 호기심은 생기겠지만 덩그러니 나 혼자만 다른 세상에 던져졌다는 그 순간의 상상만으로도 소름이 돋는 기분이다.




이전에‘체인지’라는 영화에서는 자신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정체불명의 무언가로 인해 나와 타인의 육체가 바뀌어 일어나는 에피소드를 다룬 적이 있었다. 그 당시에 참 획기적인 발상이라고 생각했는데 이 책의 이야기 또한 이와 비슷한 맥락을 이루는 듯하다. 영화에서처럼 몸이 뒤바뀌는 것은 아니지만 1944년을 살아가던‘고이치’라는 인물과 2001년을 살아가던‘겐타’라는 인물이 전혀 다른 시공간의 세계로 이동하여 겪게 되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이 두 청년은 열아홉의 동갑내기로 삶을 바라보는 시각은 닮은 듯 다르다.




전혀 듣지도 보지도 못한 낯선 환경 속에 툭 던져진다면 어떠할까. 예기치 못한 나락에 빠졌다한들, 정신만 바짝 차리면 충분히 살 수 있다. 자신이 처한 입장에서 그들은 다시금 있던 자리로 돌아가려고 안간 힘을 쓰게 된다. 살기 위해 발버둥치고 있는 힘을 다해 현실에 적응하려는 모습이 우리들의 일상과 맞닿아 있어서 이들의 모습이 한편으로는 안쓰럽게 느껴지기도 한다. 아무리 변하지 않으려 한들, 시대는 강물의 흐름과 같이 언제고 전혀 다른 모습으로 탈바꿈하게 되어 있다. 이것이 삶의 진리가 아니던가. 불과 50 여 년의 세월이었음에도 예상치 못한 환경에서 이들이 얼마나 힘겨웠을지는 충분히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일본의 한 시대적인 면을 엿볼 수 있다는 데에 이야기의 또 다른 의미를 찾을 수 있다. 한 나라 다른 시대를 살았던 두 청년의 모습은 곧 일본의 과거이며 현재를 말하는 것이 아닐까. 두 소년이 처한 시기에 일어난 사회적인 큰 사건들 또한 결코 가볍게 생각할 수 없다. 제 2차 세계대전과 9.11테러는 아직도 전 세계인의 뇌리에 남아 있는 가장 뼈아픈 기억이며 아픔이기 때문이다. 이야기 곳곳에는 그 날 그 시대의 일본의 참상을 그대로 보여주는 면들이 종종 등장한다. 어찌 되었든, 과거는 현실을 이어주는 고리이고 현재 또한 다가올 미래의 모습과 전혀 다르지 않은 하나의 연결 축이기에 씁쓸하지만 바로 보아야 한다.




결과론적으로 이들은 바뀐 환경 내에서 자신의 삶을 어떻게든 이어나가려고 한다. 주어진 환경이 비록 핍박과 전쟁의 소용돌이에 놓여있을지라도 피할 수 없기에 알면서도 행하며 살아가는 것이다. 슬픔이 배가 된 비극의 끝을 보여주는 듯 해 줄곧 마음이 평온할 수만은 없었다. 작가가 이 이야기를 통해 표출하고자 한 주제는 무엇일까. 그 의미를 내 나름대로 파악하려 읽어 내려갔지만 그 결말이 결코 가볍지 않아 씁쓸함이 더해진다. 우리나라의 아픈 과거의 기억에 일본이라는 나라가 또 한 번 맞닿아 있기에 더욱 그러하였으리라. 예상 밖의 스토리 전개, 하나의 이야기를 통해 많은 면면을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준 작가‘오기와라 히로시’의 앞으로의 선전을 기대하며 이야기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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