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 슬립 - 전2권
오기와라 히로시 지음, 이수경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8년 1월
평점 :
절판


 

우리는 한밤중 꾸는 꿈의 세계에서는 일상생활에서 실로 일어날 수 없는 획기적인 일 혹은 전혀 관련되지 않은 이들과의 소통을 실로 생생하게 경험하기도 한다. 그야말로 현실을 벗어난 미지의 세계라고나 할까. 말 그대로 꿈인 것이다. 오로지 상상 속에만 존재하는 조금은 우스꽝스럽고 어처구니없는 일들이 너무나 리얼하게 펼쳐져 가끔은 꿈을 깬 후에도 이것이 단지 꿈에 불과한 일일까? 라는 미묘한 생각에 빠지게도 된다. 다른 날과 똑같이 자고 일어나 두 눈을 떴는데 만약 전혀 다른 새로운 세계에 자신이 와 있다면 어떠할까. 어느 정도의 호기심은 생기겠지만 덩그러니 나 혼자만 다른 세상에 던져졌다는 그 순간의 상상만으로도 소름이 돋는 기분이다.




이전에‘체인지’라는 영화에서는 자신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정체불명의 무언가로 인해 나와 타인의 육체가 바뀌어 일어나는 에피소드를 다룬 적이 있었다. 그 당시에 참 획기적인 발상이라고 생각했는데 이 책의 이야기 또한 이와 비슷한 맥락을 이루는 듯하다. 영화에서처럼 몸이 뒤바뀌는 것은 아니지만 1944년을 살아가던‘고이치’라는 인물과 2001년을 살아가던‘겐타’라는 인물이 전혀 다른 시공간의 세계로 이동하여 겪게 되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이 두 청년은 열아홉의 동갑내기로 삶을 바라보는 시각은 닮은 듯 다르다.




전혀 듣지도 보지도 못한 낯선 환경 속에 툭 던져진다면 어떠할까. 예기치 못한 나락에 빠졌다한들, 정신만 바짝 차리면 충분히 살 수 있다. 자신이 처한 입장에서 그들은 다시금 있던 자리로 돌아가려고 안간 힘을 쓰게 된다. 살기 위해 발버둥치고 있는 힘을 다해 현실에 적응하려는 모습이 우리들의 일상과 맞닿아 있어서 이들의 모습이 한편으로는 안쓰럽게 느껴지기도 한다. 아무리 변하지 않으려 한들, 시대는 강물의 흐름과 같이 언제고 전혀 다른 모습으로 탈바꿈하게 되어 있다. 이것이 삶의 진리가 아니던가. 불과 50 여 년의 세월이었음에도 예상치 못한 환경에서 이들이 얼마나 힘겨웠을지는 충분히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일본의 한 시대적인 면을 엿볼 수 있다는 데에 이야기의 또 다른 의미를 찾을 수 있다. 한 나라 다른 시대를 살았던 두 청년의 모습은 곧 일본의 과거이며 현재를 말하는 것이 아닐까. 두 소년이 처한 시기에 일어난 사회적인 큰 사건들 또한 결코 가볍게 생각할 수 없다. 제 2차 세계대전과 9.11테러는 아직도 전 세계인의 뇌리에 남아 있는 가장 뼈아픈 기억이며 아픔이기 때문이다. 이야기 곳곳에는 그 날 그 시대의 일본의 참상을 그대로 보여주는 면들이 종종 등장한다. 어찌 되었든, 과거는 현실을 이어주는 고리이고 현재 또한 다가올 미래의 모습과 전혀 다르지 않은 하나의 연결 축이기에 씁쓸하지만 바로 보아야 한다.




결과론적으로 이들은 바뀐 환경 내에서 자신의 삶을 어떻게든 이어나가려고 한다. 주어진 환경이 비록 핍박과 전쟁의 소용돌이에 놓여있을지라도 피할 수 없기에 알면서도 행하며 살아가는 것이다. 슬픔이 배가 된 비극의 끝을 보여주는 듯 해 줄곧 마음이 평온할 수만은 없었다. 작가가 이 이야기를 통해 표출하고자 한 주제는 무엇일까. 그 의미를 내 나름대로 파악하려 읽어 내려갔지만 그 결말이 결코 가볍지 않아 씁쓸함이 더해진다. 우리나라의 아픈 과거의 기억에 일본이라는 나라가 또 한 번 맞닿아 있기에 더욱 그러하였으리라. 예상 밖의 스토리 전개, 하나의 이야기를 통해 많은 면면을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준 작가‘오기와라 히로시’의 앞으로의 선전을 기대하며 이야기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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