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버거의 글로 쓴 사진
존 버거 지음, 김우룡 옮김 / 열화당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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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버거의 글로 쓴 사진> 삶에 대한 애정 '응시'와 '포착'

마음을 담는, 그리거나 찍거나

 

1996년 이탈리아 파르마 대학교 연구팀이 짧은 꼬리원숭이 두 마리의 532개 뉴런을 뇌파로 기록했다. 원숭이 B가 땅콩을 잡는 걸 본 원숭이 A의 뇌세포들은 마치 그 행동을 직접 하는 것처럼 변화하는 걸 발견한다. 1978년 인류가 발견한 일명 거울뉴런의 힘이다.

 

사진, 그림을 본다는 것은 바로 이 거울뉴런을 통한 간접경험일 것이다. 뿐만 아니다. 여기 누군가의 애정어린 관심을 통한 순간의 포착이 우리에게 또 다른 선물을 선사한다.

 

<존 버거의 글로 쓴 사진>, 원제 포토카피(사진복사)는 시각적 묘사와 설명을 통해 사람과 일상의 풍경을 그려냈다. 사진을 보는 것과 다른 것은 글의 흐름에 따라 장면이 느리게 완성되며, 시공간의 흐름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존 버거가 만난 인물들은 인류 누구나가 만날 수 있는 인물과 풍경이었다. 다만 존 버거의 애정어린 시선을 통해 우리가 볼 수 없었던 일상과 삶의 따뜻함을 느낄 수 있었다.

 

무릎에 개를 올려 놓고 있는 여인, 라코스테 스웨터를 입은 남자, 턱을 괴고 있는 젊은 여자, 지하철에서 구걸하는 남자 등

 

오마 가는 버스에 만나 별의별 얘기로 수다를 떨던 17세의 한쪽 귀가 먼 수다쟁이 캐슬린. 감옥에서 책을 읽어주며 만난 안경 쓴 스웨터를 입은 죄수. 대머리 비둘기에게 젖병으로 우유를 먹이는 사프카를 쓴 노숙자 여인. 모성을 담는 사진가

 

존 버거가 묘사한 인물과 풍경은 어느덧 읽는 이가 경험했던 어떤 다른 사람과 장면을 떠올리게 한다.

 

떠오른 장면은 물끊는 주전자를 얹은 난로 곁에서 집어든 한장의 사진마냥 촉촉한 온기로 전해진다.

 

두껍고 뻣뻣한 종이로 된 부대를 비우려면 흰 실로 봉합된 곳을 헐어야 한다. 아무 데나 칼을 대서는 안 된다. 꼭 한 군데 매듭을 정확히 끊어야만 실 전체가 힘들이지 않고 풀려 나온다. 정확한 장소에 칼을 대면, 그 실을 당기는 재미가 마치 팽이를 돌릴 때와 같다.”

 

때로는 낮 시간에 조깅을 한다. 미니스커트의 젊은 여자들은 손목을 튕기고 손가락을 흔들면서, 경멸과 무시라는 양보할 수 없는 저들만의 권리를 확인한다. 간혹 바에 앉아 있는 손님이나 일광욕을 위해 아내 손을 잡고 벤치로 향하는 늙은 남편들 외엔, 이른 오후에는 남자들을 거의 볼 수 없다. 제대로 된 남자들은 좀 더 시간이 지나야 나타난다.”

 

일상의 관심과 애정에서 비롯된 관찰이 삶에서 어떤 의미인지 글 속에서 살펴보자.

 

"데생으로 돌아가기 위해 사진은 이십년 전에 접었어요. 사진은 적확한 순간에 방아쇠를 당기는 일, 손가락을 누르는 일일 뿐이에요. 어떤 것도 사라져 없어지지 않아요. 당신이 본 것은 늘 당신과 함께 있어요."

 

데생에 대해 말하고 싶군요. 데생은 명상의 한 형태입니다. 데생하는 동안 우리는 선과 점을 하나하나 그려 나가지만 완성된 전체 모습이 어떤 것일지는 결코 장담할 수 없습니다. 데생이란 언제나 전체의 모습을 향해 나아가는 미완의 여행이지요.”

 

사진은 끝없는 응시로부터 나오는 무의식적인 영감이다. 사진은 순간과 영원을 붙든다.”

 

살아 있는 모든 것들에 대해 내가 느끼는 연대감은 너무도 커서, 한 개인이 어디서 태어나고 어디서 죽는가는 내게 별로 중요치 않습니다.”

 

마음만으로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없다. 눈에 대한 끊임없는 훈련도 있다.”

 

'당신이 본 것이 당신과 늘 함께 있다'는 말을 믿는가.

<존 버거의 글로 쓴 사진>을 통해 당신이 본 것이 어떻게 기억되어 당신과 함께인지 느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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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아이들은 왜 말대꾸를 하지 않을까
캐서린 크로퍼드 지음, 하연희 옮김 / 아름다운사람들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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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극성 엄마의 프랑스 육아 프로젝트

 <프랑스 아이들은 왜 말대꾸를 하지 않을까>

 

미국 뉴욕 브루클린에 사는 극성 엄마가 프랑스 엄마와 아이에게서 특별한 것을 발견한다. 절대 아이와 타협하지 않는 엄마, 부모에게 말대꾸하지 않는 아이. 극성 엄마는 프랑스에는 없는 단어 육아를 탐구해 보기로 했다. 탐구에만 그치지 않았다. 통제불능인 자신의 두 아이에게 적용해 나름의 성과를 보았다. 이 책은 그 과정의 기록이다.

 

오해는 말자. 말대꾸하는 아이가 나쁘다거나, 말대꾸하지 않는 아이로 키워야한다는 뜻이 아니다. 예의와 존중이 몸에 밴, 감정을 절제하고 기다릴 줄 아는 아이로 키우는 프랑스 전통 교육에 관한 이야기이다.

 

부모는 사령관, 가정의 중심은 어른

엄마와 아이는 수평 아닌 수직관계에 있다. 부모는 사령관으로서 아이는 그 지휘에 복종해야 한다. 엄격하게 훈련함으로 자제력을 길러주는 것이 진정한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미국 아이들은 자신의 말에 어른들이 일일이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해서 어른중심이 아닌 아이 중심 생활이다. 프랑스는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에 대해 분명히 한다. (냉장고 문을 열지 않는다. 거실에 장난감을 내놓지 않는다, 평일에 티비를 보지 않는다 등) 규칙에 흔들리지 않는 부모를 통해 아이는 자신의 감정과 싸우게 된다. (감정을 표현하더라고 예의를 갖춰야 한다. 프랑스 아이들이 말을 잘 듣는 이유는 어릴 때부터 그래야만 한다고 배우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공익을 강조하는 프랑스인들은 공공장소에서의 예의없는 행동을 용납하지 않는다.

 

- 명확한 규칙을 정하고 물러나지 않는다.

- 아이의 눈물 앞에 냉정을 유지한다

- 아이에게 기다리는 법을 가르친다

- 기다림은 아이의 정신적 발달을 오히려 강화한다

- 아이가 부모의 욕구를 존중하도록 가르친다

- 부모도 사람이라 혼자만의 시간, 부부만의 시간이 필요한단 사실을 알린다

- 가정의 중심은 어른이다.

 

음식을 존중하고 저녁은 가족과 함께 차린다

사랑하려면 먼저 존중해야 한다. 그리고 그런 존중은 수백년 동안 음식을 존중하는 문화로 발전시켜왔다. 프랑스는 학교급식에서 케첩을 퇴출시켰다. 어린시절부터 음식에 대한 중요성과 존중의 가치를 배우며 자란다. 저녁은 온 가족이 함께 준비한다. 네 살짜리도 어른과 동일한 코스요리를 먹는다. 때론 요리를 하기도 한다. 티비를 보면서 밥을 먹지 않는다. 티비 보면서 밥을 먹으면 칼로리를 약 40%더 많이 섭취하며, 폭력적 성향을 보인다고.

 

2008년부터 프랑스 당국은 3세 미만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텔레비전 프로그램 방영을 금지한다. 프랑스 아이들은 텔레비전의 도움없이 스스로 재미있게 놀 줄 아는 이유는 그런 훈련을 할 수 있는 시간이 충분하기 때문이란다. 휴가 땐 기계문명과 단절된 곳으로 내려가 충분한 휴식을 취하기도 한다. 이를 통해 아이들은 혼자도 놀 줄 아는 쉴 줄 아는 여유로운 아이로 큰다.

 

전통과 규율에 따라 온 세대와 마을, 국가가 아이를 키우는 프랑스

미국처럼 선물이 대용량인 나라는 없단다. 저자는 아이 생일파티에 250달러를 썼단다. 반면, 프랑스는 아이 한 두명을 초청해 조촐한 생일을 치른다. 프랑스는 선물로 테이프 하나를 사주기도 한단다. 미국과 한국은 물질적 욕구가 당연히 충족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며 자란다. 뭔가 갖고 싶다면 노력으로 얻어야 한다는 것을 가르쳐야 한다. 무조건 칭찬하고 원하는 바는 힘들이지 않고 아이라는 이유로 얻는다면 아이의 물욕만 키우게 되고 뭘 받아도 만족을 모르게 된다. 무엇보다 커서 절망감을 안게 되는 것은 아닐까.

 

현대 부모의 애정은 이전 세대 부모보다 더하다. 그탓에 방대한 자료 정보가 넘치다보니 아이들에게 뭐든 해주려다 보니 부모는 부모대로 아이는 아이대로 혹사당한다.

 

프랑스는 태교부터 달랐다. ~하지 말아야 한다. ~해야 한다. 등과 출산준비물의 수많은 목록 따위는 없었다. 임신, 태교 블로그 따위에서의 조언도 없다.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방법이나 부모나 의사의 조언에 따를 뿐이다. 아이에게 헌신해야 한다는 강박관념, 죄책감이 문제고 대체로 쓸데없는 걱정을 하는 것이다. 프랑스는 아이에게 위험이 그렇게 쉽게 닥치지 않는다 생각하며 산다. 피가 나지 않으면 절대 일어서지 않는다. 미국이나 한국엄마처럼 불안하거나 초조해하며 강박적으로 행동하지 않는 프랑스 엄마들이다.

 

책을 읽으며, 창의적, 자유분방함을 내세워 까다로운 아이로 키우고 있는 건 아닌가 생각해 볼 일이다. 프랑스는 아이 하나를 키우는데 마을 전체가 필요하다는 격언을 믿고 실천한다. 잘못된 행동을 보이는 남의 아이도 주저 없이 야단칠 수 있단다. 어른과 가족이 바로 선 프랑스가 느껴진다.

옛말 그른 거 없다. 엄마, 부모가 행복해야 아이가 행복하다.

 

나쁜 습관은 터미네이터와 같아서 잘 죽지 않는다.

 

좋은 습관을 키우기 위해, 아이와 부모, 온 가족의 행복을 위해 프랑스 육아를 적용해 보는 건 어떨까

아이 키울일 없는, 말대꾸도 잘하는 내가 할 소리는 아니지만 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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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의 힘 - 상처받지 않고 행복해지는
레이먼드 조 지음 / 한국경제신문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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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받고 마음닫은 당신에게 <관계의 힘>

<바보빅터> 저자 제이먼드 조의 후속작 <관계의 힘> 이다.

나 혼자서는 따로 행복해질 수 없다.

원하든 원치 않든 우리는 서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 달라이 라마

믿던 사람에게 배신당한 신팀장의 믿음 회복 프로젝트

부모를 잃고 아버지 형제들과 직장상사에게 배신당한 신팀장은 사람에 대한 믿음을 잃었다. 누군가의 친절 뒤엔 술수가 숨어 있으니 이유 없는 만남은 존재 하지 않는다고 믿는다. 지금은 타팀에 프로젝트를 뺏길 지경으로 직장 내 모든 사람들을 경계한다. 그러던 중, 회사 경영권과 관련된 조이사의 주식 위임 해결사 제안을 받는다. 얼떨결에 소위 ‘줄’이란 걸 서게 된 신팀장, 그런데 공동창업주라는 조이사가 위임장을 넘기는 조건으로 수수께끼 같은 숙제를 낸다. 상처받고 마음 닫은 이들에게 인생에 있어 ‘관계’란 무엇인지, 어떻게 ‘관계’를 맺으며, 사람에 대한 믿음을 회복해 나가는지를 보여주는 이야기다.


보이지 않는 끈, 인생의 전부는 관계

관계란 자신이 한 만큼 돌아오는 것이다. 상대방과 잘 지내려면 상대방이 돼봐야 한다. 상대가 원하는 건 어떻게 알 수 있을까. 내가 좋아하는 걸 남도 좋아한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가. “관심, 먼저 다가가기, 공감, 진실한 칭찬, 웃음” 이 네가지가 전부다. 이렇게 하면 그 따뜻한 것들이 다시 자신에게 돌아온다.


인간을 좋아하면 성공할 수 있단 말인가?

반드시 성공하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인간으로서는 성공할 수 있다.


직장인, 리더의 인간관계

미해군에서 대학 공동으로 인간 본성을 연구했단다. 결론은 인간이란 비판을 당하면 어떤 식으로든 화풀이를 하는 존재라는 것이다. 인간을 움직이는 것은 마음이고 마음의 심장은 바로 자존심으로 그 어떤 이도 자존심을 상하게 해선 안된다. 그러니 쓸데없는 적을 만들지 말아라.


회사는 갈등을 제일 무서워한다. 분란 일으키는 직원 용서치 않는다. 진상이 어떻든 피해자 또는 갈등유발자라는 이미지를 지울 수 없다. 회사가 체육대회, 송년회, 자선 바자회 등에 비용을 지불하는 것은 화합의 관계를 위해 지불하는 비용이다.

코카콜라는 대화할 때 나(I)가 아닌 우리(We)를 쓰도록 교육시킨다. 다른 사람과 조화를 이루지 못하는 사람은 지구상에 절대 성공할 수 없다.


진정한 리더는 상사의 비판보다 아랫사람들의 평가가 더 아파한다.


믿지 못하는 사람은 관리자가 될 수 없어

리더는 양치기와 같아야 한다.

양치기는 양떼의 뒤에 있다 - 넬슨 만델라

인간관계 완벽하지 않은 것이 당연, 배신당할지라도 관계에 대한 믿음 가져야

인간은 끊임없이 상처받는다. 내일이라도 당장 철석같이 믿었던 친구에게 배신당할지도 모른다. 그래도 믿어야 하는가. 조이사의 말이다.


“똥을 밟으면 신발을 씻으면 된다.

똥 밟았다고 주저앉으면 앞길에서 기다리는 기쁨을 얻지 못한다.

인간관계가 완벽하지 않은 것은 당연하다. 그게 순리다.

아플 수 밖에 없다는 사실 받아들여야 한다.”

믿던 사람에게 상처받은 사람이 믿음과 관계를 회복하는 일은 책의 과정처럼 그리 쉬운 길이 아니다. 하지만, 살아가면서 그렇게 마음을 닫았다 열었다 그렇게 반복해 나가는 것이 인생이지 싶다. 그리고 결국 사람에게 받은 상처가 누군가의 믿음과 관계로 극복되어진다는 것을 우린 이미 알고 있지 않는가.


만난 지 십수년이 지난 친구를 만나며, 그간 왜 연락 못했냐는 말에 흔히 이렇게 대답하곤 한다. ‘살다보니까“ 그러고 보니 참 편한 대답이었다. 지금 당신이 방치한 누군가가 떠오르는가. 방치했지만, 아직 훼손되진 않았을 지도 모른다. 오래된 친구란, 진정한 친구란 그런 것이니까.

새로운 인맥보다 기존 인맥 관리하는 것이 효과적.

인맥 과부하로 인생 낭비말고 인맥 질로 측정해라.

누구와도 친구가 되려는 사람은

누구의 친구도 될 수 없다. - 뷔페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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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인간
이석원 지음 / 달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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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 모두 어떤 틀 안에 살지 <실내인간>

 

 

에세이 <보통의 존재> 이석원의 장편소설 <실내인간>이다.

 


세 남자의 만남

철학을 전공한 나, 박용우. 칠년을 만난 여자친구와 헤어졌지만 아직 그녀를 잊지 못한 채 이사를 한다. 터무니없는 가격으로 집을 계약한 조건은 올라갈 계단도 없는 옥상에 올라가지 않는다는 것. 밤마다 이상한 소리가 나는 옥상. 대체 옥상엔 무엇이 있는 걸까.

 

 

화자 나는 외국에 나간 절친 제롬을 불러들인다. 제롬은 발명가의 꿈을 이루기 위해 의대를 자퇴한 친구. 고지식한 원칙주의자인데다가 반항심 많은 외톨이, 거짓말과 공평치 못한 인간관계 싫어하고 의심은 많아 친구가 별로 없는 반면, 독립심 강해 혼자 꿋꿋이 다니고 정의감 많아 소수편에 서고 법, 원칙, 도덕, 예의를 생명으로 지키는데다가 무엇보다 남의 시선보다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하는 멋진 친구.

 

주인공 나는, 친구 많아도 늘 외로움을 탔고 성격 활달했지만 밥 한끼도 못 먹을 만큼 의존적이다. 결정적으로 자신을 위해 뭔가 갈구하는 타입 아니라 인생은 그저 그러려니 사는 사람. 한마디로 그들은 너무 달라 친구가 된 것.


 

그들이 정체불명 김용휘(방세옥)를 만났다. 카페 루카에 늘 앉아있는, 밤마다 어딜 나다니고 바쁜 통화를 하는. 화자 나의 집 앞 3층에서 내 집을 바라볼 수 있는 사람. 내 집엔 뻔질나게 드나들며 자신의 집엔 초대하지 않는. 그리고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표절과 아동학대, 개살인자라는 괴소문이 따라다니는 사람, 방세옥이란 다른 이름을 가진 자.

 

 

세 남자가 만났다. 공간은 거의 박용우의 ‘집’. 그리고 나와 제롬의 정체불명 김용휘의 진실을 파헤치기 위한 이야기가 시작된다.

 

 

진심이란 증명해 보이는 게 아니라, 믿어주는 거

“넌 진심이 뭐라고 생각하니?”

“글쎄요. 뭐 거짓 없는 솔직한 마음”

“그럼 진심은 어떻게 알 수 있지?”

“글쎄요.”

“믿지 않으면 진심도 진실도 없어. 결국 진심이란 건 증명해 보이는 게 아니라 믿어주는 거”

 

 

믿음이란, 믿는 자의 것이지. 상대가 증명할 것은 아니다. 무릇 인간관계란 믿음에 배신을 당할 지라도 끝까지 믿어줘야 하는 것일까...

 

그렇다면, 배신의 마지막 순간에도 그 믿음을 유지해야 하는 것인가.

 

 

실내인간 김용휘의 사랑과 삶

실내인간이란 제롬이 김용휘에게 붙여준 이름이다. 자기가 정해놓은 틀 밖으로는 한 발자국도 나가지 않으려하는 사람. 다시 말해 자기가 익숙한 곳, 자신의 능력과 자신감이 최고로 발휘될 수 있는 공간에만 있으려 한다는 것이다.


 

인생의 단맛 느낄 때는 오직 빵 먹을 때뿐이라는 김용휘는 사랑을 상대가 우러러 볼 무엇가가 되는 것이라 생각했다. 한 여자와의 첫 만남에서 한 거짓말로 진짜 소설가가 되기 위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소설가가 된 남자.


 

누군가에게 잊히지 않기 위해 글을 썼다. 그의 책이 그 대신 그녀에게 인사할 수 있도록.. 그런데.. 자신이 그토록 사랑했던 그녀가 선택한 남자가 잘 안팔리는 작가란 걸 알게 된다. 결정적으로 그녀는 작가 김용휘는 사랑할 수 있지만 인간 김용휘는 사랑할 수 없다고 말한다. 그제서야 김용휘는 그토록 갖고 싶어 했던 걸 갖기 위해 자신이 평생을 반대 방향으로 달려왔는지 모른단 생각을 한다.

 

 

"더 늦기 전에 그리고 방세옥이 아닌 김용휘를 사랑해 줄 사람을 만나세요"

 

 


우리들 모두 어떤 틀 안에 살지

화자 나는 자신을 이러이러한 사람이라고 규정짓고 ‘여자들이란~’이란 말을 자주 쓴다. 제롬은 자신의 주장하는 것 이외의 것은 받아들이지 않으며 무엇보다 인간에 대한 믿음이 없다. 실내인간으로 규정된 김용휘는 사랑을 사랑받으려면 뭔가 더 나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틀을 가지고 있다.

 

 

책은 우리에게 이런 질문을 던진다. 누군가에게 사랑받지 못한다고 한 권의 책도 팔지 못한다고 아무런 가치 없는 인간인가. 그렇다고 답하고 살아온 김용휘가침내 다다를 수 있는 가장 높은 곳에서 본 것은 인생, 아무 것도 없다는 사실이다. 마치 눈뜨면 사라지는 꿈처럼.

 

 

사람의 일생이란 어린 시절의 상처를 평생 동안 치유해가는 과정이란다. 그 상처라는 것이 상처받을 때마다 자신이 만들어 놓은 일종의 틀은 아닐지. 그런 의미에서 우린 모두 실내인간이다. 한정된 틀(혹은 상처)을 깨고 나아가는 과정, 그것이 자신을 사랑하는 치유의 과정, 인생은 아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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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 8 - 아직 살아 있지 못한 자 : 사활 미생 8
윤태호 글.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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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 8 사활, 사내정치

퇴직자들의 삶부터 선차장의 갈등까지

업무상 비밀 지켜주는 대가로 단체로 모여서 시간을 팔고 있는 퇴직자들의 삶을 비춘다. 몇십 년 후의 자신의 모습이라고 생각해니 서글퍼진다. 딴지 거는 듯한 재무팀에게는 진심으로 들어주는 태도로 위기를 모면하는 오차장. 내 의지를 굽히고 설득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을 열고 그저 들어주는 태도가 상대방의 마음을 움직인다.

여성간부 선차장의 갈등도 주목을 끈다. 12년간 해온 일을 그만두는 것에 대해 남편과 갈등을 겪는데.. 결론은 행복한 엄마를 보여주는 것이 아이에게 최선의 길이라는 것. 여성이 단지 돈을 벌기 위해 직장인 다닌다는 생각을 되돌아보게 한다.

어설픈 동정질과 직장인 사춘기에 빠진 신입

사업에 선정되기 위해 서류 몇장 들고 땀흘리며 굽신거리는 업체 상무를 동정하는 장그래, 오차장에게 혼줄이 난다.

어디서 가장을 동정질하느냐고

직장인 3년차에 온다는 사춘기에 일찍 빠진 장백기는 갑행세하다 혼줄이 나고... 농부형, 헌터형하며 둘을 비교하며 자만심에 부픈 한석율을 통해 과연 나는 어떤 형인가에서 부터. 매일 똑같은 일을 하는 이들의 비애를 엿본다. 하지만, 이 말로 돌이켜 본다.


어디서든 똑같은 거. 인생은 끊임없는 반복, 반복에 지치지 않는 자가 성취한다. 내가 앉은 있는 자리에서부터


좋은 습관을 갖는 것이 일의 능률을 높이는 것이라면, 언제 그만둬야 할지 모르는 사람은 끊임없이 습관을 거부할 것이다. 하루가 수많은 습관의 결과라면 나는 하루를 다 살아내고 있는가?”

오차장의 사내정치, 리인 타는 법

<미생 8 사활>의 핵심은 사내정치, 라인에 관한 것이다. 그런데 실상 라인은 타기도 하지만 선택받기도 한다.(아, 물론 체질상 안되는 사람들도 있고 순전히 아부로 성공하는 사람도 있지만) 맘에 들지 않는 임원에게 선택받을 수도 있고 평사원은 선택여부를 가릴 수 없으며 잘못 탔을 경우, 비주류로 찍힐 수 있다는 맹점이 있다.(정권이 바뀌면 불벼락을 맞기도 한다)

사내정치를 외면하던 오차장이 라인에게 찍혔다(선택받았다). 그런데 그의 선택은 좀 달라보인다. 줄과 상관없이 그가 선택한 방법은 '일이되게 해야 하는 쪽'으로 일하는 것. 단순히 지시하는 것을 이행하지 않는다.

오차장의 기풍(경험이 쌓여 만들어진 습관, 가치관, 확신의 반영)은 그냥 라인을 잡는 쪽이 아니라 일이 제대로 되게 하는 것, 정확한 절차를 통해 근거를 남기는 쪽으로 정리된다.

미생 9, 한권만이 남았다. 기다리던 즐거움이 있었는데 많이 아쉽다.

오차장의 선택의 결과와 장그래의 정사원 여부가 결국 궁금하다.

그것이, 직장인이 그토록 줄기차게 미생을 읽어오던 이유 때문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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