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는 달리고 싶다 - 불안과 스트레스를 잠재우고 집중력과 창의성을 끌어올리는 운동의 뇌과학
안데르스 한센 지음, 김성훈 옮김 / 반니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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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뇌과학자들이 달리기하라는 얘기를 듣는게 이걸로 세번째. 1주일에 세 번 45분 정도 하라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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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이 사랑에 대해 말해줄 수 있는 모든 것 - 진화인류학자, 사랑의 스펙트럼을 탐구하다
애나 마친 지음, 제효영 옮김 / 어크로스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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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드러운 어조로 사랑에 대한 과학적 이슈들을 다룬다. 저자는 진화인류학자이고 익숙한 호르몬 얘기부터 심리학, 진화심리학까지 두루두루 논설들이 나오는데 방만하다는 느낌도 들지만, 인상적인 부분들이 군데군데 박혀있다. 먼저 쿨하게 현 세태를 진단하는 몇몇 문장:


"무리생활을 하는 대부분의 영장류와 마찬가지로 인간은 개개인의 매력과 재산, 지위 등의 조합에 의해 결정되는 엄격한 계층 속에 존재한다. 그리고, 이 계층에 따라 다른 모든 것과 함께 진화적 관점에서 인간의 성공여부를 판단하는 궁극적인 기준인 번식의 성공가능성이 좌우된다. 계층화된 세상에서 살아가는 것은 스트레스와 시간소모가 심한 일이다"(p35)

-<사랑의 이해>에 대한 진화인류학적 관점?


"여성은 생식력,남성은 자원이 상대에게 매력을 끄는 요소가 되게끔 진화해왔지만, ..."(p207)

- <여자는 외모, 남자는 경제력>이 진화인류학적인 배경이 있었다니..


그리고, 결혼제도에 관한 아주 쿨한 통찰:

"---결혼제도 자체가--- 특권을 가진 소수가 부와 권력을 계속 쥐고 있기 위해서 만들어졌다. 여기서 '소수'는 대부분 남성이고 이는 거의 모든 인간사회에 압도적으로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가부장제의 결과이다. 이 때문에 부정한 여성은 더 크게 비난받고 더욱 악의적으로 묘사된다. "(p236)

-일대일 연애관계와 일부일처제의 신화에 대한 진화인류학적인 해부?


저자에게 사랑은 감정이 아니라, 생존욕구이다. 즉  생존의 필수요소이고 감정이 아니라 굶주림,갈증, 피로와 더 비슷하다. 사랑은 경험할 때 작동하는 신경학적 특징은 의욕이 생길 때 나타나는 신경학적 특징과 동일하다고 한다. 우리는 사랑을 영원히 떠날 수 없는 것이다. 사랑은 연인관계만 의미하지 않는다. 신에 대한 사랑, 부모 자식간의 사랑, 우정,반려견 심지어 로봇에 대한 애착관계까지 아우른다(특히 저자는 우정을 무시하지 말라고 한다.)


마지막으로 사랑을 말하는 이런 책에서 빠지지 않는 저자의 멋진 아포리즘:


"사랑은 지극히 평범한 인간이 다른 사람에게 먼저 다가서서 말을 거는 어쩌면 남은 일생이 영원히 바뀔 수도 있는 가장 놀라운 일을 시도하도록 동기를 불어넣는다. 사랑이란 무엇일까? 인생을 바꿔놓는 것. 그것이 사랑이다."(p.380)


ps 제목은 뻥튀기. 그래도 일독의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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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한 열정 (무선) -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99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99
아니 에르노 지음, 최정수 옮김 / 문학동네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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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람의 무의미한 손짓 하나, 목소리 하나 까지 사랑스럽게 보인다. 다른 사람이었다면손을 내저었을 혐오스러운 모습에는 눈을 감고 모른척한다. 그가 곁에 없을 때는 온갖 불안과 망상으로 괴로워한다. 이런 감정을 이해 내지는 상상할 수 있다는 것이 축복일까, 저주일까. 사랑에 빠진 사람은 한없이 취약해진다. 한가지 위안은 지금의 고통 역시 사라질 거라는 것. 사랑이 언젠가 사라졌던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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랭스로 되돌아가다
디디에 에리봉 지음, 이상길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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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자 김진영의 아도르노 강의집 <상처로 숨쉬는 법>(한겨레출판) 에는 같은 어항의 물고기는 같은 물을 먹게 되어 있다라는 문장이 나온다.(정확한 워딩은 아니다.) 비슷한 뜻으로 저자는 판결은 미리 내려져 있다라는 표현을 쓴다. 어항 속의 물이 만약 깨끗하지 않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저자가 노동계급 출신이면서도 줄곧 자신의 출신과 갈등하는 이유는 노동계급의 모습이 적어도 바람직하지 않다거나 제대로 이해받지 못했다는 판단이 있었을 것이다. 책의 전반부에서 저자가 겪고 묘사하는 노동계급의 삶은 계층상승의 가능성이 배제된 분할된 구역 안에서 제살깎아먹기를 하는 느낌이다. 주류가 가진 정상성의 규범을 지킬만한 자원이 없는 노동계급이 주로 느끼는 감정은 수치심이다. 한 여성학자가 글쓰기 수업에서 글을 쓸 수 있는 사람은 고통과 여유를 가진 중간계층이라고 말한 것이 기억난다. 고통만 가진 하류층은 글을 쓸 만큼 고민할 여유가 아예 없고, 고통이 없는 상류층은 글을 쓰기 위해 고민할 이유가 없다. 그렇다면, 중간계층은 노동자를 어떻게 서술할 것인가? 바라보는 자와 바라보는 대상 사이의 간극은 불가피하게 오해와 갈등을 초래한다. 노동계급 역시 해방보다는 부르주와에 대한 선망과 질투를 가진 예비부르주와일 수 있고, 단일한 서사로 존재하지 않는다. 저자는 노동계급 출신으로 자신의 출신으로부터 멀어지기 위해 노력하는 동시에, 사회적 위계질서와 맞서 싸우지만, 솔직한 자기성찰은 저자 역시 그 위계질서를 체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버지의 죽음을 계기로 랭스로 돌아간저자는 자신의 정체성을 보듬어안아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실은 품위없고, 무식하고, 지루한 자신의 뿌리를 스스로 혐오하고 있다는 것을 고백한다. 결국 노동계급 출신인 저자가 노동계급을 말할 때는 자기 자신과 대면해야 한다. 그리고, 이 작업은 지난한 자기성찰 과정을 예비한다. 저자는 아버지의 죽음으로부터 시작된 자신의 멜랑콜리를 프로이트류의 정신분석학이나 심리학적 관점으로 보는 것을 철저히 배제하고, 구조적 관점에 천착한다. 그리고, 그 근거는 바로 자신의 삶이다. 게이인 저자는 성이라는 가장 사적인 영역도 공적인 규범의 산물이라고 성찰한다. 이 지점에서 약간..이라는 느낌도 든다. 모든 것을 개인의 책임으로 돌리자는 게 아니다. 진실 여부를 떠나서 그래도 밟히는 지렁이도 꿈틀할 수 있다는 관점이 이탈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출발점을 만들어 내는 것 아닐까?

미리 수많은 가능성을 거세당한 채 구조적으로 결정된 삶을 사는 모습, 정상성의 규범아래 돌이킬 수 없는 오염된 정체성을 가지고 평생 멍에를 짊어지고 사는 삶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나는 이 책에 등장하는 노동자나 성소수자의 삶을 연민해야 하는가? 나는 노동자인가? 그렇다. 하지만, 모든 오해를 무릅쓰고 말한다면 이 책에 등장하는 노동자보다는 상위계층이라고 짐작한다.

저자가 완벽한 해방은 불가능하고 어느 정도 거리를 두는 것만이 가능하다고 말하는 대목에서는 처연한 슬픔이 느껴진다. 과장하자면 삶이란 이런 것인가, 마치 내가 어쩔 수 없는 거대한 대양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느낌이다. 완벽한 불완전함, 이 책은 아마 그런 불완전함에 대한 고백일 것이다. 그런데, 저자도 지적했듯, “말한다는 것이 오히려 차별을 공고하게 할 수도 있지 않을까? 부르디외,푸코 등 관련한 배경지식이 필요하고 문장도 무거운 편이다. 휙휙 읽을 수 있는 책은 아니다.

 

PS. 68년 혁명 때 학생들의 행진을 보며 누군가 했다는 말: “집으로들 돌아가세요! 20년 뒤 당신들은 전부 공무원이 될 테니까

묘한 기시감이 든다. 기억나는 무라카미 류의 인터뷰 전공투는 한번도 진지한 적이 없었다그리고 아마도 하루키의 경험으로 짐작되는 <상실의 시대>의 미도리와 도시락 에피소드.. 


"그 때 생각했어. 이 자식들 모두 엉터리라고.적당히 그럴 듯한 말이나 늘어놓고 의기양양해하면서 신입생 여자에 눈길을 끌어서는 스커트 안에 손이나 집어넣을 생각밖에 안 해, 그 사람들. 그러다 4학년이 되면 머리를 짧게 깎고 미쓰비시 상사니 TBS니 IBM이니 후지은행이니 하는 좋은 기업에 들어가서는 마르크스 같은 거 읽어보지도 않은 귀여운 마누라를 얻어서 아이한테 폼나는 이름을 지어 주는 거야. 산학 협동 분쇄는 무슨. 너무 웃겨서 눈물이 날 지경이야. 다른 신입생들은 또 어떻고. 아무것도 모르는 주제에 다 안다는 표정으로 실실 웃어. 그리고 나중에 내게 이렇게 말하지.너 바보네, 모르더라도 그냥 알았다고 예예, 하면 그만이라고. 있지, 더 열받는 얘기도 있는데,들어 볼래?"(P. 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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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kus Gabriel VS - 마르쿠스 가브리엘의 차이와 분열을 극복하는 철학, 서로 이해할 수 없는 사람과 살다
마르쿠스 가브리엘 지음, 오노 가즈모토 엮음, 쓰키타니 마키.노경아 옮김 / 사유와공감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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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뇌가 아니다>는 가독성이 있는 것 같으면서도 철학에 대한 배경지식이 있어야 소화할 수 있었던 책으로 기억한다. 그에 비해 일본의 저널리스트들과 줌회의끝에 탄생했다는 이 책은 예전 강신주의 <다상담> 같은 느낌이랄까, 저자의 철학적 식견을 가지고 현실적인 이슈에 관해 툭툭 잽을 날리는 느낌이다. 난민, 계급, 종교 등으로 극도로 분할된 이 세계에 타자와 어떻게 마주할 것인가? 타자와 마주할 때 발생하는 차별의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저자는 인간에게 고정된 정체성은 없으며  우리는 모두 다른 존재인 동시에 꿀벌처럼 사회적 존재이기 때문에 행복이란 '테니스같은 사회적 활동'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저자가 중요시하는 것은 대화다.(그것도 오감을 이용한 '대면 대화'다.) 아프간의 탈레반과는 어떻게 대화를 해야 할까? 먼저 필요한 태도는 '허용'과 '승인'이다. <지구가 평평하다고 믿는 사람과 즐겁고 생산적인 대화를 나누는 법>(위즈덤하우스)에서 저자 리 매킨타이어가 플랫어스주의자들과 대화하는 법은 인내심을 가지고 상대방을 존중하고, 경청하며 신뢰를 구축하는 것이다. 그리고,이 책에서 저자가 탈레반에게 던지는 질문은 이거다 "당신들은 자신이 옳다고 믿는다. 혹시 우리에게 가르쳐줄 것이 있는가?". 

타자에 대한 차별을 아우르는 것은 결국 정치의 영역이다. 귀의 길이를 아무도 신경쓰지 않듯 성별, 출신 등이 아무런 표지가 되지않는 단계까지 정치는 각자의 차이를 인식하고 보듬어야 한다. 

 <다상담>같은 책을 좋아하는 사람은 연애와 자유 죽음 등을 다룬 후반부에 더 꽂힐 것이다.  자유란 '올바른 속박을 선택할 자유'이고, 연애를 하는 방법은 적당한 거리두기를 하고 타자와 끊임없이 교섭하는 것이다. 저자는 맥빠지게도 사랑에는 지혜와 수련이 필요하며, 이게 첫사랑이 빨리 끝나는 이유라고 말한다. '(자신에게) 실제 상처를 주는 것은 자기 자신이다'라는 문장은 불교의 '상카라'를 떠올리게 한다. 도덕에 관한 관점도 눈에 띈다. 저자는 도덕이 타자와의 관계 뿐만 아니라 자신과의 관계와도 관련있다고 한다. 타인에 대한 의무만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 대한 의무도 있는 것이다. 이 책도 전작의 세계관이 이어지고 문장하나하나에 배경지식이 깔려 있지만, 그렇게 심하지는 않다. 와닿지 않는 문장은 대충 스킵해도 핵심을 놓쳤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 편하면서도 시사점을 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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