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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인간
이석원 지음 / 달 / 2013년 8월
평점 :
절판
우리들 모두 어떤 틀 안에 살지 <실내인간>
에세이 <보통의 존재> 이석원의 장편소설 <실내인간>이다.
세 남자의 만남
철학을 전공한 나, 박용우. 칠년을 만난 여자친구와 헤어졌지만 아직 그녀를 잊지 못한 채 이사를 한다. 터무니없는 가격으로 집을 계약한 조건은 올라갈 계단도 없는 옥상에 올라가지 않는다는 것. 밤마다 이상한 소리가 나는 옥상. 대체 옥상엔 무엇이 있는 걸까.
화자 나는 외국에 나간 절친 제롬을 불러들인다. 제롬은 발명가의 꿈을 이루기 위해 의대를 자퇴한 친구. 고지식한 원칙주의자인데다가 반항심 많은 외톨이, 거짓말과 공평치 못한 인간관계 싫어하고 의심은 많아 친구가 별로 없는 반면, 독립심 강해 혼자 꿋꿋이 다니고 정의감 많아 소수편에 서고 법, 원칙, 도덕, 예의를 생명으로 지키는데다가 무엇보다 남의 시선보다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하는 멋진 친구.
주인공 나는, 친구 많아도 늘 외로움을 탔고 성격 활달했지만 밥 한끼도 못 먹을 만큼 의존적이다. 결정적으로 자신을 위해 뭔가 갈구하는 타입 아니라 인생은 그저 그러려니 사는 사람. 한마디로 그들은 너무 달라 친구가 된 것.
그들이 정체불명 김용휘(방세옥)를 만났다. 카페 루카에 늘 앉아있는, 밤마다 어딜 나다니고 바쁜 통화를 하는. 화자 나의 집 앞 3층에서 내 집을 바라볼 수 있는 사람. 내 집엔 뻔질나게 드나들며 자신의 집엔 초대하지 않는. 그리고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표절과 아동학대, 개살인자라는 괴소문이 따라다니는 사람, 방세옥이란 다른 이름을 가진 자.
세 남자가 만났다. 공간은 거의 박용우의 ‘집’. 그리고 나와 제롬의 정체불명 김용휘의 진실을 파헤치기 위한 이야기가 시작된다.
진심이란 증명해 보이는 게 아니라, 믿어주는 거
“넌 진심이 뭐라고 생각하니?”
“글쎄요. 뭐 거짓 없는 솔직한 마음”
“그럼 진심은 어떻게 알 수 있지?”
“글쎄요.”
“믿지 않으면 진심도 진실도 없어. 결국 진심이란 건 증명해 보이는 게 아니라 믿어주는 거”
믿음이란, 믿는 자의 것이지. 상대가 증명할 것은 아니다. 무릇 인간관계란 믿음에 배신을 당할 지라도 끝까지 믿어줘야 하는 것일까...
그렇다면, 배신의 마지막 순간에도 그 믿음을 유지해야 하는 것인가.
실내인간 김용휘의 사랑과 삶
실내인간이란 제롬이 김용휘에게 붙여준 이름이다. 자기가 정해놓은 틀 밖으로는 한 발자국도 나가지 않으려하는 사람. 다시 말해 자기가 익숙한 곳, 자신의 능력과 자신감이 최고로 발휘될 수 있는 공간에만 있으려 한다는 것이다.
인생의 단맛 느낄 때는 오직 빵 먹을 때뿐이라는 김용휘는 사랑을 상대가 우러러 볼 무엇가가 되는 것이라 생각했다. 한 여자와의 첫 만남에서 한 거짓말로 진짜 소설가가 되기 위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소설가가 된 남자.
누군가에게 잊히지 않기 위해 글을 썼다. 그의 책이 그 대신 그녀에게 인사할 수 있도록.. 그런데.. 자신이 그토록 사랑했던 그녀가 선택한 남자가 잘 안팔리는 작가란 걸 알게 된다. 결정적으로 그녀는 작가 김용휘는 사랑할 수 있지만 인간 김용휘는 사랑할 수 없다고 말한다. 그제서야 김용휘는 그토록 갖고 싶어 했던 걸 갖기 위해 자신이 평생을 반대 방향으로 달려왔는지 모른단 생각을 한다.
"더 늦기 전에 그리고 방세옥이 아닌 김용휘를 사랑해 줄 사람을 만나세요"
우리들 모두 어떤 틀 안에 살지
화자 나는 자신을 이러이러한 사람이라고 규정짓고 ‘여자들이란~’이란 말을 자주 쓴다. 제롬은 자신의 주장하는 것 이외의 것은 받아들이지 않으며 무엇보다 인간에 대한 믿음이 없다. 실내인간으로 규정된 김용휘는 사랑을 사랑받으려면 뭔가 더 나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틀을 가지고 있다.
책은 우리에게 이런 질문을 던진다. 누군가에게 사랑받지 못한다고 한 권의 책도 팔지 못한다고 아무런 가치 없는 인간인가. 그렇다고 답하고 살아온 김용휘가 마침내 다다를 수 있는 가장 높은 곳에서 본 것은 인생, 아무 것도 없다는 사실이다. 마치 눈뜨면 사라지는 꿈처럼.
사람의 일생이란 어린 시절의 상처를 평생 동안 치유해가는 과정이란다. 그 상처라는 것이 상처받을 때마다 자신이 만들어 놓은 일종의 틀은 아닐지. 그런 의미에서 우린 모두 실내인간이다. 한정된 틀(혹은 상처)을 깨고 나아가는 과정, 그것이 자신을 사랑하는 치유의 과정, 인생은 아닐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