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믹 게임 - 인간 의식의 심층에 감추어진 존재의 비밀
스타니슬라프 그로프 지음, 김우종 옮김 / 정신세계사 / 2008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p 138 지난 생애를 되돌아 보면서 자신의 성격과 행동이 나-가족-사회의 도덕적 기준에 벗어나지 않았는지 따져보고자 하는 욕구는 상상외로 끈질길 수도 있다. 이 때 판단의 기준은 대개 상대적이고 특수하며, 개인-가족-문화적 성향에 필연적으로 귀속된다. 즉, 우리는 기본적으로 외뷍서 강요받는 가치의 관점에서 자신의 행동을 판단한다. .... 자기의 내면을 깊이 들여다 본 사람들은 그 안에서 칭키즈칸과 히틀러, 스탈린과 같은 파괴적이고 사악한 인물을 발견했다고 말한다. 이처럼 사악한 본성이 자신 안에 있다고 인정하기 어려운 것은 인간으로서 당연한 불안이자 고뇌라 할 수 있다.

 

p.168 융은 모든 윤리적 규범과 가치가 상대적임을 깨닫고는 흥미로운 고민에 빠졌다. 선한 행위를 선택하고 윤리적 규범을 지키는 일이 지고한 관점에서 봤을 때 대체 어떤 의미가 있는지 혼란을 느꼈던 것이다. 얼마간의 고심 끝에 융은 자신만의 만족스러운 답을 찾았다. 융은 도덕에는 절대적 기준이 없으므로 모든 윤리적 판단은 주어진 정보와 우리의 의식발달 단계를 반영하는 창조활동이라고 결론내렸다. 이런 요소들에 변화가 생기면, 우리는 얼마든지 상황을 다르게 바라볼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그 상황속에서 최선을 다했느냐 하는 점이다. ...우리는 악이 창조의 본질적 요소이고, 분리된 개체들이 존재하는 모든 차원에는 언제나 빛과 그림자가 공존한다는 사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다. 악은 우주적 직물속에 촘촘히 누벼져 있고 경험적 세계가 유지되는 필수 조건이기 때문에 결코 패퇴하거나 근절되지 않는다. 하지만, 우주에서 악을 제거하지 않고도 우리는 존재의 어두운 측면에 대처하는 완전히 새로운 방식을 발전시키며 스스로 변모할 수 있다.

 

p 275 우리는 심오한 도덕적 가치, 타인의 욕구에 대한 민감성, 자발적 검소, 생태적 의무의 분명한 자각을 인류에게 심어주어야 한다는 만만찮은 과제에 직면해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누가 지구를 망치는가 - 1%가 기획한 환상에 대하여, 2022 우수환경도서
반다나 시바.카르티케이 시바 지음, 추선영 옮김 / 책과함께 / 2022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전세계 인구의 하위절반이 소유한 부와 맞먹는 부를 소유한 억만장자는 2010년 388명이었다. 그리고, 그 수는 매년 줄어들어 2011년 177명,2012년 159명, 2013년 92명, 2014년 80명, 2016년 62명, 2017년에는 고작 8명이었다. 이 추세대로라면 2020년에는 단 한명이 전 세계 인구의 하위 절반이 소유한 부와 맞먹는 부를 소유하게 될 것 같다."


저자의 성토는 아마 가장 따끈한 지금 현재의 세계상일 것이다.저자가 바라보는 지구는 지금 기로에 서 있는 위기상황이다.일론 머스크와 제프 베이조스는 이런 지구를 버리고 우주로 나가자고 하지만 지구를 이지경으로 만든 (그들을 부자로 만들어준) 세계관과 가치관을 버리지 않는다면 ,그 곳 또한 지구와 같은 운명을 겪게 될 것이라고 저자는 반박한다. 자연과 타자를 정복과 지배의 대상으로 보고 식민화하는, 제국주의와 결합한 자본주의는 민주주의와 생명의 기반 자체를 위협하고 있다.그들의 쓰는 전략은 기본적으로 초기자본주의의 '엔클로져 전략'이다. 과거엔 그 대상이 토지였다면 지금은 지적재산권으로 보호받는 첨단과학기술로 채굴한 종자와 유전자로 바뀌었다는게 차이점이다.세계를 지배하는 1%의 세계관은 기계론적인 환원주의다.그들은 생태계가 복잡계이며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외면하고, 기계론적인 과학기술만을 우월한 지식으로 포장한다. 

  저자가 파헤치는 것은 매력적인 시장인 인도에서 벌어지는 (책에서는 1%로 상징된) 세계적인 자본주의 세력-몬산토,빌게이츠,각종 투자기구 등-이 벌이는 식민화 과정이다. 그들의 무기는 금융과 첨단기술이다.오늘날의 세계적인 부호들은 금융부문에서 돈을 벌고 금융은 이미 실물경제를 추월했다. 그들은 정치권을 업고 디지털금융을 인도에 도입하고, 수수료를 징구하고 지역내에서 순환하던 돈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기 시작한다.(이런거 보면 일상적인 신용카드 사용이 새삼 다르게 느껴진다.)이들은 금융과 생명공학, 정보기술을 농업과 결합시켜 새로운 종자,소프트웨어,알고리즘 등의 '엔클로징'을 통해 기존의 농민을 자신들에게 의존시켜 특허를 내고 "임대료"를 징수하기 시작한다.저자는 워렌버핏과 빌게이츠재단과의 관계,뱅가드 그룹 등 이들의 얼라이언스를 묘사하며 대표적인 예로 빌게이츠를 드는데-내가 정하는 이 책의 부제는 "빌게이츠와 빌앤멀린다게이츠재단의 진실"이다- 빌 게이츠는 "자연과 사회의 자조역량을 파괴한 뒤 지배,정복,침략,독재를 통해 독점 구조를 창출한다. 이 때 게이츠는 자신이 소유하고 통제하는 임대료 징수 도구를 활용한다. 게이츠는 이러한 도구를 "혁신"이라는 이중화법으로 표현한다"(p.124) 이미 오랜 시간에 걸쳐 인도의 농민들이 교배로 만들어낸 종자의  유전자를 추출해낸 후 발명품이라고 주장하며 특허를 취득한다.(저자는 이걸 "생명해적질"이라고 부른다.) 이 모든과정이 게이츠앤멀린다재단의 자선과 원조로 포장되어 진행된다.그들의 원조는 '권리'나 '인권' 대신 '혁신','기술','투자'같은 단어로 이루어져있으며 "빌 게이츠는 자금을 지원하여 문제를 정의한뒤 자기가 지닌 돈과 영향력을 발휘해 해결책을 강요한다"(p246) 저자는 빌게이츠가 성립시킨 자선자본주의모델은 자선,기부가 아닌 이윤,통제,갈취와 관련이 있다고 주장한다.신자유주의는 1970년대에 생긴 것이 아니라 콜롬버스가 아메리카를 발견할 때 부터 시작되었다.빌게이츠는 현대판 콜롬버스이며  이 상황에 대처하려면 우리는 글자그대로 근본적인 가치관을 바꿔야 한다. 

  저자는 인도출신답게 이 문제에 대한 대안으로 간디를 소환한다.간디의 <힌드 스와라지>를 자유에 관한 지침서로 소개하며 "현대 국가가사회로부터 추상화되고, 중앙집권화되며,관료화되고,동질성에 집착하며,폭력적인 사고방식에 휩싸여 있다"는 간디의 말을 인용해 세계화시대에 대의민주주의는 민중의 이익을 보호하기에 부적절하다고 주장한다.이미 기업과 세계의 1%는 서로 유착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저자가 주장하는 것은 중앙집중식 통제를 벗어난, 참여를 핵심으로 한 지역수준에서 이루어지는 스스로에 의한 정치다.("선거를 통해 선출된 대표를 바탕으로 삼는 낡은 민주주의는 민중으로부터 권력을 직선적으로 채굴한다... 낡은 민주주의는 힘없는 민중을 외면한다."(p212)- 이번 대선결과에 아연해진 분들에게 솔깃한 말이 아닌가? 아예 이 기회에 "진짜 민주주의"(?)를 시도해본다면?) 그리고, 그 행동대안으로 사티아그라(비협조,수동적인저항)을 주장한다.저자가 강조하는 것은 저항을 위한 "또다른 상상력"이다.


  책의 부제가 "전체와 1%와의 대결"인만큼 저자의 어조는 다분히 선동적이고 격정적이다. 좀 비약하는 거 아닌가 하는 대목도 있고 약간 음모론 비슷하게 히로세 다카시의 <제1권력>이 떠오르기도 한다.서문에 언급하는 "성하 카르마파 오겐 친레 도르제"는 오히려 미심쩍다.(인터넷에 스캔들부터 검색된다.) 하지만, 욕조의 물을 버리다 아이까지 버리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될 것이다. 반다나 시바는 목이 쉬도록 우리는 자연과 분리되고 원자화된 입자가 아니라, 비단 인간뿐만 아니라 지구라는 생명체와 연결된 존재라고 외친다.지금 우리는 멸종의 끝에 몰려 있다는 저자의 위기의식은 메아리를 길게 남긴다.지금 책으로 접할 수 있는 세계의 또다른 스케치다.   


ps 이 문장은 저자의 요지를 상당히 현실적으로 전달한다. "먹는 일은 의사소통한다는 일과 같다.인간은 먹는 행위를 통해 지구,농민, 요리사와 소통한다."(p.27)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마존 언바운드 - 제프 베이조스, 그리고 글로벌 제국의 발명
브래드 스톤 지음, 전리오 옮김 / 퍼블리온 / 2021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그러니까 자본주의다. 모든 오해와 불공정함을 무릅쓰고 말한다면 여기 등장하는 아마존 최고 임원들은 정장입은 원시인을 연상시킨다. 한 손에 도끼를 휘두르면서 사냥감을 향해 돌진하며 외친다.   "돈!!!"  
전자상거래업체인 아마존이 영화,컴퓨팅사업, 알렉사같은 인공지능, 우주선사업, 신문사와 자체 물류로지스틱스 등을 구축하며 제국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기록한 이 책에서 저자는 어떤 대목에서는 "제비어천가"를 부르는 것 같기도 하고, 어떤 대목에서는 최대한 건조하게 아마존의 부도덕함을 드러내려고 하는 것 같기도 하다. 서문에서 제프 베이조스를 직접 인터뷰하지는 못했다고 밝히는데 그래서 그런지 베이조스는 다른 사람이 관찰한 모습으로 서술되며 , 스테로이드 만땅에 과학기술에 집착하는 너드같이 평면적으로 그려진다. 아마존은 분명 최신기술을 바탕으로 한 아이티기업인데 읽고 난 뒤의 이미지는 80년대 왕회장이 이끄는 현대와 삼성을 합쳐놓은 것 같다. 전제적인 방식이라는 점과 노조를 끔찍이 싫어하는, 치사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인력관리를 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어째 한국의 군대식 기업문화를 연상시키기도 하는데 한국이 해방이후 미국중심주의로 흐른 걸 고려하면 어쩌면 원조는 미국인지도 모른다. 더불어 "야비함"이라는 단어도 떠오른다. 아마존 경영진은 고객만족이라는 단어로 미화했지만 , 그들이 쓰는 성장 전략은 결국 뒤통수치기, 교묘하게 법규 위반하기, 직원들 닦달해서 선점하기, 덩치를 앞세워 인수합병하기 등이다.( 아 물론 경영진의 노고를 완전히 무시하면 안된다. 아무나 이런 일을 할 수 있는게 아니다.) 책을 읽다보면 "ㅇㅇ부문 부사장의 마이클 엑스엑스는 몇년 후 마이크로소프트로 이직했다" 라는 식의 문장이 종종 나오는데 1% 최고경영진의 그들만의 리그가 형성되어 있고, 회전문 인사가 이루어지는 것 같다. 800페이지가 넘는 벽돌책인데 가독성이 너무 좋아서 읽는데 부담이 없다. 단점은 아마존의 역사를 담은 각 장이 유기적으로 꿰이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저자는 능숙하게 스토리텔링을 해 냈지만 자신만의 결정적인 통찰을 얹지는 않았다. 제프 베이조스는, 아마존의 경영진은 과연 행복했을까? 아마존을 떠난 임직원들은 대부분 스트레스와 우울함으로 과거를 회상했다.  어쨌든 나 같은 사람은 억겁을 환생해도 접하지 못할 스케치들이다. 동류인 사람들에게 권한다.
 
ps. 1.제시카 브루더의 <노마드랜드>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평범한 중산층이 하우스리스로 몰락하는 과정을 따라간 논픽션이다. 이들은 RV를 주거지로 삼고 미 전역을 일자리를 찾아 떠돈다. 이들의 주수입원 중 하나가 아마존물류센터에서 단기계약직으로 일하는 것이다. 그 업무에 종사하면서 이들은 과도한 스캐너사용 등으로 각종 질환에 시달린다. 등장인물 중 한 명인 린다 메이는 물류센터에 가득찬 "쓰레기"(!)들을 보며 회의에 잠긴다. 베이조스를 조원대 억만장자로 만든 건 결국 미국의 대중들이다. 베이조스를 부자로 만든 주식시장이라는 메커니즘이 유지되는것도 결국 한탕을 노리는 대중아닐까 
 
2. 책의 말미에서 베이조스는 빌게이츠처럼 자선사업가의 길을 택한다. 하지만, 나는 시무룩하다. 빌게이츠와 게이츠앤멀린다재단에 대해 다른 시각을 알고 싶으시면 반다나 시바의 "누가 지구를 망치는가" 추천
 
3. 내부고발자를 해고하는 아마존에 질려 퇴사한 기술 부사장이 하는 말: "미국은 일선의 직원을 똥처럼 취급하는 게 완벽하게 합법인 나라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시골빵집에서 균의 소리를 듣다 - 《시골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이후 8년, 더 깊어진 성찰과 사색
와타나베 이타루.와타나베 마리코 지음, 정문주 옮김 / 더숲 / 2021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요즘 취업선호1순위가 공무원에서 대기업으로 바뀌었다고 들었는데, "나만의 일"이라는 개념이 더 이상 매력적이지 않나 보다.(김수행 교수님이 강의 중에 한 말: "여러분이 회사가면 왜 불행해? 그게 남의 일이잖아?") 와타나베 이타루의 대기업에 관한 언급을 보자


"오늘날 교육은 아이들을 주어진 틀에 끼워 맞추려 한다.하지만 그것은 결국 대기업이 부리기 좋은 인간을 만드는 행위가 아닐까? 노동자가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생각을 하면 기업 운영에 지장이 생기고, 그리되면 이익이 줄어 주주에게손실을 가져다줄 수도 있다.실제로 대량 생산,대량 소비를 정답으로 보는 획일적인 사회에서는 노동자 개개인이 다른 노동자와 보조를 맞춰야 모든 것이 수월하게 돌아간다.그러니 틀에서 벗어나지 않아야 살기 편하다고 느끼기 쉽다. 게다가 노동자는 시간에 쫗기는 처지라 틀을 깨기 위해 천천히 자신을 마주할 시간이 없다"


출판사의 광고와는 달리 전작<시골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에 비해 내용이 산만해진 느낌이다.오히려 이 책은 창업을 꿈꾸는 사람들이 사례연구로 읽음직하다. 저자는 자본주의의 생산성과 효율성에 저항하는 장인의 길을 택했다.아마도 그 길에서 "살아있다"라는 삶의 충일감과 충만감,의미와 목적의식 같은 것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전작의 성공 이후 저자는 오히려 직원들이 퇴사하는 등 위기를 겪었는데  '대안적인 삶'을 택하는 사람들이 흔히 겪는,자신의 가치관을 타인에게 강요하고 타협하지 않는 오류를 반복한 것 같다.(예를 들면 대안적인 삶으로 유명한 미국의 니어링부부도 이웃과 사이가 좋지 않았다고 한다.) 그런 위기앞에서 저자는 과감하게 가게문을 닫고 자신의 성과를 리셋하는 선택을 한다.리셋은 더는 뒷걸음치지 않겠다는 결의의 표현이었다. 엄청난 불안이 닥쳤지만 머리대신 끊임없이 몸을 움직이며 마음을 다잡았다고 한다.돗토리현 지즈초에서 다시 재개업을 하게 되는데, 아마 이 곳이 대부분 산림으로 뒤덮인, 인구유출로 소멸해가는 산촌인 것 같다. 소멸해가는 지역경제활성화를 위해 지즈초 공무원들이 저자의 빵집 "다루마리"를 유치한 것이다. 지역의 특성 때문인지 이 책에서 저자의 관점은 지역 전체로 확장되어 있고, 타인과의 연결과 인연을 강조하는 태도를 보여준다. 전작에서 천연효모를 채취하기 위해 전통가옥과의 연관성을 고려했다면, 이제는 지즈초라는 지역전체를, 더 나아가 코로나19같은 특수한 환경의 영향까지 고려하는 식이다. 저자의 경험에 의하면 효모채취에는 노동자의 감정이나 연휴기간 방문객의 배기가스 등 "단순한 인과관계"를 벗어난 "복잡한 인연"이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때문에 저자는 이 책에서 "민감한 몸의 감수성"을 유독 강조한다.(화학물질을 피하기 위해 샴푸나 비누를 쓰지 않고, 섬세한 미각을 유지하기 위해 치약도 쓰지 않는다고 한다. 그런데 치아건강은 더 좋아졌다니 관심있는 분은 한 번 참고하시길) 이 책은 저자의 실패담과 재기담으로 읽을 수 있는데 대기업보다는 "자신의 길"을 찾고 싶은 사람에게-아직 게임이 끝난 것은 아니지만-저자는 일종의 롤모델일 것이다.하지만, 이 길이 만만하지 않다는 것이 새삼 느껴진다. 저자는 제빵장인으로 거듭나기 위해 10년이 넘도록 새벽 2~3시에 일어나 자신만의 전투를 해야했다.그런 면이 삶의 현실감을 안겨줄 수 도 있지만, 전작에서는 변곡점을 지나는 저자의 불안감이 고스란히 느껴졌다.이번에는 저자가 자신이 제빵장인으로 거듭날 수 있었던 것은 결국 고행과 수행에 가까운 수련이었다고 털어놓는다.(쉽게 말해 배우기 위해 엄청 노력했다는 이야기다) 단순히 레시피 기술을 배우는 것을 넘어서, 타인과 협력하는 법, 기계를 다루는 법 등 무던한 인내심과 관찰력까지 요구된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이제는 맥주장인으로 거듭나고 있는 저자가 전하는 경험에서 얻은 "살아남는 핵심 노하우"는 "자연이든,균이든,타인이든 또는 기계든 간에 모든 것과 마음이 통하게 하고 몸을 움직여 현실을 직시할 때 '더 오래 살아남을 수 있는 확률이 커지는 것 같다"이다.

     

ps 지금같은 상황에서 평범한 사람이 단순한 자본주의 논리로 돈 많이 벌겠다고 창업을 택한다는 것은 실패확률이  클 것 같다는 느낌적 느낌이 든다. 이 책을 보면 아이러니하게 자본주의 시스템에 저항하는 저자가 오히려 경영학교과서에 등장하는 비전과 미션이라는 개념을 더 실천하고 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최고의 제품을 만들겠다"를 넘어서 "획일적인 시장을 조금이라도 흔드는 상품을 선보이겠다"며 경영학교과서 초반에 등장하는 삼각형 다이어그램을 구현하고 있는 것이다.갈수록 공기가 부족해지는 상황이다.돈을 넘어서 정말로 가치있는 무언가를 추구한다는 목적의식이 있는 사람이 자신의 사업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 돈에 대한 기대치를 낮춰야 하는 게 아닐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윤회의 본질 - 환생의 증거와 의미, 카르마와 생명망에 대한 통합적 접근
크리스토퍼 M. 베이치 지음, 김우종 옮김 / 정신세계사 / 2014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후세계나 유에프오, 유체이탈, 영계 등에 관심을 가지는 게 현실도피가 아니라 자신의 배움과 성장에 도움이 된다면 긍정할 수 있을 것이다.이 방면에 눈에 띄는 국내 저자는 최준식이나 정현채다. 둘 다 교수라는 권위를 가지고 있고, 이른바 영성 관련 저술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 죽음에 관한 이들의 개략적인 설명을 보자. 사후 세계와 윤회는 기본 가정으로 하고, 우리가 태어난 이유는 전생의 카르마를 해결하고,영적으로 더 진보하기 위해서라는 것이다.그 과제를 수행하기 위해 태어나기 전 상급의 수호령(?)들과 미래의 부모를 선정하고, 출생 후 겪게 될 불행들과 사건들을 미리 설계한다고 한다.때문에 이들에게 지상은 일종의 학교 이미지로 다가온다. 자살은 공부하기 싫다고 야밤에 월담하는 짓이다. 처음 이들의 이야기를 접하고-솔직이 사실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상당한 위화감을 느꼈었는데, 이 책이 이들이 주장하는 내용의 원소스인 것 같다. 물론 이 책도 많은 참고문헌을 인용하고 있기 때문에 더 많은 원자료를 파고 들 수도 있다. 이 책의 저자도 교수라 그런지 설사 외양뿐일지도 모르지만-합리적인 어조로 윤회와 그것이 가지는 의미,우리가 살아가야 하는 태도를 담담한 어조로 서술하고 있다. 사실 책의 초반부는 상당히 설득력이 있다. 윤회와 관련한 일종의 "검은 백조"를 내세우기 때문이다.99명이 윤회의 증거를 가지고 있지 않아도, 마지막 1명이 상당히 개연성이 있는 증거를 가지고 있다면 일단은 판단을 보류하게 되는 것이다.그리고, 저자는 이 증거가 상당히 객관적인 방법을 통해 수집된 것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하지만, 힌두교와 불교의 카르마이론과 범아일여 류의 세계관이 그대로 인용되면서 이야기는 조금씩 비약을 타기 시작한다.물론 양자역학같은 현대의 최신과학과 고대 동양의 세계관의 링크는 주목할만한 주제지만, 저자는 다른 연구자들들을 인용하면서 자신의 체험을 미루어 볼 때 자신의 이야기가 맞다는 식으로 주장한다.(설득력이 심히 떨어진다.) 물론 저자가 펼치는 영혼과 사후세계의 이야기는 흥미롭다. 연약한 우리들이 실은 슈퍼파워 대령(大靈)이고, 인도해주는 수호령들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얼마나 위안이 되는가? 여기까지는 좀 선을 넘네, 하는 느낌이 들지만 저자는 윤회론에 대한 통찰도 곁들이며 이런 단점을 만회한다. 과학과 기술이 발달하면서 우리 앞에 펼쳐진 것은 무의미의 세계다. 신은 없고, 지구는 우주의 중심이 아니며 인간은 진화라는 우연의 결과다.내가 태어난게 무작위적인 우연이고,세계의 본질이 실존주의에서 말하는 부조리라면 그 삶을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물론 여기서 니체같이 그런 부조리마저 끌어안고 사랑하는 초인이 되는 길도 있겠지만, 카르마와 윤회론은 이런 부조리에 의미를 부여하고 우리를 통찰하게 만든다. 윤회론의 가정에서는 이 모든 무의미와 부조리를 끝까지 숙고하고 수용하게 하는, 삶을 긍정하게 하는 철학적 태도가 완성되는 것이다. 종교 전공답게 기독교와 윤회론을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가에 대한 고민도 있는데, 기독교인이라면 주의해서 읽을만하다.마지막으로 책은 조셉 캠벨의 영웅신화와 칼융의 동시성이론,인드라망의 이미지를 인용하면서-자기 내면의 목소리를 외면하지 마라, 혹은 운명이 무슨 말을 하는지 지금 여기를 관찰해라 등- 끝을 맺는다. 나도 연식이 좀 쌓이다보니 우리가 살아가는 무의식적인 삶의 패턴이 있다는 저자의 주장이 아주 뜬금없는 소리로 들리지는 않는다. 살아가면서 반복되는 같은 패턴의 불행과 사고회로, 행동방식이 어느정도는 있는 것 같다.그러니 운명이나 사주니 하는 것도 성립하지 않겠는가. 그 원인이 프로이트처럼 유아기의 트라우마일 수도 있고, 저자처럼 윤회와 카르마로 설명할 수도 있을 것이다.논리의 비약은 있지만, 저자의 어조나 태도가 진지하고 학구적이라 다른 오컬트서적처럼 '쌈마이'라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반은 재미로 읽어도 책장이 휙휙 넘어간다.어쨌든 이 책을 읽고 지금 여기를 겸손하고 진지한 마음으로 대할 수 있다면 나름 소득일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