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처럼 미쳐가는 세계 - 그들은 맥도날드만이 아니라 우울증도 팔았다
에단 와터스 지음, 김한영 옮김 / 아카이브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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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2013년작 <새로운 무의식>에서 저자 레너드 믈로디노프는 뇌의 혈류 등을 측정하는 fmri의 등장으로 기존의 "비과학적인" 정신분석에서 과학적인 뇌과학이 가능해졌다는 식으로 기술한다. 꽤 환원주의적 생각인데 이런 생각이 현재 미국 정신의학의 기본적인 가치관이 아닐까 한다. 이런 가치관아래서는 인간의 정신상태가 문진표 등으로 수치화되고, 모든 정신의학적 문제는 뇌의 화학적 문제로 환원된다. (즉 알약을 먹어야 하고 그 알약을 파는 것은 제약회사다) 하지만, 2010년 작인 이 책에서 저자는 우리가 생각하는 정신적 문제들-우울증, 거식증, 외상후 트라우마 등-이 발병하고, 치료되고, 받아들여지는 방식이 그 지역의 고유한 문화적 레퍼토리와 동떨어져 있지 않음을 이미 강조한다. 맥도널드가 수출되면서 지구촌 식문화가 파괴되었듯이 이제는 미국식 정신의학이 수출되면서 지구촌의 문화적 다양성을 무시한채,  자생적인 정신치료와 관계된 문화를 파괴하고 오히려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것이 저자의 논지다.
  책이 한편의 웰메이드다큐 같다. 연출, 주제의식, 흥미있는 소재, 유연하고 사려 깊은 문장, 게다가 적당한 분량까지 읽고 나면 내가 교양인이 된 것 같은 포만감을 안겨준다.  저자가 처음 거론하는 것은 미국의 정신질환 진단 및 통계편람(DSM) 인데 홍콩에 이 DSM이 소개되면서 거식증의 새로운 양상이 나타나는 과정을 추적한다. 병이 있어서 이름을 붙이는 게 아니다. 이름이 있으니까 거기에 문화가 반응해서 거기에 걸맞는 병증이 발생하는 것이다.  우리에게 익숙한 PTSD 조차 보편적인 것이 아니었고, 쓰나미 후 스리랑카에 도입된 상담사들은 오히려 기존의 스리랑카 문화와 충돌하는 모습을 보였다. 가장 입이 떡 벌어지는 부분은 일본에  이미 우리에게도 대중화된 세로토닌 재흡수억제제를 팔아먹기 위해  제약회사들이 메가마케팅을 펼치는 과정을 묘사한 부분이다. 아무런 과학적 근거도 없이 논문을 "대필"해가며  "우울증은 마음의 감기" 운운해가며 메가마케팅을 펼치는 과정을 보면 지금 코로나백신 접종거부사태가 새삼 새롭게 느껴진다. 나는 백신을 맞아야한다고 생각하는 쪽이지만 이 책에 등장하는 제약회사들의 모습은 정말 이윤을 위해서라면 "피도 눈물도 없는" 모습을 유감없이 보여준다. 이번 코로나 백신 개발에는 어떤 알지못한 스토리가 숨어있을까? "아메리칸 스탠더드"가 "글로벌 스탠더드"는 아닐 것이다. 벌써 우리 정신의학계도 이미 충분히 미국화되어 있겠지만, 저자의 주장은 "미국 특유의 지나친 자기성찰과 지나친 개인주의" 가 다른 지역의 문화적 차이점을 무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오락용으로 읽어도 충분히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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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무의식 - 정신분석에서 뇌과학으로
레오나르드 믈로디노프 지음, 김명남 옮김 / 까치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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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스티븐 호킹과 쓴 <위대한 설계>를 재밌게 읽었었다. 이 책에서도 저자는 속도감있는 입담을 과시하는데 문제는 12년에 출간된 책이라 등장하는 실험 예들이 이제는 한 두번 들어본 것들이다. 언급할 수 있는 부분은 프로이트류의 정신분석은 검증이 불가능한 내성같은 방법을 쓰기 때문에 신뢰할 수 없다고 말하는 점이다.(약간 원색적인 느낌이 든다.)  니얼 퍼거슨이 시나리오를 쓴 이비에스 과학다큐같은 느낌이다. 주요 내용은 우리는 스스로를 이성적이고 의식적이라고 생각하지만 우리 삶과 인식, 판단은 많은 부분이 무의식적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이유는 가성비. 많은 정보를 효율적으로 처리하기 위해 뇌는 정보를 생략하고 가공하고 생존에 적합한 방향으로 판단을 구축한다. 뇌는 생존에 적합하게 진화되었지 선악이나 가치에 따르지 않았다. 묘하게 오류가 우리를 살린다는 니체의 철학이 떠오르는 대목이다. 보통 우리는 자기자신에 후한 것을 주제파악을 못한다고 비난하지만 저자는 그런 착각이 우리에게 더 나은 삶을 살게 해주는 소중한 착각이라고 주장한다.   인간은 생리학적으로 감각-예를 들면 시각과 청각-조차 편집하며 자신의 기억조차 끊임없이 재편집한다. 저자는 이런 무의식적 판단을 소중하게 여겨야 한다는 논지로 얘기하지만 이런 무의식적인 판단이 단순한 편견일 수도 있다. 책에 등장하는 이런 예로는 "차별"에 관한 것인데, 여러가지 실험이 의미하는 바는 인간은 동전던지기 결과 같은 단순한 기준으로 갈라진 집단 사이에서도 서로를 차별한다는 것이다. 저자가 내놓은 해결책은 서로 화합할 수 있는 "공동의 과제"다.  또한 저자는 "동기화된 추리"라는 단어를 쓰는데 쉬운 말로 우리는 보고싶은 것만 본다는 것이다. 이게 얼마나 강력한지 저자는 역설하는데 지금 보통 야당, 여당 지지자들이 서로 싸우는 모습을 떠오른다. 그들은 서로 자신이 옳다고 생각한다. 하긴 전두환조차 자신의 정당함을 끝까지 주장했다.

 

"크든 작든, 모든 성취는 자신에 대한 믿음에 어느 정도 의존한다. 더구나 최고의 성취는 그냥 낙관적인 것을 넘어서 비합리적일만큼 낙관적인 시각에 의존할 때가 많다"(p.294)

 

복잡한 뇌과학 용어가 많이 나오지 않는 것도 미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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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명 2021-12-02 17: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신에 대한 믿음이 자신의 성취에 영향을 미친다는 주장이 마음에 남는다...
 
라캉은 정신분석에 대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 나를 찾아가는 라캉의 정신분석
가타오카 이치타케 지음, 임창석 옮김 / 이학사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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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캉을 이해해 보려고 라깡 입문서를 집어들었다가 입문서를 이해하기 위해 입문서의 입문서를 읽어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저자가 일본인이라 행여 오독의 소지가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지만, 책 자체는 가독성과 설득력 모두 겸비하고 있다. 단, 이해를 돕기 위해 실생활의 사례를 예로 드는 경우가 많은데 가끔 논리가 비약한다는 느낌이 드는 부분은 있다. 저자는 라캉의 이론을 3분의1정도 소개한 것이라고 한다.
 먼저 저자는 임상심리와 정신의학,정신분석을 대비시키며 시작한다. 전제는 우리모두 언어로 이루어진 무의식을 가지고 있고,우리는 스스로를 모른다는 것이다.(이런 자각도 소중한 것 같다.)  자기기만과 헛다리 짚기가 실상이다. 임상심리와 정신의학은 일종의 대증요법이지만,정신분석은 스스로를 각성하게 하는 근본적인 차원으로 설명한다. 분석가는 환자의 무의식에 존재하는 "법"에 균열을 낼 수 있도록 환자를 도와주고 환자는 스스로 무의식을 지배하는 법을 자각하게 한다. 저자가 초반에 소개하는 정신분석은 논리적인 언어구조를 깨트리는 선불교의 화두를 연상시킨다. (그러면 무의식은 "업"정도 될까?)

 이후 저자는 라캉의 이론 중 상상계, 상징계,현실계를 중심으로 오이디푸스 컴플렉스와 욕구와 욕망의 메커니즘, 욕동과 환상의 메커니즘을 설명한다. 상상계는 우리가 가지는 이미지를 말하는 것으로 주요기제로 "거울이론"이 등장한다. 아이가 거울에 비친 자신의 이미지를 보고 자신을 정의하듯 자아는 타자에 의해 정의될 수 밖에 없고 이 때 타자(거울에 비친 자신의 이미지)를 정의하는 대타자가 등장한다. 대타자는 상징계로서 언어(시니피앙)으로 이루어진 것이다. 이 때 언어는 사물을 지시하는 기호라기 보다 맥락과 구조라는 의미에 가깝다.(에이젠슈타인의 몽타지 이론 같은 것이다.) 저자는 이런 개념들을 이용해 프로이트의 오이디푸스 이론을 해석한다. 대타자로 상징되는 어머니를 통해 인간은 처음부터 상징계로 던져지며, 생존을 위한 욕구와 요구, 욕망의 메커니즘이 발생한다. 욕구가 상상계를 의미한다면 요구는 상징계에 의해 해석된 욕구이다. 이 둘 사이의 간극이 필연적으로 욕망을 발생시킨다. 그리고, 대타자인 어머니의 "법"을 보증하는 "대타자의 대타자"인 아버지가 등장하며 아버지를 적대시하는 아기는 "거세"를 통해 아버지와 자신을 동일시하고 정체성과 성규범을 확립하게 된다. 욕망의 대상이 되고 욕망하는 것, 여러가지 화살표가 셋 사이에선 겹친다. 마지막으로 상징계와 상상계에 포획되지 않는 현상계를 설명한다. 우리 모두 최초의 쾌락으로 돌아가려는 "죽음 욕동"이 있으며 이런 욕동들을 대체할 환상을 찾는다는게 저자의 설명이다. 환상은 우리를 살아가게 하는것 , 삶의 의미, 이상 같은 것이다. 이런 환상이 비틀거릴 떄 우리는 삶의 위기를 경험한다. 저자는 정신분석을 "환상을 횡단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일반성으로 설명되는 대타자와 구체적인 개인의 특이성은 충돌할 수 밖에 없으며 무의식에는 이런 갈등들이 내재되어 있다는 것, 정신분석은 이런 "법"들을 "갱신"해서 근본적으로 삶의 방식을 바꾸는 것이라는게 저자의 요지다. 라캉을 1도 모르기 때문에 이 책이 라캉을 이해하기 위한 좋은 출발점인지는 확인할 수 없지만, 책 자체는 일관된 흐름을 쉽게 설명하고 있다. 인간은 언어의 세계에서 벗어날 수 없으며 때문에 영원히 상실된 존재이다. 정신분석은 그런 상실과 친숙해지는 과정인지도 모른다. 저자 역시 3년 째 정신분석울 받고 있다고 하는데 정신분석을 소개하는 1부는 왕초보에게 첫 출발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읽고 나면 정신분석과 불교의 링크? 같은 게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정신분석은 "언어로 이루어진 해탈의 과정"일지도 모른다. 저자가 정의하는 정신분석은 그 정도로 근본적이고 윤리적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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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명 2021-11-25 16: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는 자신이 누구이며 어떠한 인간인지를 확실하게 규정하지 못합니다. 그리하여 ˝너는 이러한 사람이다˝라고 대타자가 규정해 주면 그것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자신이 누구인지˝를 보증받은 것에 기뻐하게 됩니다. ,,, 반대로 인터넷 등에 나도는 아무것도 아닌 중상비방에 상처받는 것 역시 아직 자신이 누구인가에 대한 확신이 불완전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것이 대타자에 의해 제시된 자신의 모습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p 93)

가명 2021-11-26 18: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치 눈 앞에 아무도 없는 것처럼 자신의 만족만을 위해서 살겠다고 생각할지라도 자신의 내부에 있는 대타자를 의식하며 살아갈 수 밖에 없습니다.˝타인의 기대를 저버리면 안된다.˝,˝바보취급을 당해서는 안된다.˝, ˝사랑받고 싶다˝ 등의 고뇌는 소박해 보이지만 생각보다 심각한 것입니다.˝(p.294)
 
팀장인데, 1도 모릅니다만
스티븐 더수자.다이애나 레너 지음, 김상겸 옮김 / 21세기북스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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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은 페이크. 가엾은 초짜 팀장에게 아주 큰 도움은 안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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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멤버 홍콩 - 시간에 갇힌 도시와 사람들
전명윤 지음 / 사계절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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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절한 민주화항쟁 이야기를 재미를 느끼면서 읽었다는게 길티 플레져. ˝현장보도시점˝을 유지한저자의 역량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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