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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끄러운 원숭이 잠재우기 - 마음속 108마리 원숭이 이야기
아잔 브라흐마 지음, 각산 엮음 / 나무옆의자 / 2015년 8월
평점 :
품절
[시끄러운
원숭이 잠재우기]
좋을지
나쁠지 누가 알겠어
아잔
브람 스님의 명상에세이집이다.
그간
아잔 브람 스님의 책에서 보았던 일화들이
겹친다. 짧고
쉽고 가볍다.
아잔
브람 스님 특유의 비유와 유머가 곁들어져 일상의 고정관념을 깬다.
한 스님의 절의 신도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스님,
오늘
저희 집에 오셔서 불공 좀 드려주세요.”
“죄송한데요.
바빠서
갈 수 없겠습니다.”
“무얼하고
계신데요?”
“아무
것도 안 하고 있습니다.
그게
스님들이 해야 할 일입니다.”
“알겠습니다.”
며칠
뒤 신도가 다시 전화를 했다.
“스님
오늘도 저희 집에 불공 좀 드려주셔요.”
“죄송한데요.
바빠서
갈 수 없겠습니다.”
“무얼
하고 계신데요?”
“아무
것도 안하고 있습니다.”
“아니
그건 어제 하시던 거 아닙니까?”
“예,
하지만,
아직도
끝나지 않았습니다.”
단순한 우스개소리 같지만, 바쁜 것에 비해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명상), 쉬는 것은 쉬이 여기는 편견과 명상의 길이 끝이 없다는 메시지를 담았다.
갓 입문한 스님이
국물없는
건데기를 먹지 않아야 한다는 규율을 어기고 스님께 고백하자 스님이 말했다.
"아주 좋았네. 정직하게 말한 건
아주 잘한 일이야.
점심시간에 공양을 좀 더하고 그래도
배가 고프면 과일주스나 꿀물을 들게.
초콜릿도 허용되니 먹고싶은 만큼
먹어도 되네."
"그걸로 충분하지 않습니다. 제대로
혼을 내주세요."
"좋네 이제 고양이 한 마리를
골라서 오십 번 쓰다듬어 주게.
고양이를 쓰다듬어주면서 자비를
배우게 자신을 용서하는 법을 배울 수 있을 걸세."
그도, 고양이도 징계를 잘 받았다고
한다.
우울증을 병이라 여기고 행복을 '꼭 사둬야 하는' 상품인 것 처럼 된
시대에 우울한 사람은 자괴감으로 더 한없이 우울해 진다. 스님을 찾은 우울증 걸린 젊은 여인에게 스님이 어떻게 했는지 아는가. '우울 면허증'을
만들어 주셨다.
이 증서는
그 소지한자에게 다음의 권한을 허락한다.
이유여하를
막곤하고 일체의 제한이나 제지 없이 우울할 수 있는 영구적적
권한.
아무도 그 권리를 침해할 수
없다.
행복해질
자격이 없다고 여기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특히
많은 에피소드 중,
딱
하나의 교훈이 한 문장으로 머리에 각인되었다.
첫
장에 나오는 ‘좋을지
나쁠지 누가 알겠어’다.
이
이야기는 어떤 상황을 갖고 희비에 빠질 때 나를 중심 잡게 한다.
어떤
경우는 나쁜 상황에 대한 판단 유보용이긴 하지만.
어쨌든
어떤 상황이나 현재의 결과가 나중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지는 정말 아/무/도
모를 일이니,
지독하게
슬퍼하거나 기뻐할 일이 없음을 늘 내게 상기시키는 문구가 된다.
연속선상에서 지금 내가 하는 일이 후에 좋을지 나쁠지도 알 수 없으니 신중해야 함은 물론이다. 더불어, 내가 아무 것도 컨트롤 할 수 없는
미약한 존재임을 다시 한번 느끼게 해 주는 이야기다.
아잔
브람을 쉬운 이야기를 통해서 만나고자 하는 사람, 종교와 상관없이 이야기 듣기를 좋아하는 사람, 고정관념이 강한 사람들이 읽으면 좀 유연한
사고 도움이 될 것 같고 웃을 일 없는 사람이 읽으면 간간히 웃을 수 있겠다. 읽다가 나처럼 삶의 태도에 대한 부적과도 같은 문구를 만났을 수
있으면 더할나위 없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