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란 무엇인가. 사랑은 모든 곳에 있기도 하고, 그 어느곳에도 없는 것 같다. 그런데 ‘사랑이란 ㅇㅇㅇ이다‘라고 규정하는 순간, 그 규정을 우리의 복잡한 현실적 정황에 바로 적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걸 알게 된다. 개념 규정의 ‘더블 바인드‘(double bind)‘, 즉 ‘필요성‘과 ‘불가능성‘이 여기에서 작동된다. 한편으로 우리는 사랑이 무엇인가, 라는 그 개념을 지속적으로 생각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그러나 또 다른 한편으로는 개념 규정의 ‘불가능성‘을 언제나 중요하게 인식해야 한다. 사랑이란 어쩌면 우리가 죽음에 이르기까지 구체적 정황에 따라 생각하고다시 생각해야 할 가장 중요한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 P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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둔촌주공아파트, 대단지의 생애 - 건설·거주·재건축의 40년 케이 모던 2
이인규 지음 / 마티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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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든 것은 자산에서 시작되었다>(리사 앳킨스.멀린다 쿠퍼.마르티즌 코닝스/사이)와 이 책이 주장하는 공통점. 근로소득으로 자산을 취득하기는 이제 불가능하다. 이제 개인은 좋든 싫든 대출을 받고 투자가가 되고 자본가가 된다. 그 양태를 대단지 아파트 재건축이라는 그리드로 묘사한 책. 근데 둔촌주공아파트가 어디야? 하고 묻는 나 같은 부동산알못에게 감을 잡게 해주는 책이다. 읽기 쉽고 단순한 서술이 장점이고 너무 디테일하다고 느껴지는 부분도 있다. 투자가 마인드가 장착된 대단지 아파트 주민들은 이제 하나의 이익집단으로 선거와 정치와 사회에 영향을 미친다. 그게 사회에 이로울까? 당연히 아니다. 이들의 최종목적은 바다건너 실리콘밸리의 개객끼들처럼 이윤이기 때문이다. 평범한 시민들이 자본가가 되는 순간. (아마도 중간계급이겠지. 애초 건설당시부터 이 곳이 진짜 서민을 위한 자리는 아니었으니까.) 건조하게 서술된 재건축과정에서 실제로는 얼마나 많은 악다구니와 싸움,협잡과 갈등이 있었을까. 편한 마음으로도 읽을 수 있는 책인데 읽고 나면 알 수 없는 혐오감이 왜 느껴지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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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계급은 지배이데올로기를 믿지 않아도 된다. 억압의 얼굴을 가리기 위한 민주주의라는 가면도 필요없다. 중간계급의 존재와 의식은 자신들의 지배를 보장해 주는 구조에 깊숙이 통합되어 있다. 억압하는 자들만큼 자기들이 공정하다고 곧잘 믿는 이도 없다. 어떤 식으로든 자기들의 정당성을 믿지 않는 부르주아가 어디 있는가? 그렇게 되면 곧 자기 자신을 부인하는 꼴이 될 것이다. 부르주아가 자신의 정당성을 믿지 않게 되면 주로 자신 - P260

들이 바로 그 불가해한 수수께끼였던 문제를 푸는 것이 될 것이며, 그 다음 논리적 단계로 자멸을 스스로 초래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다. 노동자계급은 자본주의체제 내에서 삶의 조건으로서 체제의 정당성을 인정하지 않아도 되는 유일한 집단이다. - P261

임금 봉투의 양은 경과한 시간의 양과 같다. 그 비례관계가 정확하기 때문에 덜 일하면 임금도 줄어들고 더 일하면 늘어난다. 그렇게 고정되어 있는 만큼, 노동력의 연속적이고 가변적인 진정한 특질을 간파하고, 완전히 시간을 바치는 것이 사실 측정될 수 없는 엄청난 인간 에너지를 쏟게 한다는 것의 의미를 놓치기가 너무 쉽다.
임금 봉투에 대한 물신숭배 비슷한 것ㅡ 풀로 붙여 단단하게•봉해져 있고 은화들 때문에 아래쪽이 무거운 봉투를 손가락으로 튀기면서 받은 액수가 얼마인지를 뽐내는 퍼레이드가 화요일마다 펼쳐진다ㅡ이 있어서한주일을 진탕 쏟아붓고 자신이 한 수고를 양화함으로써 노동자의 의식속에는 인간 노동력의 비상한 투여와 잠재력이 매주 지급되는 ‘공정한‘ 임금의 가치밖에 지니지 않은 것으로 인식된다. 보이지 않게 은행계좌로 들어가는 월급수표와 달리, 이런 주당 임금에는 장기적으로 생명력 있는 노력의 가변적인 잠재력과 고정된 임금보상 사이에 얼마든지 큰 차이가 있을 수 있다.
- P2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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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인문학 - 인간의식의 진화에서 꿈의 역할은 무엇인가
싯다르타 히베이루 지음, 조은아 옮김 / 흐름출판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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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데 인내심이 좀 필요하긴 하지만 신경과학자가 쓴 꿈의 의미를 다룬 책이라 좀 더 객관적으로 느껴진다. 반대로 결론은 유물론적이라기 보다 오히려 영성적이라는 느낌을 준다. 꿈을 통해 인간이라는 신비에 더 다가갈 수 있을 것인가? 역사적으로 인간이 꿈을 꾼다는 행위에서 영혼과 신과 같은 개념이 도출했을 것이라는 관점을 보여준다. 줄리언 제인스의 <의식의 기원>과 비슷한 관점이다.(근데 율리히 슈나벨은 줄리언 제인스가 틀렸다고 하지 않았나?) 꿈을 다뤘던 프로이트와 융은 칼 포퍼에 의해 반증이 불가능하므로 과학이 아니라 형이상학이라고 비판받았지만, 현대신경과학은 프로이트가 말한 주간잔재가 사실이라고 입증한다. 이 책의 중간에 여러 가지 과학실험이 등장하는데 지루한 사람은 결론과 앞의 몇 장만 읽어도 된다. 저자가 말하는 꿈의 실체는 꿈꾸는 사람이 현재 어떻게 살고 있는지 보여주는 지표이며 꿈은 기억을 강화하고 미래를 예측해서 시뮬레이션을 통해 생존확률을 높이는 도구이다. 때문에 모든 문화에서 꿈은 예언적 의미로 쓰였고 실제 삶의 의사결정에서 영향을 미쳤다. 우리가 보통 범상치 않은 꿈을 꾸면 꿈해몽을 인터넷에서 찾는데 상징은 개인적이고 다의적인 의미가 있기 때문에 일반적인 해답을 찾는 것은 적합하지 않다. ‘꿈은 정신의 아주 사적인 대상이다. ’ ( 꿈읽기 작업을 하는 고혜경의 책을 본 적이 있는데 이 부분은 동일하다. 하지만, 드는 의문은 융의 집단무의식 같은 것은 공통의 상징 아닌가?) 꿈과 관련된 수면과 관련된 여러 실험과 그것이 암시하는 의미도 같이 서술되어 있지만 유감스럽게도 저자가 칼 세이건이나 올리버 색스 같이 유창한 이야기꾼이 아니라 읽는데 약간의 인내심이 필요하다. 한 가지 재미있는 것은 저자가 스타니슬라프 그로프(코스믹게임, 정신세계사)처럼 정신병 치료나 영성탐구를 위해 환각제를 사용하는 것을 지지한다는 것이다. 심지어는 환각제를 규제하는 것이 제약회사의 이익 때문아니냐는 뉘앙스를 풍긴다. 계속 들으면 없던 호랑이도 생긴다고 정말 괜찮나? 하는 생각도 든다. 뜬구름 잡는 느낌이 드는 꿈이라는 주제를 신경과학이라는 무기로 정면 돌파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물론과 환원주의로 결론내지 않는 책이다. 책장이 쉬이 넘어가지 않지만 뇌과학이나 심리학에 익숙한 독자라면 여러 가지 팁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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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스퍼드 초엘리트 - 영국을 지배하는 이너서클의 습관, 약점, 그리고 악행
사이먼 쿠퍼 지음, 김양욱.최형우 옮김 / 글항아리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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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정도 영국 사정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그래 맞아, 할 수 있는 책. 유감스럽게도 난 아니다. 그래도 옥스브리지를 해체하자는 마지막 장은 읽어볼만하다. 네덜란드와 독일의 예를 드는데 실상이 그렇게 간단할까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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