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회의 본질 - 환생의 증거와 의미, 카르마와 생명망에 대한 통합적 접근
크리스토퍼 M. 베이치 지음, 김우종 옮김 / 정신세계사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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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후세계나 유에프오, 유체이탈, 영계 등에 관심을 가지는 게 현실도피가 아니라 자신의 배움과 성장에 도움이 된다면 긍정할 수 있을 것이다.이 방면에 눈에 띄는 국내 저자는 최준식이나 정현채다. 둘 다 교수라는 권위를 가지고 있고, 이른바 영성 관련 저술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 죽음에 관한 이들의 개략적인 설명을 보자. 사후 세계와 윤회는 기본 가정으로 하고, 우리가 태어난 이유는 전생의 카르마를 해결하고,영적으로 더 진보하기 위해서라는 것이다.그 과제를 수행하기 위해 태어나기 전 상급의 수호령(?)들과 미래의 부모를 선정하고, 출생 후 겪게 될 불행들과 사건들을 미리 설계한다고 한다.때문에 이들에게 지상은 일종의 학교 이미지로 다가온다. 자살은 공부하기 싫다고 야밤에 월담하는 짓이다. 처음 이들의 이야기를 접하고-솔직이 사실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상당한 위화감을 느꼈었는데, 이 책이 이들이 주장하는 내용의 원소스인 것 같다. 물론 이 책도 많은 참고문헌을 인용하고 있기 때문에 더 많은 원자료를 파고 들 수도 있다. 이 책의 저자도 교수라 그런지 설사 외양뿐일지도 모르지만-합리적인 어조로 윤회와 그것이 가지는 의미,우리가 살아가야 하는 태도를 담담한 어조로 서술하고 있다. 사실 책의 초반부는 상당히 설득력이 있다. 윤회와 관련한 일종의 "검은 백조"를 내세우기 때문이다.99명이 윤회의 증거를 가지고 있지 않아도, 마지막 1명이 상당히 개연성이 있는 증거를 가지고 있다면 일단은 판단을 보류하게 되는 것이다.그리고, 저자는 이 증거가 상당히 객관적인 방법을 통해 수집된 것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하지만, 힌두교와 불교의 카르마이론과 범아일여 류의 세계관이 그대로 인용되면서 이야기는 조금씩 비약을 타기 시작한다.물론 양자역학같은 현대의 최신과학과 고대 동양의 세계관의 링크는 주목할만한 주제지만, 저자는 다른 연구자들들을 인용하면서 자신의 체험을 미루어 볼 때 자신의 이야기가 맞다는 식으로 주장한다.(설득력이 심히 떨어진다.) 물론 저자가 펼치는 영혼과 사후세계의 이야기는 흥미롭다. 연약한 우리들이 실은 슈퍼파워 대령(大靈)이고, 인도해주는 수호령들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얼마나 위안이 되는가? 여기까지는 좀 선을 넘네, 하는 느낌이 들지만 저자는 윤회론에 대한 통찰도 곁들이며 이런 단점을 만회한다. 과학과 기술이 발달하면서 우리 앞에 펼쳐진 것은 무의미의 세계다. 신은 없고, 지구는 우주의 중심이 아니며 인간은 진화라는 우연의 결과다.내가 태어난게 무작위적인 우연이고,세계의 본질이 실존주의에서 말하는 부조리라면 그 삶을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물론 여기서 니체같이 그런 부조리마저 끌어안고 사랑하는 초인이 되는 길도 있겠지만, 카르마와 윤회론은 이런 부조리에 의미를 부여하고 우리를 통찰하게 만든다. 윤회론의 가정에서는 이 모든 무의미와 부조리를 끝까지 숙고하고 수용하게 하는, 삶을 긍정하게 하는 철학적 태도가 완성되는 것이다. 종교 전공답게 기독교와 윤회론을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가에 대한 고민도 있는데, 기독교인이라면 주의해서 읽을만하다.마지막으로 책은 조셉 캠벨의 영웅신화와 칼융의 동시성이론,인드라망의 이미지를 인용하면서-자기 내면의 목소리를 외면하지 마라, 혹은 운명이 무슨 말을 하는지 지금 여기를 관찰해라 등- 끝을 맺는다. 나도 연식이 좀 쌓이다보니 우리가 살아가는 무의식적인 삶의 패턴이 있다는 저자의 주장이 아주 뜬금없는 소리로 들리지는 않는다. 살아가면서 반복되는 같은 패턴의 불행과 사고회로, 행동방식이 어느정도는 있는 것 같다.그러니 운명이나 사주니 하는 것도 성립하지 않겠는가. 그 원인이 프로이트처럼 유아기의 트라우마일 수도 있고, 저자처럼 윤회와 카르마로 설명할 수도 있을 것이다.논리의 비약은 있지만, 저자의 어조나 태도가 진지하고 학구적이라 다른 오컬트서적처럼 '쌈마이'라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반은 재미로 읽어도 책장이 휙휙 넘어간다.어쨌든 이 책을 읽고 지금 여기를 겸손하고 진지한 마음으로 대할 수 있다면 나름 소득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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