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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 언바운드 - 제프 베이조스, 그리고 글로벌 제국의 발명
브래드 스톤 지음, 전리오 옮김 / 퍼블리온 / 2021년 12월
평점 :
그러니까 자본주의다. 모든 오해와 불공정함을 무릅쓰고 말한다면 여기 등장하는 아마존 최고 임원들은 정장입은 원시인을 연상시킨다. 한 손에 도끼를 휘두르면서 사냥감을 향해 돌진하며 외친다. "돈!!!"
전자상거래업체인 아마존이 영화,컴퓨팅사업, 알렉사같은 인공지능, 우주선사업, 신문사와 자체 물류로지스틱스 등을 구축하며 제국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기록한 이 책에서 저자는 어떤 대목에서는 "제비어천가"를 부르는 것 같기도 하고, 어떤 대목에서는 최대한 건조하게 아마존의 부도덕함을 드러내려고 하는 것 같기도 하다. 서문에서 제프 베이조스를 직접 인터뷰하지는 못했다고 밝히는데 그래서 그런지 베이조스는 다른 사람이 관찰한 모습으로 서술되며 , 스테로이드 만땅에 과학기술에 집착하는 너드같이 평면적으로 그려진다. 아마존은 분명 최신기술을 바탕으로 한 아이티기업인데 읽고 난 뒤의 이미지는 80년대 왕회장이 이끄는 현대와 삼성을 합쳐놓은 것 같다. 전제적인 방식이라는 점과 노조를 끔찍이 싫어하는, 치사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인력관리를 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어째 한국의 군대식 기업문화를 연상시키기도 하는데 한국이 해방이후 미국중심주의로 흐른 걸 고려하면 어쩌면 원조는 미국인지도 모른다. 더불어 "야비함"이라는 단어도 떠오른다. 아마존 경영진은 고객만족이라는 단어로 미화했지만 , 그들이 쓰는 성장 전략은 결국 뒤통수치기, 교묘하게 법규 위반하기, 직원들 닦달해서 선점하기, 덩치를 앞세워 인수합병하기 등이다.( 아 물론 경영진의 노고를 완전히 무시하면 안된다. 아무나 이런 일을 할 수 있는게 아니다.) 책을 읽다보면 "ㅇㅇ부문 부사장의 마이클 엑스엑스는 몇년 후 마이크로소프트로 이직했다" 라는 식의 문장이 종종 나오는데 1% 최고경영진의 그들만의 리그가 형성되어 있고, 회전문 인사가 이루어지는 것 같다. 800페이지가 넘는 벽돌책인데 가독성이 너무 좋아서 읽는데 부담이 없다. 단점은 아마존의 역사를 담은 각 장이 유기적으로 꿰이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저자는 능숙하게 스토리텔링을 해 냈지만 자신만의 결정적인 통찰을 얹지는 않았다. 제프 베이조스는, 아마존의 경영진은 과연 행복했을까? 아마존을 떠난 임직원들은 대부분 스트레스와 우울함으로 과거를 회상했다. 어쨌든 나 같은 사람은 억겁을 환생해도 접하지 못할 스케치들이다. 동류인 사람들에게 권한다.
ps. 1.제시카 브루더의 <노마드랜드>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평범한 중산층이 하우스리스로 몰락하는 과정을 따라간 논픽션이다. 이들은 RV를 주거지로 삼고 미 전역을 일자리를 찾아 떠돈다. 이들의 주수입원 중 하나가 아마존물류센터에서 단기계약직으로 일하는 것이다. 그 업무에 종사하면서 이들은 과도한 스캐너사용 등으로 각종 질환에 시달린다. 등장인물 중 한 명인 린다 메이는 물류센터에 가득찬 "쓰레기"(!)들을 보며 회의에 잠긴다. 베이조스를 조원대 억만장자로 만든 건 결국 미국의 대중들이다. 베이조스를 부자로 만든 주식시장이라는 메커니즘이 유지되는것도 결국 한탕을 노리는 대중아닐까
2. 책의 말미에서 베이조스는 빌게이츠처럼 자선사업가의 길을 택한다. 하지만, 나는 시무룩하다. 빌게이츠와 게이츠앤멀린다재단에 대해 다른 시각을 알고 싶으시면 반다나 시바의 "누가 지구를 망치는가" 추천
3. 내부고발자를 해고하는 아마존에 질려 퇴사한 기술 부사장이 하는 말: "미국은 일선의 직원을 똥처럼 취급하는 게 완벽하게 합법인 나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