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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스완에 대비하라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 지음, 김현구 옮김, 남상구 감수 / 동녘사이언스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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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의 경험으로 예측가능한 미래는 없다. 최악의 사태에 대비하라

호주에서의 ‘블랙스완’의 발견은 이후 ‘블랙스완’은 진귀한 것, 또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여겨지는 것이나, 불가능하다고 인식된 상황이 실제 발생하는 것을 가리키는 표현이 됐다. 

이 책에서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가 말하는 ‘블랙스완’은 여기서 더 나아가 첫째로 과거의 경험을 바탕으로 예측하기 어려운 사건이다. 둘째 대단한 파급력을 갖는 사건이며, 세번째로 거의 모두 예상하지 못했지만 발생하고 난 뒤에는 불가피한 것이라고 인정하게 되는 사건이다. (그런데 어떻게 탈레브는 예측하고 있는 것일까) 

그는 2008년 기존 경제계가 무너졌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에게 운전대를 맡긴다며 신랄하게 조롱한다. 게다가 2008년 금융 위기조차 검은 백조가 아닌 단순한 위기고 지금 당장 노벨경제학상 폐지하고 이 지경에 빠뜨린 은행들에게 보너스를 환수하고 부채 줄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더불어 그는 블랙스완이 올 것을 대비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지침을 담았다. 복잡한 금융상품은 금하고, 더 이상 학자나 전문가(특히 한 우물파는 전문가를 경계)에 귀에 더 이상 귀 기울이지 말기 등. 또한 낙관을 경계하고 부정적 조언에 주목하고 이기기보다 실수를 피하라고 조언하며, 개인의 경우 바벨전략 90% 안전자산, 10% 완전 위험한 상품 투자하라고 한다. 


그는 이 책이 경험법칙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예측 불가능한 일들을 대비하기 위해 지식의 허약성, 한계를 설정하는 시도라 한다. 이를 통해 블랙스완에 강인한 사회를 만들고자 하는 것이 그의 바람이라고.  

탈레브는 검은 백조에 강한 사회를 위해 몇 가지 원칙을 내놓는다. 우선 허약한 것은 규모가 작을 때 일찍 붕괴시켜야 한다는 것. 경제는 숨겨진 위험을 더 커지게 하는 경향이 있어서 손실의 사회화나 이익의 사유화는 결코 허용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 말에 나는 일부 공감한다. 다만, 공적사업부분에까지 그래야 하는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도입부분 그의 한국 강연이나 질의응답에 대한 기자들의 기사로 시작한다. 알고보니 이 책은 전작 <블랙 스완> 이후 학계와 경제계의 반응, 변화된 환경에서 자신이 겪은 경험 등을 채웠다. 한국기자들이 쓴 짧은 글을 통해 그를 이해할 수 있다는 건 행운이었다. 이후 그의 글에비하면. 그의 글들은 읽으면서 이게 경제학 책인지 철학책인지 무척 헷갈릴 정도로 철학, 인지심리학 이야기를 많이 담았다. 그토록 어렵다는 이야기다. 게다가 특정 인물과 이론에 대한 반박과 비난은 그의 이러한 이론에 대한 자부심을 넘어 오만함을 느끼게까지 한다.(그의 특정인물에 대한 비판의 이유를 충분히 이해할 수 없는 배경지식의 한계때문일런지도 모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1장 대자연에서 배우기’는 참으로 흥미롭다. 인간보다 생물학자들보다 똑똑한 대자연은 과도한 전문화를 좋아하지 않아 보험으로 중복을 겸비하거나 큰 것보다 작은 것을 좋아한다는 생태학적 해석은 인간이 그간 효율성이라는 이름으로 빚은 전문화나 중복성을 제거한 행동들에 대한 경계심을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최악의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이 복잡한 책을 읽어야 하는 건지 의문이다. 탈레브가 말한 바와 같이 '복잡성'을 겸비한 건 금융상품도 책도 가져야 할 미덕은 아니라고 본다.  


책을 읽고, 탈레브가 제시한 바벨전략을 전적으로 수용하지 않았지만 일부 포트폴리오에 반영해 두었다. 최악의 사태를 대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라고나 할까. 차의 안전벨트인셈. 보험까지 들기는  내게 다소 무리한 요구다. 난 위험을 좀 과소평가한 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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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경영> 파트의 주목 신간을 본 페이퍼에 먼 댓글로 달아주세요.

세계적으로 정통 경제학과 서구경제학의 몰락이 멀지 않았나보다. 관련한 신간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관련한 두권의 신간과  친환경적 도시가 가능하다는 '도시의 승리'가 주목을 끈다.


경제학의 배신/라즈파텔/제현주(옮긴이)/북돋움  

애초 경제는 평등과 민주와는 거리가 멀다. 이에 가난하고 힘없는 이들을 위한 활동가가 정통 경제학에 반기를 들었다. 그의 말대로 모든 것을 ‘화폐적 가치’로만 자동 판단하는 실명 환자들이 다른 가치를 보고 사회화하는 게 가능할까. 경제의 발전이 인간성 상실과 극심한 환경불평등과 환경파괴를 가져온 이때, 그의 ‘가치’와 ‘도덕’을 바탕으로 한 경제관이 민주주의를 회복시킬 수 있을지 귀담아 볼 일이다. 

  

미국이 파산하는 날/담비사 모요/김종수(옮긴이)/중앙books
파격적인 제목이지만, ‘바람’이 아니라, ‘예측 가능한 다양한 시나리오’다. 한 번도 상상해보지 않았지만, 미국경제가 바탕인 한국인들은 누구나 한번쯤 미뤄 예상해 봐야할 일이다. 미국 경제의 흥망을 판가름할 잘못된 경제 정책, 문화, 소비는 다만 미국만의 일은 아닐 것이다. 최빈국 태생 순수 아프리카인의 서구경제학 몰락과 신흥경제국의 부상에 대한 통찰력이 궁금하다.  



도시의 승리/에드워드 글레이저/이진원(옮긴이)/해냄
내게 도시는 반환경적이며, 빈곤격차를 몸서리치게 깨닫게 하는 공간이다. 숲을 밀어내고 도시를 세운 인간. 이제 도시화는 개인이 아니라 사막화와 환경 등 지구 존폐 위기의 원인이 되기까지 한다. 저자는 어떤 이유로 ‘도시’가 인류의 가장 대한 발명품이라고 호기있게 말하는 걸까. 경제뿐만 아니라 환경의 불평등을 이루고 있는 회색도시에 친환경, 문화적, 경제적으로 살기 좋은 도시 구현이 가능한 것일까? 전 세계 도시의 흥망성쇠에 대한 연구가 도시의 새로운 가치와 미래를 보는 희망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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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 아픈데 없냐고 당신이 물었다 - 시인 김선우가 오로빌에서 보낸 행복 편지
김선우 지음 / 청림출판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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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좀 쉬려고요. 좀 지쳤거든요’


누구나 한번쯤 내뱉어 본 말.

그러나, 그들이 찾는 곳은 또 다른 속세 어느 관광지.

그곳에 ‘삶’은 없다.  


‘나 좀 쉬려고요. 좀 지쳤거든요’


두 마디를 남긴 채 시인 김선우가 찾은 곳은 남다르다.

몹시 궁금하지만, 서둘러 가고 싶지 않다던, 인도 남부 벵골만에 위치한 영적공동체이자 생태공동체 ‘오로빌’이다.

한달 남짓 그곳에서 머물면서 그녀가 쓴 에세이는 ‘오로빌의 삶 엿보기’다.
누구나 꿈꾸지만, 현실과 이상의 간극에 안주하는 사람들이 아닌,
누군가 꿈꾼 세상을, 40년이 넘도록 이루고 살려고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오로빌을 특별하게 만드는 원칙들이 있다.  


오로빌은 내면과 영혼을 중요하게 여기고 삶 속에서 이 가치를 실현한다. 종교는 아무래도 상관없다. 일은 자기가 하고 싶을 때 발생하고, 공동체를 위한 일이면 어떤 일(나뭇잎을 닦는 일, 꽃으로 거름을 만드는 일, 적응 못하는 아이들과 놀아주기)이라도 상관없다. 일한 댓가에 차등 또한 없다. 커뮤니티를 통해 자신이 하고픈 자신을 필요로 하는 곳에 가서 일을 하면 된다. 자신이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일을 만들어서 커뮤니티를 운영해도 된다. 


졸업은 학생 스스로 결정한다. 집 소유권은 없다. 빈집이 나면 필요한 사람이 쓴다. 슈퍼가 있긴 하나 돈으로 지불하지 않으며, 필요한 것을 나눈다는 의미의 가게를 운영한다. 그들에게 ‘경제’란 욕망의 만족을 얻기 위한 것이 아니라 의식 성장을 위한 경제‘이다. 일정 기간을 거쳐 오로빌의 주민 오로빌리언이 되지만, 어떤 사람의 내적 진화의 가능성을 보기 때문에 누구나가 오로빌리언이 될 수 있다. 특히, 오로빌이 특별한 건 40년이 지난 지금 완성된 세상이 아닌 ‘되어가는 과정’에 있다는 것이다. 마을 운영 결정사항은 만장일치제로 진행한다. 해서 오로빌에서는 시간과 인내와 조율이 필요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실험과 실천의 과정들이 일어나고 있다.

오로빌은 생태 공동체이다. 초창기 심리학자 부부와 뉴커머(오로빌리언이 되는 과정의 사람)과 자원봉사자 1명이 숲 만들기를 시작해 극한의 더위와 몬순의 습기를 극복하고 울창한 숲을 이뤘다. 유일한 식당 솔라키친은 채식 식단을 고집한다. 

저자는 이런 오로빌을 탄생시킨 인도 시인이자 사상자 스리 오로빈도와 영혼의 파트너인 프랑스 여성 미라 알파사, 마더에 대한 이야기로 책을 마친다.  


시인 특유의 감성이 돋보이는 소제목들이 어여뻐 한참이나 곱씹고, 글의 내용만큼이나 상상력을 발휘하게 하는 사진이 없어 조금 아쉽지만, 미스터 블링블링 새에게 수지침을 맞고 파파야와 아침인사를 하는 그녀 특유의 혼잣말에서 그녀가 되찾은 행복이 느껴진다. 그녀가 만난 오로빌리언들은 일을 놀이처럼 하고 예술로 승화시킬 줄 안다. 다양한 가능성과 개성을 인정하는 세상,  영적 진화는 예술과 맞닿아 있었다.

 

전세계 40여개 2000여명 사람들이 평화와 공존 실험하는 곳. 오로빌의 꿈과 희망이, 우리 삶에 작은 파장을 일으킬 매듭을 시인 김선우가 <어디 아픈데 없냐고> 이 책을 통해 묻는다. 당신이, 이 세상이, 어디 아픈 건 아닐까하고.

타인의 욕망을 내 욕망과 가치인양 따라다니다 길을 잃고 지친 그대,

그녀의 매듭 <어디 아픈데 없냐고 당신이 물었다>를 통해 오로빌과 잇닿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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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의 본성]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돈의 본성
제프리 잉햄 지음, 홍기빈 옮김 / 삼천리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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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의 본성>은 글쓰기, 숫자와 함께 최초 대규모 사회를 일구어낸 기반, ‘화폐’에 대한 새로운 ‘이론’을 제시한다. 그 과정은 ‘화폐’를 교환의 매개, 가치의 저장, 일방적 지불, 계산이라는 가치 척도로 보는 정통 현대 경제학 이론들의 고찰과 비판으로부터 시작된다. 저자 잉햄은 화폐가 더 이상 가치중립적인 도구가 아닌, 특정 이해 집단이 자기들만의 것으로 전유해 버릴 수도 있는 이중적 성격을 지닌 것에 주목한다. 경제학자들이 화폐에 대한 이론적 중요성을 부여하지 않은 반면, 사회학자인 그가 ‘화폐’를 단지 경제적 관점에서만 바라보지 않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다만, 이 지난한 과정은 저자가 이 책의 진정한 목적이라고 밝힌 ‘사회 현상으로서의 화폐의 본성을 충분히 설명할 수 있는 이론을 세우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이론적이고 전문적이다.  


저자는 화폐란 무엇인가? 화폐가 어디서 생겨나 어떻게 사회 속으로 들어오는가? 화폐는 어떻게 가치를 얻고 또 잃는가?에 초점을 맞춰 책을 2부 9장으로 구성하였다. 1부는 개념과 이론 2부는 역사와 분석이다. 저자가 주장하는 바는 화폐에 대한 사회학적 논의로 ‘화폐’ 자체가 이미 사회적 관계 ‘약속’의 결과로 ‘청구권’ 또는 ‘신용/채권’(믿음을 담보로 잡고 무엇인가 꾸어준 사람이 그 대가로 갖게 되는 일정한 권리)이라는 것이다.  


주류 경제학에서 물물교환에 바탕을 둔 실물경제에 있어 ‘화폐’가 단순히 실물 교환비율을 상징한다는 말도 이해가 가고, 저자가 주장하는 ‘화폐’가 사회적으로 논의될 ‘약속’의 결과라는 사실도 십분 이해된다. 전자는 경제학적 관점에서 후자는 사회학적 관점에서 ‘화폐’의 본성을 다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굳이 학문의 영역을 구분하지 않더라도 ‘약속’이라는 말을 통해 사회성과 또 일정부분 어떤 한정된 국가영역에 권력을 상징한다는 것을 쉬이 알 수 있다. 사과를 십원의 가치를 매길지, 만원으로 매길지는 내가 결정할 수 있는 일은 아니며, 이미 부여된 가치에 대한 해당 댓가를 지불할 지에 대한 결정은 순전히 나의 몫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한낱 개인이 이미 부여된 화폐가치에 대한 반기를 드는 것은 경제, 금융의 기반을 흔드는 일이다. 다만, 누구도 그런 상상을 하지 않았을 뿐.  


문제는 물건의 가치보다 ‘노동력’의 가치를 화폐로 환산한 것으로부터 온다. 누가 청소를 하는 일보다는 서류작업을 하는 것이 더 많은 화폐가치를 가진다고 정의할 것인가. 직접적 물물교환에서 발생하는 비효율성을 제거하기도 하지만, 이와 같은 계산적 화폐로서 불합리와 불평등을 가져오기도 한다.   

 

 

문제는 현대 거시경제학이 교환가치로서만 화폐를 다뤄 화폐의 생산과정과 그 이면의 불평등한 관계를 표출하고 재생산하는 방식으로 위계화, 서열화한다는 사실을 묵인한다는 것이다.  

 

 

화폐는 더 이상 자연적인 것이 아니라, 쉽게 깨질 수 있고 또 현실 또한 은폐할 수 있는 정치적 도구임을 간과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어렴풋이 느끼게 한 책이다.  


경제학자인 옮긴이의 ‘술술 읽히는 책이 아니다’라는 말을 인용해야 할 만큼 이 책은 전문적이고  학문적이다. 사회학, 인류학, 역사학 등 초학과적이며 여러 국가의 화폐 현상과 제도를 다룰 만큼 광범위한 연구결과다.   

 

 

따라서, 책을 쓴 목적이 독자의 읽고자 하는 목적과 부합한다면 한권의 책으로 실질경제에 있어 화폐의 본성을 새로운 시각으로 깊이 통찰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반면 책이 해당 분야 지적, 언어적 수준과 함께 상호작용한다는 것을 감안할 때, 지적수준과 관심사가 맞지 않을 경우 책은 저자가 노력한 만큼 독자가 얼마나 지식을 얻어갈 수 있을지는 다소 회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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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DP는 틀렸다]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GDP는 틀렸다 - '국민총행복'을 높이는 새로운 지수를 찾아서
조지프 스티글리츠 외 지음, 박형준 옮김 / 동녘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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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량 방식이 우리의 신념과 상상력을 결정하고 문명을 건설한다

통계와 회계방식에는 우리가 사물에 부여하는 가치가 들어있다. 그것은 우리의 세계관, 사회관, 인간, 그리고 사람들의 상호관계에 대한 생각 등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따라서, 지표를 당연한 것처럼 받아들이기 전에 그것의 목적은 무엇이고 대체 무엇을 측정하며, 그것을 통해 무엇을 얻는지 반드시 질문해야 한다. 

특히, 여러 경제활동 지표로 활용되는 GDP가 나날이 성장하는데 사람들 살림살이는 더욱 어려워지는 이때 더욱 필요한 일이다. 

 

경제성과의 측정방식을 바꾸지 않는, 이 악순환은 계속된다

지금까지의 통계수치는 생산에 초점을 맞춰 경제성장을 마치 희소성에 대한 승리인 것처럼 조명하며 숭배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지금의 성장은 체감경기를 반영하지 못할뿐더러 지구의 미래를 위험에 빠트리고 창출보다는 더 많은 파괴를 가져올 수 있다는 사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측정방식이 세상과 경제 변화의 속도에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아니 어쩌면 잘못된 측정방식으로 지금까지 잘못된 길을 걸어왔다. 이러한 문제를 인식한 니콜라스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2008년 2월 ‘경제 실적과 사회진보의 계측을 위한 위원회’를 설립, GDP의 한계와 GDP를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지표에 대한 연구를 지시했으며, 그 논의의 결과물인 <GDP는 틀렸다>를 세상에 내놨다.  


무엇을 측정하느냐에 따라 우리가 하는 일도 달라진다

우리의 놀라운 성장은 미래 성장을 차압한 대가이다. 따라서, 지금이라도 미래를 담은 ‘지속가능성’ , 경제적, 환경적, 사회적 차원에서 복합적인 요소가 다뤄져야 한다. 그리고 현재의 행복을 평가하는 일에 소득같은 경제 자원뿐만 아니라 비경제적 삶의 요소, 질적 재화들을 포함시켜야 한다. 또한 집단적 성격의 서비스는 물론이고 자신의 생활수준에 기여하는 교육, 의료, 공공주택, 여가 등 개인 서비스의 요소도 계측되어야 한다.  


무엇을 지표로 만들 것인가. 지도자들과 개개인의 시민으로서의 각자가 내릴 결정과 선택, 행동이 달라진다. 따라서 더 이상 GDP는 경제학자나 정치가들의 전유물일 수 없다.  


<GDP는 틀렸다>는 GDP를 대체할 새로운 지표를 제시하지는 못했지만, 세계적 차원의 통계에 대한 생각의 틀을 전환시키고 GDP에 대한 한계와 대체할 지표의 필요성에 대한 대중적 담론화에는 크게 기여했다. 무엇보다 내게 ‘지표’, 측정방식이 새로운 문명을 건설해 낸다는 논리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한치의 의심없이 경제전반에 사용된 GDP가 나의 생활과 국가와 지구에 미칠 여파를 생각하면, 앞으로 그 어떤 숫자도 쉬이 보이지 않을 듯하다.

우리는 가치를 어떤 숫자에 담아내고, 오랜 동안 누군가가 담아온 숫자에 목을 메고 살아오고 있다. 이제 물건이 주는 편리에 맞춰 인간의 행복을 말하는 것은 그만두고, 지표 저 편에 숨은 인간의 잘못된 문명을 이끌어가는 숨은 그림자와 한계를 명확히 들여다 볼 때다.  


이 책에서 사르코지의 발간사와 위원회 핵심 석학 노벨경제학자 조지프 스티글리츠를 비롯한 3인방의 머리말는 책의 목적과 연구의 배경을 명확히 담아 어려운 이야기를 흥미롭게 읽고 이해하는 핵심적 역할을 했다. 또한 각 장마다 명확한 주제의식과 그에 따른 연구결과 권고 및 요지는 대중적인 담론화에 크게 기여했다.  또한,  '옮긴이의 말'에서 번역가 박형준의 한국의 현상황을 빗댄 GDP와 정치적 상황에 대한 설명은 진정한 번역가의 모습을 본 것 같아 인상깊었다. 


제1장 누구를 위한 보고서인가에서 저자는 4그룹의 계층에게 본 책이 읽히길 바랐다. 첫 번째 정치지도자, 두 번째 정치입안자, 세 번째 학계(특히 통계청 관련자) 네 번째 대중(특히 언론인과 미디어) . 나 역시 한국에서도 네계층(특히 정치가와 정치입안자들)이 이 책을 바탕으로 국가차원에서 관련 당사자들의 토론회를 통해 보다 사회적인 진보와 발전을 위한 방법을 찾아나가길 고대한다.  

 

* 본 책은 알라딘 제9기 서평단으로 활동하며 제공받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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